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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로 변한 광동 한겨레 사회
2005년 09월 11일 00시 00분  조회:4064  추천:55  작성자: 차대형

주례(周禮) ‘고공기’(考工記)에 “귤이 회하(淮河)를 건너 북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다.

옛날 회하(하남성에서 강소성을 가로질러 대운하로 흘러드는 강) 이북에는 귤나무가 없었다. 한 사람이 남쪽 지방에서 귤 묘목을 얻어와 옮겨 심었으나 몇 년 뒤 나무에는 귤 대신 작고 신 탱자가 열렸다. ‘남귤북지’(南橘北枳) 또는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이 말은 식물이 토양과 기후에 따라 달라지듯 사람도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의 이름난 재상 안영의 일화를 다룬 ‘안자춘추’(晏子春秋)에도 이 말이 나온다. 초나라의 영왕이 안영의 명성을 듣고 만나보고 싶은 마음과 함께 코를 납작하게 해주려는 생각으로 그를 청했다. 영왕은 안영의 키가 너무 작은 것을 빗대어 제나라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조롱했다. 그러자 그는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 보내는 제나라의 관례에 따라 가장 작은 자신이 뽑혀 초나라로 왔다고 말했다.

'한방' 먹은 영왕은 마침 포졸이 죄인을 끌고가는 모습을 보고 죄인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물었다. 포졸이 제나라 사람으로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이라고 하자 영왕은 다시 안영에게 제나라 사람은 원래 도둑질을 잘 하느냐고 창피를 주었다. 안영은 “강남에 귤이 있는데 그것을 강북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되고 만다”며 이는 토질 때문으로 제나라에 있을 때는 도둑질이 무엇인지 몰랐는데 초나라에 와서 도둑질한 것을 보면 초나라 풍토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영왕은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크게 잔치를 벌여 안영을 환대하는 한편 다시는 제나라를 넘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2005 흑룡강신문 특별기획 ‘중국 한겨레사회 어디까지 왔나’를 취재하기 위해 선전 광주 등 남방인 광동지방을 둘러보고 있다. 중국의 남방과 북방은 그 기후나 토양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기질 또한 많이 다르다. 남방인 특히 광동인은 특유의 부드럽고 싹싹한 태도와 술을 적게 마시고 시간을 잘 지키며 일에 대한 성실한 자세 그리고 계약한 내용은 손해보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키는 책임감 등으로 오늘 중국 경제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해왔다. 또 1980년 중국 경제개방 특구로 지정된 선전은 25년 만에 1인당 연간소득이 7천달러가 넘는 중국에서 가장 잘 사는 도시로 급성장했으며, 광주 동관 혜주 나아가 주해 불산 등과 함께 광동 경제의 중심으로 자리잡으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고 있다.

뒤늦게 이곳에 진출한 한국기업과 함께 동북 3성에 있던 중국동포가 가장 멀리 떨어진 이곳으로 본격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10여년 전 일본기업에 취업을 하면서 처음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동포는 비교적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두루 갖춘 건실한 한국기업이 속속 진출하면서 동시에 늘어났다.

한 중국동포는 “이곳에서 일한 1년 동안 일의 량이 예전 5년 동안의 량보다 훨씬 많다”며 “이곳 생활 습관과 풍토에 빨리 적응하고 있다”고 자신의 변화된 모습을 설명했다. 한 한국 기업가는 “전문성과 실력을 두루 갖춘 중국동포에게 회사를 맡기고 두달 정도 비워도 세무조사를 받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고 중국동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에서 서로 인정하고 협력하며 윈-윈(상생과 상승)하는 마치 ‘귤’로 변한 한겨레 사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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