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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요새 - 돌레짤 지음 / 이 인석 옮김
2021년 03월 20일 15시 01분  조회:658  추천:0  작성자: 강려
태양계 요새
 
돌레짤 지음 / 이 인석 옮김
 
◇편집 위원 ◇
 
아동 문학가 이 원수, 박 홍근/문학 박사 최 인학
공학 박사 양 옥룡/이학 박사 김 희규
전 교육감 김 성묵
 
 
<차 례>
 
토성의 테를 산책하다 ·············· 4
대장의 이야기·················· 17
방문객····················· 24
륀크스 호에서의 파티·············· 29
크라무의 비밀·················· 34
정찰선 스틱스 호 출발·············· 39
태양계를 떠나서················· 44
유령선····················· 52
별 서로간의 이야기··············· 58
다시 유령선으로················· 68
되살아나는 과거················· 75
결 정······················ 80
토우레 출발··················· 87
참사의 진상··················· 91
메도우서의 수수께끼··············· 98
암흑의 세계·················· 105
운명과의 경주················· 111
뜻밖에!···················· 116
비임, 잘 있거라················ 118
 
작품 해설··················· 126
 
책머리에
 
언젠가는 우리 인류는 대우주로 나아갈 것입니다. 우선 태양을 중심으로 한 태양계를 개발시키겠지요.
달을 비롯하여 화성과 금성에도 사람이 살 수 있는 큰 도시가 점차로 건설될 것입니다. 그것이 언제일지 정확히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먼 장래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첫발은 이미 디디고 섰으니까요.
이 이야기는 모두 미래의 것입니다.
토성보다 먼 바깥 우주를 탐색하러 간 우주선이 잇달아 불가사의한 사건을 만나자, 태양계 정부는 안의 우주를 한 개의 요새로 만들어 거기에서 지키고 있게 합니다.
토성 가까운 전진 기지에 있던 청년들은 그렇게 지키고만 있으니 지루해서, 드디어는 탐험의 길로 출발합니다.
자, 여러분도 같이 끝없는 우주 여행에 눈길을 돌려보시기를……
 
토성의 테를 산책하다
 
"아아――"
기지개를 켜며 크게 하품을 했다
그는 젊은 전파 천문학자 돌 큐르비. 지구에서 14억 3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어도 하품이 나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루하니까 하품이 날 수밖에. 태양계의 어디를 가도 이렇게 지루해서야 일할 맛이 없는데."
"그래. 꼭 요새 안에서 사는 기분이야. 그러나 태양계 최고 위원회에서 결정한 일이니까 하는 수 없지."
라고 대답한 사람은 사이가 좋은 페트 프리튼, 광학 천문학자이다.
"정말이야. 유령에 싸여 있는 요새라고 하는 것이 좋겠네. 높은 사람들이 자기들 멋대로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이 세 번째로 입을 연 사람은 게르트 비디히라고 하는 환경 공학 엔지니어이다.
"견딜 수가 없어. 토성의 궤도 이상 벗어나서도 안 된다고 하잖아. 그 내부의 지름이 30억 킬로미터는 되지. 그러나 은하계의 크기에 비하면 하나의 모래알에 지나지 않아."
"최고 위원회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모험 정신이 없으니까 따분해서 못 견디겠군. 우리가 그만한 기술을 못 가지고 있는 줄 아는 모양이지."
"어때, 다음 근무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지. 토성의 테까지 산책이나 해 볼까? 기분 전환으로 말이야"
"좋고 말고!"
큐르비의 의견에 모두 소리 높여 찬성을 했다.
 
그들은 토성의 제 2위성 엥게라도스에 있는, 태양계 요새 기지의 대원들이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구에서 14억 3천만 킬로미터로서, 우주선으로 3개월이나 걸리는 곳이다.
목성, 소행성 케레스. 그리고 화성의 궤도를 사람이 없는 중계 스테이션이 돌고 있기 때문에 무선이면 지구와의 연락은 곧 할 수가 있다.
곧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주이므로 빨라도 1시간 15분이다.
인류는 너무나도 빨리 태양계를 개발해 왔다.
달과 화성, 그리고 금성에서 사는 사람도 많아졌을 뿐 아니라, 거기서 태어난 아이들도 지금은 어른이 되어 훌륭하게 일하고 있다.
사람끼리의 전쟁은 이미 옛날 이야기로 되고 말았다. 게다가 배우기 쉬운 언어가 만들어지고, 태양계의 어디를 가든 그 언어로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웬일인지 최고 위원회는 토성의 궤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가하지 않는다.
토성의 제 2위성 엥게라도스는 토성에서 23만 8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을 돌고 있다. 지름이 5백 킬로미터이므로 달과 비교할 수는 없으나, 태양계 행성의 위성 중에서는 큰 편이다.
태양에서 굉장히 멀기 때문에, 몹시 춥다. 그래서 기지는 지하 100 미터에 있다. 물론 추위를 피하기 위해서이다.
"큐르비, 프리튼, 비디히 세 사람 사령실로!"
라는 소리가 갑자기 스피커에서 울려왔다.
세 사람은 서로 얼굴들을 마주 앉았다.
"뢴트겐 대장이야. 대체 무슨 일이지? 지금은"
하고 비디히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장 알렉스 페드로프의 명령이다. 뢴트겐은 그의 별명으로서, 부하의 비밀 이야기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천리안이라도 가진 것은 아니고, 집회실에 정밀한 마이크를 비밀리에 장치해 놓았던 것이다. 비겁하게 보일지 모르나, 여기는 우주에 떨어진 작은 섬이다. 이런 곳의 대장이 된 사람은 부하의 기분을 하나에서 열까지 세밀하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페드로프 대장은 세 사람을 쳐다보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
"수고한다. 너희들의 휴식은 아직 8시간 남아 있다. 그때까지 무엇을 할거야? 말해 봐, 아니 방해하려는 것은 아니야."
"잠깐 토성의 테에 소풍이라도 할까 하고요. 괜찮겠습니까?"
돌 큐르비가 대표로 대답했다
"괜찮고 말고. 나도 같이 가면 안 될까? 때로는 기분 전환을 시킬 필요가 있지. 여기의 상황은 지루하니까.“
하며 대장은 빙긋이 웃었다.
세 사람은 좀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동행인이 한 사람이라도 더 생겨서 기뻤다.
대장은 여전히 웃으면서 말했다
"여기서 달의 태생은 나 혼자 뿐이야. 사람은 대체로 고향의 별 환경에 따라가지. 달에는 공기가 없다. 즉 멀리까지 잘 보인다. 그러므로 달에서 태어난 사람은 특별히 눈이 좋아. 하하하……"
그러자 비디히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면 나 같은 사람은 곤란하군요. 금성에서 태어났으니까요. 그곳은 항상 두꺼운 구름에 싸여 있으니까, 시야가 매우 나쁘지요."
"그 반면 금성인들은 몸 주위의 것을 잘 관찰하지. 자네가 환경 공학을 선택한 것이 그 때문인지도 몰라."
"그러면 나는 어떨까요?"
하고 물은 사람은 큐르비이다.
"자네가 태어난 지구는, 태양계에 흩어져 있는 인류에게 생명의 샘이라고 해도 좋다. 너의 전문인 전파 천문학도 지구에서 가장 진보되어 있다. 그리고 프리튼은 화성 태생의 광학 천문학자이다. 이 두 개의 천문학이 형제인 것처럼, 지구와 화성과도 형제지간이다. 더욱이 자네 고향은 아이슬란드였었지. 즉 너는 바이킹의 자손이 되는 셈이다. 네가 남달리 모험을 좋아하는 것도 까닭이 있는 거다. 콜럼버스 보다 500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레이프의 이야기, 그린란드에 식민지를 건설한 에이릭의 이야기…… 어렸을 때 열심히 읽었다."
큐르비는 눈을 빛내면서 말했다.
"아버지도 자주 말씀하셨지요. 그런 배로 북해의 심한 파도를 헤치고 건너간 것은, 지금의 무선과 레이더가 있는 우주선으로 이 별에서 저 별로 나는 것보다 더욱 용기 있는 일이었을 것이라고요.“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자. 시간이 가니까 출발 준비다. 테의 바깥쪽까지 10만 킬로미터지. 정찰정 게본 호로 간다. 화학 연료를 사용해서, 초속 10 킬로미터로 하면 얼마나 걸리나?"
프리튼이 재빨리 노트에 계산했다.
"16분 40초입니다."
"좋아. 그럼 그 동안 날아가는 거리는?"
"5 천 킬로미터."
"됐어. 그럼 나머지 9만 5천 킬로미터에는……"
"9천 5백 초 걸립니다. 즉……"
"2시간 30분이면 되겠지. 좋아, 7시간이면 돌아 올 수 있어."
정찰정은 공처럼 둥근 모양인데, 앞뒤에 사람이 타는 방과 동력실이 붙어 있다.
화학 연료라고 하지만, 옛날의 로켓처럼 요란한 소리나 연기를 뿜어내지 않는다. 조금도 추진에 지장을 주지 않으며, 소리 없이 나아가게 한다.
엥게라도스의 작은 중력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가속이 되면 고통스럽지만 그것은 훈련으로 단련되어 있다.
언제 보아도 토성은 훌륭하다. 캄캄한 우주 공간에 당당하게 떠 있다.
게본 호는 적도를 향해서 똑바로 토성에 가까이 갔으므로, 옆에서 본 테는 붉은 줄이 되어 큰 별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먼 태양의 빛을 받아서 테는 토성 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이윽고 정찰정은 가장 바깥쪽의 테 가까이로 갔다. 토성의 테는 3개로 되어 있는데, 모두 같은 중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유영 준비!"
네 사람은 에어 록으로 들어가서 우주복을 입었다. 온도 조절, 공기 공급, 무선 연락, 소형 추진 장치…… 모두 이상없다.
게본 호는 속도를 테의 공전 속도에 맞추었다. 이 속도라면 14 시간에 토성을 한 바퀴 돈다.
이상한 경치였다.
눈앞에 바위벽이 우뚝우뚝 서 있다. 헤아릴 수 없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줄지어 서 있고, 토성의 주위를 돌고 있다. 만일 지구의 달이 폭발한다면 아마 이렇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선두에 선다. 간격 1킬로미터로 따라와라. 전망이 좋을 성싶은 바위 위에 내리자."
대장이 앞서고, 그 뒤로 모두 우주 공간으로 뛰어 나갔다. 조그만 로켓을 잘 조종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이건 굉장한, 굉장한 모험이다."
비디히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큐르비가 받아서 말했다.
"뭘, 대단치 않아. 좀더 신나는 모험을 하고 싶다구!"
무선으로 하는 말이므로 물론 대장에게도 들린다
"가만, 가만. 급히 서두르면 안 돼. 생각한 것보다 실제로 부딪쳐 보면 그다지 즐겁지는 않을 거야, 알겠니? 저기 큰 바위에 내린다"
네 사람은 무수히 깔린 바위 위에 서서히 미끄러져 내렸다. 바위의 흩어져 있는 모습은 불가사의한 힘으로 지탱되어, 오랜 옛날부터 조금도 변함이 없다. 이따금 바위와 바위의 틈 사이에서 저쪽의 공간이 바라다 보인다.
목적지에 착륙했다. 잘못 움직이면 그 반동으로 뛰어올라 갈 것 같다.
프리튼은 열심히 사방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대장님 이상합니다. 테의 저쪽 끝을 보니 먼 쪽이 높아져 있는 것 같아요"
"네가 말한 대로다. 알겠나, 천체는 모두 공이다. 둥글다. 그 지면이 평평하다고 생각되지만 그렇지 않아. 그러나 이 테의 표면은 가까이서 보면 울퉁불퉁하게 되어 있지만, 태양계에서 유일한 완전한 평면을 가진 천체이다. 그래서 평면에 익숙지 않은 눈으로는 오히려 먼 쪽이 높아 보이는 거지."
테의 안쪽에 갈 시간은 없었다. 거기에는 가스가 있고, 정찰정의 조종도 어렵다.
바위가 별똥별로 되어, 메탄과 암모니아의 토성 대기 중에서 타고 있는 것을 구경하고 싶었으나, 그건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대장님, 아직 토성에 내린 사람은 없죠?"
하고 프리튼이 또 다시 물었다.
"아직 없지. 대기권에 들어가면 캄캄해진다는 것 밖에 알고 있지 않다. 레이더는 말을 듣지 않는다. 자, 시간이 거의 다 되어 간다. 한 번 더 잘 봐 두라."
이때였다. 그들의 리시버에 기지의 대장 대리로부터 긴급 통신이 들어온 것은,
"이쪽은 오우엔, 대장에게 전함. 게본 호 중계로 연락하십시오."
우주복에 장치된 무전기로는 10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기지까지는 닿지 않는다.
"이쪽은 페드로프, 현재 게본 호에 되돌아가는 중이다. 무슨 일이야?"
"목성과 토성 궤도 중간에서 접근 중인 물체를 레이더가 포착했습니다!"
"알았다. 곧 가겠다. 경보를 내라. 다른 기지에도 곧 연락을."
오우엔은 당황하지 않고 명령을 실행했다. 연락이라고 하지만 전자 계산기, 발신기, 안테나 등을 조정하는 것이라 복잡한 일이었다.
게본 호에 도착해서, 큐르비는 우주복을 벗으며 말했다.
"기지에 있었으면 좋을 뻔했어. 내 전파 망원경으로 포착할 수 있는 건데!"
 
대장의 이야기
 
"전속력으로 기지로 직행!"
위성 엥게라도스와 공전 속도 쪽이 테의 공전 속도보다 늦어, 기지까지는 아까보다 훨씬 뒤지고 있다
얼마 지나자, 대장이 세 사람을 옆으로 불렀다.
"이 기회에 얘기해 둘 것이 있다. 우리가 같이 일하는 데 중요한 일이다. 너희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그렇게들 만족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데……"
"실은 그렇습니다."
큐르비는 무엇이든 숨겨두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이다.
"그 기분은 잘 안다. 너희들은 안드로메다 성운이나 큰곰자리의 M18번 별에 가고 싶겠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고도 싶을 거다. 우리는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런 별의 세계를 모르니까 말이다."
"정말 굉장하겠지요!"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 너희들은 최고 위원회가 우주 파일럿의 행동을 제한하고 있는 데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러나 정당한 이유가 있다. 옛날의 은하계 탐험대에 대해서 공포하지 않은 일들이 있다."
"예? 처음 듣는 소린데요."
프리튼이 놀라며 말했다.
"가르쳐 주십시오, 대장님."
"좋아. 너희들은 화성의 우주 대학에서 페르크세 작전의 일을 들어보았는가?"
"예, 헤르메스 이야기도요."
"그래 무한한 은하계 우주를 찾으러 나섰던 우주선 헤르메스 호는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 얼마 지나 달에 자매선 하세르 호가 해왕성의 위성인 트리톤에서 헤르메스 호의 잔해를 발견했다 보통의 일이 아니었다. 어떤 별의 생물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하세르 호와 또 1척의 배가 재차 태양계를 떠나려 했으나, 이상한 우주선을 만나 되돌아오고 말았지. 너희들이 아는 것은 이 정도일 것이다. 그것 때문에 최고 위원회는 함부로 그 사실을 공포해서 일반 시민들에게 불안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탐험 대원들에게도 굳게 입을 다물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우수한 우주 요원이다. 기지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서 여기서 얘기하마."
이때, 스피커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 쪽은 오우엔."
"말하라.“
"물체는 타원 궤도로 접근 중. 천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불러 보아도 응답이 없습니다."
"알았다."
대장은 스위치를 끄고, 다시 세 사람을 향했다.
"에,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래, 사실은 그 괴 우주선은 사람이 타고 있었다. 그것도 헤르메스 호의 항법사 코튼 비임이- 그는 무선으로 태양계를 떠나서는 안 된다고 연락해 왔다. 물론 괴선에 타고 있는 생물의 명령이었지. 아무래도 감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알 만한 증거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사건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모두 숨소리를 죽이고 듣고 있었다.
"괴선의 선체 불빛이 켜졌다가 꺼졌다가 하는 것을 하세르 호의 통신사가 눈치챘다. 무심코 보고 있던 중 문득 생각이 났지. 그 옛날에 사용하던 모르스 신호 같았다. 곧 노트에 받아 적고 해독해 본 거다. "
"그들은, 인류에게 ‘위험하다. 그것은……’ 거기에서 그쳤다. 계속 짧게 세 번, 길게 세 번, 또 짧게 세 번 불이 켜지고 그뿐이었다. 무슨 일일까?…… SOS(구조 신호)였다."
"그러면 비임 외에도 사람이?"
하고 비디히가 몸을 앞으로 내밀면서 물었다.
"그렇다. 괴선의 생물이 모르스 신호를 알 까닭이 없으니까."
"SOS라면 왜 구조하러 안 갔나요?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아닌가요."
프리튼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를 치고 말았다
"그러나 제군들, 그건 수십 년 전의 일이었다."
"하지만 광속으로 날아가는 우주선 내에서는 시간 가는 것이 많이 늦어진다고 하잖아요. 그게 사실이라면 비임 들도 그만큼 덜 늙었을 게 아닙니까. 아직 늦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고 큐르비도 흥분하면서 말했다.
"태양계 최고 위원회는 그런 것들을 모두 생각한 다음에……"
"아무 손도 못 썼다는 말이지요."
"기다려 보라고. 결론은 그렇게 간단히 내릴 수 없는 거야. 빛의 신호도 어쩌면 함정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들은 진짜 곤란에 빠져 있을 겁니다. 최후의 희망을 모르스 신호에 의지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괴선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찾아보지 않아서 그럴 겁니다. 높은 사람들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너무 조심을 하기 때문에."
하고 비디히도 지지 않고 말했다
"젊은이들은 지금이나 옛날이나 침착성이 없어. 아무튼 그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기습에 대비하는 조치를 했지. 지금에 와서는 아무리 먼 물체라도 탐지할 수 있다. 헤르메스 호와 같은 사건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토성의 궤도에는 자꾸자꾸 기지가 건설되고, 정찰정은 명왕성까지 날아다닌다. 여기도 그 중의 하나다."
그러자 큐르비가 정색을 하며 질문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괴선의 선단이 나타나면 우리들은 어떻게 합니까?"
"어려운 질문이다. 실은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상대편이 어떻게 나올지도 전혀 모르는 일이 아닌가. 즉 우리들의 행동은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체 모를 유령에게 둘러싸인 채 요새에 처박혀 있는 셈이군요.“
"그렇게 속단할 수는 없어. 인류가 처음으로 다른 고등 생물과 만날지도 모르는 거다. 바짝 정신을 차리고 있어서 손해볼 것은 없지 않은가."
그래도 큐르비는 불만스러웠다.
 
방문객
 
엥게라도스 기지로 돌아온 대장은 곧 오우엔에게 그 뒤의 상황을 물었다.
"모르겠습니다. 진로도 같고, 응답도 없습니다."
"안테나 개의 반응은?"
"린다, 라일라, 메도우서 3마리 모두 아무 일 없이 순합니다."
"그래, 그럼 괜찮겠지……그러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 한 시간이 지나도 응답이 없거든 무장 정찰선 스틱스 호에 준비를 해라."
 
여기서 안테나 개의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겠다.
동물은 사람이 가지지 못한 감각을 지니고 있다. 지진 같은 것도 미리 알아차리고, 평소와는 다른 태도를 취하는 것 등이다. 특히 개가 그런 점에서 뛰어났다.
동물 심리학자나 물리학자가 아무리 조사해 보아도 그 능력의 정체를 잡을 수가 없었다. 훈련을 시키면 그에 따라 더욱 예민해진다는 것밖에 모른다.
잘은 알 수 없지만, 아주 옛날의 인간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저 페르크세 작전 때에도 헤르메스 호의 잔해를 발견하는 데 안테나 개가 큰 공을 세웠다. 그 힘은 우주 공간에 있어서 더욱 강하게 되는 모양이다.
마치 무슨 특별한 안테나를 가지고 있는 것만 같다. 그러므로 안테나 개라고 부르고 있다. 말하자면 걸어다니는 위험 탐지기이다. 다만 말을 못하기 때문에 위험의 종류까지는 가르쳐 줄 수가 없다. 어느 전진 기지에나 안테나 개가 배치되어 있다.
엥게라도스에 있는 세 마리는 모두 암컷인데, 조상은 셰퍼드이다. 물론 대원들과는 잘 사귀고 있다. 대장이 집회실로 가자, 졸고 있던 세 마리는 꼬리를 흔들면서 달려왔다.
"이상한 느낌은 없었니?"
그러자 대답 대신에 세 마리는 멍멍 짖었다.
"그래, 그래. 너희들을 믿고 있다."
그때, 스피커가 울렸다.
"대장님, 사령실로!"
페드로프는 곧 사령실로 갔다.
오우엔이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물체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음, 그렇지 않아도 뭔가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뭐지?"
"손님입니다. 곧 뮤리우스 제독이 전함 륀크스 호로 임시 시찰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잘 되었군. 오랜만에 다른 사람과 얘기를 해 볼 수 있게 됐으니 말야."
긴장했던 마음이 일시에 풀어지고 말았다.
륀크스 호가 도착할 때까지 기지에서는 며칠 간 환영 준비에 바빴다.
이윽고 륀크스 호는 엥게라도스의 궤도에 들어서고, 천천히 착륙하기 시작했다. 엥게라도스의 중력이 약하므로 역분사도 조금만 하면 되었다.
기지의 입구에서 기밀 식의 통로가 죽 뻗으며 전함 에어 록에 갖다댔으므로, 손님들은 우주복을 벗지 않고도 기지에 들어올 수가 있었다.
기지의 24명은 집회실에서 손님을 맞았다.
뮤리우스 제독은 우주항법의 대가이다. 그밖에도 우주에 있는 인류의 지위에 대한 여러 가지 훌륭한 책을 써내어, 태양계 중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24명은 제독으로부터 한 사람씩 다정한 악수를 받고 륀크스 호에서 큰 파티를 열었다
이윽고 뮤리우스 제독은 페드로프 대장의 안내를 받으며 사령실로 들어갔다.
"페드로프 군, 자네가 취한 조치는 만점이야. 륀크스 호를 발견하는 것도 빨랐다. 연락 방법도 좋았다. 자네 쪽의 무장 정찰선이 마중 오면 미안해서 가만히 오려고 했었지."
페드로프는 정해진 대로의 보고를 마치고, 젊은 대원들의 불만과 토성의 테까지 산책한 일들을 얘기했다.
"제독님, 페르크세 작전 이후 그 우주인과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지 않습니까? 지금쯤은 그들이 오지 않을까요? 저도 부하들과 같은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자 뮤리우스 제독이 대답했다.
"아니, 그렇지는 않을걸. 우리들은 결국 인간의 시간, 지구의 시간으로 사물을 생각하고 말지. 그러나 이 태양계 안에서도 시간이란 것은 일정하지 않다. 알겠나, 명왕성에서의 1년은 지구에서의 250년에 해당한다. 수십 년 전 우리와 스쳐 지나간 우주인은 전혀 다른 시간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니까, 그 수십 년이 길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들뿐인지도 모르지. 아무튼 주의 깊게 행동하며, 설사 헛수고일지라도 젊은이들에게는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미래를 짊어질 사람은 그들이니까."
"그렇습니다. 저의 부하들은 정말 훌륭한 녀석들뿐입니다. 무서움을 모르고 의무감에 충실하며, 머리도 좋고 모험 정신에 불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루한 것만은 참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륀크스 호에서의 파티
 
륀크스 호의 큰 홀에는 100명이나 들어갈 정도로 넓다. 천장이 낮은 이외에는 우주선 안이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승무원과 기지 요원들 중에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사람만 빼고는 모두 모였다.
화성식으로 맛을 낸 금성의 물고기, 야채는 달의 인공 채소밭에서 키운 것, 그리고 지구의 새는 요새 태양계에서 유행하는 방식으로 요리되었다.
고기는 륀크스 호의 그늘에 걸어놓았으므로, 저온과 우주선으로 인하여 굉장히 맛이 있었다.
안테나 개들에게도 그 맛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세 마리는 모두 테이블 밑을 끙끙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다.
"정말 즐겁습니다. 이런 파티는……"
하고 큐르비는 옆에 있는 남자를 보고 말했다.
남자는 륀크스 호의 전파 천문학자이다. 벌써부터 큐르비와 열심히 얘기를 주고받고 있다.
그는 어딘지 이상한 남자였다.
곁에 있던 페트 프리튼은 아까부터 자세히 보고 있었는데, 보면 볼수록 왠지 기분이 나빠져 간다.
첫째, 나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청년 같기도 하고 노인같아도 보인다. 아무튼 머리는 검으며 윤기가 흐르고, 피부는 번질번질하고 그을러 있다.
말을 하는 데에도 기묘한 습관이 있다. 더욱이 지금의 젊은이에게는 맞지 않은 단어와 말솜씨이다.
"저 사람, 이름이 뭡니까?"
하고 프리튼은 옆에 있는 청년에게 물어 보았다.
건장하고 큰 남자인데, 얼굴은 매우 순하게 보였다. 라크 심슨이라고 하는데, 지구 태생으로서 화성에서 수학을, 달에서 컴퓨터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아아- 저 사람 말인가요? 우리는 그를 "요술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사무에 관한 일 이외는 이야기 한 적이 없어요. 몹시 사귀기 어려운 사람이지요. 그러나 특별한 재능이 있어서 제독에게는 신용을 얻고 있지요. 말하자면 전파 천문학자로서는 대단하지요, 안드로메다 성운에서의 신호라도 잡아서 해독할 수 있다더군요."
"예에, 어디 태생인가요?"
"글쎄요…… 그건 아무도 모르지요. 제독은 혹시 모르지만.“
"물어 본 일은 없나요?"
왠지 프리튼은 열심히 묻는다.
"물론 물어 보았지만, 우물쭈물하고 싫은 얼굴을 하길래, 그 후로는 물어 보지 않았지요.“
"그러나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군요. 나의 친구인 큐르비와 저렇게 열심히 얘기하고 있잖아요"
"정말입니다. 이상한 일도 있군요. 저 사람이 저렇게 많은 얘기를 하다니."
프리튼은 이 사람 좋은 청년 심슨에게서 많은 얘기를 잘 들었다.
륀크스 호가 달의 메스딩거 A 화구를 출발했을 때, 이 요술쟁이는 타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의 전파 천문학자가 어떤 사고로 화성에 내리고, 그 대신으로 탄 사람이 이 남자라고 한다. 그렇다고 화성 출신도 아니다. 이름도 크라무라는 것밖에 모른다……
"아무튼 이상해요. 안테나 개가 그를 주시하고 몰래 지키고 있어요.“
어느 사이에 프리튼은 심슨과 친해졌다
"음, 그러나 짖지는 않군요. 위험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아요.“
크라무와 큐르비는 여전히 이야기에 열중해 있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크라무 쪽이고, 큐르비는 이따금 질문을 할 정도이다. 눈을 빛내며 듣고 있다.
"요술쟁이 선생,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있군!"
파티가 끝나고 모두 기지로 돌아갔지만, 큐르비만은 언제까지나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크라무의 비밀
 
다음날. 프리튼과 큐르비는 근무를 마치고 기지의 베란다에 앉아 있었다.
베란다 앞에는 지구의 풀과 나무를 고생해 가며 심은 정원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 귀한 풍경을 보고 있지 않았다.
"큐르비, 크라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대단한 인물이야. 이상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마치 방사선을 내뿜는 것 같아."
"과연 요술쟁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군. 그러나 나는 어쩐지 기분이 나빠. 너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뭘 말이야? 그 사람이야말로 나에게 알맞은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계획과 용기를 지니고 있어. 그것이면 됐잖아, 과학적 지식도 풍부해."
"그래도 모두 그를 피하고 있어. 안테나 개도……"
"뭐? 그건 너 때문이야. 하지만 너는 나의 친구이니까 크라무에게 들은 것을 얘기해 주겠다.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거야."
"……?"
"그는 전파 천문학에서는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어. 그가 최근에 어떤 발견을 했었다. 그것을 나에게만 얘기해 주었다."
"흥,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겠군."
"그 이야기를 듣고 보니, 현재하고 있는 일이 더욱 지루하게 여겨졌다."
"어서 말을 해 보라고. 모험 이야기인가?"
"아니, 암시 정도였지만……"
"점점 이상하게 말을 돌리는군."
"좋아. 특별한 비밀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어. 크라무도 용감한 친구에게는 얘기해도 괜찮다고 그러더군. 그러나 너무 이야기를 퍼뜨리는 것은 곤란해. 알겠나?"
"알만해. 그러면 맹세를 할까요?“
우스갯소리로 대꾸해 보려고 했으나, 말이 그럴 듯하게 나오지 않는다.
큐르비는 프리튼의 귀에다 입을 대고 속삭였다.
"그는 전파 신호를 잡았어. 발신의 근원은 우주선인 모양이야. 물론 인간의 것은 아니지. 그러나 몹시 흩어져 있어서 단정할 수는 없으나, 아마 SOS 같다고 말했다."
"뭐? SOS…… 요전의 대장도 그런 말을 했잖아."
"그렇지. 어쩌면 아직 인간이 우주인에게 붙잡혀 있을지도 모른다."
"음, 그런데 크라무는 왜 제독에게 그 얘기를 안 하지?"
"그것도 물어 보았다."
"뭐라고 그러던?"
"설사 보고를 해도 조사 허가를 얻을 수가 없대. 오히려 반대로 더욱 조심만 하게 된다는 거야."
"하긴 그래. 하지만 SOS라면 구원을 바라고 있는 거다."
"아니, 크라무는 SOS가 꼭 확실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거야. 100퍼센트 확실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야."
"그게 사실이라면 뭔가 있는 거다. 그것뿐인가, 그가 얘기한 것이?"
"나더러 페드로프에게 부탁해서, 뮤리우스와 조사 비행 허가를 얻어 보면 어떠냐고 말했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자료를 제공해 주겠다는 거야."
"그도 간다고 했나?"
"그 말은 안 했어. 그러나 청년으로서는 훌륭한 일거리라고 그러더군."
"흠, 그럼 자기는 젊지 않다는 얘긴가? 그렇게는 안 보이던데. 이야기는 이게 전부인가?"
"중요한 것은……"
"음, 아무튼 심각한 문제다. 잘 생각해 보자구. 나는 지금부터 근무해야 돼. 자, 또 만나."
하고 프리튼은 큐르비의 손을 잡고는, 헤엄치듯 복도를 사라져 갔다.
 
정찰선 스틱스 호 출발
 
대우주 전함 륀크스 호의 사정실.
뮤리우스 제독과 페드로프 대장은, 큐르비와 프리튼의 이야기를 귀를 기울인 채 조용히 듣고 있다.
"꼭 가고 싶은가? 너의 보고는 매우 흥미가 있다만, 사실 같지가 않다."
라고 말하는 대장의 목소리도 엄숙하다.
큐르비는 자신 만만하게 대답했다.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조사해 보아도 틀림없었습니다. 그래서 보고하러 온 것입니다."
하고 보고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큐르비는 카시오페이아자리의 전파별 A의 전파에, 또 하나의 다른 전파가 겹쳐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간섭계에 의하면, 발신 근원이 카시오페이아자리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별이거나, 아니면 인공으로 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거다.
전파 근원도 극히 희미하고, 언제 재어 보아도 거리의 변동이 거의 없다는 거다.
프리튼도 망원경으로 조사해 보았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입니다. 이대로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곧 조사대를 보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고 프리튼도 큐르비에 거들었다.
"그러나 스틱스 호로 되겠는가? 아냐, 그 전에 전문가 크라무의 의견을 듣고 싶은데, 어떤가?"
뮤리우스 제독은 아주 신중하다.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두 젊은이가 원하는 바였다.
"예, 좋습니다. 그 사람도 동행해 주었으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곧 크라무가 들어왔다. 그러자 방안의 분위기가 어쩐지 차가운 느낌이다.
제독의 말이 끝나자, 크라무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은 나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틀림없다니 큐르비 군의 솜씨는 대단하군요."
그런데 카시오페이아자리 A별의 이름을 들었을 때, 크라무의 눈이 빛나는 것을 프리튼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
페드로프 대장은 마음을 결정한 모양이다.
"그렇습니까, 확실하겠지요? 그러나 저 정찰선으로써 간다는 것은 어떨까요?"
크라무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나 같으면 곧 출발시키겠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명심할 일이 있습니다. 카시오페이아자리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 훨씬 앞에 있는 태양계의 근처까지면 좋습니다. 내가 자세한 자료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크라무씨, 같이 갑시다!"
돌연 프리튼이 정면으로 부탁했다.
크라무는 순간 어리둥절한 것 같았으나, 곧 침착을 되찾고 핑계 대듯 말하는 것이 동행을 안 할 눈치였다.
그러나 뮤리우스 제독은 조사 비행 허가를 내 주고, 페드로프 대장도 협력을 부탁하자 크라무도 끝까지 거절할 수는 없게 되었다.
륀크스 호에서는 또 한 사람, 프리튼과 친하게 된 심슨이 항법사로서 참가하게 되었다.
엥게라도스 기지에서는 큐르비, 프리튼, 그리고 비디히도 참가한다. 환경 공학과 동력을 책임진다.
거기에 안테나 개중 메도우서도 참가한다.
그래서 다섯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개로 짜여졌다.
"언제 출발할 것인가?"
하고 페드로프 대장이 물었다.
"12시간 후!"
"좋아, 스틱스 호의 준비는 끝나 있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로 날아가는 거다. 부디 조심해 다오. 제독과 내가 책임을 지고 허가를 내어 준 것이니까, 잊지 말기를……"
"정찰선의 무기는 아주 급할 때를 제외하고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쪽에서 먼저 쏘지 말라. 탐험대의 대장으로 큐르비를 임명한다. 임무가 무겁다. 그러나 무선으로 연락이 될 때까지는 나의 지시를 받아야 한다."
"알았습니다, 대장님!"
12시간은 금방 지나갔다.
드디어 출발 시간은 다가왔다. 페드로프 대장은 잠깐 큐르비를 방으로 불러서, "극비"라고 표시한 서류를 넘겨주었다. 페르크세 작전의 자세한 보고서였다.
"잘 읽어 두라. 쓰일 때가 있을 거다. 돌아오거든 도로 나에게 가져와라. 자, 너의 바이킹의 피가 끓어오르는 일이다. 그러나 무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럼 행운을 빌겠다!"
큐르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장의 손을 힘주어 잡고서는 방에서 나왔다.
 
태양계를 떠나서
 
소형 우주선 스틱스 호는 이미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었다. 크라무의 지시대로 이상한 목표를 향해서, 어두운 공간을 일직선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크라무 선생은 왜 저렇게 찬바람이 휙휙 돌지? 방이 따로 갈라져서 정말 다행이다."
"비디히도 그렇게 생각하나? 큐르비, 확실히 크라무는 기묘한 인물이야.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야. 메도우서 역시 그 사람 옆에는 절대로 안가잖아."
가고 프리튼은 좀 뽐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뭐, 그러다가 말겠지. 그런데 지금은 기지에 있을 때보다 더 지루하군. 그저 날고 있을 뿐이니 말야."
"무슨 배부른 소리야. 광자의 날개로 우주를 달린다는 것이 얼마나 재밌어. 조금만 더 참아 보시지요."
하고 비디히는 신난다는 듯 말했다.
이때, 항법실에서 키가 큰 심슨이 들어왔다. 갑자기 방이 좁아진 듯한 느낌이 든다.
"마침 잘 왔어, 심슨."
하며 비디히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건넨다.
"우라늄 1그램이 완전 분열하면 얼마만한 에너지가 되지? 옛날 시험볼 때 암기했었는데 잊어먹고 말았어."
"10조 킬로 파운드 미터이지."
"지구 중력으로 말인가?"
"그렇다네."
비디히는 노트에 계산을 하더니 이윽고,
"정말 놀랐는데! 그럼 우라늄 1그램에서 1천 파운드(약 0.5톤)의 무기를 100억 킬로미터나 들어올릴 수 있는 에너지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지구의 중력으로 계산해서 말야. 100억 킬로미터라면 태양에서 토성까지의 7배나 된다."
"연료로서 부피가 없어 이상적이지. 이것도 핵분열을 완전히 제거되도록 한 덕택이다. 이 정찰선은 많은 우라늄을 싣고 있다. 속력을 내려고만 하면 광속이라도 낼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속력이 형편없지 뭐야."
큐르비는 약간 비꼬듯이 말하고, 크라무의 이야기로 화제를 돌렸다.
"저 크라무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 봐도 페르크세 작전에 관계가 있는 것 같다구. 그 괴선의 이야기 있잖아. 크라무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프리튼이 받아서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나 그는 왜 오는 것을 꺼렸을까? 우리들만 보내려 한 것은 기지의 인원을 줄이려고? 그렇다면 그 목적은? 아무래도 이상해……"
모두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들을 쳐다보았다. 무거운 공기가 방안을 감돌았다.
심슨이 속삭이듯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크라무가 문제의 우주인과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럴지도 몰라. 이상한 것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어. 자, 추측만 하고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좀 쉬자구, 어떤 일이 일어나면 통지해 주겠다."
혼자 남은 큐르비는 엥게라도스 기지와 연락을 취했다.
무엇인가 마음에 집히는 것이라도 있는 모양 같았다.
아직 전파는 겨우 닿고 있었다. 왕복에는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큐르비는 불을 끄고, 바깥을 보는 텔레비전의 위치를 켰다. 태양은 이미 조그만 빛의 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지구 같은 것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조차 없다.
방안의 공기는 상쾌했다.
비디히의 수고로 스위치를 켜면, 그리운 냄새가 방안을 가득 차게 한다. 지구의 전나무 냄새, 갓 내린 눈의 냄새, 화성의 사막 냄새, 금성의 바다 냄새 등이……
큐르비는 달콤한 기분에 젖어 눈을 감았다……
나는 우주의 바이킹이다. 그 옛날의 선조는 큰 바다 저쪽에서 새로운 땅을 발견했다. 우리들이 발견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눈을 뜨고 스위치를 바꾸어 켰다. 스크린에 안드로메다 성운이 비치기 시작했다.
이때, 발 옆에 있던 메도우서가 벌벌 떨고 있다. 큐르비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뒤돌아보았다.
크라무였다.
소리도 없이 방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순간, 큐르비는 문득 크라무라는 이름에 대해서 생각이 떠올랐다.
아이슬란드의 옛 전설에 힘센 양치기가 있었다. 그는 괴물과 싸워서 그들을 죽이고, 자신도 죽어 유령이 되어 사방을 설치고 다녔다. 그 이름이 바로 크라무였다.
어쩐지 등이 서늘해져 왔다.
거기에 차가운 목소리가 이렇게 물었다.
"진로는 바로 잡고 있나요, 에다다우리 별에?"
"네, 틀림없습니다. 목표는 아직 멀었나요?"
"한 가지 말하고 싶은 게 있어요. 나의 경험과 추측이 틀림없다면, 아마 여러분은 머지않아 어떤 체험을 하게 될 거요. 그것은 악몽 같을지도 모릅니다. 태양계와 항성의 세계 중간에는 인간의 상상력으로는 생각 못할 일이 있지요.“
"그게 무엇이지요?"
"설명은 뒤에 하지요. 지금은 레이더로 사방을 샅샅이 살펴보시오. 그리고 무엇이든 발견되면 곧 나를 불러 주시오……"
말을 끝마친 크라무는 소리 없이 사라졌다.
그때, 무전기에 신호가 들어왔다.
페드로프 대장으로부터였다. 조금 전에 부탁한 사진을 찾았으니 지금 전송하겠다는 거다.
전송 수상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츰 모양을 이루어 가는 사진, 큐르비는 눈을 똑바로 뜨고 정신없이 들여다보았다.
이윽고 사진은 명랑해 보이는 한 청년의 얼굴로 뚜렷이 나타났다.
(음, 그렇구나, 이젠 틀림없어.)
큐르비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다는 얼굴 표정이었다. 발자국 소리가 났다. 큐르비는 얼른 사진을 감추었다. 들어온 사람은 프리튼이었다.
"아무래도 잠이 안 오잖아. 그래서 왔어. 뭐 별다른 일은 없나?"
"곧 있겠지 뭐."
큐르비의 대답은 간단했다.
 
유령선
 
큐르비는 레이더의 스크린을 보고 있었다. 레이더란 것은 빛 대신에 전파를 사용한 탐조등과 같은 것이다. 전파가 저 먼 곳까지의 공간을 어김없이 찾는다. 문득 큐르비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스크린에 빛의 점 같은 것이 비치고 있지 않은가! 혜성인가?
거리를 재어 본다. 30분이면 닿을 만한 곳이다.
곧 프리튼을 불렀다.
"찾은 것 같다! 너의 망원경으로 조사해 줘."
프리튼은 스위치를 켜고, 돔(반구형의 지붕)에서 고성능의 반사 망원경을 꺼졌다.
이와 같은 어두운 공간에서 조그만 물체를 잡는 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프리튼은 잘 해냈다.
"음, 천체는 아니다. 그렇다면 우주선이나 다른 무엇이다. 무선으로 연락해 보자."
"좋아, 대답이 없을 때는 경보를 울려라."
아니나 다를까 대답이 없다. 경보 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모두 집합했다.
크라무는 이상하게도 흥분하고 있다.
"찾았나요?"
"그렇습니다."
큐르비는 그를 날카롭게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무선 연락은? 그 대답은?"
"아니, 없었지요. 없다는 것은 저쪽에 무선 장치가 없거나, 아니면……"
그러자 크라무가 돌연 소리를 높였다.
"여러분,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 있소."
"이야기해 주시지요."
하고 큐르비가 조용히 말했다.
"저 물체, 아니 우주선에는 틀림없이 무선 장치가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소. 대답이 없는 까닭은 어떤 일이 일어났기 때문임에 분명합니다……"
이때, 심슨이 연락해 왔다.
"감속 준비!"
정찰선 스틱스 호에 브레이크를 거는 거다. 그때는 인간의 신체에 무서운 중력을 받으므로, 특별히 마련한 방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터져서 죽고 마는 것이다. 그 고통을 가볍게 하기 위하여 만든 약도 발명되었다.
숨막히는 30분간이 지나고, 스틱스 호는 이상한 물체의 바로 옆에 조용히 멈추었다.
크라무의 얼굴에는 생기가 났다. 큐르비를 보고 말했다.
"저쪽 물체에 타 봅시다. 위험은 없어요."
"좋습니다 나와 심슨이 같이 가겠소. 프리튼과 비디히는 여기 남아 있어 주게."
괴선은 둥근 모양이었다. 지름은 60미터쯤 되고, 거기에서 여러 가지 물건이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데 무엇에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큐르비는 심슨을 보고 말했다.
"어때, ‘물체’라든지 ‘우주선’이라고 하면 불편하니 이 괴선을 ‘토우레’라고 부르기로 하지. 지구의 고대인이 북쪽 끝의 바다라고 생각했던 전설의 섬 이름이다."
"좋아, 적어도 존재하고 있는 것에는 이름이 있어야지. 우리에게 이름이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철학인가? 어려운 문자 쓰는 건 질색이다. 자, 토우레의 비밀을 알아보러 가자."
세 사람은 헬멧을 쓰고, 에어 록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공기가 쏴아 흘러내린다.
우주복 점검 - 이상 없음.
무선 장치 - 이상 없음.
바깥쪽의 문을 열고, 우주 공간을 헤엄쳐 나갔다.
"야아, 이건 우주선이라기보다는 우주 스테이션 같다."
하고 큐르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크라무가 가장 앞서서 괴선 토우레에 붙어 섰다. 그는 무엇인가 찾고 있는 듯 했는데, 아마 발견한 모양이다.
스위치나 다른 무엇을 누른 것일까? 평평한 표면에 뻐끔한 구멍이 열렸다. 반구형의 구멍이다. 그곳으로 세 사람이 들어가자 반구는 빙 돌았다. 과연 잘 고안한 에어 록이다.
"메도우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큐르비는 무선으로 스틱스 호에 남아 있는 프리튼에게 물었다.
"얌전해."
큐르비는 일단 안심했다. 메도우서는 신용할 수 있다.
좁은 반구의 방에는 희미한 빛이 비치고 있었다. 크라무는 벽에 붙어 있는 계기를 보자, 살며시 헬멧을 벗었다. 소리는 없다. 방안의 기압은 우주복의 기압과 같았다. 공기로 호흡할 수가 있다.
"안심해요. 우주복을 벗읍시다."
눈앞에 둥그렇게 입구가 열렸다. 그것을 지나니 복도가 나타났다.
크라무가 맨 앞에 서고, 세 사람은 달려갔다.
문이 있었다. 초록색의 램프가 켜져 있는데, 그것은 안의 기압이 정상임을 지시하고 있는 것 같다.
크라무는 문을 와락 열면서 그 자리에 우뚝 섰다. 곧 두 사람도 안을 보고 놀랐다. 보통 사람의 방이었다. 벽 쪽에 2개의 침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책상과 의자도 있다. 이상한 것은 중력이 느껴지는 것이다. 온도도 꼭 알맞다.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알았어. 대답이 없었던 것은 모두가 여기를 빠져나간 때문일 거요."
하고 크라무는 천천히 말했다.
"크라무씨!"
큐르비는 상대방의 이름을 힘주어 부르면서 이렇게 말했다.
"조사하기 전에 꼭 설명해 주실 것이 있습니다. 일단 스틱스 호로 되돌아가서 들어볼까요?"
"하지만……"
반대하려던 크라무는 덩치 큰 사나이 심슨이 노려보았으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별 서로간의 이야기
 
정찰선의 좁은 선실에는 무거운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메도우서까지도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듯 귀를 곤두세우고 있다.
과연 크라무의 비밀은?
실로 이상한 이야기가, 태양계를 멀리 떠나 있는 이 어두운 공간에서 바야흐로 시작되려 하고 있다. 큐르비는 자기도 모르게 눈앞의 계기판을 꽉 잡고 있었다.
이윽고 크라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적막을 깨뜨렸다.
"놀라셨겠지요. 저 우주 스테이션-토우레였습니까- 의 모습을 내가 자세히 알기 때문에. 지구에서 나고 태양계를 개척한 인류 이외에도, 우주에는 진화된 생물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그중 두 개를 알고 있습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다른 하나는 간접적으로……"
"왜 우리들도……?"
하고 심슨이 입을 열었다.
"조금 기다려 주시오. 그렇게 단번에는 말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사건이 시간상으로나 공간상으로나 크게 펼쳐져 있으니까요.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페르크세 작전의 일, 해왕성의 위성 트리톤에서 혜르메스 호의 잔해가 발견된 일, 하세르 호가 이상한 괴선과 만났다는 일 등을 말입니다."
그러자 큐르비가 대표해서 대답했다.
"알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도, 빛을 사용한 SOS 신호의 일도."
"그렇습니까? 그러면 말하기가 수월하군요. 사실은 우리들은 그 우주선의 생물에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 우주 스테이션도 그들의 것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없는 지금, 뭔가 모두 꿈 같은 생각이 드는군요……"
"이야기해 주십시오. 모두 다 같은 인간이 아닙니까? 괴로운 추억은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그렇게는 안 됩니다. 그것은 모두 같은 인간입니다. 그러나 나와 당신들의 사이에는 깊고 깊은 시간의 간격이 있습니다. 그 간격에는 이상한 체험이 쌓여 있습니다. 나로서도 잘 모르겠어요. 자신이 인간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어떤지, 인간에서도 저 우주인들 사이에서도 동료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지 말입니다……"
"무슨 말씀을. 크라무 당신은 인간임에 틀림없습니다. 이렇게 현실에 돌아와 있는 겁니다. 륀크스 호의 한 사람이지요. 전파 천문학과 우주항법의 일인자입니다. 우리에게 훌륭한 모험을 시켜 주지 않았습니까? 그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니, 그렇지 않아요. 당신들은 잘 모를 겁니다. 왜 내가 륀크스 호에 탔는가? 어째서 이상한 SOS의 일을 이야기했는가? 만약 이 토우레에 사람이 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거기서 크라무는 입을 다물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후회하는 것처럼…….
큐르비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으면서 조용히 말했다.
"나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상상할 수는 있겠지요. 죄다 이야기하시지요. 고통스럽겠지만 그러면 우리의 동료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크라무는 눈을 감았다.
"아닙니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이야기하십시오. 당신은 코튼 비임이죠. 원래는 헤르메스 호의 항법사였고요."
순간 크라무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큐르비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큐르비가 손에 들고 있는 사진을 보자, 갑자기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이윽고 다소 침착해진 그는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나의 젊은 시절의 사진입니다. 제 1차 탐험대의 한 사람이었죠. 트리톤에서 조난 당한 헤르메스 호의 승무원이지요. 옛날 동료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헤매고 있을 것입니다. 자, 서둘러야죠. 빨리 토우레로 다시 가서 조사를!"
이상하게도 크라무, 아니 코튼 비임은 점점 변해갔다. 사람다워진 것이다. 그 기괴한 어두운 그림자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다.
"아니, 우선 설명을 해 주십시오. 그에 따라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렇군요. 좋습니다. 중요한 부분만 우선 얘기하지요, 그때, 최초의 은하계 탐험선 헤르메스 호는 출발 후 무사히 날아가고 있었어요. 트리톤에 도착할 때까지 말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뜻하지 않은 일을 맞이했습니다. 마치 번갯불처럼 그것이 어두운 하늘에서 내려왔습니다."
"공격을 당했나요? 레이더에 관측되지 않았습니까?"
하고 심슨이 물었다.
"공격?…… 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이쪽에서는 손도 써보지 못했어요.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요. 아무튼 우리들은 그냥 멍청하게 있었을 뿐이었소. 그야 우리들 역시 우리 같은 생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막연히 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렇게 갑자기 만날 줄이야."
"대체 그것은 어떤 것이었나요?"
심슨의 눈은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지금 이야기해도 믿어 주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토우레 속에서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때 말하지요. 아무튼 우리들은 그야말로 간단하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그들은 헤르메스 호를 완전히 분해하여 갔지요. 아, 연구하기 위해서 였습니다. 그들은 감정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인간과는 생각하는 방법도, 행동하는 방법도 달랐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때부터 아직 잡혀 있나요? 그들의 별로 갔습니까?"
"아니, 그들의 별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우리들 중에 나만을 되돌려 보내 주었기 때문이지요……"
"아무도 모르게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광선에도, 레이더의 전파에도 반사하지 않는 우주선으로 남태평양의 포나페이 섬에 내려 주었습니다. 기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신분을 감춘 채 저 우주 공항에서 근무했죠. 그리고 드디어는 륀크스 호에 타게 된 것입니다."
"되돌려 보내 준 이유는 무엇입니까?"
"솔직하게 말하지요. 인간을 데리고 오라는 명령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것도 우주선에 대한 전문가를……"
그러자 심슨이 놀라며 말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 생물의 기술은 여러 가지 점에서 우리들보다 뛰어난 것 같은데요?"
"그들의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사용하고 있던 기술입니다."
하고 코튼 비임은 말했다.
큐르비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다른 데서 기술을 빌려와서?"
"그렇습니다. 우주 진출에는 우리들 쪽이 더 적합하지요."
"그건 모르지요. 우리의 선조가 바이킹의 배로 아메리카에 상륙했을 때, 인디언과 여러 가지로 복잡했다지요. 그때까지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상대였지만 아무튼 인간끼리. 그러나 우주에서는 그래서는 안 됩니다."
"잠깐 비임 씨……"
하며 심슨이 또 입을 열었다.
"비임씨, 당신 혼자 토우레를 떠나 지구로 되돌아올 때, 헤르메스 호의 선원들은 무사했나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10명이 부족했었지요. 나를 지구에 보내 준 것은 인간을 데리고 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그 우주인으로부터 최면술 같은 것에 걸려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잔인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 그들은 우리들과는 전연 다릅니다. 개미와 사람과는 다르지요. 사람은 개미의 생각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그 우주인과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어째서 10명이 부족하게 되었지요?"
라고 묻는 큐르비의 눈은 날카롭게 빛났다.
"이상한 이야기일 겁니다. 10명은 그들의 과학적 탐구심에 희생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요. 그렇다고 모르모트의 대신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겠습니다. 하여튼 나는 그런 임무를 띠고 있었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동행하기를 꺼려한 것도 보다 많은 사람을 데리고 올 생각에서였죠. 그러나 무리하게 거절하면 의심을 받게 될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온 것이지요."
하고 코튼 비임은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토우레가 온통 비어 있는 것을 안 지금은 사정이 아주 달라졌습니다 아아, 이제는 안심이다 하는 기분입니다."
라는 비임의 얼굴은 한층 젊어진 것 같아 보였다.
놀랍게도 안테나 개 메도우서도, 아까부터 얌전하게 그의 발 밑에서 자고 있었다.
 
다시 유령선으로
 
이번에는 전원이 토우레의 조사에 나섰다.
모두는 비임이 있기 때문에 안심했다. 데리고 온 메도우서도 이젠 예사로웠다.
토우레는 미지의 생물이 태양계에 대한 감시용으로 사용한 우주 스테이션인 동시에, 광속에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는 우주선이라고 한다.
"비임씨, 조종할 수 있나요?"
하고 심슨이 물었다.
모두 비임에게 마음을 놓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파괴되지 않았으면 5명으로 가동할 수 있지요."
"야아, 가동시켜 보면 재미있겠어요."
"그런데 비임씨의 동료들은 대체 어디에 갔을까요? 우주인도 있었겠죠?"
하고 프리튼이 물으면서, 토우레의 에어 록 안에서 헬멧을 벗는다.
"우선 그걸 조사하는 겁니다."
다섯 사람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갈수록 중력을 똑똑히 느낄 수 있다. 큐르비가 물었다.
"인공 중력을 만들어 놓은 건가요?"
"아니, 그건 아직…… 그 대신 토우레의 중심부에 무거운, 즉 밀도가 대단히 큰 물체가 넣어져 있지요. 그 기술 방법은 간단합니다. 중력이 큰 편이 좋으면 중심부 쪽으로 가면 되지요."
"과연 배울 것이 많은 것 같군."
이윽고 비임은 네 사람을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 인간이 거주하는 구역은 끝납니다."
살펴보니 안쪽 벽의 한 면은 투명하게 되어 있고, 그 바깥쪽은……
"마치 수족관 같다!"
하고 비디히가 문득 소리를 쳤다.
"그대로입니다. 저쪽은 물입니다."
"물?"
모두는 얼떨떨해지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지구의 것과 거의 같은 진짜 물입니다."
"토우레에 물의 재생 장치는 없었나요?"
라고 묻는 큐르비도 믿을 수 언다는 얼굴이다.
"있지요. 그러나 그 물은 사람용이 아닙니다."
"그 우주인이 이 많은 물을 마시나요?"
그러자 비임은 흰 이를 보이며 말했다.
"그럴 리가, 사실은 저기에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
이 뜻밖의 말에 누구도 한참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이윽고 심슨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럼 설마……?"
"물에서 산다고 해서 반드시 물고기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불행히도 헤르메스 호에는 생물학자가 타고 있지 않았으므로 잘은 모르겠지만, 물고기는 아니겠지요. 사람보다는 조금 작았습니다. 보기에는 오징어 비슷했습니다. 몸통은 밋밋하고, 촉수는 4개, 그 끝에는 물건을 잡는 손톱이 있었죠."
큐르비는 커다란 물통의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 기다리시오."
하고 비임은 옆의 좁은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안 되어, 잠수복을 입은 그의 모습이 천천히 물통 속으로 사라져 간다. 그리고서 이상한 것을 끌어안고 되돌아왔다.
"이것은 잠수복의 반대지요. 그들이 물을 나오게 할 때 사용하는, 그렇지요 잠공복이지요. 물 밖에서는 지느러미 같은 것으로 걷습니다. 어정어정, 참 지구의 물고기들도 지느러미로 지면을 걷는 것이 있었지요. 큐르비씨, 그들에게 이름을 붙인다면 어떻습니까? 그쪽이 편리하겠지요."
"그렇군요. 노지러스 인은 어떨까요? 문어의 것입니다만.“
"좋아요, 좋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어디에도 어질러진 흔적이 없으니, 외부에서 습격을 당했다고는 할 수가 없군요. 어떻게 된 거지? 헤르메스 호의 동료가 어딘가에 연락을 남겨 놓았을 텐데. 자. 토우레의 안을 찾아봅시다."
곧 둥그런 사령실을 발견했다. 정밀한 기계와 알 수 없는 것들이 꽉 차 있었다.
큐르비는 눈을 둥그렇게 뜨고 물었다
"이것도 노지러스 인이 만든 것인가요? 물 속에서?"
"그것에 대해서 나도 의문을 가지고 있어요. 동료들과 여러 가지로 의논해 보았으나, 아무래도 모르겠더군요."
"하하, 지금 중요한 것은 토우레에 아무도 없는 이유입니다."
하며 심슨이 이렇게 물었다.
"비임씨, 토우레는 구명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러니 점점 이상해집니다."
그러면서 사방을 찾고 있던 중, 비임이 옛날의 거실에서 한 장의 종이를 발견해 전다.
「자세한 정보는 기록실의 제 3호 테이프 레코더에 있다. 」
라고 쐬어 있었다.
기록실은 인간들이 노지러스 인의 도움을 받아서, 여러 가지 학문상의 조사와 연구 결과를 정리시켜 놓은 방이다. 천문학, 우주항법에는 매우 귀중한 물건이다.
비임은 곧 제 3호 테이프 레코더에 스위치를 넣었다.
똑똑한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이쪽은 렌 가이, 이쪽은 렌 가이. 원래 헤르메스 호의 의사……」
다섯 사람은 기록실에 앉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되살아나는 과거
 
「……훗날 인간이 이 스테이션을 찾아올지 모른다. 그때를 위해서 이 테이프에 우리들의 운명을 녹음해 둔다. 지금 우리들은 20명이다. 과거에 불행한 사고로 10명을 잃었다.
이제 우리들은 스테이션을 떠난다. 날짜를 남기고 싶으나, 지구의 시간에 대해서 알 방법이 아무 것도 없다. 문득 생각이 나므로, 여기에서 본 현재의, 태양계의 사진을 찍어 놓았다. 이것을 분석해 보라.」
소리가 그치며 테이프 레코더가 열리더니, 1장의 필름이 툭 떨어졌다. 비임은 그것을 주워 빛에 대어 보았다.
"보십시오. 행성입니다. 수성은 보이지 않아요. 너무 멀지요. 자, 이것은 금성……"
"앗, 지구다!"
"화성도 있다!"
사진의 분석은 뒤로 미루고, 또 테이프 레코더에 스위치를 넣었다
「스테이션을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들 밖에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이션의 주인인 생물은 전멸하고 말았다. 정체 모를 전염병이 발생하여 손댈 방법이 없었다. 지구의 시간으로 쳐서 3일만에 물 속에서 살아 있는 것은 이미 없었다. 우선 환자는 기력을 잃고, 그리고 마비가 되어 죽었다. 시체는 곧 녹고 말았으므로, 연구의 표본으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그대로 우주 공간에 장사지냈다.
나는 의사이다. 물론 병의 근원을 조사해 보았다. 그리고 모든 시체에는 어떤 바이러스가 있음을 알아냈다. 그러나 그것이 죽게 한 범인인지는 확실치 않다. 실험을 할 수가 없었으니까. 생물이 있는 곳에는 어디든지 해롭지 않은 바이러스가 보인다.
그것이 우주선의 영향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켜, 위험하게 변형되었는지 모른다. 우리로서는 언제 이와 비슷한 병에 걸릴는지 알 수 없다. 그렇게 안 되기를 원하지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를 찾아온 사람들은 우리가 이 스테이션을 떠난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리라. 이것을 그대로 조종하여 태양계로 돌아갈 수는 없었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사실은 스테이션의 동력이 고장나서 우리로서는 고칠 수가 없었다. 즉 여기에 있으면서 구조를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가, 그 두 길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의논한 끝에 다른 방법을 찾기로 결정했다.
헤르메스 호의 오하라 선장 등 10명이 사망한 것은, 이럴 때 실로 큰 손실이었다. 그 사람들이야말로 우수한 엔지니어였으므로. 그러나 대우주를 고향집처럼 삼고 있는 사람은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으며, 물러서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들은 통신사와 광물학자는 엔지니어로, 물리학자는 연료 기사로, 의사는 항법사가 되었다.
다행히 모두가 지구에서 기초 교육을 받았으므로, 어느 정도는 맡은 일을 해 낼 수 있었다. 즉 우리들은 스테이션의 수리 공장에서 모든 자재를 동원하여, 20명이 탈 수 있는 소형 우주선을 만들고, 헤르메스 2세 호라고 명명했다. 성능은 대단히 좋았다. 무선도 있다. 레이더도 있다. 동력은 광자 로켓이다.
우주인의 배를 만날 걱정은 없을 것이다. 트리톤에서 우리를 습격하여, 이 별 사이의 우주를 사방으로 끌고 다니면서 이 스테이션으로 데리고 온 배 이외에는 한 척도 없는 것 같았으니까. 그 한 척도 1년 안에는 여기를 통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곧바로 태양계로 가지 않을 것이다. 이 근처에서 전파를 내는 암흑 성운을 발견했으니, 첫째 그것을 먼저 조사하고 싶다. 성운에 대한 자료는 제4호 테이프 레코더에 녹음해 놓았다.
우리들은 지구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때는 이것으로 우리들의 인사로 대신하겠다. 우리는 결코 옛 고향인 행성을 잊은 일은 없다. 지구여, 태양계여, 평화롭게 지내기를. 지금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자기의 이름을 말하겠다. 그러나 여기에 없는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지금……」
 
코튼 비임은 여기서 스위치를 끄고 말았다.
"이제 됐습니다. 이름을 들어본들 소용없어요."
슬픈 듯한 목소리였다.
"렌 가이들이 스테이션을 떠나고 나서 노지러스 인은 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고 심슨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 잠깐이라도 왔다면 그 흔적이 남아 있을 텐데."
"그러나 지금이라도 올지 모른다. 그렇잖나, 큐르비?"
라고 말하는 프리튼은 걱정인 모양이다.
"그렇지. 대책을 세워야 할거야. 비임씨, 당신의 의견은?"
"우선 가이들이 언제 여기서 나갔는지, 그걸 알 필요가 있어요."
"좋습니다. 스틱스 호로 되돌아가는 겁니다. 곧 빨리!"
 
결 정
 
문제의 사진은 스틱스 호의 전자 계산기에 넣어서, 심슨과 프리튼이 분석하기로 했다. 결과를 알 때까지는 2, 3시간 걸린다.
기다리는 시간은 지루했다. 큐르비가 조용히 말했다.
"어쩌다 정말 무서운 모험이 되었어."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라고 말하는 비디히는 기쁜 모양이다.
"노지러스 인의 우주선이 갑자기 나타나면 어떻게 할 작정이오?"
하고 문득 비임이 물었다.
"스틱스 호는 무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야 알고 있지요. 큐르비씨, 그러나 그건 좀 곤란하지요. 우선 무기가 말을 들을는지 모릅니다. 거기에다 될 수 있으면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지 않았나요.“
"그렇지요. 그러나 아무튼 혜르메스 1세 호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상대는 무기를 사용했나요? 만약 당신들도 무장이 되어 있었다면 저항했을까요? 똑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싶지는 않으니 까요."
비임은 한참 동안 큐르비를 쳐다보고 있다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물론 되풀이한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후, 우리들도 노지러스 인도 충분히 경험을 쌓고 있지요, 그리고 내가 있지 않습니까. 나는 그들과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헤르메스 1세 호는 군사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후에야 그렇다고 생각한 일이지만, 전혀 다른 두 종류의 생물간에는 그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던 것입니다 노지러스 인은 어떤 것과 만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달랐지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더욱이 그때 그들의 우주선을 알아차렸을 때는, 그것이 착륙할 2, 3분 전이었고……"
"기밀 문서에 의하면, 레이더도 듣지 않았다던데요."
"그래요. 그들은 스위치 하나로 레이더 파를 흡수시키고 말았지요.“
"그러면 상대는 실력 행사를 안 했다고 말씀하시는데, 자 어째서 모두가 붙잡혔습니까? 헤르메스 호도 파괴되고 말입니다."
"붙들린 것은 우리들의 호기심 때문입니다. 눈앞에는 먼 태양의 빛이 둔탁하게 비치는 이상한 형태의 우주선이 있었지요. 에어 록이 열리더니 무서운 우주복을 입은 것들이 꾸역꾸역 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어정어정 걸어서 돌아다니더군요. 무섭지도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한 번 안을 조사해 보려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거기에서 마비성 가스에 당하고 말았지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해왕성은 먼 저쪽에 있었답니다."
"아니, 나 같으면 그것들을 한꺼번에......"
하고 비디히가 억울해 했다.
"지금 그렇게 말하기는 쉽지. 그러나 그때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설사 그들을 처치했다해도, 우리로서는 배의 조종을 모르지요."
"잠깐만, 물어볼 게 있어요."
하고 큐르비가 말을 막았다.
"이상한 생각이 드는군요. 그 우주선에 공기가 있었다는 것이 말입니다. 노지러스 인은 물 속에서......"
"그것이 문제입니다. 앞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그들의 역사는 모르고 있습니다.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지요. 그들의 별에 대한 것도 모릅니다. 아마 거의 물의 별이라고는 생각되지만."
"물 속에서 우주선을 만들다니, 전혀 알 수 없는 일이군요. 높은 열을 내는 장치도 할 수 없을 것이고……"
라고 말하는 비디히는 엔지니어이다.
"그렇지. 그 우주선은 말야, 그들의 작품이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손에 넣었을까?"
"알겠니? 20세기의 중엽부터 지구나 어딘가의 우주선이 불시착하여, 기계는 무사했는데 승무원이 다 죽고 말았다고 한다면?"
"그럴지도 몰라. 그러면 인간은 좀더 빨리 우주에 내리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고 큐르비는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배 안에 공기가 있었다는 것도 그럴 듯하게 생각되는군요. 배를 만든 것은 우리와 비슷한 생물이었겠지요."
"이왕 만나려면 그쪽이 더 좋았을 텐데. 오징어의 친척은 아무래도……"
하고 비디히는 겁이 난다는 듯 목을 움츠렸다.
"허허, 노지러스 인도 아마 똑같은 소리를 할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그들은 우리들의 손을 빌리기를 원하고 있으니. 어쩌면 하늘에서 우주선을 만든 것이 우리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말입니다, 지금은 그들을 원망하지 않아요. 그들과 최초로 의사를 통한 사람이 나니까요."
"잠깐, 손을 빌리자는 것은?"
"노지러스 인은 물에서 나오면 운동이 매우 느립니다. 우리들의 몇 분의 일도 못하지요. 그렇다고 조종 장치를 물에 담가 놓고 있을 수는 없고……"
"오하라 선장들은 어떻게 돼서……"
하고 큐르비가 물었을 때, 심슨과 프리튼이 달려왔다.
"알았어, 85일 전이다!"
비임은 눈에 활기 띄며 말했다.
"아직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위험하지요. 임시로 끼워 맞춘 우주선이니까요! 자, 토우레를 고칩시다. 조종은 내가 해 보지요."
"그러나 아무 말도 없이 빌리려니까 꺼림칙하군요. 옳지, 좋은 생각이 있어요. 여기에 연락을 남겨 놓고 노지러스 인에게 맡겨 둡시다. 비임씨, 부탁합니다."
"좋아요, 큐르비. 그러는 것이 놓겠습니다. 아무튼 그들도 헤르메스 호를 부쉈으니, 그렇게 해도 좋겠지요."
"노지러스 인은 헤르메스 호의 승무원을 태양계에 되돌려 보낼 생각은 없었던가요?"
하고 프리튼이 물었다.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실행하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너무 아까워서였겠지요. 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도 천사가 아닌 이상, 그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자, 페드로프 대장에게 일단 보고를 하고 추적 개시다. 아마 대장의 대답은 기다릴 수 없을 거다."
 
토우레 출발
 
솜씨 있는 비임과 비디히다. 결사적으로 일한 끝에, 기어이 토우레를 고쳤다.
비디히는 그 엔진에 완전히 감탄을 하고 말았다.
"훌륭하다. 이 무거운 물체의 연료로서는 최고일 것이다. 합성시켜 만든 것일까?"
그러자 천문학자인 프리튼이 설명했다.
"아니, 백색 왜성의 것이야. 이러한 별은 전부터 알고 있지. 무섭게 밀도가 단단하다. 단 1 입방 센티가 지구상에서는 100킬로그램이나 되는 물질도 되어 있다. 옛날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었지. 보기에는 아주 작지만 덥고, 파르스름한 빛을 띤다. 표면적은 작지만, 빛을 내도 에너지를 소모시키지 않는다. 이런 별은 수소 원자를 다 쓰고, 중성자만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섭게 밀도가 단단한 거다."
"아아, 그런 물질이라? 조금 얻었으면 좋겠어."
"시리우스의 반성(질량이 작은 별)이 그것이야. 시리우스는 항성으로서는 여기서 가까운 편이다. 그러나 포기하는 것이 좋아. 중력이 너무나 강하기 때문에 말야. 우주선 같은 것도 형편없이 찌부러지고 말 것이다. 표면 온도만 해도 1 만 도는 될 거야."
"음, 그래. 그럼 한 가지 묻겠는데, 항성의 에너지가 수소를 헬륨으로 바꿔서 나오는 것은 알고 있다. 핵융합 반응…… 굉장한 수폭이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수소 원자를 다 쓰고 만 별이 폭발하는 것은 어째서이지?"
"내부의 균형이 맞지 않기 때문이야. 수소 원자가 다 없어지고 만 뒤의 뽀얗게 작은 별, 즉 백색 왜성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음, 어쨌든 좋아, 편리한 원료가 있어서 말야. 중성자 엔진은 광자 엔진보다 융통성이 있어. 선체가 전기를 띠지도 않는다. 고속을 내는 데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큰 배는 좋군, 기분만 내키면 수영도 할 수 있다. 천문대도 훌륭해. 멋지게 일할 수 있어."
거기에 다른 세 사람이 달려왔다.
"이봐, 기뻐하라구. 헤르메스 2 세 호와 연락이 됐어. 저쪽의 전력이 약해서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별일은 없다는 거야. 이쪽 통신은 틀림없이 전해졌다."
비임이 노지러스 인의 식료를 사용하여 훌륭한 음식을 만들었다. 식탁보도 새로운 것이다. 태양계로부터 55광년 떨어진 곳에서 유쾌한 식사를 하게 되었다. 맛있었다. 죄다 수산물이었으나, 실로 여러 가지 맛이 나서 즐거웠다.
"노지러스 인은 물만 마시고 있는 줄 알았는데, 비임씨?"
하고 비디히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요. 우리가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그들은 놀라더군요. 자, 인류와 노지러스인의 번영을 위하여 건배!"
출발에 앞서 모두는 천문대에 모여서 그리운 태양에 작별의 인사를 보냈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도, 태양은 어느 별보다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잘 있어요, 태양이여."
하고 프리튼은 엄숙하게 말했다.
"그 옛날 당신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당신의 나라 밖에 있는데도, 아직 당신의 빛은 우리들을 강하게 부르고 있습니다. 잘 있어요, 태양이여, 다시 만날 날까지!"
금성에서 태어나 태양과는 그렇게 친하지 않은 비디히도, 점차 유쾌한 기분으로 되어 가고 있었다.
 
참사의 진상
 
비임은 어쩐지 마음을 놓을 수가 없는 것 같다.
"렌 가이로부터의 대답은?"
큐르비가 대답했다.
"지금 막 들어왔습니다. 우리들과 만나기 위해 속력을 늦추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갑자기 만든 우주선이라 걱정이 되는군요. 도착하면 토우레로 갈아타는 게 좋겠어요."
"그렇습니다. 가이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어디까지나 의사님이지 항법사는 아니지요. 우주 비행의 조종사는 모두 죽고 말았으니까요."
심슨이 입을 열었다.
"그럼 헤르메스 2 세 호는 어째서 곧바로 태양계로 되돌아오지 않지요?"
"우주의 인간들은 그 있잖아요. 호기심과 연구심이 실로 끝이 없다는 것을."
"좋습니다. 이쪽도 그때까지 토우레를 철저히 조사해 보는 겁니다."
노지러스 인의 자료실을 조사해 보았다.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우주 항해의 기록을, 일종의 비디오 테이프에 기록해 두고 있었다.
비임은 기술에 대해서는 육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다 노지러스 인과 오랫동안 같이 생각한 까닭에, 얼마 안 되어서 그 사용 방법을 알아냈다.
재생 방법이 이루어진 순간, 그의 입에서 부르짖음이 새어 나왔다.
"이것은 그 사고의 기록이다!"
모두 곧 모였다.
노지러스 언어로 설명하는 것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그것의 스위치는 끄고, 화면의 영상만을 남겨 두었다. 사건을 직접 목격한 비임이 해설을 한다.
"노지러스 인은 어느 때 이상한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물체는 약 100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이 토우레와 평행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운석?"
하고 프리튼이 물었다.
"아니오. 몰랐는데 거기에 이상야릇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자, 보십시오. 자주 발화 신호 같은 것이 번쩍 번쩍 빛나는 것이 있지요. 모두 고개를 갸웃거렸지요. 하여튼 노지러스 인은 조사대를 내 보내기로 했습니다. 인간들로 하여금 말입니다. 노지러스 인으로는 움직임이 느려서 아무래도 무리였죠. 대원은 오하라 선장 외 10명. 어찌 된 까닭인지 토우레에는 구명정이 없었으므로 모두 우주복을 입고 출발했습니다. 결국 우리들도, 노지러스 인도 우주의 신비라는 것을 너무나 얕잡아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보십시오, 10명이 에어 록에서 차례 차례로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토우레의 서치라이트도 100킬로 앞까지는 닿지 않습니다. 대원들의 소형 로켓의 섬광도 곧 꺼지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그들의 최후의 모습이었습니다."
큐르비들은 숨을 죽였다. 먼 과거가 되살아난 것이다.
"보십시오, 오하라 선장의 목소리입니다. ‘물체는 접근 중, 검은 윤곽이 보인다. 이상하다.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부딪히면 큰일이다. 브레이크를 걸어라!’ 대원은 브레이크를 걸었지요. 그 순간……"
그러더니 비임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눈은 스크린에서 떠나지 않았다.
돌연, 물체의 근처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강렬한 불기둥이 치솟았다.
그리고서 또 한 차례 오하라 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분사 빨리! 아아――"
그 소리뿐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불기둥으로 변했다.
불기둥은 모두 10개 일어나고, 이윽고 스크린은 깜깜해 졌다.
 
한참 동안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비임이 침묵을 깨뜨렸다.
"이것이 오하라 선장들의 최후입니다. 아무래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
하고 심슨이 물었다.
"전 우주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그야말로 우주의 신비의 한 구석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반물질입니까?"
라는 큐르비의 목소리도 흥분되어 있었다.
"그렇습니다."
하며 비임은 말을 계속했다.
"반물질이었습니다. 반양자(양자의 반대물로 양자와 접촉하면 서로 파괴되는데, 우주를 파괴하는 힘이 있다고 함), 반중성자 등으로 되어 있는 물질이죠. 처음부터 그것을 알아차려야 했을 것입니다. 그 빛을 보고 있었으니까요."
"정말이군요. 태양계에서 날아온 우주진이 부딪쳐서 물질과 반물질이 서로 충돌하여 파괴되면서 빛이 된다……"
하고 프리튼이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당시로서는 아직 반물질 등은 이론으로 밖에 알려져 있지 않았거든요. 겨우 미립자 가속 실험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였죠. 그것으로 만들어진 아주 작은 반물질이라도 백만 분의 1초만에 없어지고 마는 것입니다. 아무튼 무서운 체험이었습니다. 귀중한 체험이었죠. 동료 10명의 목숨과 바꾼 것이었으니까요."
큐르비는 어두운 얼굴로,
"10명의 육체는 빛이 되고 말았다. 그 빛은 지금도, 아니 언제까지나 넓은 우주 속에서 점점 퍼져나가고 있으리라. 영원히 퍼져가고 있으리라. 이렇게 생각하니 몹시 이상한 기분이 되는군."
하고 조용히 말했다
 
메도우서의 수수께끼
 
"이봐, 반물질을 찾았니?"
하고 비디히가 손을 들고 물었다.
천체 관측 돔에서 내려온 프리튼은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이상 없어, 그런데 섭섭하게도 말야. 왜 하필 그런 반물질 같은 것인 이 우주에 뛰어 들어온 것일까?"
"아마 반물질의 우주가 있었던 모양이지. 그것이 보통의 우주와 부딪쳐서 없어진 그 나머지인지도 모르지."
거기에 심슨이 끼여들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입자와 부딪쳐서, 대량의 반물질이 빛으로 다 변하지 않은 모양이야. 모두 꺼지지 않은 모양이지?"
"음, 우주진이 아주 적은 곳을 헤매고 있다던가……"
이때, 큐르비의 발 옆에 누워 있던 메도우서가 갑자기 끙끙거렸다.
"왜 그러니?"
"노지러스 인이라도 왔나?"
큐르비는 메도우서를 데리고 사령실로 들어갔다.
하나 하나 자세히 조사해 보았다. 공기 정화 장치, 공기 순환 장치, 온도 조절 장치, 방사선 방어 장치…… 모두 이상없다.
그러나 메도우서는 조용히 있지 않았다. 항법실의 문을 발로 끌어당긴다.
"들어가고 싶니?"
개는 그렇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좋아. 말을 못하니 화가 나는 모양이구나. 그러나 이만큼 기술을 진보시킨 인간들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모르니 할 수 없잖니."
항법실로 들어가자, 메도우서는 얌전해졌다.
자동 조정 장치를 본 순간, 큐르비는 자기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곧 모두를 불러들였다.
"뭐니, 왜 그래?"
"보라고, 진로를 벗어나고 있다!"
과연 그러했다.
"점점 더 벗어나고 있다. 메도우서는 알았던 모양이야. 조종 장치에도 동력에도 이상은 없다. 그럼 어떻게 된 까닭일까?"
"바깥의 영향일 것이다."
하고 프리튼이 얼른 대답했다.
비임이 그 말에 덧붙였다.
"우선 생각되는 것은 천체의 중력입니다. 굉장히 큰 것입니다. 레이더에는?"
레이더 스크린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이상하다, 이상한데. 공간의 구조가 달라졌나?"
"그럴 리는 없잖은가?"
문득 프리튼이 명안을 생각해 냈다. 전자 계산기로 진로의 근처에 있어야 할 천체의 크기와 방향을 조사하려는 거다.
메도우서는 얌전히 있다. 지금 같아서는 위험은 없는 것 같다.
이윽고 심슨이 넘어질 듯이 달려왔다. 흥분하고 있었다.
"Wx33, Zr47 공역이다. 레이더를 그쪽으로 돌려라, 빨리!"
모두의 눈은 스크린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앗, 저거다!"
"돌진해 온다, 무서운 힘으로!"
"아니, 이쪽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비임, 역분사를 부탁합니다!"
하고 누군가가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이 위급한 때에도 비임은 침착했다. 입술에는 옅은 미소까지 어려 있다. 젊은이는 모험을 찾아서 덤벼들지만, 실제로 위험과 맞부딪치면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의지하는 거다…… 그런 미소 같았다.
역분사가 시작되자 갑자기 몸이 몹시 무거워졌다.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은, 그런 긴 시간이 흘렀다. 속도는 조금씩조금씩 줄어들었다. 살아난 것이다. 토우레의 동력이 괴상한 별의 중력을 이겨낸 것이다.
"죽었다가 살아난 기분이야. 메도우서의 덕택이다. 얼떨떨한데……"
하며 프리튼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모두의 얼굴에 다시 생기가 되돌아왔다.
"도대체 그게 뭐였지?"
"음, 계산기로 알아낸 중력은 대단했다. 그러니 거리를 알 수 없으므로 별의 질량도 모르겠어. 가령 3백만 킬로미터 앞에 있다고 한다면, 우리들의 태양보다 훨씬 클 거다."
"그럴 리가 없어. 그렇게 크다면 보일 것이다!"
"아니, 꼭 그렇지는 않아. 여기는 어두운 우주니까."
"그러나 태양만큼 크다면, 빛을 내지 않아도 먼 별의 빛을 몇 개인가는 받고 있을 게 아닌가?"
하고 프리튼은 반신반의했다.
그러자 심슨이 자료를 가져왔다.
"레이더로 거리를 알았어. 2백 33만 1천 4백 킬로미터."
"뭐라구? 지구와 달까지의 거리의 단 6배가 아닌가. 이거야말로 태양계의 천문학자들로 하여금 크게 놀라게 할 대 발견이다."
"그렇다."
하고 심슨은 이렇게 말했다.
"질량은 태양과 같으나, 지구보다 작은 별이다. 전파를 내지 않으므로, 가까이 갈 때까지 알 수 없다."
프리튼이 재빨리 계산해 보았다.
"그렇다면 사멸한 백색 왜성이다. 밀도는 지구의 30만 배쯤 된다."
"원통하군. 착륙해서 표본을 가져올 수 없으니 말야!"
비디히가 이렇게 말하자, 비임은 소리를 내며 웃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비디히, 저 별의 표면에서 당신의 체중이 어느 정도 되리라고 생각하나요? 알겠어요, 태양의 표면에는 지구에서의 무게가 29배나 되요. 그런데 태양과 그 별의 질량은 같아요. 그러나 태양의 반지름이 69만 5천 킬로미터에 비해, 그 별은 불과 5천 킬로미터 남짓해요. 말하자면 그 별에 내렸을 때, 태양의 표면보다 중력의 중심이 139배 가까이 되는 겁니다. 중력은 139의 제곱이니까, 1만 9천 3백 21 배지요. 지구상의 경우와 비교하면, 거기에 또 89배를 하는 거지요. 즉 56만 3백 9배가되는 겁니다. 당신은 지구에서 몇 킬로그램이었지요?"
"80 킬로였죠"
"그렇다면 그 별에서의 당신 몸무게는…… 놀라지 마시오, 4만 4천 8백 23톤 7백 20 킬로그램이 되는 거요."
모두 어이없이 웃었지만, 그 숫자가 가진 의미를 알고서는 다시 한 번 놀랐다.
이윽고 심슨이 말했다.
"이름을 붙여 놓자구. 폴리페스모가 어떨까? 그리스 신화 중의 사람을 잡아먹는 거인이지. 아무튼 이 별도 옛날에는 태양과 같은 항성이었다. 행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찾아볼까요, 비임?"
"그래요,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러한 폴리페스모 가까이는 있지 않을 겁니다. 태양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수성도 태양에서 6천만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으니까요."
"좋습니다. 철저하게 찾아봅시다. 어떻게든 해보는 겁니다."
 
암흑의 세계
 
위험한 항성, 폴리페스모는 날이 갈수록 멀어져가고 있다.
어느 날, 비임에게서 보고가 들어왔다.
"물체 발견, 제 3 레이더 스크린의 방향에!"
발사된 레이더의 전파는 스크린에 똑똑히 빛의 점을 만들고 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져 왔다. 그러나 광학 망원경으로도, 전파 망원경으로도 보이지 않는다. 매우 가까워져서야 겨우 대체적인 형태를 알게 되었다.
프리튼이 자료를 가지고 왔다.
"지름 7천 2백 킬로미터. 내가 태어난 화성보다 조금 작다. 폴리페스모부터의 거리는 3억 킬로미터. 태양, 화성간보다 조금 멀다. 착륙해 보자."
"아니, 우선 물질을 조사해 봐야지요. 오하라 선장의 예도 있으니까."
라고 말하는 비임은 언제나 신중하다.
"좋습니다. 섬광은 보이지 않습니다."
"주의해서 손해볼 것은 없어. 로켓 존데(기상관측용의 기구)를 쏘아보자. 곧 준비하겠다. 만약 그 별이 반물질로 되어 있으면 흰 빛, 보통의 물질이면 붉은 빛이 보일 거다."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심슨은 이 음산한 별을 케르베로스라고 이름 붙였다. 이것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지옥을 지키는 개의 이름이다.
이윽고 로켓은 행성까지 날아갔다.
목표의 별은 눈앞을 거의 가리고 있다. 하늘에 입을 딱 벌리고 있는 커다란 구멍 같다. 자세히 보니 희미한 인광을 내고 있다.
몇 분이 지나갔다. 붉은 빛이 번쩍 나타나더니 천천히 사라졌다.
"괜찮다, 위성 궤도로!"
토우레는 케르베로스 상공 8백 킬로미터의 궤도에 들어섰다.
탐험 대원은 큐르비, 프리튼, 비임 3명으로 정해졌다. 심슨과 비디히는 토우레에 남게 되어 기분이 언짢았다.
스틱스 호를 보트 대신으로 사용하여 무사히 착륙했다. 서치라이트로 사방을 비쳐 보았으나, 어느 곳도 바위뿐 아무것도 없다.
스틱스 호는 다시 날아올라, 대기도 없는 사멸된 행성 케르베로스의 상공을 낮게 날며 돌아보았다. 로켓의 불꽃으로 땅 표면의 모습은 대체로 알 수가 있다.
한참 날아갔을 때, 언덕이 보였다. 여러 군데 땅이 갈라져 갔다.
"됐다, 여기에 착륙하는 거다."
우주복을 입은 채 세 사람은 주의하면서 지면에 내렸다. 프리튼은 땅이 갈라진 바닥 밑을 들여다보았다.
큐르비는 조심하라고 무선으로 말했다.
가이거 계수관이 울리고 있다. 방사능이 있다는 증거이다.
"괜찮아, 큐르비. 생물이 있었지는 않은 것 같다."
"어때, 슬슬 되돌아갈까?"
하고 큐르비가 말했을 때, 프리튼이 갑자기 외쳤다.
"앗, 빛이!"
두 사람은 달려갔다.
땅이 갈라진 옆에는 가이거 계수관의 소리가 높이 울렸다.
과연 빛이었다. 약하기는 하나, 분명히 인광이었다. 땅의 갈라진 벽을 따라, 깊은 바닥에서부터 천천히 땅 표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방사선 금속의 광맥이겠지. 조사해 볼까?"
"좋아."
"진짜 광맥일까요? 그렇다면 너무 곧은데요."
이럴 때의 비임의 육감은 놀랄 만큼 날카로워진다.
이 빛의 줄기를 1킬로미터쯤 따라가니, 줄기는 땅 표면으로 나왔다. 이상하게도 반대쪽에서도 같은 빛의 줄기가 올라와서, 거기서 마주치고 있다. 곁으로 가서 조사하던 프리튼이 또 큰 소리로 외쳤다.
"보라, 보라구!"
프리튼의 라이트가 비치고 있는 것은 인공의 것이었다. 빛의 줄기가 마주친 데에 굴뚝이 있고, 거기에 사다리가 달려 있지 않은가!
큐르비가 그것을 잡고 선뜻 내려가려고 하는데, 비임이 말렸다.
"큐르비, 프리튼, 이것은 인간용이 아니오. 간격이 대단히 넓어요. 거인이 아니면 내려갈 수 없어요. 더욱이 방사능도 강하고, 그 곁에는 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주의해서 행동해야 합니다. 그렇지, 뮤리우스 제독으로 하여금 태양계 최고 위원회에 부탁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군요. 대규모의 탐험대를 조직하도록 부탁하는 겁니다. 선뜻 물러설 줄 아는 용기도 중요한 것이지요."
"뭐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말입니까!"
하고 프리튼은 발로 땅을 차며 원통한 듯 말했다
"로프를 사용해서 내려갈 수 없을까?"
"이봐 프리튼, 비임씨의 말이 옳다. 무턱대고 할 수는 없쟎아. 지금은 제대로의 장비조차 없어. 이것보다 헤르메스 2세 호의 구조가 더 중요해."
큐르비는 대장이다. 그래서 비임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단지 연구하기 위해서 사다리의 재료를 좀 깎아 두었다. 깎는 도구가 없어서 가까이의 단단한 돌을 사용했다.
"석기 시대 같군."
하며 큐르비는 웃었다
비임도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가장 무리 없는 방법이 가장 신용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겠지요."
토우레에 되돌아와서도 그들 사이에는 의논이 여러 가지였다.
"땅 밑에는 무엇이 있을까? 케르베로스라는 이름이 점점 알맞아 가는데……"
"지하에 생물이 있다고 말하는 건가?"
"어쩌면 별의 내부는 아직 따스할지도 모른다."
"진짜 상태를 알고 싶구나."
이때, 비임이 입을 열었다.
"나의 의견은 좀 다릅니다. 빛과 줄기는 상공에서 잘 보일 것입니다. 표지 같은 것이나 아닐는지. 그 별에 고등 생물이 살고 있다고는 아무래도 생각 안 돼요. 그렇잖으면 어떤 우주선을 위한 보급 기지 같기도 하구요. 연료나 식량 말입니다. 그것으로서는 알맞은 별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발각될 염려가 우선 없습니다. 우리들이 발견한 것도 실로 우연이었으니까요. 그리고 노지러스 인의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아무 소리를 들은 일이 없으니까."
심슨이 탄복하며 말했다.
"과연 자네들이 안 내려가길 잘했어. 어떤 도난 방지 장치가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
 
운명과의 경주
 
토우레가 헤르메스 호를 뒤쫓는 진로로 되돌아오자, 얼마간은 아무 일이 없었다.
토우레의 거주실에서 심슨은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윽고 눈을 돌려, 옆에 있는 비임에게 물어 보았다.
"비임씨, 당신은 대체 몇 살입니까?"
"반갑지 않은 질문인데…… 그럼, 내가 되묻겠는데 얼마나 되어 보이지? 그 헤르메스 호의 일을 모른다고 치고 말야."
"에…… 많아도 45세. 오히려 시간과는 관계없어요……"
"그 말대로 시간과 관계가 없다고 할까. 나는 노지러스 인과 함께 광속으로 우주를 나는 동안, 시간을 잊고 말았어요. 지난번에 지구에 되돌아가서 그 해를 알았을 때 실로 놀랐어요. 내가 태어난 해는……"
하고 비임은 심슨의 귀에 대고 뭐라고 속삭였다.
심슨의 얼굴은 갑자기 굳어지며, 눈을 있는 대로 떴다.
"그렇다면…… 70세!"
비임은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헤르메스 2세 호는 양로원이지. 그때만 해도 대원 중에서는 내가 제일 젊었었는데……"
"그러나 비임씨…… 비임씨는 조금도 늙어 보이지 않아요."
"그것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아무든 시간의 팽창이라는 것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도 학자들의 이론에서 여러 가지로 나타나고 있지요. 그러나 제대로 증명되어 있지는 않아요. 우리들의 입장도 그러해요. 시간을 잊어버렸다는 것은 시계와 달력으로서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만."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는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엥게라도스 기지를 출발할 때, 시계를 맞춰 놓고 그때부터 계속 지구 시간에 의하고 있지요? 거기에 계속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고 있고요. 태양계에 타고 있는 사람들에 비교하면, 확실히 우리들의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이지요."
"적어도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요. 예컨대 지구상에서는 1년이면 시드는 풀도 우주 스테이션에서 재배하면 몇 년 동안 싱싱하게 푸를 수가 있습니다. 이것도 시간 팽창의 예 중 하나지요."
“방금 연락이 왔습니다. 가이들도 암흑 성운의 탐험을 포기하고, 이쪽으로 되돌아온답니다. 제발 무사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고생을 거듭했는데, 이런 불행한 사고로 죽는다면 분하고 분한 일입니다."
"정말이다. 임시로 끼워 맞춘 우주선이니까 더욱 안타깝다."
하고 비디히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나려면 14일 걸립니다. 그러나 어쨌든 급히 서둘러 봅시다."
비임은 힘주어 말했다.
혜르메스 2세 호는 점점 상태가 나빠져 갔다.
토우레도 전속력을 다 내어 계속 날고 있지만, 우주는 넓고도 넓다.
큐르비가 무전실에서 되돌아왔다.
"산소 예비 탱크, 이제 1개밖에 안 남았대! 탄산가스가 심할 텐데……"
"제발 참고 견디어 줬으면……"
라는 비임의 목소리는 차라리 기도에 가까웠다.
"가이는 의사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겠지."
헤르메스 2세 호에서의 통신은 5일째 끊겨 있었다. 화학 처리로 탄산가스를 해가 없도록 할 수는 있으나, 산소가 자꾸 줄어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졸린다…… 하고 말해 올 뿐.
토우레는 운명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될 최후의 순간에 부닥쳤다.
8일째 되는 날 이상한 일이 있었다. 메도우서가 갑자기 짖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듯이 짖었다. 모두는 소름이 끼쳤다.
"가이 박사들은 죽은 것일까?"
"설마 죽을 리가…… 다른 위험에 부닥쳤겠지."
레이더로 사방을 수색해 보았지만, 아무 일도 없다.
이윽고 메도우서도 잠잠해졌다.
 
뜻밖에!
 
"보인다!"
레이더 스크린에 조그만 빛의 점이 나타났다.
다섯 사람은 숨을 죽였다.
이번에는 비임, 심슨, 그리고 의학에 소질이 있는 프리튼이 구원하러 가기로 되어 있다.
늦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으면?
토우레에 비하면, 꼬마 헤르메스 2세 호는 마치 아이들 장난감 같았다.
세 사람은 우주복을 입고, 에어 록으로 달려갔다.
길고 긴 시간이 흘렀다. 남은 두 사람은 입조차 열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저쪽에 심슨의 모습이 보였다. 손을 마구 흔들고 있었다.
"없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없다! 온통 비어있다."
"그럴 리가?"
"정말이야. 아무리 찾아보아도……"
곧 비임과 프리튼도 나왔다. 세 사람은 모두 토우레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비임의 손엔 한 장의 종이가 들려져 있었다.
"렌 가이의 편지가 있었어. 큐르비, 읽어 주지 않겠어요?"
 
비임, 잘 있거라
 
큐르비는 소리를 내어 읽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헤르메스 2세 호를 떠난다. 죽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안심하길. 조금만 잘못했어도 위태로울 뻔했다.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더라면 죽었을 것이다. 구조는 뜻하지 않던 곳에서 왔다.
당신들이 노지러스 인이라고 부르고 있는 생물의 우주선이, 돌연 옆에 갖다댄 것이다. 곧 사정을 알고 우리들을 수용해 주었다. 지금은 아무 이상이 없다. 당신들을 만나 보고 싶었다…… 그러나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옛 고향을 잊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들은 다른 세계의 인간이 되고 말았다. 지구에 되돌아간다 해도 오히려 당황할 뿐이다. 우리들의 운명의 길은 노지러스 인에게 휩쓸려 들어가고 말았다.
그들은 지금 우리들의 생명의 은인도 된다. 우리들은 그들의 곁에 남기로 결심했다. 노지러스 인들은 우리를 그들의 별로 데려가 준다고 약속했다.
언젠가는 또 다시 인간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우리들은 이 대우주에 생겨난 2개의 문화를 연결하는 선구자가 될 것이다. 우주의 고등 생물에는 탐구심이 강했다. 우리들도 그 탐구심 때문에 노지러스 인에 붙잡히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분하고 슬펐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인간과 노지러스 인과는 서로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서로의 이익이 되는 길이다. 바로 지금부터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우리들은 그들에게 토우레와 거기에 타고 있던 노지러스 인의 운명에 대해서 얘기했다. 그들은 당신들에게 토우레를 양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성과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있다.」
 
"당연하지. 토우레는 아직도 바이러스로 더럽혀져 있으니까."
하고 심슨이 불쑥 말했다.
가이 박사의 편지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노지러스 인이 태양계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들은 자기들의 별과 더불어 이 태양계를 지키려 하고 있다. 양쪽 인류가 다시 만나는 날은 언제일까? 그건 그들도 모른다. 부디 토우레로 뒤따라오지는 마시라. 이것은 그들의 희망이다……」
 
꽤 오랫동안 누구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이윽고 코튼 비임이 얼굴을 들었다.
"큐르비, 당신은 토우레의 선장입니다. 노지러스의 우주선과 연락해도 괜찮을까요?"
"목적은요?"
"나중에 얘기하겠소 부탁이오!"
큐르비는 한동안 생각하고 나서,
"좋습니다!"
라고 말하자, 비임은 무전실로 사라졌다.
얼마 안 되어 되돌아온 그의 눈에는 굳은 결의가 번쩍이고 있었다.
"비디히, 당신은 환경 엔지니어입니다. 헤르메스 2세 호를 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부탁하오. 그리고 큐르비 대장, 여기서 작별을 고하고 싶습니다. 지금 노지러스 인에게 양해를 구했어요.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헤르메스 2세 호를 타고 그 쪽으로 가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거기가 바로 내가 돌아갈 장소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은 토우레에 스틱스 호를 싣고 태양계로 돌아가 주십시오. 무선이 말을 들으면 뮤리우스 제독과 페드로프 대장에게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만, 여기서는 너무나 멀군요. 양해하십시오. 20 명의 동료……"
"알았습니다, 비임씨.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힘이 미치는 데까지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이 안 계셨더라면 이런 훌륭한 모험도 해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고 큐르비는 비임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친구로서 지냅시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돌아가거든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하십시오. 태양계 요새의 벽을 천천히 닦고 계십시오, 라고."
네 사람은 그저 멍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헤어짐의 고통은 누구나 느끼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비임은 젊은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관측 돔에서 네 사람은 비임이 탄 작은 우주선이 별 사이로 사라질 때까지, 언제까지나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윽고 심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었구나. 메도우서가 짖은 것은, 레이더 전파 흡입 장치를 달고 있는 노지러스 인의 우주선이 바로 옆을 지나갔을 때였던 거야. 알았어."
"그렇다. 자, 보고할 것이 산더미 같다. 모두 자기 자리로 갈 것. 엔진 전속력! 태양계로 진로를!"
하고 큐르비가 호령하자, 제각기 자기의 위치로 흩어져 갔다.
 
<끝>
 
 
작품 해설
 
우주의 신비
 
인류가 정말 우주에 진출하면, 반드시 여러 가지의 이상한 일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큐르비 등이 체험하는 수많은 사건은 공상만은 아닙니다.
이 이야기에는 다소 낯선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몇 개를 간단히 설명하고, 우주의 신비를 들여다보기로 합시다.
 
전파 천문학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발달한 레이더 기술을 응용하여 전혀 새로운 천문학이 탄생했습니다. 별에서 오는 빛이 아니고, 전파를 잡아서 연구하는 전파 천문학. 이것은 하늘이 맑지 않아도 상관없으며, 그 덕택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별이 우주에는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보통의 망원경을 사용하는 광학 천문학과 서로 힘을 합해, 우주의 신비를 풀어 나갈 것입니다.
 
백색 왜성
 
희고 작은 별입니다. 시리우스의 반성은 반지름이 지구의 2배인데, 문제는 놀랍게도 질량이 태양과 거의 같습니다. 말하자면 그 별의 형태가 성냥갑 만한 것이라도 무게는 1톤이나 됩니다. 그것은 그 별을 형성하고 있는 물질의 원자핵과 원자핵이 매우 밀착되어 있기 때문인데, 대우주는 이러한 별에서 발생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반물질
 
물질을 이루고 있는 원자는 작고 작은 태양계 우주와 같은 것으로서, 1억을 줄지어도 겨우 1mm쯤 될 정도입니다. 태양에 해당되는 플러스(+)의 전기를 띠고 있는 양성자와, 전기를 띠지 않은 것이 중성자, 이들이 원자핵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 둘레를 행성처럼 돌고 있는 것이 마이너스(-)의 전기를 띤 전자입니다.
그런데 원자핵 파괴 장치 기계 안에서 마이너스 전하를 가진 "반양성자"를 만들었습니다. 만듦과 동시에 사라지고 맙니다만, 이러한 "반물질" 만으로 이루어진 우주도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우주에서는 전기성이 모두가 반대입니다. 중성자와 같은 전기성이 없는 소립자는 자기의 성질이 반대로 됩니다. 반물질의 세계에 사는 생물도 같아서, 우리들은 절대로 반물질 세계의 생물과 교제할 수 없습니다. 서로 악수라도 한다면 무서운 폭발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 우주의 별과 반물질의 별이 충돌하여 폭발하면 재도 가스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감마선이 방출될 뿐입니다.
 
광속과 시간
 
빛의 속도와 맞서는 속력으로 몇 년인가 우주를 날고 온 파일럿이 그리운 지구에 돌아와 보니, 동생이 자기보다 더 늙어 있었다…… 그렇게 될 것입니다.
도무지 믿을 수 없을 것 같지만, 거리라는 것으로 생각해 볼까요. 어떤 배가 500킬로미터 항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이 거리는 지구상의 한 점에서 본 것이고, 지구 그 자체의 자전과 공전을 계산에 넣는다면 그 배가 실제로 이동한 공간의 거리는 전연 틀리는 것이 됩니다. 말하자면 거리, 속도, 시간이란 것은 모두가 상대적인 것입니다.
로켓이 빛의 99%에 달하는 속도로 날면 거기에서의 1년은 지구상에서의 7년에 해당되고, 속도를 99.99%올리면 실로 70년에 해당되게 됩니다. 파일럿의 속력은 그 영향을 받아서 느려질 것입니다. 제트기가 음속을 돌파하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광자 로켓이 광속의 벽과 겨누기에는 더욱 큰 일이겠지요. 원자의 저항이라는 것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은하계의 우주 공간에는 1입방 센티미터에 1개의 수소 원자가 있습니다. 광속의 3분의 1로 날아도 1초간에 180억의 양성자와 전자에 부딪히게 되는 것입니다. 굉장히 견고하게 만들지 않으면 우주선은 가루가 되고 말 것입니다.
작자 돌레짤을 간단히 소개하겠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SF작가인데, 비인 공과 대학을 졸업하고, 1930년에서 1945년까지 비인 방송국에서 과학 담당의 기획을 맡아보았습니다. 또 1949년까지는 비인 천문대에서 연구를 하고, 오스트리아 우주 과학 협회 사무장도 지낸 바 있습니다. 정확한 과학 지식과 따뜻한 휴머니즘이 넘쳐흐르는, 소년을 위한 건강하고 즐거운 작품을 많이 썼습니다.
 
태양계 요새
SF세계명작 20
 
인 쇄      1975년 10월 5일
발 행      1975년 10월 10일
역 자      이 인석
제 판      명립 정판사
오프셋     장원 정판사
인 쇄      일신사
제 본      양지실업(주)
발행인     박 훈
발행처     아이디어 회관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5가 19-29
      등록 1975. 2. 26. 제 2-213호
      전화 (26) 1975, (26)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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