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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언론이 살아있는 길림 한겨레
2005년 11월 16일 00시 00분  조회:4113  추천:50  작성자: 차대형

언론은 깨달음과 경각심을 이끌어내는 기능 때문에 '사회의 목탁'이라 하기도 하고, 여론을 주도하는 기능 때문에 '무관의 제왕'이라 불리기도 한다. 특히 언론이 발달한 나라에서는 행정부, 사법부, 입법부와 더불어 새로운 권력으로 떠올라 '제4부'라는 별칭을 얻기도 한다.

사회가 다원화하고 정보화할수록 언론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중요하게 된다. 언론의 힘이 강해지는 만큼 그에 따른 책무 역시 만만찮다. 언론이 그 책무를 방기하거나 포기할 때 일어나는 폐해는 이루 말로 할 수 없고 또한 막을 길이 없다. 그래서 제 기능을 못하는 언론을 '권력집단이나 기득권자의 옹호자'로 부르기도 한다. 말하자면 '권력과 자본의 개'인 셈이다.

미국의 정치학자 라스웰(Lass well)은 언론의 기능을 '환경감시' '상관조정' '사회유산전수'로 정리했으며, 라이트(Wright)는 '오락제공' 기능을 덧붙였다.

환경감시기능이란 "각종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배포하는 것"으로 뉴스보도 같은 언론 본연의 기능을 말한다. 상관조정기능이란 "사건의 의미를 해석하고 처방을 통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으로 여론을 형성하는 '의제설정기능'을 말한다. 여기에는 편견이 개입되거나 고의로 중요한 사회 문제를 다루지 않게 되는 '불공정 보도', 권력 자본 이익단체 등의 영향을 받는 '왜곡 보도', 개인의 비판적·분석적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다.

사회유산 전수기능이란 "사회의 가치, 규범 그리고 각종 정보를 다음 세대 또는 그 사회 새로운 구성원에게 전수하는 것"으로 '사회윤리 규범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이 역시 문화적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창의성을 떨어뜨리는 역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오락기능이란 "의식주 등 관심거리에 관한 필요한 정보와 오락성 자료들을 제공하는 것"으로 최근 지나친 상업주의와 시청률 경쟁으로 선정주의와 저질문화 확산이 우려된다.

2005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 취재를 위해 둘러본 길림에는 같은 민족신문인 '길림신문'이 있었다. 한때 그 명맥을 이어가기 급급했던 길림신문이 올해 들어 민족작가 출신인 남명전 사장 부임 이후 민족의 권익을 수호해내는 민족언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눈부셨다.

특히 올해 초부터 한국에서 장춘공항으로 귀국하는 중국동포에게 강제적으로 물린 벌금 5천위안의 부당성을 줄기차게 보도하며 관계기관의 갖은 압력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법률적 판단을 해가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결국 동포의 이익을 대변해낸 추적보도의 정신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격언을 보여준 것으로 같은 언론으로서 높이 사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장춘지역을 중심으로 한 동포 사회를 묶어내는 구심점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는 길림신문에 대한 은근한 부러움마저 느낀다.

다만 길림신문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행정적으로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 민족의 중심지역인 연변자치주에 대한 언론으로서의 관심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민족 언론은 독자인 민족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만 그 존재 의의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족의 거울이요, 민족의 횃불 구실을 하는 신문으로 거듭 발전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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