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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배려가 먼저다-민족의 수치심
2005년 07월 07일 00시 00분  조회:3237  추천:65  작성자: 차대형

지난 1995년 1월17일 ‘고베대지진’으로 알려진 ‘한신대지진’이 일본에서 일어났다.
진도 7.2의 강진으로 사망자만 5249명, 피해액이 무려 14조엔(1조4천억달러)이 넘는 엄청난 재해였으며, 지역 산업활동을 마비시켰을 뿐 아니라 주민들의 일상생활에도 큰 고통을 주었다.
특히 아시아 최대 무역항이었던 고베항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제 기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때 현장을 전하던 방송텔레비전의 한 장면에 서양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텔레비전 화면에는 지진으로 무너지고 가스가 폭발해 불타고 있는 집을 배경으로 식수 공급을 위해 나온 소방차 앞에서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이를 본 서양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참사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며 기다릴 수 있는지 경탄을 넘어 두려움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1977년의 미국 뉴욕 대정전 때와 비교해보면 곧바로 이해가 간다.
최고 문명국이라는 미국의 최대 도시인 뉴욕에서 고작 12시간 동안 정전이 벌어졌는데도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약탈과 방화 심지어는 강도 강간까지 저지르는 그야말로 야만의 무법천지 세계로 돌변했던 것이다.
그러면 일본인들은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도 그렇게 침착할 수 있었을까.
우선은 오랜 경험에 따른 습관적인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즉 지진이 잦은 일본에선 이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해왔고 여러 차례의 작은 지진을 경험한 탓일 수도 있을 것 같다.
2003년 8월15일 미국 뉴욕에서 다시 대정전 발어졌을 때도 77년 대정전 때와는 달리 약탈 등이 크게 줄어들고 남을 도우는 선행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남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일본인 특유의 인식이 그 바탕에 깔린 행동으로 분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남에게 폐 끼치는 일을 수치로 여기는 일본인들의 오랜 관습이 그런 위급하고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자세는 곧 남을 배려하는 자세로 나타나며 이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수치심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치심이 있으면 남에게 폐를 끼치려 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이 남을 배려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 수치심을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특히 중국에서 살아가는 우리 민족도 언제부터인가 점점 수치심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자신이 피해보지 않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체면을 위해서라면 쉽게 철면피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다시피 최근 우리 민족도 배금주의에 물들어 현실의 최고 가치로 돈만을 꼽는 사람들로 가득차고 있다. 그 돈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수치심도, 민족의 수치심도 모두 내던져버리는 것이다.
최근 하얼빈에서 한국동포와 그 부인 중국동포가 피살되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졌다.
범행을 한 사람은 같은 일터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중국동포와 조선동포들로 결국 돈과 관련한 다툼이 범행의 동기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서로 배려해야 할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지 않을 때 찾아오는 것은 결국 혼란과 약탈과 강도와 살인뿐이다.
같은 중국 땅에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가는 중국동포 한국동포 조선동포 모두 한겨레 정신으로 서로를 배려할 때 민족의 수치심이 없어질 것이다.
남을 먼저 배려하는 자세가 결국 가장 편하고 안전한 길임을 모두 깨달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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