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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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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 시모음
2015년 04월 12일 17시 21분  조회:4618  추천:0  작성자: 죽림
 
<그릇에 관한 시 모음> 오세영의 '그릇' 외   

+ 그릇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절제와 균형의 중심에서 
빗나간 힘, 
부서진 원은 모를 세우고 
이성의 차가운 
눈을 뜨게 한다. 

맹목(盲目)의 사랑을 노리는 
사금파리여, 
나는 맨발이다. 
베어지기를 기다리는 
살이다. 
상처 깊숙이서 성숙하는 혼(魂) 

깨진 그릇은 
칼날이 된다. 
무엇이나 깨진 것은 
칼이 된다. 
(오세영·시인, 1942-)
* 사금파리: 사기그릇의 깨어진 조각


+ 개밥그릇 

하얀 쌀밥을 개가 먹다 반쯤 남겨 놓았다 
돌아가신 울 할아버지 집에 들러보시면 
마른 하늘에 날벼락 치시겠다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 이놈들 
(심시인)


+ 그릇 
  
그릇이 되고 싶다 
마음 하나 넉넉히 담을 수 있는 
투박한 모양의 질그릇이 되고 싶다 
그리 오랜 옛날은 아니지만 
새벽 별 맑게 흐르던 조선의 하늘 
어머니 마음 닮은 정화수 물 한 그릇 
그 물 한 그릇 무심히 담던 
그런 그릇이 되고 싶다 
누군가 간절히 그리운 날이면 
그리운 모양대로 저마다 꽃이 되듯 
지금 나는 그릇이 되고 싶다 
뜨겁고 화려한 사랑의 불꽃이 되기보다는 
그리운 내 가슴 샘물을 길어다가 
그대 마른 목 적셔줄 수 있는 
그저 흔한 그릇이 되고 싶다 
(김시천·시인, 1956-)


+ 그릇에 관하여 

얘야, 그릇은 담아내는 것보다 
비워내는 것이 인생살이란다 

어머니의 손은 젖을 대로 젖어서 
좀처럼 마를 것 같지 않다 
젖은 손을 맞잡고 문득 펴 보았을 때 
빈 손바닥 강줄기로 흐르는 손금 
긴 여행인 듯 패여 왔구나 

접시들은 더러움을 나눠 가지며 
조금씩 깨끗해진다 
헹궈낸 접시를 마른행주로 닦아내는 
어머니의 잔손질, 햇살도 꺾여 
차곡차곡 접시에 쌓인다 
왜 어머니는 오래된 그릇을 버리지 못했을까 
환한 잇몸의 그릇들 
촘촘히 포개진다 
나도 저 그릇처럼 닦아졌던가 
말없이 어머니는 눈물 같은 물기만 
정성스레 닦아낸다 

그릇 하나 깨끗하게 찬장으로 올라간다 
(윤성택·시인, 1972-)


+ 밥그릇 

밥하던 아내가 
포개진 밥그릇이 빠지지 않아 
나에게 들고 왔다 
한 그릇에 조금 작은 그릇이 꼭 끼어있다 

그릇이 그릇을 품고 있다 
내 안에 있는 당신의 아픔 
당최, 힘주어 당겨도 꼼짝하지 않는다 
물기에 젖어 안으로 깊어진 마음 
오늘은 저리 꼭 맞았나보다 

한번쯤 나는 등뒤에서 너를 안아보고 싶었다네 

선반 위, 
씻긴 두 개의 밥그릇이 
봉분처럼 나란하다 
(고영민·시인, 1958-)


+ 밥 한 그릇

혼자 라면을 끓여 먹으니까 슬프다
그 동안 어머니가 해주신 밥이
얼마나 귀중한 것이었는지
이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어제는 내 손으로 처음으로 밥을 해먹었다
내가 먹기 전에
밥 한 그릇을 먼저
어머니 무덤가에 갖다드렸다 
(정호승·시인, 1950-)


+ 마음의 그릇 

설거지통에서 
부딪히며 
묵은 때 닦이는 
그릇은 
콩 한 알 담아도 
어울리고 
된장 고추장 담으려 할 때도 
거부하지 않는 
평범한 
찌그러진 양은그릇 
당신께서 
무엇에 필요로 하든 
늘 
비워 놓고 기다리는 
그릇 
(안갑선·시인, 경기도 안성 출생)  


+ 놋그릇을 닦으며 

한 움큼 뭉친 지푸라기로 
짚재를 찍어 
몇 달째 벽장에 갇힌 
속앓이 찬찬히 닦아낸다 

살아 온만큼 
얼룩진 내 안의 퍼런 녹들도 
자꾸 닦아내면 
쪼가리별이라도 돋아날까 

손길이 지날 때마다 먹구름 걷혀지고 
비 오는 밤에도 
황금빛 쟁반달 뜬다 

이팝나무 꽃살 하얀 밥  
소담스레 담기고 싶어 
대나무 살강 위 
반짝반짝 뜬눈으로 
또 한밤을 지새운다 
(송연우·시인, 경남 진해 출생)


+ 밥그릇이 되고 싶다

아내가 친정 가고 없는 날 
멍하니 누워 천장무늬 세고 있다 
겨우 하루 지났는데 
때도 안돼서 먹을 것 타령만 해대는 
초등학생 아들녀석은 
이웃집에 떠맡겨 버리고 
아침도 굶고 점심도 거르고 
그냥 게으른 벌레로 뒹굴고 있다 
제 입 하나 넣는 것도 이렇게 귀찮은데 
다른 입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랴 
어머니 늙어 홀로 빈 방 지키실 때 
의사는 영양실조라고 진단을 내렸었다 
아, 어머니 
이 좋은 세상에 영양실조라니 
어머니 세상 버리고 나서야 
어이없던 웃음이 눈물로 돌아선다 
나도 누군가의 밥그릇이 되고 싶다  
(고증식·교사 시인, 강원도 횡성 출생)


+ 질그릇 

옹기장이 손에서 
갓 생명을 불어넣은 질그릇 
둔탁한 모습이지만 
내 안에는 열정이 넘쳐 

아름다워 깨질까 
걱정 없지만 
누구한테나 편안한 
성품으로 다가가고파 

빼어난 목소리로 
노랠 부를 수 없지만 
가슴속 찬미가는 
흥얼거릴 수 있어.... 

아무도 날 
반겨주는 이 없건만 
토담토담 
정감이 오갈 때면 

나 열정의 몸 바쳐 
바시락 모시조개와 함께 
구수한 된장국에 데워진 
내 향내만은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으리 
(김세실·시인, 부산 출생)


+ 아버지의 밥그릇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안효희·시인, 1958-)


+ 그릇

코 묻은 동전을 만지다보면 
파란 배추이파리 지폐가 
간절하다 

그릇의 입은 열려 있어도 
채워도 채워도 쌓이지 않고 
그릇의 믿은 닫혀 있어도 
부어도 부어도 넘치지 않는 

한번도 황홀하게 배불러보지 못한 
우리들의 유한한 
허기진 마음 
(진의하·시인, 1940-) 


+ 또 누가 이 밥그릇에 누웠을까 

이 집 한 채는 
쥐들의 밥그릇 
바퀴벌레들의 밥그릇 
이 방을 관 삼아 누운 
오래 전 죽은 자의 밥그릇 
추억의, 욕창을 앓는 세월의 밥그릇 
맵고 짠 눈물 찐득찐득 흘려대던 
병든 복숭아나무의 밥그릇 
멍든 구름의 밥그릇 
상처들의, 
이 집 한 그릇 

밥그릇 텅텅 비면 배고플까봐 
그대와 나 밥그릇 속에 눕네 
그대에게서 아아 세상에서 제일 좋은 
눈물 많은 밥냄새 나네 
(김선우·시인,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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