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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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동력
2006년 04월 07일 00시 00분  조회:5609  추천:42  작성자: 황유복
삶의 원동력

황유복(黃有福), 글자 그대로 축복받은 생명이라는 뜻으로 소학교 입학 때 선생님이 지어준 이름이란다. 그러나 실제로 그는 유복(有福)이 아닌 유복자(遺腹子)로 태여난 불행한 운명의 주인공, 그럼에도 그를 꼭 축복받은 생명이라고 말하련다면 아마도 농장을 운영하여 모은 적지 않은 돈을 독립운동에 지원하다 일본군에게 살해된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씨,그리고 악렬한 환경속에서도 엄한 교육으로 견강하게 성장시켜준 할머님의 사랑, 이 두가지를 선사받은때문이라고 할수 있겠다.

황교수는 1943년 2월 2일 길림성 영길현 쌍하진 한 농민가정의 셋째아들로 태여났다. 쌀쌀한 북풍은 방안 가득 추위와 가난을 더해주었고 아빠없이 태여난 새 생명의 불행을 짙게 물들였다. 더구나 갓 남편과 한 아들을 잃은 젊은 엄마의 심정은 납덩이에 눌린듯 아팠다. 이를 누구보다 환히 꿰뚫어 본 할머니는 그가 두 살 잡던 해 두 손자와 어머니를 불러앉히고 며느리의 개가를 권고하였다. 두 손자를 자기가 맡을테니 나이 젊었을 때 어서 개가하라며 젊은 청상과부의 앞길을 틔워주었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절대 뒤로 돌아보지 말라고 당부하였다. 아직 기억이란걸 익히지 못했던 황교수는 그로부터 유복자로 태여난 신세에 이어 엄마의 얼굴마저 모르는 억울한 운명이 되었다.

그러나 할머니의 존재는 그에게 있어서 너무나 값진 선물이였다. 인격이 높고 의지가 굳센 할머니는 홀로 막내아들과 두 손자를 거느리고 생활을 억척스레 개척하였다.

어느 한번 동네 잔치집에 가는 할머니의 치맛자락에 매달리는 어린 그에게《우리는 이 마을에서 제일 가난한 집이다.너를 데리고 가면 남들은 저 할멈은 얻어먹이려고 손자를 데려왔다고 생각할수 있다. 그것은 우리를 거지로 보는것과 다름없다. 가난은 사람의 노력으로 이겨낼수 있지만 그러나 가난하다고 인격마저 지킬줄 모른다면 구제불능의 정신장애자로 될것이고 그럴수록 영원히 가난해질수밖에 없다.》고 할머니는 도리를 설명하였다.그 당시는 그 말뜻을 다 새기지 못했지만 자라면서 되새기는 과정에 그 참뜻을 깨달을수 있었고 인생의 지침으로 삼을수 있었다. 자존심과 긍지를 잃지 않도록 타이르고 격려해주신 할머니의 사랑은 그로 하여금 가난을 이기고 견강한 의지와 강한 진취심, 높은 인격을 갖추게 하였다.

할머니의 그때 년세보다 더 높은 나이를 잡은 황교수는 지금도 이렇게 말하고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가도 내 가슴속에 찡하게 남아있는 그리운 할머니의 초상은 조금도 멀어져 가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리해하고 있는,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초상이 합쳐져서 하나로 된것이다. 언제나 엄격하면서도 때로는 너그러운 위대한 부성의 사랑과 자애로우면서 항상 강인한 모성의 사랑을 함께 읽을수 있는 초상이 바로 내 가슴에 새겨진 할머니의 초상이다.》
황교수에게 있어서 할머님은 아버지이자 어머니였다. 아니, 그 이상이였다. 남호댁이라 불리웠던 할머니를 영원히 기리는 마음에서 황교수는 자신의 서재를 남호서재로 명명하고 자신의 호를 남계라 하였다. 그 뜻은 남호에서 흘러내린 내물이라는것이다. 황교수에게 있어서 할머님은 실로 정신적원천이였고 생명의 원동력이였다.

할머님의 엄격함과 자애로움은 황교수로 하여금 일찍 자립하고 철들게 하였다. 철부지 어린 시절, 그는 놀라울 정도로 조숙하고 집념스런 면을 보였다. 할머님이 삼촌과 형님을 데리고 일밭으로 가면 혼자 집에 남게 된 그는 배고픔에 시달리면서도 울지 않았고 대신 창문에 매달려 새들이 재롱부리는걸 구경하고 울안에서 꽃이 피고 지는걸 지켜보았다. 그중에서도 그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남은것은 지는 저녁노을, 매일매일 그 황홀경에 빠져있노라면 배고픈것도 외로움도 잊고만다. 바로 그때의 집착이 집념스런 그의 성격을 결정지었는가보다. 저녁노을이 신기하고 그것에 매혹되다못해 옥년이란 년상의 여자에게 서산에 걸린 저녁노을을 따러 가자고 졸랐고 결국 옥년이는 그의 손을 잡고 서산에 까지 올랐다. 그러나 그 순간 노을은 너무나 아득한 멀리로 달아나있었다. 그래도 꿈은 어린 가슴속에서 깨여지지 않았다. 동내 어른들이 홰불을 들고 어둠을 가르며 잃어진 아이들을 찾아 란리를 피울 때 그의 생각은 오직 따지 못한 노을로 아쉽다는 한가지뿐이였다.

그렇게 그는 매일 말동무도 없이 홀로 창가에 매달려 창문밖의 세상을 대하는속에 사물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을 키우고 정감을 키우고 감수성을 키우고 사색을 키웠다. 그것은 훗날 그가 문학을 특별히 애호하게 된 기초로 되었다. 중학시절부터 그는 조선 명작과 세계명작들을 걸탐스레 탐독하는 속에 문학에 깊이 빠져들어갔다. 그래서 과묵한편인 그의 내면세계는 외롭지 않았고 그 누구보다 풍부하였다. 그는 시로 일기를 쓰고 글로 자신과 대화를 나누었으며 운명에 도전하였다. 문학을 가까이하는속에 그는 운명에 대해 생각하였고 인생에 대해 사색하였으며 주위의 모든 것들에 대해 애착을 느끼였다. 그리고 노을과 돌과 새들과 친구하는속에 그는 누구보다 꿈이 많은 동년과 소년, 청년으로 자랐다. 그가 어른으로 성숙하고 성과로 인생을 장식하는 과정은 바로 맘속에 간직한 하나하나의 꿈들을 현실로 실현하는 과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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