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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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개고개에
2016년 05월 21일 20시 28분  조회:4219  추천:1  작성자: 최균선
                                          인생의 고개고개에
 
    흥망성쇠의 원리에 따라서 한 사람의 생명을 한그루의 나무에 비할수 있다. 움트기전 땅속에서의 꿈은 잉태기이고 포유기는 묘목이라 할수 있고 20약관까지는 애목이며 중년은 거목이요 로년기는 고목봉춘의 색바랜 꿈에 매달리는 고목이라 할수 있다. 이 모든것은 년륜으로 해석된다.
    도리대로 말하면 한 사람에게는 오직 한가지 나이만 있게 되였다. 그러나 사회인으로서는 년령이 부동한 각도에서 표현된다. 우선 일력년령인데 자연년령이다. 이 년령은 출생하여 숨을 마감할때까지의 옹근 생명과정을 뜻한다. 옛글에 인명재천이라 이 년령은 염라왕을 내놓고는 아무도 좌지우지 못하는 절대적인 생명려정이다.
    다음 생리년령으로서 신체년령이라고도 한다. 일력년령은 같을지라도 생리년령은 다를수 있다. 어떤 사람은《청산을 두루 밟았어도 사람은 늙지 않았다》는 말처럼 나이보다 왕성한 생명력을 가지고있고 어떤 사람은 늙기도전에 쇠해지는 경우가 있다. 의학가들은 인체기관의 이런 로쇠정도에 근거해 생리년령을 규정짓는다.
    세번째는 심리년령인데 꽃은 늙어도 뿌리는 늙지 않고 사람은 늙어도 마음은 늙지 않는다는 말은 이에서 비롯된것이다. 나이테는 겹겹이지만 생활에 대하여 충만 된 열정을 지니고 열심히 살아가는데서 표현된다. 늙은 말은 구유앞에 엎드려있어도  뜻은 천리에 있다는 전고도 이를 두고 생겨난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나이에 앞서 심리가 먼저 쇠퇴하여 사유가 보수적이고 경화되여 자랑이 아닌 늙은티를 내세우기를 좋아한다. 년령과 지성이 꼭 정비례되는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년령의 본질은 지성이라고 말할수 있다..
    그외 사업년령이라는 말이 있는데 교령(教龄)이나 공령(工龄)이니 하는 등등의것이다. 자연년령과 개인리력서에 년령이 다를수 있고 년령과 사업년령이 정비례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일찍 뜻을 이루어 큰 그릇으로 되였지만 어떤 사람들은 시루속에 콩나물처럼 물을 주지 않으면 시들어버리거나 빼놓은 낫자루가 된다.
    어떤 사람은 불혹의 고개에 올라서면《이제 하늘을 뚫겠소. 자식들에게나 희망을 걸고 살아야제》하면서 자기의 인생을 자식들의 인생에 얹으려 한다. 그야말로 한창 타오르는 초불을 불어끄는것과 같다.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집요하고 의지가 굳어 늙도록 생명운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생강은 늙을수록 매워진다는 말은 인생을 석양 처럼 사람들에게 걸맞는다.  
   소년기를 벗어나 청춘기에 들어서면 인생의 고개길에 오른다. 청춘은 생명의 봄, 인생의 전성기이다. 혈기와 자신심은 자본이고 용기는 통행증으로서《오관참장(五 关斬将》하며 매진할수 있다. 그러나 청춘의 고개길은 실패의 원인을 반죽하는 길이다. 청춘이면서 로련할수 없기에 실패는 예고된것으로서 로련하다는것은 별로 젊은이의 장점이 못된다.
    청춘기는 인생의 한단계이지 지속상태가 아니다. 공연히 분주한 하루는 턱없이 짧고 이률배반적으로 일년은 지지리 길다. 청춘의 귀에는 일력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아무도 어떻게 늙어야하는지 알지 못하면서도 세월따라 자기도 늙어가고 나중에 죽게 되는 생명의 행진곡을 우습게 여긴다. 늙어서 짓씹는 참회는 인생의 총화이기나 하지만 푸른 참회는 실수에 대한 보상일뿐이다.
    이 시기에 겸하여 세개 고개를 넘어야 한다. 첫고개는 환상의 고개로서 결혼하여 몇년간은 비몽사몽간에 갖가지 어려움을 이겨내며  웃고울며 넘는《눈물고개》이다. 둘째고개는 타협의 고개로서 신혼의 꿀맛도 추억의 페지로 넘어가고 서로 타협하는 마음으로 위험한 권태기를 넘는《진땀나는 고개》이다. 셋째고개는 투쟁의 고개로서 결혼후 10년동안 진정 상대방을 알고나서 피차 자신과 투쟁하며 상대를 포용하는 현기증나는《비몽의 고개》이다.
    희망에 불타던 인생의 태양은 중천에서 작열한다. 눈이 부신다. 분투의 열매가 무르익는 중년기는 청년기의 마지막 역이자 로년기로 향하는 시발점이다. 그러나 무감동의 시기이며 불혹의 나이답게 개탄이 있을뿐 감동은 없다. 구비구비 고개길에 분노의 화산도 없다. 별다른 기대심리도 없이 운명과 약속을 맺는다. 격정은 잠들기 시작하고 애수가 눈을 뜬다.
    이 시기에도 네번째, 다섯번째 고개를 넘게 된다. 근 20년을 함께 살면서 자타의 장단점을 현실로 접수하고 서로 보조를 맞추며 돌고도는《헛바퀴고개》와 함 께 살면서 정신상 별거나 리혼한것처럼 자기의 삶을 체념하는《아리랑고개》를 넘어가야 한다. 돌아설수도 없고 에둘러 갈수도 없다. 그러나 서양의 어느 철학가는 남자가 40대에서 50대에 이르면 거개 스토아철학자나 호색가라로 된다고 말했다.
    불혹지년이란 말은 근신이 지팽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청춘기에는 과잉된 신심이 고질이였다면 중년기엔 과잉된 의심이 고질이 된다. 일체를 안다고 자신하던 때가 언제냐? 일체를 의심한다. 그러나 크게 걱정할것 없다. 멀지않아 일체를 믿게 되는 로년기의 입구에 들어설것이다. 사람이 나이 50이면 쉬쉬해진다는 옛날 할아버지들의 말은 틀린말이 아니라는것을 느끼며 허구프게 웃을것이다.
    인생길에 일곱고개에서 여섯번째고개는 통일의 고개로서 과거에 있었던 모든것을 서로 털어놓고 새로운 헌신과 책임을 가지고 대방을 위해 남은 생을 바치며 사는《내리막고개》이다. 
    지천명의 고개에 올라서서 어정거리는새에 어느덧 년륜은 한갑자를 돌아서  황혼을 재촉하는 고개턱에 로목으로 세워준다. 세월이 얼굴에 새긴 년륜을 보듬으며 인생이 허무함에 한숨을 얹는다. 얼굴보다 마음에 더 많은 주름살들이 심어진다. 남자들은 느낌으로 늙고 녀자들은 눈으로 늙는다. 주름살은 남자들에게서는 경륜의 상징이 되여지고 녀자들의 얼굴에서는 로쇠의 표지로 된다.
    죽음보다 더 두려운 만년이다. 아무도 로옹들만큼 생활을 열애하지 못할것이다. 그래서 일상대화의 내용은 건강과 장수와 약광고이다. 로년이란 자체가 벌써 일종의 질병이라는것을 숫제 외면하면서 말이다. 늙어도 생활을 열애하는것은 현명하지만 너무 생명에 집착하는것은 무모하다.
    로년기에서 인생비극의 제5막이 시작된다. 비록 에필로그에 가까워졌으나 결말은 어찌될지 알지 못한다. 로옹의 가장 기특한 장점은 성실이다. 젊은시절엔 그토록 성실해지려고 해도 아니되였지만 성실하지 않자고 해도 성실해지는 단계이다. 이 시기에 일곱번째 자유의 고개를 넘게 된다. 결혼해서 30년이 지나면 완숙해진 단계로서 마음먹고 노력하지 않아도 서로 눈치로 리해하며 석양의 잔광이나마 행복을 불태우는 이른바의《천당고개》이다.
    그러나 무료한 하루는 지리멸렬하고 일년은 순간으로 짧아진다. 늙으면 남는것이 경험이라고 말한다. 비록 경험필기책은 두툼하지만《지낭(智囊)》은 아니다. 백발이란 나이를 먹었다는 표지일뿐 지혜의 대명사는 아닌것이다. 늙어지면 운명이란 근근히 자기가 쓴 우둔한 력사에 지나지 않건만 인생이 보귀하다는것을 열심히 론증하려 든다. 인생을 반추하지 않는 늙은이는 바보라던가, 하지만 워낙 좋은 열정도 세월의 언덕에서는 지나친것으로, 로망으로 여기는 인습이다. 그러지 않아도 자기의 나이테에 얽매여 매사에 주저주저하는게 로옹들의 보편적인 심사이다.
    젊은시절의 어리석음을 하나하나 헤아려본다는것은 두번 살아가는것이라고 말들 한다. 후회로 점철된 로년의 고개에서는 구부정한 자세로 먼먼 길에 찍어온 발자국을 굽어보며 열심히 해석하지만 주착이란 딱지가 붙기십상이다. 그래서 로년에는 인생의 총화를 만년필로 쓰지 않고 묵념으로 쓴다고 하는것이다.
    고개너머 또 고개, 인생고개는 몇굽이냐? 스무고개, 서른고개, 마흔고개, 세월에 밀려넘은 고개,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정신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한갑자 륙십고개에 이르렀네! 웃으며 한고개, 울며 또 한고개, 애환도 많은 회한의 고개길이여, 굽이마다 아쉬움을 새겨놓고 그냥 휘적휘적 걸어야 했던 한숨의 고개길이여!
    인생이란 비바람 사나운 고개의 길이요 한고개 어렵게 넘으면 기다린듯 다가서는 험난한 고개이라 한고개 넘어섰다고 쉬여갈거냐? 굽이굽이 유감은 락엽으로 흩날리고 돌고도는 굽이길이라 멀미도 날듯싶고 한굽이 돌고 뒤돌아보며 한숨을 말아피우는 인생의 아리랑고개를 어허!아리랑이나 부르며 넘어를 간다.
 
 
 
                          2008 년 3 월 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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