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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박대정심 (博大精深)’의 대륙적 기질
2006년 03월 06일 00시 00분  조회:6677  추천:73  작성자: 황유복
‘박대정심 (博大精深)’의 대륙적 기질



동아시아 삼국인의 기질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중국인의 대륙적 기질’, ‘한국인의 반도적 기질’, ‘일본인의 섬나라 기질’하는 따위의 말들을 자주 쓰게 된다. 그러나 정작 “무엇이 중국인의 대륙적 기질이냐”라고 물었을 때 시원한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중국인의 기질을 이해하려면 우리는 우선 ‘넓다’, ‘크다’, ‘정밀하다’, ‘깊다’라는 뜻을 아우르는 ‘박대정심 (博大精深)’이란 말을 바르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국토가 넓고 나라가 크며 문화의 뿌리가 깊다.

‘중국인’이라는 말 자체도 한국인들이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다. 단일민족 국가인 한국에서는 ‘한(韓)민족’과 ‘한국인’ 을 동의어로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 ‘중국인’은 56개 민족을 포함시킨 복합적 의미로 쓰이고, 한국인들이 흔히 말하는 ‘중국인’은 정확히 ‘한(漢)족’이라 부르고 있다.

40여 년 전 내가 중앙민족대학 역사학부에 입학했을 때 《중국민족사》강의를 담당하신 교수님이 첫 시간 강의에서 "한족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잡종(雜種) 그룹"이라고 하시던 말씀이 지금까지 잊혀 지지 않는다. '화(華)'족과 '하(夏)'족을 근간으로 형성된 한족은 수천 년 발전과정에서 수많은 주변 민족들을 끊임없이 흡수 통합시키면서 한어와 한자문화 그리고 유학사상으로 결집된 거대한 민족공동체를 형성하게 되었다. 글로벌 식구 5명 가운데 1명이 중국인이라 할 규모의 인구그룹과 한반도 면적의 44배나 되는 국토를 갖고 있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스케일은 모든 것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이 중국에 오게 되면 먼저 찾게 되는 자금성이나 만리장성 그리고 진시황의 무덤 그 어느 하나도 빠짐없이 먼저 '크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서구식 근대화바람이 불기 이전 한국인들은 핵가족중심의 가족제도 하에서 생활해왔지만 중국인들은 확대가족제도를 고집해왔다. 같은 쌀(중국 남방의 경우)과 젓가락으로 특징지어지는 음식 문화권이라 할지라도 대가족의 많은 식구들이 모여서 먹게 되는 중국의 식탁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사이즈가 크기 마련이다. 따라서 큰 식탁에 둘러앉은 중국인들은 먼 곳의 요리를 집기 위해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큰 젓가락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처음 중국에 도착한 한국인 여행객들은 회전판이 부착된 큰 식탁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이렇게 젓가락에서부터 자금성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중국인들은 ‘대국인’답게 ‘큰’것을 선호한다. 크다는 것은 작은 것에 대한 수용성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상고시대 중국의 두 번째 국가인 상(商) 나라를 지배했던 동이계 은(殷) 민족은 한족에 흡수되어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길이 없다. 중국의 북 반부를 통치했던 거란(료나라)인, 여진인(금나라) 들도 마찬가지다. 좀더 가까이는 중국전역을 지배했던 몽고인(원나라)들도 대부분 한족에 흡수 동화되었고, 만주족(청나라)의 경우 언어와 문화는 한족에 동화되고 지금은 혈연주의에 의한 민족그룹만 보존하고 있다.

때문에 ‘중국인’을 이해하려면 우선 큰 스케일을 지향하는 그들의 문화적 특성과 그들 문화의 강력한 수용성을 이해해야 한다.

2002.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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