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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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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침 詩 두송이} - 나무들의 목소리
2016년 03월 04일 06시 44분  조회:4440  추천:0  작성자: 죽림

어쩌면 우리는 수줍지만 힘센 나무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들도 새처럼 날아가고 싶습니다.

그러나 대지에 붙들려 있습니다. 나무들도 높은 목소리로 밤마다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나 하늘의 달처럼 대지에서 풀려나 높이 떠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늘 옛사랑에 붙들린 가슴처럼 어떤 체념과 갈망 사이에서 괴로워하면서 삶의 창살을 흔들어 댑니다.

나무들이 푸른 가지로 자유롭게 하늘의 끝까지 뻗어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봐요. 나무는 한 곳에 붙박인 채 몸을 뒤트는 힘으로 봄마다 1㎝씩 자라고 숲은 조금씩 넓어집니다. 밀란 쿤데라는 이런 시를 쓴 적이 있어요. “시인이 된다는 것은/끝까지 가보는 것을 의미하지//행동의 끝까지/희망의 끝까지/열정의 끝까지/절망의 끝까지”(‘시인이 된다는 것은’) 오늘로 저는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아, 끝까지 가보기 전인데, 몸에 살짝 탈이 났습니다. 하지만 여러분과의 아침은 늘 행복했어요.

서운한 마음으로 베알뤼의 시를 읽으며 깨닫습니다. 수줍으나 힘센 나무들은 끝까지 가보려고 천천히 자라난다는 것을요. 또 제 곁에는 다른 나무가 있다는 것도요. 그런 한 그루 나무를 닮은 시인, 수줍으나 힘센 시인님이 여러분들 곁을 찾아갈 겁니다. 여러분의 아침을 시로 열며 시의 숲을 한 뼘씩 넓혀가 주실 거예요. 시의 아름다움이 이 세상의 끝에 닿을 때까지 우리 모두 나무처럼 튼튼하기로 해요!

/진은영 시인ㆍ한국상담대학원대학 교수



====================================================
쓸모없는 이야기
 

                                                                     / 진은영

종이

질문들

쓸모없는 거룩함

쓸모없는 부끄러움

푸른 앵두

바람이 부는데

그림액자 속의 큰 배 흰 돛

너에 대한 감정

빈집 유리창을 데우는 햇빛

자비로운 기계

아무도 오지 않는 무덤가에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 가시들

아무도 펼치지 않는

양피지 책

여공들의 파업 기사

밤과 낮

서로 다른 두 밤

네가 깊이 잠든 사이의 입맞춤

푸른 앵두

자본론

죽은 향나무숲에 내리는 비

너의 두 귀



///(시평)

‘바통’ 아시지요?
-------
 (1)
@!@
"바통(프랑스어)
[체육] 이어달리기 경주에서, 앞선 주자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작은 막대기.

(례);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바통 떨어뜨려 우리 꼴등 했다.
 
(2)

권한이나 의무, 역할 따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거나 사람으로부터 받는 비유적으로 이르는 .///

---------

어렸을 적 운동회에서 건네 받았던 흰 바통이 떠올랐는데,
그때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것이 신기한 아침이에요.

달려오는 친구를 보고 있었지요. 조금 전 친구의 바통은 저의 바통이 되었지요. 처음 잡아본 바통은 아주 가벼웠어요.

 

달리기는 생각할 틈이 없었어요. 바통을 떨어뜨리지 말아야지 하다 보니 저의 바통은 또 다른 친구의 바통이 되어 있었어요.

바통의 쓸모는 무엇일까요? 어떤 것에 쓸모라고 이름 붙여줄 수 있을까요?
종이에서 너의 두 귀까지, 이 목록에 시인은 ‘쓸모없는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았어요. 제목과는 달리 읽을수록 촉감과 소리와 침묵과 색과 향기로 풍성해져요. 한 행 한 행은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어요. 종이와 펜이 만나야 질문이 생겨나요. 거룩함과 부끄러움은 푸른 앵두처럼 동일한 곳에서 발생하는 것들이죠. 이렇게 이어지게 읽어도 자연스럽죠. 크기와는 무관하게, 함께 있으면서 서로를 함부로 지우지 않는 풍경처럼요.

그럼에도 세상의 기준에서 본다면 이 목록들은 여전히 쓸모없는 것들이죠. 그렇다면 죽은 향나무숲에 비는 왜 내릴까요? 우리는 바로 불필요한 질문임을 알아차리죠. 자주 잊어서 그렇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쓸모없는, 더 정확하게는 쓸모없어 보이는 움직임이 없다면, 서로 다른 두 밤에서 오늘이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칠 듯 향기로운 장미덩굴마저 없으면 진짜 무덤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말이죠. 장미도 이 시간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가시가 함께 견뎌주고 있어요.

시인은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걸 거예요. 쓸모가 있으면 쓸모는 사라져요. 쓸모에 닿지 않아 쓸모의 간절함은 계속돼요. 쓸모부터 생각하면 두 귀는 열려 있어도 닫혀 있는 거예요. 햇빛이 나타나기 좋은 곳은 빈집이에요. 쓸모없는 목록을 만들어나가요. 쓸모에 함몰되지 않을 거예요.

시인의 이 목록을 바통으로 받을게요. 꼭 어릴 적 그 기분입니다. 꽃 한 송이처럼 눈 한 송이처럼 시를 읽어 주세요. 꽃도 눈도 붙잡을 수 없어 아름다워요. 쓸모없어 깨끗해요. 시도 닮은 얼굴을 갖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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