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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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軒轅結婚(황제와 소녀 연재)
2012년 04월 30일 17시 57분  조회:5826  추천:0  작성자: 김정룡
15. 軒轅結婚: 헌원결혼

사랑하지만 맺어질 수 없는 안타까움

이립지년(而立之年: 30세)의 문턱에 들어선 헌원은 아직도 자식이 없었다. 허나 그는 이 일 때문에 신경을 써본 적이 없었다. 늘 새로운 일에 몰두하느라 자식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헌원이 신농씨를 방문한 이후로 생각이 달라졌다. 신농씨는 혼인하여 자식을 여러 명 보았다. 그중 장녀는 시간을 관장하는 신이고, 차녀는 비를 내리게 하는 신이며, 삼녀는 바람을 제어하는 신이다. 이들 세 자매는 아버지 신농씨의 훌륭한 조력자 역할을 맡고 있었다. 헌원이 세 자매에게 굉장한 매력을 갖게 되었고, 이런 자식을 둔 신농씨가 몹시 부러웠다.
아소도 헌원과 마찬가지였다. 그 후로 아소에게 고민이 생겼다. 헌원과 함께한 세월이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회임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다. 암수가 교합하면 새끼가 생겨나는 것은 하늘이 정한 자연의 법칙이거늘.
“왜 아기가 생기지 않을까?”
중이 제 머리 깎지 못하듯 아기가 생기지 않는 원인을 스스로 알지 못해 명의 기백(岐伯)을 찾아갔다. 기백이 망(望: 살펴봄), 문(聞: 들음), 문(問: 물음), 절(切: 진맥)의 네 가지 진단법을 동원해 소녀를 진찰했다.
“비대하지도 않고 마르지도 않은 여체는 회임에 적합한 것이요, 요부가 둔부의 칠 할이니 회임하기에 딱 맞는 비례입니다. 소녀께서 이 조건에 부합되니 마땅히 회임이 잘 되었을 것이지만.”
소녀가 조급해서 물었다.
“그런데 뭐가 문제죠?”
“인체의 병은 맥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부(浮: 뜨고)·침(沈: 가라앉고)·지(遲: 느리고)·삭(數: 빠르고) 등 27가지가 있지요. 그 가운데 회임을 알리는 것은 마치 비단에 굴러다니는 구슬처럼 부드러워 활맥(滑脈)이라 부르는데 안타깝게도 소녀는 그 회임 맥이 막혀 있답니다.”
회임 맥이 막혔다는 말을 들은 아소는 온몸의 기운이 쭉 빠졌다. 항상 활기에 넘쳐 있던 그녀가 목소리가 가늘고 약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내의 곡정이 착상되는 자궁막이 심한 상처를 입어 기능을 상실한 탓으로 회임 맥이 끊겼습니다. 그러니까 14세 때 처음으로 사내에게 혼절할 만큼 당했을 때 아기를 만들 수 있는 여자의 기능이 파괴되었습니다.”
기백의 설명을 들은 아소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고 기분이 우울해졌다. 자신이 회임할 수 없는 원인이 사랑하는 헌원에게 있다니. 이 무슨 얄궂은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헌원은 이런 딱한 사정도 모르고 혼인하자고 떼를 쓴다. 아소가 적당한 핑계로 사내를 달랬다.
“소녀는 이립지년의 문턱에 가까운 여인입니다. 하루로 말하자면 이미 오후에 접어들었고, 사계절로 말하면 이미 가을에 들어섰지요. 혼인하고자 하면 마땅히 홍상미판의 새파란 여인이 아니면 입상측녀를 구해 결혼해야 후대가 번창해집니다. 그래야만이 신농씨처럼 든든한 조력자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황하 하류에서 가장 높은 산은 태산이다. 사람들은 태산을 신산(神山)이라 부른다. 인류가 왕정시대에 진입한 수만년 이래 역대 제왕들이 태산을 찾아 천신에게 제사를 올렸다. 동방은 신선들의 산지이다. 인간이 신선이 되기 위한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태산에 올라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의례를 거행했다.
우주만물은 모두 도가 있고 도의 근원은 바람이며 이를 무한한 본체라 한다. 인류사회에 무한한 본체가 등장한 것은 ‘물활론(物活論)’에 의해서다. ‘물활론’이란 모든 물체는 활(活)의 가능태라는 것이다. 원시인류는 밤이 가면 낮이 오고,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식물이 겨울에 죽었다가 봄에 살아나고, 개구리가 겨울에 사라졌다가 봄에 살아나는 동면(冬眠) 등 모든 물체는 죽었다가 살아나는 가능성이 있으며,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고, 대지에서 만물이 생겨나는 데는 필시 인류가 알지 못하는 자연의 ‘힘’에 의해 움직인다고 믿었다. 그 힘이 처음에는 바람이었다.
원시인류는 차츰 사유가 발달함에 따라 자연의 힘인 바람을 신으로 인식했다. 그런데 인간의 육안으로 볼 수 없는 힘, 바람, 신은 모두 추상적이어서 감을 잡을 수 없고 설득력이 없었다. 그래서 그것을 구체화할 필요성을 느꼈다. 즉 정신적으로 인식되는 신을 구체화시켜 귀(鬼)라 불렀다. 이렇게 신을 구체화시킨 것이 곧 귀신(鬼神)이다. 귀신 가운데서 인귀(人鬼)가 가장 세고 두렵다.
인귀는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옥황상제, 수인씨, 왕모, 신농씨, 복희씨 등은 인귀이며 모두 초자연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신선도 바람처럼 구름처럼 자유자재로 공간을 넘나드는 초자연적인 힘이 있었다. 바람의 화신인 화서씨(華胥氏)가 복희씨를 낳았으며 복희씨의 성은 바람 ‘풍(風)’이다. 당시 사람들은 華, 伏, 風은 모두 바람으로 인식했다. 바람의 화신인 복희씨는 인귀이자 신선이다.
태초에 박씨(朴氏) 부부가 살았다. 남편은 서쪽을 바라보고 서 있고 부인은 동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이들 부부는 수컷과 암컷을 드러내고 기를 뿜어냈다. 맑은 기는 하늘이 되고 혼탁한 기는 땅이 되었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계속 기를 발산하니 우주만물이 탄생했다. 박씨 부부는 이렇게 천지개벽을 이뤄냈다.
우주만물은 결국 암수의 원리에 의해 생겨났다는 것이 복희씨의 생각이다. 그는 박씨 부부가 천지개벽을 이뤄낸 것을 숭상하고 따라서 세상만물이 암수의 원리에 의해 생겨나고 지속된다는 진리를 믿고 인간이 혼인의 방식으로 사회질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여겨 자신부터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개구리는 하루아침의 봄비에 수백수천 개의 알을 생산한다. 다산의 상징이다. 복희씨는 다산의 상징인 개구리화신 여와와 혼인했다. 인류 역사의 최초 혼인이다. 복희씨는 이로써 사내가 장성하면 장가가고 여자가 장성하면 시집간다는 가취제도를 창제했다. 곤륜산은 아직 왕모의 1인 통치하에 가취제도를 모르고 난혼, 군혼 상태에 있었으나 중원 일대는 복희씨 덕분에 남녀가 혼인하여 사내는 밭 갈고 여인은 길쌈하는 생활방식이 정착해갔다.
복희씨는 또 거미가 그물을 짜는 모습을 관찰하고 실로 그물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고기를 잡게 했다. 사내는 고기를 잡고 여자는 고기를 다듬어 요리를 만들었다. 중원의 여러 생활방식을 관찰해보니 사내는 바깥일을 주도하고 여자는 집안일을 관장했다.
복희씨는 천문지리에 밝아 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의 팔괘를 지어냈다. 괘(卦)는 걸어 놓는다는 괘(掛)와 통하여 천지만물의 형상을 걸어놓아 사람들에게 보인다는 뜻이다. 그 구성은 암수의 원리에 의해 음효(陰爻:- -)와 양효(陽爻:―)를 1:2 또는 2:1 등의 비율로 셋이 되게 짝지어 이루어진다. 이로써 동방은 점술이 굉장히 발달했다.
복희씨가 발명한 것들은 어찌나 굉장한지 곤륜산에서 온 헌원과 아소의 입을 벌어지게 만들었다. 복희씨는 참으로 만민의 숭앙을 받을 위대한 인물이었다. 복희씨는 신농씨에 비해 더욱 점잖고 더욱 지적이고 더욱 인자한 사나이다. 헌원과 아소가 존경하는 복희씨에게 코가 땅에 닿게 넓죽 절을 올렸다.
“자네들이 먼 서방에서 이곳 동방까지 찾아오느라 고생이 많았네.”
헌원이 곤륜산에 있을 때 나름대로 천재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으나 중원에 온 후로 신농씨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이 들었고 복희씨 앞에서는 하찮은 존재로 여겨졌다.
“소인은 이곳에 온 후로 어마어마한 모습에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배울 것이 참 많습니다.”
“아닐세. 자네 역시 훌륭한 업적이 있고 신농씨도 독특한 장점이 있으니 나를 포함해 누가 누구보다 낫다는 평가는 있을 수 없네. 더욱이 나나 신농씨는 자네 나이 때는 세상에 알려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네. 그러므로 우리 셋 중에 굳이 우열을 가린다면 자네가 가장 훌륭하네.”
복희씨의 칭찬에 헌원이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 먼 이곳까지 찾아왔는가?”
“스승님을 뵙고 가르침을 받고자 이렇게 불청객으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무엇이든 기꺼이 돕겠네.”
“아시다시피 곤륜산에는 가취제도라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혼인법이 남녀질서와 농경에 큰 역할을 하기에 굉장히 매력이 있습니다.”
“자넨 산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열매가 열리는 도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네.”
헌원이 혼인법을 문의하는데 복희씨는 열매 이야기를 꺼냈다.
“열매와 혼인법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
“관련이 있다네. 내 이야기를 들어보게.”
꽃이 열매를 맺는다. 배, 사과, 복숭아, 자두, 살구 등 열매를 맺는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면 꽃가루가 날린다. 재미나는 것은 꽃도 암수가 있다는 사실이다. 암수에서 생산되는 꽃가루는 바람을 타고 교배가 이뤄지고 열매를 맺는다. 그러므로 바람이 암수의 꽃가루를 날라 교배시키고 열매를 맺게 하니 중매자가 되는 것이다.
인간의 암수도 서로 짝을 이루려면 바람과 같은 중매자가 있어야 하고 그 중매자를 매신(媒神)이라 부른다. 매신이 남과 여를 맺어주고 혼인시키고 후대를 번식케 했다. 바람의 화신인 복희씨가 바로 매신이다. 태양은 양이기 때문에 암수를 맺어주는 매신이 될 수 없으나 달은 음이고 인간의 생식을 관장하기에 암수를 맺는 매신이 될 수 있었다. 지상에 달의 대리인이 있는데 그를 월하노인이라 부른다. 월하노인은 남과 여를 맺어주고 혼인 기록을 남겨 장부를 만든다. 매신을 통한 혼인의 목적은 남과 여가 가정을 꾸리고 후대를 번식하는 것이다.
헌원이 복희씨를 매신으로 모시고 아소와 혼인하려 들자 아소가 안절부절 못하고 불안해했다. 정식 혼인하여 부부가 되면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생산이 막힌 아소가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흥분에 들떠 있는 헌원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어 안타깝다. 일단 사내를 기쁘게 해준 다음에 털어놓는 것이 좋을 성 싶다.
“청혼의 기쁨을 누리고자 오늘밤에는 새로운 체위로 교접을 하고자 합니다.”
이른바 학교경(鶴交頸)이니 학이 목을 얽는 자세이다. 사내는 무릎 꿇고 살짝 벌려 앉고 여자는 그 다리 위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벌리고 앉는다. 두 손으로는 사내의 목을 껴안는다. 양물을 음도에 삽입하는 동시에 음순(陰脣)이 마찰되고 음핵이 자극 받는다. 사내가 두 손으로 여자의 엉덩이를 받쳐 여자의 들썩거림에 힘을 실어준다. 여자는 사내가 엉덩이를 받쳐주는 것이 사랑스럽고, 사내는 여자가 들썩거릴 때 유방이 가슴에 마찰되어 쾌감이 좋다.
일심불능이용(一心不能二用), 마음에 다른 심각한 고민이 있으면 교합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못한다. 소녀는 아무리 열과 성을 다해 교합에 임하려 들었으나 얼굴이 맑지 못하고 눈에 정기가 부족하고 체온이 뜨겁지 못했다. 헌원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왠지 근심이 있어 보이오.”
소녀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으나 어쩔 수 없었다.

동물세계는 수컷끼리 마음에 드는 암컷을 쟁취하기 위해 서로 다툰다. 싸움에서 승자가 되면 암컷을 차지한다. 암컷은 본능적으로 강한 수컷을 원한다. 원시인류도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드는 여자를 놓고 수컷끼리 경쟁했다. 힘이 약하고 능력이 떨어지는 사내는 여자의 맛도 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부족 내에서의 이러한 갈등은 질서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원시공동체의 재산은 공동 소유였다. 그런데 사내가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재물을 빼돌리는 현상이 사유재산을 낳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공동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남녀질서가 혼란스러워 붕괴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혼인제도였다.
사유재산과 혼인제도의 등장은 계층과 계급을 탄생시켰다. 즉 재산이 많은 자는 예쁘고 능력 있는 여자를 취할 수 있고 아울러 더 많은 여자를 얻을 수 있는 반면 재산이 적거나 없는 자는 추녀 하나를 겨우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인간의 혼인제도는 유지되었고 많은 후손들이 태어났다.
복희씨, 신농씨, 헌원이 중원에 살던 시대는 비록 사유재산이 태동하고 혼인법이 등장했지만 강력한 ‘국(國)’이 아닌 부족집단 형태였다. 이러한 부족집단이 2만여 개나 되었다. 그런 까닭에 강력한 힘을 가진 국이 필요했으며 그 국의 첫 주인공이 헌원이었다.
곤륜산에서 이주해온 헌원의 무리는 여자가 쌀에 뉘처럼 적고 절대다수가 수컷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다른 부족과 구별될 뿐만 아니라 후대 번식에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혼인법을 받아들였다. 물론 부족의 두령인 헌원부터 혼인해야 무리들이 따를 것이었다.
황릉에서 동남쪽으로 백리 떨어진 곳에 서릉(西陵)이 있었다. 그곳에 한 부족마을이 있는데 그들도 먼 서쪽 묘(苗) 부락에서 이주해왔다. 그들은 복희씨나 신농씨처럼 큰 힘을 가진 무리는 아니지만 웬만한 부족에 비해 꽤나 강했다. 그들은 야만적 집단이라 툭하면 다른 마을을 습격하여 약탈하고 전리품으로 사치를 누리면서 힘을 키워갔다. 이런 야만적인 무리와 이웃하고 있는 헌원이 큰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정착 초기에 안정을 도모해야 하는 판에 힘으로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헌원은 싸워 이길 자신은 있지만 전쟁이 붙으면 이긴다 해도 양방이 모두 피해가 크고 또 호전적으로 비쳐질까봐 걱정이었다.
전지전능한 동방삭이 헌원의 고민을 알고 중재에 나섰다.
서릉씨에게는 아들 셋, 딸 셋의 자식들이 있었다. 아들 셋은 아비를 닮아 우락부락하면서도 영리해 부친의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딸들은 어미를 닮아 아름다웠다. 그중에서 15세 되는 셋째 딸 누조(嫘祖)가 미혼이었다. 그녀는 인물이 고운데다 총명하고 영리하여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부족 사내들은 물론이고 동네방네 총각들이 군침을 흘렸다. 그렇지만 서릉씨는 딸의 혼사를 서두르지 않았다. 유능한 사내를 사위로 삼아 부족 발전을 꾀하려는 타산으로 신랑감을 고르고 있었다.
동방삭이 헌원에게 그 딸과 혼인할 것을 권유했다. 혼인을 통해 두 부족의 화친을 도모할 수 있고 헌원도 훌륭한 자녀를 낳아 든든한 후계자를 둘 수 있다는 일거양득이었다. 헌원은 누조와의 혼인에 호기심이 동하지만 아소가 마음에 걸렸다. 헌원의 이런 심사를 알게 된 아소가 적극 설득하고 나섰다.
“당신처럼 천하에 둘도 없는 뛰어난 사나이에게 자녀가 없는 것은 큰 불행입니다. 장차 천하를 도모할 왕에게 후계자가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소녀 또한 이 일로 큰 죄책감의 포로로 살아갑니다. 그러니 누조와 혼인을 하기를 바라나이다.”
헌원이 아소의 너그러운 마음에 감동해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뜨거운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니 교접을 아니할 수 없었다. 아소가 새로이 배워 행한 체위는 매미가 달라붙다는 뜻의 ‘선부(蟬附)’이다.
사내가 등 뒤에서 여자의 허리를 잡는다. 여자의 아랫도리가 미끈한 두 허벅지를 타고 스르르 흘러내린다. 등 뒤에서 8번 얕게 2번 깊게 온힘을 다해 콱 들이 박는다. 여자는 팔다리에 맥이 풀려 푹 쓰러져 엎드린다. 양물이 꽃힌 채 여자를 깔고 엎드리니 그 형상이 매미가 달라붙는 꼴이다.
여자가 조금 숨을 고르고 나서 양물이 삽입된 채 넓적다리를 약간 높이 쳐든다. 이때 양물로 적주(赤珠: 소음순)를 자극한다. 반복해서 54차례 행한다. 남녀 간의 춘정이 봄 아지랑이처럼 출렁이고 끈적끈적한 진액이 흘러넘친다. 여자의 통로가 대초원이 되어 탐스럽게 받을 대로 받아들이고 고조에 이르러 동작을 멈춘다.
이 체위는 3천 년 후 당 현종과 양귀비의 방사에 많이 사용되었다. 시인 백낙천(白居易)
의 아우인 백행간이 당 현종과 양귀비의 방사를 이렇게 묘사했다. “양귀비가 휘장을 열고 용상(龍床)에 기어오르니 화용월모(花容月貌)라 눈이 순식간에 맑고 요염해지누나. 여인을 잡아당겨 어루만져 옷을 벗기니 설옥(雪玉) 같은 피부가 드러나네. 풍윤한 옥둔(玉臀)에 황제가 세 번씩 두 차례 빼고 박으니 양귀비의 가이없는 정욕을 만족시킨다네.”
당 현종은 환갑이 지나 양귀비를 만났다. 그는 양귀비의 매력에 빠져 아무리 먹어도 만족이 없었다. 허나 육체적으로 이미 서산에 기운 그는 정력이 딸려 교합할 때 잔꾀를 부리기 시작했다. 그 잔꾀가 바로 매미가 달라붙는 자세로 교합하면 힘을 적게 들이고도 여자를 쉽게 만족시킬 수 있었다.

헌원이 드디어 누조와 결혼하게 되었다. 동방삭이 복희씨로부터 매신의 역할을 전수받아 중매자로 나섰다. 그런데 헌원과 누조의 결혼에 문제가 생겼다. 중원의 혼인 풍속은 남녀가 혼인하면 사내가 여자 집에 가서 일정 기간을 살다가 아기를 낳은 후 부인을 데리고 제 집으로 돌아와 정식으로 결혼생활을 했다. 부족의 우두머리인 헌원은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여자 집에 가서 살 수 없었다. 또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었다. 이 문제로 동방삭이 발이 닿게 양가를 넘나들면서 설득하고 조율한 끝에 마침내 처음부터 누조가 헌원에게 와서 사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결혼이란 ‘혼(昏)’을 맺는다(結)는 말이다. 昏은 하루에 있어 낮의 양기가 쇠하고 음기가 살아나는, 즉 양기가 음기와 만나는 어슬녘이다. 이 자연의 이치에 맞춰 헌원과 누조의 결혼식 날을 양기가 음기와 만나는 칠월칠석으로 정했다. 결혼식을 거행하는 시간은 황혼 무렵이다. 후대에 내려오면서 昏 앞에 ‘女’를 붙여 ‘結婚’으로 되었다.
옥황상제, 복희씨, 신농씨 등 내로라하는 제신들과 이름 있는 신선들, 부족 두령 천여 명이 참석했다. 식은 동방삭의 사회로 거행되었다. 동방삭이 남쪽을 향해 서고 동쪽에 신랑을 비롯해 헌원의 사람들, 서쪽엔 신부 가족과 친구들이 선다. 신랑신부가 등장해 신랑은 서쪽을 향하고 신부는 동쪽을 마주하고 맞절을 올린다. 복희씨가 두 사람의 혼인 증인으로 나서 앞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져도 변치 않고 살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1만 8천 명의 악사가 축하 음악을 연주했다. 그 소리는 중원 땅에 울려 퍼졌다. 술과 음식은 복희씨와 신농씨, 이웃 부족마을에서 보내와 그야말로 주지육림을 이루었다. ‘복(福)’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때 사람들은 제사음식과 결혼음식을 福이라 했으며 그것을 먹는 것을 ‘음복(飮福)’이라 했다. 수만 명에 이르는 하객들이 배부르게 음복하고도 남았으니 실로 가장 거창한 결혼식이었다.
식의 하이라이트는 암수 모의 물놀이와 실제로 벌어지는 집단교합 의식이다. 젊은 사내들이 동쪽에 서고 계집들이 서쪽에 서서 암줄과 수줄을 드리우는 놀이를 한다. 올가미를 둥글게 틀어 수컷을 상징하는 나무를 넣고 당겨 비빈다. 주고받는 말들이 참으로 해괴하다.
“잘 벌려야 쏙 들어가지.”
“똑바로 꽂아야 잘 받지.”
이런 난장판이 끝나면 이어 수백 쌍의 동남동녀가 실제로 성행위를 하는 집단교합 행위가 벌어진다. 곤륜산에서 행하는 집단 라양과 다를 바가 없다. 수만 명의 암수가 발가벗고 치부를 드러낸 채 온갖 체위로 교접을 하는 모습은 실로 가관이다. 집단 성교의 신음소리는 중원을 넘어 온누리에 울려 퍼진다. 이 성스러운 집단 교합이야말로 자연의 원리에 순응하는 소박한 삶의 몸부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주인공인 신랑신부가 수만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실제 교합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교합이 시원치 못하면 두령의 자격이 없는 것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열과 성을 다해야 했다. 교합을 잘하면 후손이 번창해지는 증거로 남기 때문에 성스러운 의식이었다.
음양교합을 헤아릴 수 없이 멋지게 해왔던 신랑이지만 누조와 실천하려니 어색했다. 자꾸 아소가 마음에 걸려 제대로 치를 수가 없었다. 이대로 끝나면 천하 헌원이 제신들과 만백성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고 만다. 이를 눈치 챈 아소는 눈물을 머금고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식장을 떠났다.
신랑의 시야에서 소녀가 사라지자 헌원은 제정신이 돌아왔다. 양물에 온 힘을 주고 누조의 몸을 탐했으나 어쩐 일인지 아소와 교합하는 것에 비해 성욕이 왕성하게 살아나지 못했다. 쾌감과 짜릿함이 하늘과 땅의 차이였다. 그러나 헌원은 필경 천하에 둘도 없는 사나이였다. 비록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여전히 그는 강했다. 갖은 기교를 부려 그 거대한 양물로 신부를 요리했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침묵에 쌓인 평원에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절정에 오른 헌원의 양물이 끝없는 정액을 분출하며 교접의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제신들과 백성들은 그 웅장한 교섭에 모두 기겁을 하고 찬사를 발했다. 새신부인 누조는 거의 죽음의 상태에 이르렀다. 역시 헌원은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칭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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