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복
http://www.zoglo.net/blog/huangyoufu 블로그홈 | 로그인

※ 댓글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칼럼/단상/수필

(수필)사랑의 신화학
2006년 02월 09일 00시 00분  조회:5017  추천:67  작성자: 황유복
사랑의 신화학



사랑의 기원에 관한 두개의 색다른 신화가 있다. 그 색다른 두개의 신화때문에 인류는 영원히 사랑이라는 불치병을 앓게 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고대 그리스 철학가인 플라톤(platon)의 《향연》에 소개되여 있는데 사랑의 기원에 관한 가장 유명한 신화로 평가되고 있다.

아득히 먼 옛날, 인간은 본래 두개의 얼굴과 네개의 팔, 다리를 가진 《완전한 형태》였다. 남성과 녀성의 성을 동시에 갖고있는 이 이중인간들은 무지무지한 체력과 힘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오기가 있어 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뭇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그들의 힘을 꺾어 더 이상 신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인간을 남자와 녀자 둘로 나누어버렸다. 사랑은 이렇게 둘로 나뉜 반쪽이 원래의 짝을 찾아 완벽하게 한덩어리를 이룸으로써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갈망이다.

고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ovidius)의 《아모르》와 《변신이야기》에서 또 다른 하나의 신화를 읽을수 있다.
우리가 누구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것은 우리의 의사와는 조금도 관계없이, 천성적으로 장난기가 있고 조금은 무책임하며 심술이나 앙심에 따라 행동하기도 하는 나젊은 신인 큐피드(《욕망》이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에서 파생된 이름)가 쏜 금화살을 맞았기때문이라는것이다. 그리고 큐피드가 쏜 납화살을 맞았을 때는 사랑에서 도피하게 되기도 한다.

원래 남자와 녀자는 한몸이였으나 두 몸으로 갈라졌고 그때부터 모든 인간은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결합하려 한다는 플라톤 신화의 론리는 아담의 갈비뼈를 빼내여 이브를 만들었다고 하는 기독교의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에도 전개된다. 비록 《성경》이야기에서는 남과 녀가 평등하게 반반으로 갈라진것이 아니라 남자의 한부분으로 녀자를 만들었기때문에 녀자가 남자에 종속되여 있는것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한 몸에서 두 몸으로 갈라진것만은 분명하다.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융(jung)의 리론에 따르면 인간의 정신내면을 《애니마(anima)》와 《애니무스(animus)》로 나눌수 있는데 남성의 정신내면에 존재하는 녀성성은 《애니마》이고 녀성의 정신내면에 존재하는 남성성은 《애니무스》이다. 그런데 인간은 무의식중에 자신의 《애니마》나 《애니무스》를 이성에게서 찾게 된다는것이다. 즉 남성은 자기 마음속의 《애니마》와 닮은 녀성을 만나게 되면 첫눈에 반해버리고, 녀성은 자기 정신내면에 간직된 《애니무스》로 비춰지는 남성을《백마왕자》로 간주하게 된다. 융의 론리는 플라톤신화에서 두개의 몸으로 갈라진 인간들이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기억을 정신내면에 간직하고 있다가 그것과 닮은 반쪽을 만나면 결합하려 한다는 말로 풀이할수 있다.

플라톤의 신화는 사랑을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결합하려고 하는 능동적인 행위로 보았고, 그와 반대로 오비디우스의 신화에서 사랑은 우리의 소망과는 상관없이 큐피드의 금화살에 명중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피동적인 행위로 해석되고 있다.

그런데 첫사랑에 깊이 빠져본 경험과 사랑하는 사람과 상당한 기간의 지속적인 사랑을 해본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사랑은 시작과 지속이라는 두개의 서로 다른 상태의 단계를 거칠수밖에 없음을 감지할수 있을것이다. 한사람의 첫 돌사진과 환갑사진이 별로 닮은 점이 없듯이 사랑의 시작과 나중에 진행되는 지속적인 사랑은 전혀 달라보일수 있다. 따라서 사랑이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발전변화하는 하나의 과정이라 할수 있다.

첫사랑은 흔히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찾아온다. 《사랑의 불길은 그것을 알아차리기 전에 이미 마음을 태우고 있다.》(마그리트 드 나바르) 《우리는 리유없이 사랑하고》(르나르), 《사랑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찾아온다》(톰프슨).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시작을 무의식적인것이라 한다.

우리는 합리적인 계산을 거쳐 《적합한》 사람을 선별해서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기질과 취향이 전혀 맞지 않는 사람과 사랑에 빠질수도 있고, 때로는 외모나 체질 등 조건이 흡족하지 않는 상대를 사랑하게 될수도 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보았을 때 당신에게 더할나위 없이 적합해보이는 상대를 만났는데도 가슴에 불이 당기지 않아 사랑이 피여나지 않을수도 있다. 이러한 사랑의 부조리에 대한 책임을 우리는 큐피드 신에 전가시키고 있다. 우리의 소망과는 관계없이 큐피드 신의 금화살을 맞았기때문에 사랑에 빠지게 되였고 큐피드 신의 납화살을 맞았기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대상자를 만났어도 사랑을 회피하게 된다는것이다.

큐피드의 금화살을 맞아 시작하는 사랑을 우리는 보통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상태》, 《사랑에 빠지는 상태》 혹은 《로맨틱한 사랑》이라고 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사랑을 하게 되는 최초의 상태에 초점을 맞추면서 사랑에 빠지는 일을 사랑의 본질로 리해한다.

그러한 《사랑에는 단 한가지 조건, 즉 열정이라는 조건밖에 없다. 그리고 이 조건은 누구나 충족시킬수 있다.》(존 암스트롱). 로맨틱한 열정에 대한 능력은 오늘날 인간성의 공동분모라고 할 정도로 보편화되여 있다.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급속히 친밀해지고 상대방이 자신의 행복이라는 뚜렷한 확신을 갖게 되며 극단적인 환희와 기쁨을 느끼게 된다. 《사랑이란 이를 테면 깊은 한숨과 함께 사는 연기, 사랑은 맑아져서 련인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불꽃이 되고, 헝클어져서는 련인의 눌물로 넘치는 큰 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사랑은 분별하기 어려운 광기, 숨구멍조차 막히게 하는 고집인가 하면, 그것은 또한 생명을 기르는 단 이슬이기도 하다.》(셰익스피어). 《정열적인 사랑을 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인생의 절반, 그것도 아름다운 쪽의 절반이 가려져 있는것이다.》(스탕달) 《사랑은 아름다운 꿈》(샤프)이고 《이 세상에서 사랑보다 즐거운것은 없다.》(롱펠로) 그래서 《사랑을 시작했을 때 비로소 삶도 시작된다》(스큐데리양)고 한다.

로맨틱한 사랑은 사랑의 시작단계에 집중되여 있다. 그 다음에 다가오는 사랑을 우리는 《사랑하고 있는 지속적 상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랑》 혹은 《성숙한 사랑》이라고 한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것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사랑이다. 진정한 사랑이란 지속적인 사랑이며, 장기적인관계에서 불가피하게 만나게 되는 난관에도 끄떡없는 사랑이다.》(존 암스트롱) 성숙한 사랑은 로맨틱한 사랑과는 별로 닮은점이 없다. 사랑의 비극은 우리가 로맨틱한 사랑을 사랑의 본질로 리해하면서 생기는 오해에서 비롯된다. 유감스럽게도 인간의 신체구조는 불같이 달아오르는 로맨틱한 사랑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게끔 만들어져 있다. 성의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성간의 로맨틱한 련애감정의 유효기간은 길어서 3~4년 정도로 설정되여 있다. 유효기간이 종료되면 남녀사이의 로맨틱한 감정은 완전히 식어버린다. 그때 우리는 성숙된 사랑이라는 끈으로 남녀 사이의 인연을 계속 이어주어야 한다.

성숙된 사랑을 계속 큐피드의 금화살에서 기대할수는 없다. 우리에게는 오래 지속될수 있는 사랑의 또 다른 신화가 요청된다. 원래 한몸이였으나 두몸으로 갈라졌고 노력을 거쳐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새로운 합일을 이룬다는 플라톤의 신화가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성숙한 사랑을 대변해주고 있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완벽하게 한 덩어리를 이루어》 온전한 하나의 존재로 된다는것은 성숙한 사랑이 아니면 이룰수 없는 경지이다. 큐피드의 화살에 맞아 로맨틱한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은 사랑의 에너지를 리용하여 상대방과 일치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물론 그러한 일치는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합일일수 있다. 성숙된 사랑에서는 두개의 존재가 하나로 되면서 둘로 남아있는다는 역설이 성립될수 있다.

플라톤신화에서 남녀가 합일을 이룬 《완전한 형태》일 때 《무지무지한 체력과 힘》이 생긴다는 론리는 사랑의 위대함을 역설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남녀가 일치를 이루는 사랑은 모든 창조의 기초이기도 하다. 생물학적으로 보았을 때 남녀의 결합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초로 된다. 뿐만 아니라 순수한 정신적인 령역에서도 사랑을 통해 남녀는 새롭게 재탄생된다. 인류가 창조한 모든 문명과 문화는 성숙한 사랑과 무관할수 없다. 《사랑이 없으면 인간성은 하루도 존재하지 못하기》(에리히 프롬)때문이다.

로맨틱한 사랑에 대한 능력은 누가나 갖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합일을 이루는 진정한 사랑은 성숙된 사람들의 몫일것이다.

2003. 11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99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59 학교설립은 그에게 숙명적인 과제였던가 2006-04-11 96 6285
58 삶의 원동력 2006-04-07 42 5611
57 영원으로 뻗은 꿈의길 2006-04-05 54 5708
56 만남 (5): 《도라지》의 부탁을 받고 2006-04-03 45 5422
55 만남(4) 커피숍에서 2006-03-31 56 5398
54 만남 (3): 온라인ㅡ e- mail. 2006-03-29 56 5464
53 만남(2). 백문불여일견. 2006-03-28 54 5719
52 만남(1)- 귀인은 잊음이 헤프다? 2006-03-27 53 5486
51 생명의 원색 2006-03-24 56 5692
50 (서평) 의미화의 매력 2006-03-23 51 5240
49 (서평) 학자수필의 매력 2006-03-22 63 5490
48 (서평) 사랑의 미학 2006-03-21 68 5091
47 (서평) 깨달음의 미학 2006-03-20 75 5094
46 (서평) 순수성의 미학 2006-03-17 51 5365
45 (수필) 한국에서 기술을 배워라 2006-03-16 49 5548
44 (수필) 수교 10년 2006-03-15 61 5450
43 (수필) 중국인들의 욕과 한국인들의 욕 2006-03-14 86 5771
42 (수필) 글로벌 에티켓과 중국인들의 예절 2006-03-13 65 6846
41 (수필) 중국사람과 숫자 2006-03-10 79 8318
40 (수필) 노랑, 빨강과 중국인 2006-03-08 80 6148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