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홍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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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기
2008년 08월 31일 06시 33분  조회:4293  추천:84  작성자: 방홍국


감사 하기

방홍국



묵묵히 길가에 서서
해볓을 가려주는 나무에 감사한다

뙤약볕 아래서 기음을 매는 농부에 감사한다

마르지 않고 흘러주는
숲이 우거진 산속 계곡에 감사한다

쉴새없이 재봉틀 돌리는 아재에게 감사한다

안기고 또 안겨도
결코 싫어서 피하지 않는 뒷산에 감사한다

달빛에 총을 들고 전방을 주시하는 군대아저씨에 감사한다

더우면 들어오라 손짓하고
추우면 들어오지 마라 말리는 바다에 감사한다

오늘도 30년 똑 같은 길에 운전하는 버스기사에 감사한다

뿌리채 뽑혀 와도
불평없이 내집 탁자위에서 꽃을 피는 철쭉에 감사한다

이른 아침 대문가에 쓰레기 봉투를 수거하는 아저씨에 감사한다

난동 한번 부리지 않고
언젠가는 내 입에 들어 올 저 소와 돼지에 눈물겹도록 감사한다

아득한 옛날 참삶을 보여 준 도연명에 감사한다

이 못난 나를
찾아주고 만나주고 거부하지 않는 감사한 사람들

가끔은 나를
욕 하고 배신 하여
나를 더욱 철들게 하고 너그럽게 하고 인내하게 하여준 사람들도 밉지는 않다

흔쾌히 나의 반쪽이 되어 준 내 아내
유쾌히 나의 분신이 되어 준 내 아들

비뚠길 가던 나를 잡아 준 형님
단칸방 신혼살림에 나를 재워주고 공부시켜 준 누이

생각할줄 알고
말할줄 알고
일할수 있는 이 몸을
낳으시고 키워 주신
하늘에 계신 우리 엄마,아버지

 

2008년 8월 29일 서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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