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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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주변화의 덫에서 탈출하기 (장춘식10)
2007년 03월 11일 08시 35분  조회:1586  추천:127  작성자: 장춘식

주변화의 덫에서 탈출하기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주변화는 포스트콜로니알리즘(postcolonialism) 이론에서의 중요한 개념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스트콜로니알리즘이란 무엇인가부터 알아야 할것이다. “포스트콜로니알리즘”은 영어의 원음이고 우리말로 직역하면 “후기식민주의”가 되는데 이 어휘는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식민주의의 개념과 선후 관계에 놓여있는것처럼 인식되기가 십상이기때문에 어떤 이들은 탈식민주의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도 한다. 사실 포스트콜로니알리즘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을 그 기본 취지로 삼고있기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탈식민주의라는 개념을 사용하기로 한다. 탈식민주의 이론의 정립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이론가로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 호미 바바(Homi Bhabah)와 가야트리 스피박(Gayatri Spivak) 등을 꼽을 수 있다.

  탈식민주의 이론가들은 과거 서구문명의 근간을 이룬 오리엔탈리즘(동방론)이라는 거대한 담론체계를 전격 해체함으로써 그 담론체계가 어떻게 서구 이외의 세계를 서구세계의 하위에 위치시켰는지, 즉 어떻게 주변화시켰는지를 밝혀내고있다.

  탈식민주의 리론에 의하면 우리의 문화는 주변문화에 속해져왔다. 혹은 그렇게 여겨지도록 강요되였다. 즉 세계는 서구문화라고 하는 주류문화가 중심을 차지하고 그밖의 문화, 가령 동방문화, 아프리카문화, 아메리카문화 등 서구문화 이외의 문화는 모두가 주변문화로 여겨질뿐이다. 세계의 중심문화라고 자처하는 식민주의문화의 원리는 사실상 자신만이 문명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서구 이외의 모든 지역을 식민지로, 서구문명 발전의 원료공급지 정도로 여겼던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원리와 동일하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식민지인들이 스스로 서구문화라는 중심문화에 대한 주변성을 인정하도록 의도적으로 호도했는지를 밝혀내고있다. 그러니까 우리는 사실상 식민주의 담론의 피해자이면서 오히려 열심히 그러한 그들의 원리를 전파시키고 심지어 숭상하기까지 하면서 그 아류나마 되여보고자 안간힘을 써왔던 것이다. 즉 우리는 서구이론가들의 식민주의담론의 영향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 동조하면서 스스로를 주변화시켰던 것이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바로 이러한 사실을 일깨워준셈이다. 부끄럽고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탈식민주의 선각자들의 일깨움을 알아들어버렸다. 문화제국주의는 총칼 든 제국주의보다 더 음흉한 수단과 론리로써 우리의 정신을 노예화시켰다는 사실, 그것도 모르고 자기 문화는 뒤떨어지고 보잘것없는 진부한 문화라고 스스로 비하해가며 이른바 선진적인 서구문화를 흉내내보겠다고 안간힘을 쏟아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인식해내게 되였다는 말이다.

  탈식민주의 이론은 방대한 지식체계이다. 이 이론은 주로 서구 정통 이론을 습득한 팔레스타인, 인도 등 비서구 지식인들에 의해 구축되였다. 그래서 그 이전까지 서구에서 흘러들어온 지식체계와는 달리 우리에게는 비판과 자성의 의미가 더욱 뚜렷한 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이론에 의해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문화적으로 낙후된 민족 혹은 공동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 셈이다.

  탈식민주의 이론이 우리에게 선물한 가장 핵심적인 깨달음은 우리는 이제 서구인들이 만들어놓은 기준에 의해 세계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자신감이 아닐까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우리의 시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였다는 것이다. 우리도 중심이다. 서구적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변두리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도 중심이며 서구 또한 변두리일뿐이다.

  그렇다고 문화패권주의적인 관점에서 자기 중심주의를 고집해야 한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즉 우리 문화가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사실 문화란 우렬의 차이가 있을수 없다. 문화란 인간의 “생활양식”의 총칭이기때문이다. E.B.타일러는 <원시문화>(1871)에서 문화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있다. “문화 또는 문명이란 지식·신앙·예술·도덕·법률·관습 및 기타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획득된 모든 능력과 관습의 복합 총체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았을 때 “선진문화”와 “후진문화”의 차이가 있다고 인정한다는것은 곧 인간의 삶의 선진성과 후진성을 인정하는것으로 된다. 그러나 사실 삶의 질 문제는 인간 각자 개인의 요량에 따른것이지 어떤 정해진 기준이 있는것이 아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민이 동남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나라로 알려진 방글라데시 국민이라는 통계(물론 해마다 이 통계치는 바뀌지만)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러니까 우리는 경제개발의 수준으로 문화의 선진성과 후진성을 말해왔다는것을 알 수가 있다.

  정리하면 이런 것이다. 스스로에게는 우리 모두가 중심이며 그러한 중심들이 모여서 다양한 모습의 이 세계를 이룬다. 이것이야 말로 과거 늘 우리를 따라다닌 컴플렉스였던 주변화의 덫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문화적 원리가 아닐까 한다.

  이런 시각을 문학의 경우에 결부시켜 생각해 보면 우리의 문학도 위대한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우리에게는 우리의 문학이 가장 영양가 있는 문화적 양식이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생명력 있는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각에서 보면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우리의 문학도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배출할 수 있다는 결론을 유추해낼 수가 있을 것이다.

200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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