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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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시절의 잊지못할 추억
2018년 09월 20일 01시 19분  조회:8597  추천:17  작성자: 강순화

                     
                    그때, 그시절의 잊지못할 추억
                         -- 나의 고중시절 반주임선생님을 그리며

                                           윤승일 구술,   글 / 강순화    
 

  젊어서는 희망에 살고 늙어서는 추억에 산다고 하지 않는가!  내 나이 칠십을 훌쩍 넘긴 이 세월까지도 마음속 깊이 간직되고 잊지 못하는 한분이 계시니 그이는 바로 50년대《연변제2고중(현--연변1중)》시절의 나의 반주임이였던 김도권 선생님이다.

  연길현 태양구 길성소학 시골에서 유일한 록취자로 연길시1중에 왔고, 3년 졸업후에는 또 수석으로 연변1중에 입학했을 때 김도권선생님은 금방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연변일중에 분배받아 첫 교편을 잡으며 우리반주임으로 되였던 것이다.

  보통 키에 단정한 몸매, 긴 하이카라 검은머리를 뒤로 넘기고 강의할 때면 무시로 머리를 휙! 뒤로 재끼며 미소를 머금는 멋진 스타의 20대 젊은청년 교사였다. 나이도 우리학생들과 여섯 살 차이밖에 안되는지라 너무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렸고 과당에서의 재밋는 강의와 무시로 이어대는 유모어들로 하여 전반 학생들의 환심을 금시 독차지 하였었다.

  그때는 무슨 영문인지《반공반독》해야 한다고 매일 오후면 학생들을 일터에 내 몰았다. 학교식당에서 옥수죽 한그릇씩 밖에 못 먹고는 줄창 걸어서 기차정거장까지 가서는 온 얼굴이 새카맣게 석탄먼지를 들쑤고 화물차에서 석탄을 부리고 또 그 150근도 더되는 석탄상자를 두사람씩 짝지어 어께에 메고는 50여메터 떨어진 벌판에 가져다 무져야 하였다. 원래 튼튼치도 못한 김선생은 항상 우리와 함께 석탄을 메여 날랐고 함께 어듬속을 걸으며 학교까지 돌아오군 하였다.

  일하고 밤늦게 돌아 올때면 항창 자라는 우리들 그 나이에 진종일 고된일로 하여 너무도 배가 고파서 몇몇이 저마다의 호주머니 부스럽 돈들을 털어모아 가지고 작은 식당에 찾아가서 량표받는 옥수수밥은 겨우  한그릇을 사서 한 슷가락씩 나누고 국을 몇사발 청하여서는 한사발씩 눈깜짝새 후루룩 마셔 헛배를 채우군 하였다.

  이렇게 두달 남짓이 애써 일했지만 보수는 커녕 임무를 제때에 못했다고 학교에서 도리여 벌금을 했다고 하니 정말 알고도 모를 일이였다. 애들은 모두들 기진맥진했고 대부분이 빈한한 농민의 자식들이라 서로 나눠 먹는다 해도 하나 둘씩 점점 식비가 떨어져 버렸다. 드디여 누구도 식권를 살수가 없어서 애들은 굶기 시작하였고 어느 날엔가는 온 숙사 10여명 애들이 몽땅 드러누워 일어날 수 없게 되였다.

  이를 알게 된 반주임 김선생님은 즉시 식당에 달려가 자신의 한달 공자를 몽땅 내여 학생들의 식권를 사서 숙사에 누워있는 우리반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당시 한달 식비 5원, 선생님의 공자는 50원좌우였으니 임시구급은 한 셈이다. 학생들은 눈물을 머금고 그 밥들을 먹었으며 겨우 방학까지 견지할 수 있었다.

  때는 1957년, 나라적으로《정풍운동》을 호소하여 당내의 주관주의, 종파주의, 관료주의를 반대한다는 주제를 가진다고 지시했지만 기층에서는대명대방(大鸣大放)의 명의로 군중운동을 일으키고 있는 때였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고 유능한 김선생은 항상 학생들께 배움의 중요성을 가르켰고 학생의 첫째 임무는 학습임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로 될줄이야? 어느날 부터인가 연변일중 교학로 정문청사의 높은 란간 삼면 벽에는 대자보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고 드디여 어느 오후《김도권은 반동적 학술권위, 수정주의 교육로선의 고취자》라는 제목의 시커먼 글자가 보이는 기다란 대자보도 무명으로 씌여져 나 붙었다.

  아니, 우리 반주임선생님이 무슨 나쁜분자라고? 어데 말이나 되는가? 어떤 놈이 이런 파렴치한 흑백전도의 무함과 모독을 한단 말인가? 절때 그냥 보고 놔둘 수 없다! 그날밤 나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학생신분이라 그런 선생들과 대자보로 싸울수도 없고, 오직 깡그리 없애버리는 수 밖에 ... ...

  밤 12시가 넘어 온 숙사의 애들은 모두 잠에 골아 떨어졌고 오직 사감실 방만은 당직 아바이가 드문드문 기척을 내군 하였다. 나는 화장실로 가서 창문을 살짝 열어 제치고 뒷마당에 뛰여 내렸다. 별 인기척이 없는 눈치라 살그머니 학교 청사로 뛰여갔다. 희미한 달빛에 어슴프레 보이는 검은글자의 대자보들은 유령처럼 높은 벽에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오후에 봐둔 위치를 더듬어 왼쪽벽 중간 위에서《김도권》이라는 세 글자를 발견한 나는 얼른 그 대자보를 잡아뜯어 감아서 웃옷속에 감추었다.

  당직실에서도 별 인기척이 없자 나는 쥐도새도 모르게 가만가만 학교청사를 빠져나와 북쪽에 있는 옥수수밭으로 냅다 뛰여 갔다. 두 손가락에 피가 터지도록 땅을 허비여 파 헤치고 그 대자보를 부랴부랴 파뭍어 버리고는 누가 볼가봐 두려워 일부러 학교 담장길을 에돌아 다시 숙사화장실 창문으로 기어올라 침실에 돌아 왔다.

  이튿날, 온 학교는 들썩하였다. 누가 밤에 대자보를 뜯어 갔을가? 김도권의 보황파가 틀림없다. 헌데 누구도 보지 못했으니 추궁할 방법이 어데 있는가 ... ...? 그저 그렇게 찬 서리바람은 몇일간 휘몰아쳐가고 그 특의한 의문의 사건도 그 세월과 그 가슴들에 뭍혀져 잊쳐버리고 만 것이다.

  그려구려 그 김도권선생님과 헤여진지도 수십년 되던 어느날 장춘에 전근해 가셨던 반주임이 정년퇴직하여 연길에 놀러 오신다는 기별이 왔다. 그당시 나는 정부관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때라 내가 동창들은 불러 모았다. 아니나 다를가 아홉명의 동창들이 반주임을 만나려고 달려왔다. 그때엔 그래도 제일 잘나간다는 연길 동북아호텔 회전식당에 모여서 기쁨의 상봉과 더불어 지난세월 겪어 온 희노애락의 엣 이야기들을 꽃피우던 중 누군가 문뜩 그《대자보 실종》의 특종 의문사건을 내 놓았다.

  어느덧 40년이나 지난 일인데 지금까지 속이고 감춰둘 필요는 없지 않는가? 나는 선뜻 그 일의 자초지종을 피력하였다. 동창들은 금시 환호하였고 반주임은 눈물을 흘리며 얼싸 나를 끓어 안았다. 
  《고마워, 승일아 ... ! 》또다른 그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뒤이어 아홉일행은 일제히 반주임과 나에게 모여와 부등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 나라의 운명과 더불어 시대의 파란만장 속에서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이 세대들, 인제는 사회나 가정의 모든 짐들을 훌훌 벗어버리고 뜻깊은 그 추억들에 울고 웃으며 오늘의 보람찬 삶을 마음껏 즐겨야 하지 않겠는가? 추억은 아름답고 추억은 용서를 하고 추억은 영원한 것이라고 그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오직 자신의 과거를 소중히 여기고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인생길 끝까지 건강히 지혜롭게 살아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소임이자 숙명이 아닌가 생각한다.    

                          ( 이 글은 이미 <중국민족>잡지 2018년제4기에 실렸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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