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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에게 길들여져야 합니다
2008년 09월 22일 08시 18분  조회:2615  추천:69  작성자: 곽승지

 조선족동포에 고함 9

더불어 살기 위해 서로에게 길들여져야 합니다

                                         
곽승지 정치학박사/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세상사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람마다 제각각 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사소한 문제에 대해서조차 입장을 달리하며 때로 다투는 것도 이러한 인간의 속성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의 생각을 존중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의 생각을 존중하는 자세야 말로 복잡한 세상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미워하고 증오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사랑해야 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 더 필요한지도 모릅니다.

“... 우리는 서로 이해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린 사랑할 수 있습니다.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는 완전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자신을 탓하며 아들의 죽음 앞에서 그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말하는 대목입니다. 

   이렇듯 자신의 아들을 사랑하는데도 뼈를 깎는 아픔을 견뎌내야만 하는데 하물며 나와 생각이 다른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라면, 그래서 마음속에 누군가에 대한 증오로 가득한 사람이라면, 타인을 이해하고 또 사랑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지 않은 채 이룰 수 있는 선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미움과 증오의 절반 이상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면 세상은 그만큼 더 살만해지게 될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오해를 줄일 수 있을까요.

소설 ‘어린왕자’의 작가 생떽쥐빼리는 ‘서로에게 길들여지기’를 권하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길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참는 것이 중요해.... 너는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때때로 오해의 원인이 될 수도 있거든.... 너에게 길들여졌고 행복해. 날 길들인 게 너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서로에게 이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존재. 나에게 네가, 너에게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래. 세상의 단 하나 뿐인 그런 사람....”

상대방에게 익숙해지면 그만큼 오해할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볼 때 옳은 말입니다. 상대방의 말 한마디와 손짓 하나마저 헤아릴 수 있도록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면 너와 나의 관계는 이미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오늘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의 관계를 살펴보면 무지와 오해로부터 서로를 미워하고 심지어 증오하는 경우를 흔히 접하게 됩니다. 두 사회 간의 관계맺기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서 누구를 탓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잘못의 원인은 경중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상대적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을 탓하기에 앞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먼저 반성하고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는 조선족 당신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국사회에 길들여지고 또 한국사회를 길들임으로써 한민족공동체를 건설하는데 앞장서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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