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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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보도가 중한국민에 미치는 영향
2008년 09월 23일 16시 49분  조회:1984  추천:87  작성자: 장춘식

왜곡 편파 보도가 중한 양국 국민간의 관계에 미치는 영향
―베이징올림픽 전후의 상황을 중심으로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소수민족문학연구소 교수



  들어가면서 

  제29회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원래 괜찮게 흘러가던 중한 양국 국민간의 관계가 갑자기 냉각되고 이른바 “반한정서”, “혐한정서”, “반중정서”, “혐중정서”라는 것이 급속히 파급되고 있다. 물론 단 인터넷상의 네티즌만을 대상으로 보았을 때 이런 정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극소수 한국 네티즌들의 “반중정서”, “혐중정서”는 꽤 오래 전부터 있어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요즘처럼 그렇게 보편적인 현상은 아니었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다면 무슨 원인으로 최근 들어, 특히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이러한 정서들이 확산되었을까? 

  적어도 다음의 몇 가지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첫째는 티베트 분리 독립 시위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조치, 둘째는 올림픽 성화 서울 릴레이에서 발생한 티베트 분리 독립 지지 시위와 이에 반발한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소동, 셋째는 사천성 문천(汶川)대지진 발생 시 한국 네티즌들의 이른바 “천벌” 리플 사건, 넷째는 한국 SBSTV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사전 공개 사건, 다섯째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중국 관객들의 일본팀 응원 사건 등 올림픽 기간의 반한 정서 표출 등이다. 물론 그 이전부터 중국의 동북공정 사건,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들의 “백두산은 우리 땅” 표현 사건, 강원도 단오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사건 등 여러 가지 사건 혹은 원인들(이 외에도 더 오래 된 역사적인 사건들이 있음)이 양국 네티즌들 간의 갈등을 꾸준히 이어져 오게 하였지만 상기 사건들처럼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다. 

  본고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하여 발생한 중국 관련 보도 기사 및 이들 기사에 달린 인터넷 리플들을 중심으로 왜곡된 보도가 중한 양국 국민간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베이징 올림픽 전후 중국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보도 성향

  한국의 대표적인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중국 관련 기사를 검색하여 보았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 당일인 8월 8일과 다음 날인 8월 9일, 그리고 올림픽 경기가 중반에 이른 8월 15일, 올림픽 폐막 다음 날인 8월 25일의 기사 일부를 표본으로 하였는데 여기 검색한 100건 가까운(98건) 기사는 특별히 선택된 것이 아니고 무작정 선택한 것이다.
  검색 결과 표본이 된 기사 내용 중 반 이상(50여 건)이 그 기사를 읽는 한국인에게는 중국을 비우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 줄 소지가 있는 것들이었다. 

  그 중에서 이어도를 중국 영토로 주장했다는 사건과 관련한 기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다. 50여 건 중 19건이 이어도 관련 기사였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중요한 기사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성대한 잔치가 한창인 때에 이런 기사들은 독자들에게 베이징 올림픽의 축제적인 분위기를 한껏 식혀놓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자연히 중국인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올림픽 기간에 미국인 농구 감독의 친척이 베이징 관광 도중 피살되었다는 소식과 “농약만두” 관련 소식이 또 다른 이슈로 떠올랐다. 이들 이슈에 대해 미디어들이 중점 보도하는 것은 미디어의 체질상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사실상 기사 작성자인 기자에 의해 생산된 진짜 편파적 보도는 매우 적은 양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사가 한국인 독자에게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주게 되는 것은 선정적인 표제와 편견 섞인 보도 자세 외에 이슈를 통한 재생산의 효과 때문이 아닐까 한다. 이런 상황은 전통적인 미디어가 아닌 인터넷이라는 미디어에서 이루어졌을 때 더구나 부정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이슈 재생산 외에도 네티즌의 재생산이라는 특수한 기능을 인터넷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면서 좀 더 논의해 보도록 하자.

  헉•헉•올•림•픽…스모그•무더위로 선수들 죽을 맛 >중앙일보 2008-08-08 00:27
  
  베이징 도심-선수촌에 ‘엉터리’ 태극기 >동아일보>2008-08-08 03:10

  [베이징올림픽] 인공강우로 베이징 ''쾌청''? 환경 부작용 논란>마이데일리>2008-08-08 08:37

  올림픽; 그래도 시위는 계속된다>삼엄한 경비 뚫은 美목사, 시위 동영상 유포 (베이징 AP=연합뉴스) 한 미국인 목사가 올림픽을 앞두고 철통같은 경계태세를 갖춘 베이징 중심부의 고급 ...>연합뉴스>2008-08-08

  올림픽; 정치개혁도 중국식으로 ‘만만디’>경향신문>2008-08-08 10:39

  베이징2008;테러 위협•반대 시위 속 베이징 올림픽 개막>뉴시스>2008-08-08 11:05

  올림픽; '올림픽 베이비' 출산 북새통>연합뉴스>2008-08-08 11:41

  올림픽; 개막기념 결혼-출산-작명 '홍수'>연합뉴스>2008-08-08 11:28

  3시간30분 쇼에 1000억원 … ‘수퍼 차이나’ 과시>중앙일보>2008-08-09 01:31

  反중국 시위 “언론•인터넷 검열 해제 티베트 탄압중단”>경향신문>2008-08-09 00:17

  중화 부흥의 드라마 … 지상 최대 ‘올림픽 쇼’>중앙일보>2008-08-09 01:40

  베이징올림픽 인권논란 먼저 점화>한국일보>2008-08-09 04:03

  중국 잇딴 사건으로 치안우려 증폭>라디오코리아>2008-08-09 17:27

  하천 물길에만 힘쓴 중국, 해양 콤플렉스 벗을까>중앙일보>2008-08-15 01:30

  텅 빈 관중석 … 살판난 암표상>중앙일보>2008-08-15 01:31

  [베이징 저널] 진품과 짝퉁 '이상한 공존' 75억짜리 작품이 1~2만원>조선일보> 2008-08-15 03:07

  中 인터넷 ‘날조기사’ 혐한증 부추겨>동아일보>2008-08-15 03:16

  네팔, 반중시위 티베트인 1200명 대량 구속>뉴시스>2008-08-15 08:06

  중국, 티베트 지지시위 외국인 5명 체포>뉴시스>2008-08-15 09:09

  끝모를 개막식 파문…이번에 ‘짝퉁 피아노’>세계일보>2008-08-15 10:48

  베이징 사는 외국인이 본 중국[중앙일보 정용환] 베이징에서 3년 이상 체류 중인 서방 프리랜서들의 눈에 비친 베이징 올림픽은 절반의 성공이었다. 중국은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했고, 무사히 ...>중앙일보>2008-08-25 03:09

  미국, 중국에 식품•장난감 검사관 상주>YTN<>2008-08-25 11:07

  올림픽 이후 중국 어디로;부활하는 중화>[동아일보] 金 51개 첫 종합우승… “漢-唐 전성시대로 돌아가자” “동풍이 서풍 제압” 자신감 회복 가장 큰 수확 단결력 최고조… 국제사회 벌써부터 경계론 .. ...>동아일보>2008-08-25 03:28

  미국, "中 올림픽 기간 중 개방도와 성숙도 실망"<>뉴시스>2008-08-25 13:27

  중국 네티즌들, 야구 한•일전 보며 “일본 이겨라”>중앙일보>2008-08-25 14:18

  올림픽 폐막中, 지하교회 가톨릭 주교 또 구금>뉴시스>2008-08-25 19:08

  이상 26건의 기사를 유형별로 나누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① 올림픽 기간 동안 베이징의 날씨와 대기오염에 대한 편견.
  ② 티베트 분리 독립 운동 지지를 포함한 베이징 올림픽 반대자들의 시위 및 그에 대한 정부의 탄압.
  ③ 올림픽을 계기로 출현한 올림픽 관련 작명, 결혼, 출산 등을 엽기적으로 표현.
  ④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중화주의” 부활 가능성 부각.
  ⑤ 중국 전역의 폭력 및 사건 사고와 관련시켜 베이징 치안의 불안함을 부각.
  ⑥ 개막식에서의 “거인의 발자국”, “어린이 노래 립싱크”, 시장의 짝퉁 등을 포함한 중국 제품의 “짝퉁” 부각.
  ⑦ 관중석 빈자리 등을 포함하여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편파적인 평가. 일부는 왜곡된 보도.
  ⑧ 기타.

  먼저 올림픽을 전후하여 일어난 베이징의 날씨와 대기오염 문제는 서방국가들에서 시작된 편견과 왜곡이 낳은 소산이다. 일부 미국 선수들은 마스크를 쓴 상태로 베이징공항을 나왔다. 그러나 이들도 자신들이 선정적인 미디어들에 속았음을 알고 다음 날부터 마스크를 벗었으며 경기 동안 마스크를 쓰고 다닌 사람은 없었다. 

  티베트 분리 독립운동에 대한 기사 또한 편견과 왜곡, 과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 역시 서구인의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인 보도 자세 때문에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위자들, 특히 달라이 라마를 포함한 티베트 망명 정부와 이들을 지지하는 서양인들과 언론들의 과장 보도와 중국 정부의 반박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명한 언론인이라면 사실의 진상을 보다 심도 깊게 취재 보도해야 옳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서양인의 시각에서만 보고 보도하였기 때문에 베이징 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릴레이 과정에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아닐까 라는 판단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중국인이 자기 아이에게 올림픽 관련 이름을 지어주거나 올림픽 개막일을 기다려 결혼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받으면서까지 개막식 날 아이를 출산하는 등 현상에 대한 보도는 비난할 바가 못 된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기사의 분위기를 보면 “복새통”, “홍수” 등 과장된 표현을 난발함으로써 슬그머니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것이 문제가 된다. 

  “중화주의” 문제는 이른바 “중국 위협론”의 한국판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화주의”라는 표현은 한국인에게 있어 대단히 민감한 문제인데 기사들에서는 올림픽의 성과를 말할 때면 “중화주의” 부활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물론 한국인에게 중화주의의 부활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기사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부각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 하겠다.
  치안 불안에 대한 과장된 보도 기사는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외지의 경찰, 심지어 미사일까지 동원한 철통 안보, 지하철역 안전 검사, 공중 관제 등 베이징 올림픽의 안전을 위한 반테러 조치에 관련된 객관적인 보도와 서로 엮이면서 올림픽 경기 기간도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다음, 소녀의 노래 립싱크, 거인의 발자국 그래픽 등 이른바 개막식 “짝퉁” 논란은 공산품의 “짝퉁” 보도와 연관시켜 혹은 연쇄적으로 등장함으로써 “짝퉁 중국”이라는 이미지를 증폭시키고 있다. 인터넷에서 중국의 “짝퉁” 제품에 관련된 기사는 그동안 꾸준히 게재되어 왔다. 그리고 실제 짝퉁 제품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인상 속에 중국은 상당 정도 “짝퉁 천하”로 인식되어 있다. 거기에 개막식의 일부 기술적 처리 문제를 짝퉁과 연관시킨 것은 올림픽 개막식을 폄하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 

  올림픽 경기 관중석이 텅 비었다는 표현은 분명히 왜곡이고 과장이다. 심지어 장애인 올림픽 경기마저 대부분 경기장이 성황을 이루어 장애인 선수들이 극찬할 정도였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텅 빈 관중석 … 살판난 암표상」(<중앙일보>2008-08-15 01:31) 등의 기사는 왜곡이 분명하다 하겠다. 

  “기타”에는 「중국 네티즌들, 야구 한•일전 보며 “일본 이겨라”」(<중앙일보>2008-08-25 14:18), 「미국, "中 올림픽 기간 중 개방도와 성숙도 실망"」(<뉴시스>2008-08-25 13:27), 「미국, 중국에 식품•장난감 검사관 상주」(2008-08-25 11:07), 「中 인터넷 ‘날조기사’ 혐한증 부추겨」(<동아일보>2008-08-15 03:16), 「하천 물길에만 힘쓴 중국, 해양 콤플렉스 벗을까」(<중앙일보>2008-08-15 01:30), 「올림픽; 정치개혁도 중국식으로 ‘만만디’」(<경향신문>2008-08-08 10:39) 등 기사들이 포함되는데 이런 기사만을 보면 중국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나라가 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중국 네티즌들, 야구 한•일전 보며 “일본 이겨라”」라는 <중앙일보>의 기사는 실제 내용을 보면 한국 네티즌들의 무책임한 행태들을 비판한 것들과 양국 국민간의 갈등이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의 기사는 올림픽 기간 한국대표팀에 대한 중국 관객들의 비우호적인 행태 관련 기사들과 관련되어 한국 네티즌들에게는 지극히 자극적인 내용이 될 수가 있다. 

  여기서 특히 인터넷 기사의 표제를 문제 삼고 싶다. 물론 인터넷 세상이 정보의 홍수라 말할 정도로 내용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에 네티즌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튀는” 제목, 선정적인 제목이 필요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이와 같은 표제의 과장, 선정성 때문에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양국 국민 간의 관계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필자의 견해다.

  2. “댓글 전쟁”과 그 내막

  상기 기사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베이징 올림픽 기간 중국의 관객들은 한국대표팀에 별로 우호적이지 않았다. 일본제국주의 침략을 받은 바 있고 “남경대학살”과 같은 엄청난 물적, 인적, 심리적 피해를 입었던 중국인이 야구 한일전을 보면서 일본팀에 “자유!(화이팅)”을 외쳤다는 것은 어쩌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강원도 단오제 유네스코 무형문화재 등재, “한류”로 인한 중국인의 피해 심리, 공자가 한국인이라는 날조 기사의 영향, 중국보다 선진화한 한국의 모습, 베이징 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릴레이에서 일어난 충돌, 네티즌들의 중국에 대한 조롱과 욕설 비인간적인 비하 리플 등 수많은 원인을 들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베이징 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릴레이에서 발생한 충돌과 네티즌의 비인간적인 리플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본다.

  올림픽 성화 서울 봉송 릴레이 과정의 충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사건은 전적으로 중국인의 잘못이다. 남의 나라 수도 한 복판에서 오성홍기의 바다를 만들면서 자기를 과시한 점도 잘못이요 한국 시위대는 물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근무 중인 경찰관들에 폭력을 휘두른 것은 더구나 잘못을 떠나 범죄 행위에 해당된다. 아직도 “중화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한국인에게 있어, 특히 요즘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면서 “중화주의” 부활을 경계하고 있는 한국인에게 있어 중국인의 이 같은 무개념한 행위는 비난을 넘어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중국인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 또한 “반한 정서” 혹은 “혐한 정서”를 자극한 중요한 사건이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베이징 올림픽 성화의 전 세계적인 봉송 릴레이는 베이징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기획한 야심적인 홍보 이벤트였다. 그런데 프랑스 파리 봉송 릴레이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티베트 분리 독립을 성원하는 단체들에서 성화 탈취를 시도하다 불발된 것이다. 이에 그쳤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거기에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티베트 분리 독립 시위에 대한 중국정부의 조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심지어 중국 정부의 시정이 없으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할지도 모른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야말로 붙는 불에 키질이었다. 중국인들이 “백년의 꿈”이라고 하는 베이징 올림픽을 폄하하고 심지어 보이콧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격이 되었다. 이 때 중국인이 분노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프랑스 제품 불매 운동이 인터넷과 휴대전화 메시지를 통해 확산되기 시작했다. 중국 각지에 있는 까르프 연쇄점에 고객의 발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제야 프랑스는 기업인 중심으로 자기들은 대통령과 견해가 다르다고 언론을 통해 표명했다. 결국 사르코지 대통령도 올림픽 개막식에 출석했고 불매 운동도 일단락 지었다. 

  이런 판국에 서울에서 또 올림픽 성화 봉송 릴레이를 계기로 티베트 분리 독립을 지원하는 시위가 일어난 것이다. 먼저 아직 성화 봉송이 시작되기 전에 중국 대사관 앞에서 티베트 분리 독립을 지원하고 중국정부의 “반란 진압” 조치를 비난하는 200여 명 시위대의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이어 성화 봉송 릴레이 날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중국인들이 한국인들도 서구인들과 마찬가지로 베이징 올림픽을 저해한다고, 중국의 발전을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느낄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류”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열광을 감안하면 “믿었던 너희들마저…” 라는 배신감마저 들었을지도 모른다. 사랑이 크면 미움도 그만큼 크다는 이치가 여기에 있다.

  중국 문천(汶川) 대지진과 한국 네티즌의 비인간적인 악플들:
  올 5월 12일, 중국 사천성 문천현 영수진(映秀鎭)을 중심으로 리히터 8(처음 측정 결과는 7.8)의 초대형 강진이 발생했다. 사망자 수만 18만 여명에 달해 1976년 당산 대지진(사망자 24만 여명) 버금가는 초대형 자연재해라 할 수 있다. 중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이 사건을 주시했고 한국을 포함하여 수십 개 국가와 지역에서 구조대를 파견하고 구호물자, 구호자금을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네티즌들은 그렇지 않았다. 심지어 잘코사니를 부르는 네티즌도 일부 있었다. 

  지진 관련 기사 몇 건을 들어 그 기사에 달린 리플들을 분석해보자.
  먼저 인터넷 포털 “다음”에 올라온 「中 강진 사망자 107명으로 늘어..900여명 매몰」(연합뉴스 2008.05.12 20:27)이라는 기사에 달린 총 184개의 리플 중 “자업자득”, “훈훈해지네”, “천벌” 등 인간으로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난발한 리플이 20%를 넘는다. 그 중에서 일부를 들면 다음과 같다.

①그래서 천벌이라는게 있다... [1] 맑은구름님 |08.05.12 |
지난번 니들이 한 행동 잊지는 않았겠지? 무슥한 짱께 시키들.....어디 또 그따구 짖거리 함 해 보지 그러냐..오늘 밤은 아주 편안하게 잠을 잘수 있을듯....

  이것이 사천 지진에 관련된 상기 기사의 첫 악플이다. 하긴 이 악플에는 비판의 리플이 다시 따라 붙었다.

②너무하시네요... |금난새님
아무리 밉기로서니 입장바꿔 우리나라에 같은 일이 일어났을때 중국네티즌이 똑같은 말하면 기분이 어떨까요?...님 가족이 피해를 입었을 경우를 생각해보세요... |08.05.12

  그러나 악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③아까는 네 명 죽었다고 하더니... 다윈님 |08.05.12 |
아까는 네 명 죽었다고 하더니... 고작 그거 죽었다고 실망하고 있었는데 금새 100 여명 죽었네? 이제 좀 훈훈해지려고 하는군. 그래봤자 그놈들이 티벳에서 학살한 사람들 숫자에 비하면 새발의 피지. ㅋㅋㅋ 100 명 갖고는 어림도 없다. 딱 1억만 죽자.

④아니.. 저렇게 많은 인구가 죽다니!!? [3] SKR님|08.05.12 |
아직도 10억이라는 대물량이 남았는데 !! 5억 정도 해야지 뉴스 아닌가!?!

⑤ㅉㅉ Pete님 |08.05.12 |
인구 몇십억에 몇백 죽은걸로 뭐.... 그나저나 궁금한게 중국인구 모두 불러 모아놓고 하늘위에서 우리나라에 오줌싸면 홍수날런지 궁금하네

⑥(경) 앗싸~~ 기분좋은 소식이네요(축) [4] 쟈칼이님 |08.05.12 |
짱깨는 없어져야 할 민족!!!! 왜이리 좋노~ 니나노~~~ 900명보단 100명만 더 매몰되서 천명채워야 하는데. 쩝!! 낼도 진도 7.8로 화끈하게 중국 각지역 특히!! 올림픽 경기장위주로 때려주삼!! ^^b

⑦천벌을 받아 마땅한 중국 japanburst님 |08.05.12 |
성화 봉송할때를 잊었는가? 남의 나라에서 남의 나라 사람 줘패면서 쓸데없는 애국심 발휘하며 정신나간짓을 하던 때를, 동북공정에 이은 티벳점령.. 벌써 잊었는가?
사고로 죽은 사람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수 없다.. 죽어있든 살아 있든 욕을 들을수 밖에 없는
것들이란것을 스스로 깨쳐야 한다..

  이상의 인용문은 가장 악성적인 댓글만을 고른 것이다. 물론 다수의 댓글(80%내외)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등 동정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다음의 경우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이다. 역시 포털 “다음”에 올라온 「中쓰촨성 대지진…최소 8천500명 사망(종합)」(연합뉴스, 2008.05.12 22:58 | 최종수정 2008.05.13 01:00)이라는 기사에 붙은 리플을 보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 의견”이라는 형태로 붙은 추천수 순위 1-3까지의 리플(총 리플 309개) 중 두개가 악플이다.

⑧안타깝지만... 벌 받은거지 뭐... [7] 소식통님 |08.05.12 |
티베트 인권 탄압하고 전세계 성화봉송할때마다 그 지~랄~을 떠니... 근데 2MB도 보고 배우는게 있어야 하는데... 숭례문 화재 날때부터 사실 불길했거든~~~ 아니나 달라...??? 경제대통령 운운하더니 경제는 개뿔~ 자기 나라 국민들 건강도 제대로 못 지키는주제에... 추천 25

⑨오랜만에 가슴훈훈 소식이군요. [12] 갈매기부대님 |08.05.12 |
쇠고기 수입이다 뭐다해서 힘들었는데.. 이런기사가 자주나서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 잠시나마 고통잊고 함께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뿌린대로 거둔다 하였지요.. 훗 추천 23

  첫 번째 리플은 그나마 “안타깝지만”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어 어느 정도 어감이 약하지만 두 번째 리플은 인간이 이렇게까지 이기적일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로 섬찍하다. 게다가 상기 리플 둘 모두 25와 23이라는 추천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동감한 네티즌이 많았다는 말이 될 것이다. 비록 각각 7개와 12개가 붙은 리플의 리플에는 오히려 악플을 비난하거나 악플 자제를 당부하는 글이 더 많지만 이 정도면 진짜 “막가파”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에 달린 추천수 1위의 리플 또한 악플을 비난하면서도 오히려 조심스럽게 그 이유를 펼치고 있다. 이 즈음 반중국 정서가 얼마나 기성을 부렸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서 예문 ⑦과 ⑧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두 예문의 내용을 귀납해 보면 결국 한국의 네티즌들이 이와 같이 중국인에게 비인간적이고 소름이 끼치는 비방과 욕설, 조롱을 퍼부은 것은 첫째 성황 봉송 과정에 한국인 구타 및 지나친 애국주의 혹은 과시(중화주의 부활 우려), 둘째 “동북공정”과 같은 역사 문제, 셋째 티베트 문제 등의 문제,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인 구타 및 지나친 애국주의 때문임을 알 수 있다. 이들 문제의 바탕에는 수많은 역사적, 문화적 갈등과 가치관의 차이 등이 작용하였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6] 네비게이터님 |08.05.13 |
'짱깨 뒤져서 좋다, 소수민족 탄압한 천벌이다'하는 댓글들에 한 마디.

사천성 일대, 특히 북서쪽은 티벳과 인접한 지역이고 사천성 외곽만 하더라도 대대로 장족(티벳족)이 살던 곳입니다. 지금은 한족짱개에 밀려 더 서쪽인 오늘날의 티벳으로 밀려갔지만 아직도 많은 티벳인이 살고 있습니다.

소수민족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한국인도 많습니다. 당장 전화연락이 안되는 제 친구도 사천대학에서 공부하고 있구요, 그 친구의 부모님은 지금 속이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지진 터져서 잘됐다-고 지껄이는 이런 댓글보면 작성자를 반쯤 죽이고 싶으실겁니다. 여러분이 짱깨를 죽이고 싶어하는 것처럼요. 추천 34

  이런 상황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바뀌어왔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9월 초, 「사상자 500여 명...이재민 70만명」(YTN동영상 | 기사입력 2008.09.01 05:57) 라는 강진 지역 여진 피해에 관련된 기사에는 비록 아직도 “베이징에 9.0 강진이 터지길 바란다 sharkee님 |08.09.01 | 한민족의 원수 지나족 짱깨에게 신의 천벌이 내리길 빌겠다.” 등의 악플들이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극 소수에 불과하고 특히 9월 1일 베이징시간 23시 8분 현재 총 262개의 리플 중 추천수 3위 리플은 모두가 악플 퇴치와 중국인을 동정 혹은 격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제목만 보아도 이런 사실을 금방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악풀 퇴출합시다.」([13] 아티스트님/ 추천 38), 「중국인들이여.. 힘내세요.」([7] 파비안님/추천 34), 「제발 제발」(bora님/추천 19). 강진 발생 초기와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다음의 리플은 그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되겠다.

여기서 악플 다는넘 모두 일본 변태다 ㅡ 한국인ㅡ님 |대 ㅡ 한국인ㅡ님
일본넘들이 중국기사만 나오면 몰려다니면 한국인으로 둔갑.. 몰려 다니면서 중국에다 대고 입에도 담지못할 핸맺힌 악날한 욕하고 다닌다..한중 이간질 하는것이다.. 일본변태 새끼들 이짓거리를 오래전 부터 계획적 으로 하고 있다 ..이변태 일본새끼들 침략근성 또 발짝했슴.동포들이여 일본간첩 조심하자..다시말한다 중국 악날하게 욕하는 넘은 모두 일본 변태 원숭이 새끼들로 증거있다. 

  이 리플이야말로 인터넷에 길든 10대 혹은 20대 지각 있는 한국인의 참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예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베이징 올림픽 야구 한일전에서 중국인 관객들이 무엇 때문에 한국이 아니라 일본팀에게 “짜유!”를 외치며 응원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이라는 중국인이 백년이나 꿈꿔왔다는 큰 잔치에 훼방 놓은 것(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방해 사건), 사천 문천 강진을 맞아 오히려 “훈훈하다”고 잘코사니를 부르는 악플들, 두 사건 모두 중국인의 가장 아픈 곳을 난도질해 놓고 그것도 모자라 그 상처에 소금을 친 격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오기까지 미디어의 편파 왜곡 보도의 죄과도 작지만은 않을 것이다.

  3. 중한 양국 국민 간 관계의 중요성

  국익의 차원에서, 심지어 우리 개개의 인간의 이익의 차원에서 보아도 중한 양국 국민간의 관계는 반드시 우호적이어야 할 상황이다. 

  가장 눈에 잘 띄는 것으로 경제적인 측면에서 2007년 중한 양국의 무역액은 1450억 달러에 달했고 2010년경이면 2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한국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이고 최대의 무역 파트너가 되었으며 한국 대외 수출의 22%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그리고 대 중국 무역 흑자가 200억 달러에 달하며 전체 2250만 명의 취업자 중 150만 명이 중국 관련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중국의 제3 무역 파트너이고 한국의 대 중국 직접 투자는 누계 35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은 중국의 중요한 투자 내원 국가이며 한국의 대외 투자 제 1위 국가는 중국으로 해외 총 투자의 25%를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인적 교류의 측면에서 보면, 매주 중한 양국 간에는 800편의 항공편이 내왕하고 있다. 2007년 한 해 동안 연인수로 한국인 477만 명이 중국을 다녀갔으며 중국인은 연인수로 100명 이상이 한국을 방문하였다. 중국 체류 한국 유학생만 하여도 6.4만 명에 달해 외국인 유학생의 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체류 중국 유학생도 이제 3.4만 명이나 된다. 더구나 한국인 70만 명이 중국에 장기체류 중이고 중국인도 53만 명이나 한국에 장기체류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 중한 양국은 서로 협력하여 위기를 탈출하였고 동남아연맹 지역 포럼의 파트너로 “10+3” 회의에 참여해 국제적인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특히 조선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도 양국은 적극 협력하고 있다. 

  이 밖에도 양국 간 협력의 중요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나열할 수 있다. 이는 바로 중한 양국은 이제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상기 양국 국민 간에 일시적으로 출현한 갈등은 반드시 해소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들, 특히 인터넷 사이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쌍방향 소통과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확대재생산의 가능성 때문이다. 금년 연초까지만 해도 별 문제가 없어보이던 양국 국민 간의 관계가 현재처럼 순식간에 악화된 사실은 이런 상황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우리 모두가 주목하고 그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할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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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4 ]

4   작성자 : 다시다
날자:2010-01-07 21:09:23
!!!!!!!!!!
3   작성자 : 토끼
날자:2008-09-25 17:10:51
장선생님은 참말로 연구원답게 자세하고 아주 공정한 글을 올려주어서 감사합니다. 우리는 서로가 남을 허물보지말고 자기부터 찾으며 아주 겸손한 행동으로 모든것을 대한다면 아주 쉽게 문제는 해결될줄로 알고 있습니다.사람은 혼자사는 법이아니므로 더욱 더불어 살기위하여 모두가 노력하여 나쁜일은 해소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면서 산다면 아주 화목해 질것입니다.이런글을 많이 올려주세요 선생님 감사 합니다.
2   작성자 : 맑은하늘
날자:2008-09-25 14:27:59
장선생님의 글은 진실로 적당한 례를 들어가면서 말씀하신것이 참말오 아주 감동됩니다.한국이 주류언론들이 변화가 없이는 안됩니다.네트진들의 반영은 별개이고 주류언론이 변화하여야 일이 해결됩니다.한국에도 ,중국에사는 중국사 는 한국인에게도, 조선족에게도 도움이 안되는 일부주류언론이 무엇을 위해서 편파보도를 일삼는지 돈을 벌기위해서인지 참 알수 없습니다.이미 중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정식통계가 80만을 넘는데 그렇게 나쁜나라에 왜서 옴니까 좋은자기나라에 살거지 와서는 본지사람을 깔보고 저만 잘난것처럼 행사는 그들이 절말 야미워요 그렇게 예절이 구비한 사람들이 왜서 그렇게 좋은일보다 얄미운일을 잘하는지???? 아주 간단한 일을 거들먹거려서 미움을 사는 사람들이 무슨 문명한 사람인가요???
1   작성자 : 경송
날자:2008-09-23 19:05:06
최근 중국에서 왜 혐한 현상과 반한 감정이 증폭하고 있는 지에 대해 잘 지적했고, 그 원인을 잘 분석했습니다. 네티즌의 악풀과 반중 감정은 한국언론의 왜곡보도와 대중국 편파적에서 보도에서 기인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언론의 반성이 없고 중국에 대한 편파적인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반한 감정과 혐한류 현상은 지속될 것이며, 재중 한국인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고 한중 관계는 악화일로로 갈 것입니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 이 되려면 진부한 언론이데올로기에서 탈피해야 하며, 협애한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열린 민족주의 시각으로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선진국민의 의식 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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