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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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조선족 사회 고리혼률 현상과 그 리면 (장춘식8)
2007년 03월 11일 08시 23분  조회:1378  추천:98  작성자: 장춘식

조선족 사회 고리혼률 현상과 그 리면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요즘 우리 조선족사회 위기의식 중 중요한 한 단면으로 높은 리혼률을 꼽고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리혼률이 위험수위에 올라있다는 말이 된다. 하기야 전국적으로 리혼률이 급상승하고있는 상황인데 우리 민족이라고 그러한 흐름에서 자유로우라는 도리는 없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리혼률이 전국 평균수준을 넘는다는것은 쪽팔리기를 떠나서 어쩌면 비극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은 왜 발생한것일까?

  가장 눈에 뜨이는 원인으로 국제결혼붐을 들수가 있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에 나가는 국제결혼이 단연 일순위다. 그 외에도 일본을 비롯하여 다른 나라들에 시집가는 녀성들이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한국 녀성이 우리 조선족 남성과 결혼하여 중국에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일방적으로 조선족녀성이 한국에 시집간다는 사실이다. 우리 조선족 결혼적령기 남녀 성비률 균형을 일거에 깨뜨리고있기때문이다.

  리혼률얘기 하다가 느닷없이 웬 국제결혼얘기냐고 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문제는 국제결혼이 미혼 처녀의 결혼보다도 기혼녀성들이 리혼하고 한국에 시집가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소위 “한국결혼”은 위장결혼이 반은 된다고 볼수 있다. 꼭 결혼이 목적이라기보다는 그러한 합법적 출국 기회를 만들어 한국에 돈 벌러 가려는것이 진짜 목적이 되겠는데, 그러다보니 위장결혼이 태반이라 도덕불감증이라는 또다른 문제를 안고있다. 그래도 다수가 되돌아온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글쎄 당사자들이 그렇게 말하는것이 다수인데 돌아온다고 꼭 원래 결혼했던 배우자와 재결합한다는 보장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른바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나갔던 녀성이 귀국하여 원래의 결혼생활을 회복할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반도 안될것 같다. 그 리유는 아래에 좀더 설명할것이다.

  다음 두번째로 현재 리혼률 급등의 또다른 원흉은 사회의 도시화추세에 따른 시골처녀의 도시진출이라 하겠다. 시골인력이 도시에 들어가 가장 쉽게 얻을수 있는 일자리는 대체적으로 식당종업원, 가정부와 같이 녀성인력을 주로 사용하는 단순로동이 많다. 남성인력의 단순로동을 필요로 하는 취직자리는 대체로 건설업과 같이 소위 더럽고 위험하고 힘든 삼D업종인데 우리 조선족남성들은 그런 일 하기를 꺼려한다. 같은 건설장 일이라도 한국에 나가면 몇 배 많은 임금을 받을건데 하는 심리가 있어서 그런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대도시에 들어가 취직한 녀성들의 수입이 집에서 농사를 하거나 지방도시에 세집을 잡고 살면서 아무노릇도 하지 않는 남편간의 위치변화 혹은 역할변화때문에 가정불화가 많이 생겨나고 따라서 리혼가능성도 높아지고있다.

  연길을 중심으로 하는 우리 민족 집거지역의 사회구조가 서비스업 위주로 바뀌였기때문에 그로 인한 리혼률 상승이 세번째 원인이 될것이다. 이는 두번째 원인과 비슷하다고 볼수 있지만 민족자치지역내의 경우라는 점이 다르다. 관광업 관련 서비스업 위주의 사회가 되였기때문에 1차적으로는 녀성인력 취업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이에 따른 리혼유발 가능성은 앞의 두번째 원인과 비슷하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관광업과 관련된 서비스업이 위주이기 때문에 거기에는 유흥업 등 퇴폐업과 관련된 서비스업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유흥업이나 퇴폐업이 남성의 외도를 유혹하게 됨은 두말할 필요가 없고 남성 외도가 녀성의 외도 혹은 리혼을 유발하리라는것도 쉽게 리해할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고 서비스업 위주의 경제구조에 따른 남성 일자리 부족은 남성의 전통적인 가정책임의식과 그 책임의식 포기라는 이상한 모순속에 빠지게 하고있다. 이점은 리해하기가 좀 까다로울지도 모르겠는데, 쉽게 말하면 이런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은 가정내에서 남성이 밖에 나가 돈 벌고 녀성이 살림을 하는 형태였고 우리의 의식 또한 이를 가장 바람직한 삶의 형태로 인식하여왔다. 해방후 사회제도의 변화와 더불어 그러한 생활방식은 크게 변화되였지만 우리의 의식속에는 여전히 그것이 매우 견고하게 자리잡고있었다. 그래서 항상 어떻게 하면 큰돈 벌어서 가정을 먹여살릴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가 오히려 녀성이 돈 벌 기회가 많아지게 된것이다. 이때 남성의 자존심이 구겨질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끊임없이 반복되다보니 결국 남성의 자존심을 버리고 가사를 맡는쪽으로 생각을 바꾼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으로서의 기존의 책임의식을 버리는쪽으로 생각을 바꾼것이다. 그런 가장이 다수는 아니겠지만 또 그리 적지도 않은것 같다. 가장의 책임을 포기한 남성을 믿고 살 녀성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리혼의 원인이 될수밖에 없다.

  다음 리혼률 급상승의 또다른 원인은 최근에 발표된 리혼수속 절차의 간소화를 골자로 한 혼인법 수정안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리혼을 할까말까를 망설이는 부부에게 있어서는 이런 절차의 간소화도 리혼의 원인이 되기에 충분한것이다.

  이러한 리혼률 증가의 가장 큰 피해자는 두말할것도 없이 아이들이다. 가정이 파괴되면 사회의 불안정 요인이 된다는 따위 공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긴 설명을 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자기가 낳은 아이가 불행해지고 문제아가 되여 궁극적으로 그것을 야기시킨 부모에게 고통과 불행을 가져다줄것이라는 생각쯤은 해야 되지 않을까? 더구나 리혼률 급등을 초래한 우리 민족사회의 리혼 원인이 상당 부분 부부의 감정불화가 아닌 경제적욕구와 관련된다고 할 때 반드시 한번쯤은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우연한 기회에 위장결혼으로 한국에 나가고자 수속하러 북경에 온 녀성과 그의 남편(법적으로는 전남편)을 만난적이 있다. “안해 잃을까 걱정되지 않습니까?” 내가 넌지시 물어보았다. “어찌겠습둥, 나두 모르겠스꾸마.” 그는 농사를 지어 아이를 공부시키기에는 너무 힘에 부쳐서 울며 겨자먹기로 안해를 한국에 보낸다는것이였다. 만일 이들이 앞에서 언급한대로 위장리혼이 진짜 리혼이 되고 위장결혼이 진짜 결혼이 되였다고 하면 어떨까? 돈이 좋아서 위장결혼을 할수 있다면 돈을 위해서는 위장리혼도 얼마든지 진짜 리혼이 될수가 있는것이다. 그건 그렇다치고 집에 남은 남편이 아이를 제대로 공부를 시킬수 있을까? 설사 공부를 시켜 대학교까지 졸업시켰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런 환경에서 자라난 아이가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성장할수 있을까?

  돈이 좋은줄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제 분수에 넘쳐나는 돈을 가지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그에게는 그렇게 얻은 돈만큼 뭔가를 잃게 되며 따라서 이제는 돈 생기면 좋다는 생각만 하지 말고 그 돈이 주머니에 들어오기까지 어떤 대가를 치뤄야 할지부터 생각할 때가 아닌가 한다. 언젠가 미국에서 복권 일등 당첨자의 삶을 추적한 글을 읽은적이 있는데, 단 하나의 례외도 없이 모두가 불행해졌다고 한다. 강도에게 죽은 사람, 마약중독에 걸린 사람, 사업하다가 부도가 나서 자살한 사람… 돈에 대한 인간의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지경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는 례라 하겠다. 이는 뭐냐하면 돈은 좋은것이지만 분수에 맞게 벌고 분수에 맞게 써야 행복해질수 있다는 리치를 말하는것이다. 혹 이것이 숙명론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맞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나는 숙명론자다. 그러나 소극적인 숙명론자가 아니라 적극적인 숙명론자다. 자기 힘과 능력이 미치는만큼 최선을 다했을 때 그에서 얻어지는 소득이 나를 가장 행복해지게 한다는것이 이른바 내 적극적인 숙명론이다.

  이제 다시 우리 사회 높은 리혼률의 문제에 돌아가보자. 앞에서 리혼률 문제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그 리면의 문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이와 같이 비극이라고 할수 있는 정도의 고리혼률의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물론 전혀 없는것은 아니다. 가령 한국으로의 국제결혼 문제의 경우 합법적인 국제결혼은 막지 말아야지만 위장결혼과 같은 분명한 불법 국제결혼을 막을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것이 해결의 한 방법이 될것이다. 이 문제는 특히 한국의 관련 부처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것이다. 서비스업 위주의 경제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남성들에게 의식의 전환을 부탁하고싶다. 조선족남성들이여 요즘 세상에는 남자 할일, 녀자 할일이 따로 없다. 심지어 가정주부(家庭主婦가 아니라 家庭主夫)가 된들 어떠랴! 가정을 살리고 행복해지려면 반드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할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것은 돈에 대한 인식, 삶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재검토해야 한다. 어떤 삶이 더 가치가 있는지, 어떻게 돈 벌고 살아야 행복해질수 있는지, 그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오늘과 같은 리혼률 급상승의 문제도 해결될수 있을것이다. 물론 이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줄 안다.

200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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