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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와 그림
2015년 02월 24일 21시 33분  조회:2396  추천:0  작성자: 죽림

 

개구리네 한솥밥  백석 글,
                    강우근 그림  

 

 

 

 

 

 

 

말이 곧 몸인 시세계, 백석의 시를 읽으며 든 생각입니다. 추상과 관념 없이 내가 속한 이 세계에 고스란히 몸담는 맛, 잘 잦힌 흰밥 앞에 코를 벌름대며 앉는 때만 같습니다.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나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진 세상의 온갖 귀한 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을 소박하고 투명하고 명확하고 간소한 언어에 그토록 풍부하게 담은 시인은 또 보지 못했습니다.

 

 

 

 

 

 

 

백석은 시와 철학을 바탕으로 동화를 써야 한다며 이 땅의 아동 문학에 대해 많은 생각과 글과 논쟁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린이에게는 산문보다 시가 더 맞다고 생각하여 운율이 있는 ‘시’의 형식에 ‘서사’를 담은 동화시를 썼습니다. ‘개구리네 한솥밥’은 백석이 쓴 동화시 가운데 하나로 1957년에 북한에서 발표한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실린 글입니다. 공동체적 삶의 친밀함이 잘 드러난 이 작품은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을 반복하고, 독특한 의성어와 의태어로 감각적인 우리말을 풍부하게 구사하여 서로 돕고 사는 살맛나는 세상을 그렸습니다.

맨 첫 문장만 읽어 주어도 입에서 “시잖아!”라는 소리가 튀어나오도록 입에 척척 감기는 아름다운 우리말의 운율에 절로 신명이 실립니다. 이는 4·4조의 가락에다 각 동물이 곤경에 처한 상황이 반복되고 또 도움을 주고받는 반복 형식이 전체적인 짜임과 리듬감을 살려내면서 그러합니다. 거기다 동물들의 특성에 꼭 맞아떨어지는 장치들이 재미를 더합니다.

옛날 어느 곳에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습니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습니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누군가 우는 소리 들립니다. 개구리는 발 다친 소시랑게, 길 잃은 방아깨비, 구멍에 빠진 쇠똥구리, 풀대에 걸린 하늘소, 물에 빠진 개똥벌레를 차례로 만납니다. 개구리는 이때마다 바쁜 길 잊어 버리고 모두를 도와줍니다.

착한 일 하느라고 길이 늦은 개구리, 형네 집에 왔을 때는 길이 저물고, 쌀 대신에 벼 한 말 얻어서 지고, 형네 집을 나왔을 땐 저문 날이 어두워졌습니다. 어둔 길에 무거운 짐 진 터라 디퍽디퍽 걷다가는 앞으로 쓰러지고 뒤로 넘어졌지요. 밤은 깊고 길은 멀고 눈앞은 캄캄하던 터에 어디선가 날아온 개똥벌레, 등불을 받고 앞장서니 어둡던 길 밝아집니다. 이렇게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개구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친구들이 하나씩 나타나 돕습니다.

등에 진 무거운 짐 하늘소가 들어 주고, 길 막은 소똥 더미 쇠똥구리가 치워 주고, 방아깨비는 이 다리 찌꿍 저 다리 찌꿍 벼 한 말을 다 찧어 줍니다. 불을 땔 장작 없어 쓿은 쌀을 어찌하나 걱정하자 소시랑게 비르륵 기어오더니 풀룩풀룩 거품 지어 맛난 흰밥 한솥 잦힙니다. 장작 없이 밥을 지은 개구리는 좋아라고 뜰에 멍석 깔고 모두들 앉히더니 정답게 한솥밥을 나누어 먹었답니다.

내남없이 어려움을 나누며 서로 돕는 순박함, 방아깨비가 방아를 찧어 벼를 쓿고 소시랑게가 거품을 지어 밥을 잦히는 유쾌한 천진함, 이렇게 착하고 아름다운 시어의 정경을 따라가는 그림의 정겨움이 덩달아 즐거운 그림책입니다. 투박한 듯 보이지만 따뜻한 느낌을 잘 담아낸 목판화로 만들었습니다. 세부까지 빈틈없이 꼼꼼히 표현한 동물들이 미더운 반면, 개구리를 두 발로 걷는 것으로 표현하고 각 동물들의 크기를 비슷하게 설정하여 상상의 몫을 더했습니다. 거기다 곁들인 익살스러운 표정과 각 개체의 특성을 잘 살린 동작의 천연성이 더욱 미쁩니다.

목판화와 담채로 색을 입혀 완성한 그림은 푸르고 싱그러운 들판과 깊고 푸른 밤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옹골찬 볏모 싱그러운 논가에는 냉이며 질경이며 민들레며 온갖 들풀들 푸릇푸릇합니다. 이게 다 목판의 양각, 검은 형상인데도 푸릇하게 느껴지는 건 배경의 오묘한 색감 때문입니다. 푸른 들판과 붉은 흙, 푸른 연못, 깊고 푸른 밤이 그대로 느껴진답니다. 멍석 깔고 둘러앉은 한솥밥 앞으로 당장 숟가락 들고 뛰어들고 싶어지네요. 
 
 

 

 

 

 

 


 
 
책 소개 
 
시인 백석의 동화시집『집게네 네 형제』에 실렸던 동화시를 고운 그림책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잘 살아있는 글로 서로 돕고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과 기쁨을 전하고 있어요. 덥적덥적, 뿌구국, 디퍽디퍽 등 재미있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돋보입니다. 목판화 느낌의 정겨운 그림이 개구리와 동물 친구들의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모습을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웃는 표정, 곤란한 표정, 기쁜 표정 등 동물들의 얼굴 표정이 생동감 있으면서 귀엽게 잘 표현되었답니다.

가난하지만 마음 착한 개구리 한 마리가 형한테 쌀 한 말 얻으러 갑니다. 덥적덥적 길을 가다가 바쁜 길도 잊고, 봇도랑에 우는 소시랑게 발 고쳐주고, 방아깨비 길 찾아 주고, 쇠똥구리 구멍에서 꺼내 주고, 하늘소 풀대에서 풀어 주고, 개똥벌레 물에서 건져 줍니다. 형에게 벼 한 말 얻어 집에 오는 길, 밤이 깊고 짐은 무겁습니다. 개구리가 도와 주었던 생물들이 차례로 나타나 개구리를 도와 줍니다. 그리고 따뜻한 한솥밥 지어 사이좋게 나눠 먹습니다. 함께 밥을 먹는 동물들의 모습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나올 만큼 포근합니다.


 
 
 

 

 

 


 
작가 소개 
 
백석     
 
1912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본명은 기행이며, 오산중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아오야마 학원에서 영문학을 공부했습니다. 귀국 후 조선일보사에서 일하다가 1935년 시 「정주성」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간했고, 같은 해 조선일보사를 그만두고 함경남도 함흥에서 영생여자고등보통학교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만주를 거쳐 안동, 신의주에 머물다가 해방이 되자 고향 정주로 돌아가 글을 썼습니다. 어린이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어린이 문학에 대한 평론을 여러 편 발표하였고, 어린이에게는 산문보다 시가 더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서사성을 지닌 시, ‘동화시’를 썼습니다. 6·25 전쟁 후에도 북한에 남아 다양한 작품 활동을 했고, 1957년 동화시집 『집게네 네 형제』를 발표했습니다. 해방 후 북한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했으나, 지금은 토속적이고 민족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우리나라 대표 시인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습니다. 
 

 

 

 

 

 

 

 

 

 

 
 
 
 
 
본문 읽기  
 
옛날 어느 곳에 개구리 하나 살았네.
가난하나 마음 착한 개구리 하나 살았네.

하루는 이 개구리 쌀 한 말을 얻어 오려
벌 건너 형을 찾아 길을 나섰네.

개구리 덥적덥적 길을 가노라니
길가 봇도랑에 우는 소리 들렸네.

개구리 닁큼 뛰어 도랑으로 가 보니
소시랑게 한 마리 엉엉 우네.

소시랑게 우는 것이 가엾기도 가엾어
개구리는 뿌구국 물어보았네.
“소시랑게야, 너 왜 우니?”

소시랑게 울다 말고 대답하였네.
“발을 다쳐 아파서 운다.”

개구리는 바쁜 길 잊어버리고
소시랑게 다친 발 고쳐 주었네.
(본문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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