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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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저 아름다운 내 마음의 고향 (장춘식4)
2007년 03월 11일 08시 08분  조회:1512  추천:113  작성자: 장춘식

저 아름다운 내 마음의 고향

장춘식 중국사회과학원 민족문학연구소 부연구원


  요즘 조선족 농촌의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있다. 농촌인구의 절대수가 줄어든것도 큰 문제이지만 더 우려스러운것은 남아있는 사람들마저 평균년령이 상당히 높다는데 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울음소리, 글읽는 소리 듣기 어려워진건 그중에서도 마음 허전한 일이다.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마저 밝지 못하다는 의미가 여기에 깃들어있기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그냥 우려만 하고있을 때가 아닌것 같다. 물론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한 대안들을 내놓는분들도 더러 있다. 연길, 하르빈, 장춘, 길림, 심양 등 전통적인 우리 민족 집거지역의 중대도시 근처에 조선족집거마을을 건설하자는 주장, 우리 민족 네트워크를 편성하자는 주장, 농업의 산업화를 통해 농촌을 살리자는 주장…다 일리있는 주장들이며 모두가 필요한 대안들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오늘은 나도 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리 농업의 산업화를 통한 농촌살리기가 그것이다. 다른분들도 이런 대안을 제시하고있지만 나는 여기서 좀더 구체적인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농업의 산업화란 개혁개방후 가정을 단위로 했던 소규모 농업생산을 대규모 생산으로 바꿔감을 뜻한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여 농민의 수입을 늘리고 농촌생활의 질을 향상시킬수 있다는데 산업화농업의 장점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실현하였고 중국내 일부 지역에서도 현재 추진하고있는 농업생산의 산업화는 토지 적고 인구 많던 과거 우리 농촌의 경우에는 도무지 불가능한 일이였다.

  농업의 산업화는 적어도 다음의 두가지 여건이 필수불가결이다. 첫째는 적은 농민인구와 대량의 토지이고 둘째는 상당 규모의 자본이다. 그런데 지금 이 두가지 여건이 다 마련되여가고있다. 첫째, 우리 농촌의 공동화현상은 농촌인구의 감소와 인구당 토지의 증가로 이어진다. 둘째, 농촌인구의 상당수가 외국으로, 도시로 진출하면서 일정 규모의 자금을 마련한 농민들이 늘어나고있다.

  이렇게 가장 기본적인 여건들이 마련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농업생산의 산업화는 우리 조선족농촌에서 아직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있는것일까? 나는 우리의 의식과 정부의 지원 부재때문이라고 본다.

  일년에 한두번 연길에 다녀오는 사람이면 아마도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을것이다. 인구도 많이 늘어났거니와 도시의 모습 역시 인젠 중형도시의 모습을 갖춰가고있다. 무슨 돈으로? 백두산 관광이 한몫을 한다는것쯤은 쉽게 알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는 우리의 로무자들이 한국에서, 러시아에서, 국내 대도시들에서 돈을 벌어 연길에 와서 쓰기때문으로 보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은 돈이 좀 있어도 어디 투자할데가 마땅치가 않다. 연길이라는 도시의 기능에 수요되는 소규모 투자는 이제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소규모 자금은 계속 류입되고있다. 이것을 농업산업화에 인도하면 당분간 필요한 자금은 충분할것이다. 문제는 인도이다.

  우선은 농민으로서 외국이나 국내에서 돈을 벌어 소규모 자본을 가지고는 연길에서 아빠트 사고 식당이나 다방, 꼬치집 따위에 투자할까싶어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사람들을 농업산업화에 투자하도록 인도해야 한다는것이다. 사실 여기에 투자하는것이 연길에서 뭐 하나 자영업 정도 하기보다는 위험부담이 훨씬 적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것은 의식의 부재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의 정책 부재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끊임없이 꾸준히 홍보해야 한다. 미디어들을 이용할뿐만아니라 이들을 모아 학습시키고 성공사례들을 견학시키고 가능성들을 제시해야 한다. 다음은 정책적으로, 금융적으로, 기술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또 중요한것이 있다. 기숙학교 설립 등 여러가지 방법으로 이들 자녀들의 연길 취학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한다. 우리 농민들이 도시에 진출하는 목적은 도시 생활이 좀더 편하다는데도 있겠으나 더 중요한것은 자녀들 교육때문이다. 자녀교육문제만 해결되면 그외의 도시생활의 리점들은 현재의 교통 상황에서 뻐스로 한시간 정도밖에 안되는 연길생활은 시골에서도 얼마든지 향유할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정부의 몫이다. 지난해부터 중앙정부의 농업정책이 농민에게 리로운 방향으로 선회하고있다. 좋은 기회라 하지 않을수 없다. 당분간은 성과가 미미하다 해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꾸준히 하다보면 반드시 뚜렷한 성과가 나올것이다.

  그리고 손에 돈 10만원, 혹은 몇십만원 들고 연길에 들어가 무슨 사업 해볼까고 기웃거리는 농민들, 심지어 도시인들에게마저도 한마디 권하고싶다. 그 돈 농촌에 투자하라고. 규모화농사도 좋고 유기농사도 좋고 과수원도 좋고 가축농장도 좋고 양어장도 좋다. 연길에 가서 식당이나 다방 차리기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리득이 남는 장사다. 땡볕에서 하는 사업이라 좀 힘은 들겠지만 그대신 산수좋고 공기맑은 전원에서 사는 즐거움이 그만한 고생은 얼마든지 보상해줄것이다.

  농업의 산업화는 전반 중국 농촌의 향후 추세라는 리유에서만 이런 얘기 하는것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인 리유가 있다. 농촌이 살아야 조선족의 정체성이 살수 있다고 보기때문이다.

  우리의 농촌은 살아야 한다. 뿐만아니라 더 건실하게 더 아름답게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 농촌은 우리 민족의 뿌리가 묻힌 고향이기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마음속의 고향이기때문이다. 그 아름다운 내 마음의 고향이 그립다.

2005/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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