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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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칼럼] 도(度)
2018년 12월 20일 08시 39분  조회:857  추천:1  작성자: 한영남
세상사 어느 것인들 도를 떠날 수 있으며
인생사 어느 것인들 도를 잊을 수 있으랴
 
우리는 일상에서 어떠한 정도나 한도가 넘어설 경우 도가 지나치다고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역시 이 도를 설명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사자성어이다.
 
“물유본말(物有本末), 사유종시(事有终始),지소선후(知所先后),칙근도의(则近道矣)”(《礼记·大学》)를 우리말로 옮기면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으니 근본과 말단, 시작과 끝의 순서를 깨달으면 도에 가까울 것이로다”는 뜻이다.
 
인간은 욕심이 있는 고급동물이기에 도를 넘어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번만 더’가 사람 잡는 경우도 많다.
 
화학실험을 할 때 보면 무색의 수산화나트륨 같은 염기성 용액에 역시 무색인 페놀프탈레인 용액을 방울방울 떨어뜨리다가 어느 한 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무색의 용액이 적색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한계 즉 도이다.
 
물리실험을 할 때 용수철을 늘구다가 어느 한정치를 넘게 되면 용수철이 회복불가가 되여버린다. 그것이 용수철의 탄성한계 즉 도인 것이다.
 
수학에서 플루스와 미누스 사이에 있는 수치를 0이라고 한다. 즉 0의 오른쪽으로 갈수록 플루스수치가 점점 높아지고 왼쪽으로 갈수록 미누스수치가 점점 거대해진다. 절대치가 같은 플루스와 미누스를 0이 량손에 꽉 쥐고 밸런스를 이루는 형국인 것이다. 그 0이 평면좌표에서는 바로 도인 것이다.
 
세상 만사만물이 도를 떠나서는 안된다.
 
시를 굉장히 잘 쓰는 형 한분이 계신다. 그 형과 식사를 하게 되면 재미 있는 현상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밥 한 공기를 드시는데 맨 마지막에 꼭 한 숟가락의 밥을 남기시곤 했다. 왜 남기시냐 물어보니 딱 못 드시겠다고 한다. 처음에는 이상했다. 많은 것도 아니고 단 한 숟가락이 아닌가. 그런데 그걸 드시지 못하다니. 나중에 따져보니 그것이 바로 도였다. 바로 그 한 숟가락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과식으로 약을 한줌씩 먹어야 하고 더러 병원놀이까지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우리말 속담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있다. 여름처럼 덥지도 않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은 안성맞춤한 날씨인 데다가 그 해의 햇쌀이 나오고 각종 과일들도 무르익어 그야말로 주머니사정까지 불룩해진 좋은 계절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날이 바로 한가위인 것이다. 계절이라는 도의 한복판에 있는 날이라 해서 이름한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람 사이라 해도 얼마 쯤의 거리감이 있어야 한다고들 말한다. 이른바 관계의 도인 것이다.
 
음악도 들어보면 남성 베이스만 좋은 것도 아니고 녀성 소프라노만 음악인 것도 아니다. 파솔라시 높은 음과 도레미파 낮은 음이 적당히 조화를 이루어야 멋진 음악이 탄생하는 것이다.
 
강한 것이 좋지만 너무 강한 것은 부러지기 쉽다고 한다.
 
중용을 고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삶에는 얼마 쯤의 완충지대가 필요한 것이다.
 
마지노선이라는 말도 있다. 그게 최후의 도인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면 사태가 완전히 뒤바뀌는 사변이 일어나게 된다.
 
결벽증이 있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면 답답증을 호소하게 된다. 그 지나친 철저함이 사람을 질식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한테 “너 혹시 물도 씻어서 마시냐?” 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깨끗한 것은 선호하되 그것이 도를 넘어서면 안된다는 것을 잘 말해주는 대목이다.
 
개구리 주저앉는 뜻은 멀리 뛰기 위한 데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개구리도 너무 오래 주저앉아있으면, 즉 도를 넘게 오래 쭈크리고 있으면 멀리 뛰지 못한다. 오금이 저리기 때문이다.
 
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인기절정일 때 다들 알아서 자제하고 자중하고 겸손하게 다소곳해야지 거기서 더 우쭐거리면 사람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
 
도가 지켜지면 이 세상이 바로잡혀진다.
 
도를 지키려면 웬간한 용기를 가지고는 태부족일 수도 있다.
 
도,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보는 짓거리는 이제부터라도 사라졌으면 좋겠다.
 
도, 거기에서 더욱 아름다운 인간미가 꽃펴났으면 좋겠다.
 
길림신문/한영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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