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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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사랑 (김희관)
2010년 11월 24일 08시 14분  조회:4221  추천:49  작성자: 김희관
순진한 사랑


김희관 전 연변주문화국 국장



영화 “산사나무아래(山楂树之恋)”는 올해 영화감독 장예모(张艺谋)가 출품한 야심작이다. 9월16일부터 전국에서 상영되기 시작해 반응이 뜨거웠고 10월초에는 부산영화제에 개막식 상영편으로 추천되여 관중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장예모감독은 이 영화의 남녀주연배우를 데리고 참석해  “부산영화제는 아세아 최고 영화제”라고 극찬했다.

영화 “산사나무아래”는 애미(艾米)의 소설 “산사나무아래(山楂树之恋)”를 각색한 영화작품이다. 장예모감독이 이 영화를 제작한 초심은  “력사상 가장 순진한 사랑” 을 그려내는것이라고 했다.

“문화혁대혁명”이라는 암울한 시기, 현성에서 중학교에 다니는 정추라는 녀학생이 혁명전통교재를 쓰기 위해 해방전 혁명렬사들이 산사나무아래서 장렬히 희생됐다는 농촌마을에 하향한다.

정추는 생산대장의 집에 투숙하면서 로싼(老三)이라는 지질대 청년을 알게 된다. 로싼은 정추의 습작과정에 잉크가 새는 만년필이며 희미한 전등불까지 신경써주면서 서로 호감을 가지게 된다. 정추가 학교에 돌아온후 뜬소문에 로싼은 성도회지 고급간부의 자식이며 애인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로싼의  “애인”설은 뜬소문이였고 오히려 미적인 향수를 추구하던 로싼의 어머니가 세수를 깨끗히 하고 머리를 곱게 빗어 올리고 고운옷까지 입고 자살을 했다는 비보를 듣는다.

얼마후 학교 선생인 정추의 어머니가 정추와 로싼이 사랑의 늪에 빠진것을 발견하고 호된  “심문”을 한다. 엄마가 정추와 로싼을 다  “심문”해 봐도 남은것은 남자랑 손만 잡아도 임신하는줄 아는, 키스 한번 못해본  “순진한 사랑”뿐이다.

그때는 출신이 서로 다른 청춘남녀의 “순진한 사랑”마저 용납못하는 세월이라 “우파”인 남편은 두말할것 없고 자신도  “로동개조” 중인 어머니는 가슴이 더 아파한다.

얼마후 지질탐사를 하던 로싼이 혈병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로싼은 정추의 장래를 위해 자기를 영원히 감추기로 작심하고 조용히 정추의 곁을 떠나 성도회지에서 병마와 사투를 벌인다.

어느날 정추가 교학을 하는데 성도회지에서 짚차를 보내여 정추를 큰병원으로 안내한다. 군부대 수장인 로싼의 아버지가 정추에게 로싼을 불러달라고 부탁한다. 사실 정추와 로싼은 몇번  “순진한 사랑”의 스토리를 엮어왔지만 정추가 로싼을 어떻게 호칭할지에 대해서는 약속한적이 없었다. 하기에 정추는 로싼이 운명하는 시각에 그저 하염없이  “나 정추예요!” 를 련발한다. 로싼은 마지막 뜨거운 눈물을 남기고 영원히 떠나간다.

필자는  “순진한 사랑”을 믿는다. 그 동란의 세월, 필자는 북대황 한복판에 있는 옌워도에서 몇년간 농사를 지었다. 어느날 우리 련대에서는 북경에서 온 국민당 장군의 아들과 당지 빈농의 딸이  “순진한 사랑” 을 꽃피우는  “사건”이 터졌다. 모두들 말렸다.  “너희들은 참 좋은 청년들이다. 그러나 너희들이 부부가 되여 살아간다면  너희들뿐만아니라 너희 자식들까지 한평생 손가락질을 받으며 살아갈것이다…”  그래도 그들의  “순진한 사랑”은 그칠줄 몰랐다. 몇년전 강소성 무석에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바로 그들 부부였다.  “그 시절에 많이 관심해 줘서 감사해유… 우리 행복하게 살고 있어유!”

이 영화에 끌린 또 한가지  리유는 영화의 주제곡이 소련가요 “산사나무”여서 반가웠다. 가요 “산사나무”는 지난세기 50년대부터 중학생들이 즐겨부르던  “카츄사”,  “오솔길”,  “축배”,“귀환병”,“모스크바교외의 밤”   등 소련가요중의 한곡이다. 그러나 암울한 동란의 시대에는 금지곡으로 되였다. 지난 80년대 “문예의 새봄”을 맞으면서 한때는 가수들이 소련가요를 많이 불렀는데 요즘은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미국이나 외국의 가요가 많이 흥행하고 있어 참말로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보드카를 마시다가 불시에 위스키를 마시는 기분이다. 이번에 영화에서 가요 “산사나무” 를 들을 때는 옛날을 추억하는 기분이다.

영화는 예술이다. 예술은 문화의 꽃이다. 오직 두텁고 비옥한 문화적 토양이 있어야 예술은 곱게 피여날수 있다. 이 영화는 영화예술에서 아주 “평범” 해 보인다. 시나리오는 소설에서 개작되였고 스토리의 구성도 그렇게 놀라운것이 없을 정도로 평범해 보인다. 영화의 몽타쥬 기법도 특별한것이 거의 없이 엮어내려가는 양상이다. 더우기 중간중간 자막으로 시간과 공간을 제시하는것은 마치도 챠프린의 무성영화를 보는듯 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기록영화같은 풍격이라 할가. 바로 그속에  “순진한 예술”이 있었다. 또한 전국의 7천여명 청순남녀중에서 뽑았다는 정추역을 맡은 녀배우는 영화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고중3학년 녀학생인데 대학고시를 포기하고 이 영화에 뛰여들었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순진한 사랑”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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