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얼마 안되어 나는 “위병”에 걸렸다.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의사는 내 위가 헐었다고 했다. 그래서 위약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후에 알고보니 임신인걸 모르고 위병치료만 한 것이다. 그래서 나의 첫 아이는 배속에서 위병약만 먹고 자란셈이다. 해산 하는 날, 철없는 나는 해산 날짜를 모르고 있었다. 새벽에 갑자기 배가 아파나기 시작했다. 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배가 아파요. 어제 저녁에 드릎을 많이 먹었더니 그게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랬더니 남편도 하는 말이
“글쎄, 나도 배가 아프오.”
얼마 후에 나는 이것이 해산할 징조임을 알았다. 그래서 새벽에 병원으로 향했다. 그 때만해도 해산하러 가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지, 차도 없고 해서 걸어서 병원으로 가는데 배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가다가는 주저앉고 그러면 남편이
“어서 일어서오, 저기 양몰이꾼이 오오.”
하면서 나를 일궈세우곤 했다.
나는 병원 문앞에서 끝내 주저앉고 말았다. 병원에서 밀차를 보내와 거기에 실려 곧바로 산실로 실려갔다.
헌데 뜻밖에도 난산이었다. 조산사가 끝내 아이를 출산시켰는데 아기는 숨이 없고 온 몸이 흙빛이었다. 나이 지숙한 조산사가 그래도 경험이 있어 아이를 꺼꾸로 쳐들고 찬물이 넣었다 냈다 하면서 아이 엉덩이를 두드렸다. 이윽고 아기 몸에 핏기가 돌더니 드디어 첫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
아기 무게가 6근 반이었다.
“아들을 낳았소.”
조산사가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순간 나는 모든 아픔이 다 사라진 것만 같았다. 이렇게 낳은 아들이 바로 우리의 맏아들 김훈인데 후에 저명한 소설가, 극작가, 교수, 문학박사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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