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7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 경청 - "길 하나 보인다..."
2015년 12월 28일 19시 20분  조회:4567  추천:0  작성자: 죽림
 

달콤한 아이스크림의 역설
모든 건 덧없이 녹아내리니

기사 이미지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원문 The only emperor is the emperor of ice-cream)

- 월리스 스티븐스(1879~1955), ‘아이스크림 황제’ 중에서


이 한 줄은 시 ‘아이스크림 황제(The Emperor of Ice-cream)’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필자가 오랫동안 매료됐던 구절이다. 미국 시를 한 차원 올려놨다는 월리스 스티븐스(Wallace Stevens)도 자신의 시 중에서 이 시를 가장 선호했다고 한다.

 
 
 이 시의 정황, 부엌에선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고, 침실엔 시체가 누워 있다. 죽은 여자는 자신이 화려하게 수놓았던 시트로 얼굴이 덮여 있으나 딱딱한 발이 시트 밖으로 삐져나온다. 그것이 얼마나 차갑고 무감각한지 보여주기 위해서란다. 우리 앞에 놓인 죽음은 그 무엇으로 가릴 수도, 장식될 수도 없다는 뜻일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달콤하나 순간 녹아버린다는 점에서 우리 삶과 닮아 있다. 얼음 디저트라는 점에서는 시체의 차가움을 은유한다.
시인은 달콤한 기쁨을 주다 덧없이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이야말로 절대적인 황제라 한다. 죽음 앞에서 모든 것은 덧없고 덧없다. 그중 최고로 덧없는 모습은 아이스크림의 거품이다. 뭉게구름 같은 그것이 덧없음의 황제 아이스크림 황제다. 이 허무주의적 진실을 이렇게 한 줄로 꿰뚫어 요약하다니, 이 구절이야말로 시의 엑스터시로서 우리를 녹아내리게 하는 아름다움 아닌가. 

  최정례 시인


DA 300

 
[전문]

아이스크림 황제

                                 월리스 스티븐스
                                        /최정례 졸역

여송연 굵게 마는 자를 불러라
근육질의 사내로, 그리고 그로 하여금
부엌의 컵에 욕정적인 응유를 휘젓게 하라
계집들은 늘 입던 옷 그대로 입고
빈둥거리게 하라 그리고 남자애들은
달지난 신문에 꽃을 싸서 가져오게 하라
실재로 하여금 최후의 모습이 되게 하라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유리 손잡이가 세 개나 떨어져 나간
전나무 경대에서 그녀가 한때
부채꼬리딱새를 수놓았던 그 시트를 꺼내라
그녀의 얼굴이 잘 덮이도록 펼쳐라
만약 굳어버린 발이 삐져나온다면, 그건
그녀가 얼마나 차가운지 얼마나 무감각한지 보이기 위한 거다
램프로 하여금 빛줄기를 첨부하게 하라
유일한 황제는 아이스크림 황제다
==========================================

 
경청
       - 김정수(1963~ )

 
기사 이미지








누군가에 더러운 것

누군가에겐 일용할 양식

구르는 재주 없어도

굴리는 재주 있다고

DA 300

 


쇠똥구리 지나간 자리

길 하나

보인다


더러운 배설물이 쇠똥구리에게는 “일용할 양식”이다. 내게 없는 재주를 다른 사람이 갖고 있다. 세계는 이렇듯 배리(背理)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압이 새를 공중에 뜨게 하고, 무거운 물체가 물 위에서 더 큰 부력을 얻는다. 그러니 큰 배가 덜 흔들리는 것이다. 가로막는 산이 있으니 산을 넘는다. 끝장났다고 생각할 때 새 날이 가깝다. 반대 극을 가진 자석이 쇠를 끌어당긴다. (어려운 말이지만)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다.”(바울). 배리의 담론을 경청할 때, “길 하나/ 보인다”.

<오민석·시인·단국대 영문학과 교수>


 


[출처: 중앙일보] [나를 흔들 시 한 줄] 최정례 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083 풍유시로 사회를 고발한 백거이 2016-02-10 0 4695
1082 그 누구에게나 가슴속엔 詩가 가득듬뿍... 2016-02-10 0 5881
1081 묘비명 한졸가리 2016-02-10 0 5062
1080 남미주 칠레 민중시인 네루다를 다시 만나다 2016-02-09 0 4572
1079 詩人은 풍경속을 걷는 者 2016-02-08 0 4789
1078 령혼을 깨우는 천재시인의 향기 - 2천여편 : 23편 2016-02-08 0 5020
1077 <새해> 시모음 2016-02-08 0 4437
1076 <설날> 시모음 2016-02-08 0 4745
1075 동시는 童詩 2016-02-07 0 4141
1074 詩쓰기에서 상징, 알레고리를 리용하기 2016-02-07 0 5132
1073 동시창작론 2016-02-07 1 4689
1072 동요창작론 2016-02-07 0 4167
1071 세계기행詩 쓰기 2016-02-06 0 4423
1070 소설가로만 알았던 포석 조명희, 시인으로 만나다... 2016-02-06 0 5381
1069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이용악 2016-02-06 0 5188
1068 젊은 나이에 요절한 시인 오장환을 기리며 2016-02-06 0 4509
1067 詩의 벼랑길위에서 만나는 시인들 - 오장환 2016-02-05 0 4440
1066 산문시를 확실하게 알아보기 2016-02-05 1 5576
1065 참 재미있는 산문시 2016-02-05 0 4533
1064 산문시를 다시 알아보기 2016-02-05 0 5121
1063 산문시를 아십니까... 2016-02-05 0 5012
1062 詩창작의 최고의 교과서는 詩와 詩集 2016-02-05 0 5038
1061 散文詩이냐 산문(수필)이냐 2016-02-05 0 4473
1060 산문시 쓰기전 공부하기 2016-02-05 0 5362
1059 동시야 동시야 나와 놀자... 2016-02-05 0 4399
1058 우리도 산문시 써보자... 2016-02-05 0 5251
1057 산문시를 공부하기 2016-02-05 0 4651
1056 詩와 산문시, 수필의 차이점 2016-02-05 0 5002
1055 무감각해진 詩의 하체를 톡톡 건드려봅시다 2016-02-05 0 5507
1054 散文詩에 대하여 2016-02-05 0 6844
1053 은유에 관한 보고서 2016-02-05 0 4628
1052 詩쓰기와 자아찾기 2016-02-05 0 5088
1051 풍경이 곧 시인의 재산 2016-02-03 0 4602
1050 "스물여덟 삶" ㅡ 영화 "동주" 이달 18일 개봉 2016-02-03 0 4491
1049 詩의 언어운용에 관하여 2016-02-03 0 5824
1048 겁없이 쓰는 詩와 겁먹으며 씌여지는 詩 2016-02-03 0 5267
1047 태양아래 새로운 것 없다?!... 있다?!... 2016-02-03 0 4945
1046 生态詩 공부하기 2016-02-02 0 4494
1045 "생태시" 시론을 공부하고 생태시 쓰자... 2016-02-02 0 4511
1044 유교사회 조선시대 녀류시인들 2016-02-01 0 5830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