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다시 명절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2월5일 09시50분    조회:315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그믐날 오후면 엄마가 사준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할아버지 댁으로 설 쇠러 가던 때가 있었다. 멀리서 빨갛게 타오르는 동그란 초롱이 보이면 어린 마음에 그것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80후의 인상속 설날은 대개가 비슷한 이미지다. 대문가에 높이 걸린 빨간 초롱과 한밤의 찬공기를 가르며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소리, 가마에서 갓 건져낸 뽀얀 김이 피어오르는 물만두… 음력설이면 할아버지, 할머니께 세배를 올리고 세배돈을 받는 재미도 좋았고 사촌들끼리 간식을 나눠먹는 재미, 어른들의 화투판에 참견하는 재미도 즐거웠다.

올해 33살인 로은화씨는 어린시절 설날을 추억하며 식구들은 12시가 되면 꼭 물만두를 빚어먹었다고 했다. 물만두를 안 먹으면 눈섭이 하얘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듣고 졸음에 고개를 끄덕끄덕 떨구면서도 꼭 먹었다는것이다. 이제 딸을 가진 엄마가 된 그녀는 올해 설 식구들과 함께 물만두를 빚을것이라 했다. 졸음을 꾸벅꾸벅 참아가는 딸에게 “안 먹으면 눈섭이 하얘질거라”고 살짝 겁도 줘볼 생각이다.

그때는 집집마다 거의 그랬다. 설날 우리 민족 전통음식인 떡국을 먹는 집도 있었고 한족들처럼 물만두를 빚어 먹는 집도 있었다. 따라서 식구들이 모여앉아 흔히들 즐기는 유희는 윷놀이나 화투치기 혹은 트럼프치기나 마작이였다. 이처럼 80후의 설은 한족의 설문화와 조선족의 설문화가 어우러진 이른바 퓨전식 설문화라 할수 있었다.

최근에는 그 모습이 아주 많이 바뀌였다. 대다수 고층건물이 들어선 도심에서는 큰 상가들에서 설을 맞으며 내건 커다란 초롱이 보일뿐 그것은 옛날처럼 대문가에 높이 걸려 포근한 정취를 느끼게 하던 모습이 아니다. 폭죽놀이도 전처럼 요란하게 벌리지 않는다. 폭죽으로 인한 화재나 소음, 환경오염 문제가 화두에 오르면서 일각에서 폭죽놀이를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있기때문이다.

더구나 집집마다 가족이나 친척들이 한국이나 미국, 일본 등 나라로 외화벌이를 떠났고 젊은이들도 대도시로 진출해 그곳에 정착해 살고있으니 연변은 이제 고향이라는 아득한 이름만 남아있다. 특히 중국의 1자녀 정책으로 요즘은 사회 주류를 이끄는 젊은 층들 거개가 외독자이다보니 이른바 핵가족중심의 사회가 형성된지 오라다. 식구가 적으니 당연 설이라 해도 전 같은 흥성흥성한 분위기를 내기 어려운것. 게다가 소득이 높아지면서 평소에도 이왕의 설 못지 않게 지내는터라 맛 나는 음식, 예쁜 옷, 세배돈때문에 기다려지던 설은 옛말이 된지 오래다.

3년째 설은 한국에 가서 쇠고있다는 리명주씨(30), 부모가 모두 한국에 계시기때문이다. 부모뿐만 아니라 친척들 거의 모두가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 보니 오히려 고향에 남겨진 자신이 한국에 가서 설을 쇠고 돌아오는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그래야 설이 설다와진다고 했다.

사실 이러한 상황은 명주씨네 가족뿐만 아니다. 불확실한 통계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 거주하고있는 조선족은 수십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어떤 가족은 친지들마저 대부분 한국에 있다 보니 한국에서 모이는것이 더 편하고 쉬운 일이 돼버렸다. 하여 최근에는 결혼식이나 지어 환갑까지도 한국에서 치른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런가하면 대학 졸업이후 천진에서 취직하고 결혼후 아이까지 낳은 장춘욱씨(37)는 설마다 로비를 몇천원씩 팔면서도 기어이 고향인 연변에 와서 설을 쇤다. 고향에 홀로 계시는 아버지가 안쓰러운것도 있지만 그래도 고향에 와야 설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다행히 그의 친척들중에는 고향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많기에 그래도 모이면 설분위기를 제대로 낼수 있다. 올해에도 그는 국도를 따라 안해와 둘이서 16시간 동안을 번갈아 운전하며 고향으로 설 쇠러 올것이라고 했다.

한편, 연길에 거주하는 장해연씨(35)는 좀더 특별한 설을 보냈다고 한다. 지난 설련휴 기간에 그녀는 남편과 아들과 함께 황산유람을 떠났다. 소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은 조선어문교과서에서 황산을 소개하는 글을 배웠는데 그후 황산에 가보고싶어 했다. 공직에 종사하는 그녀는 평소 긴 휴가를 낼수 없었으나 설련휴동안만은 시름놓고 긴 려행일정을 잡을수 있어 내친김에 900년 력사를 가지고있는 고대 마을 홍촌(宏村)도 들려보고 우진(乌镇)도 들려보았다. 아들에게 생생한 현장교육이 된것은 물론 설에 이처럼 가족이 함께 즐기며 새로운 문화체험을 하는 시간은 더없이 소중했다고 그녀는 말했다.

요즘 들어 우리는 설이 설 같지 않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그제날 할머니가 몰래 감췄다 꺼내주는 달콤한 엿사탕의 유혹도, 푸짐히 차려진 설음식상에 자꾸만 할아버지 먼저 젓가락이 올라가 어른들의 핀잔을 듣던 아이들도 이제 더이상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설날, 우리를 설레게 하고 기다리게 했던것은 무엇일가? 그리고 지금 그것들은 어디에 있을가?

연변일보 박진화 기자

Total : 143
  •     “사람 사는게 별거냐? ”   마다가스카르의 GDP는 지난해 IMF 기준 세계 129위, 아프리카 빈민국 중 하나다. 도시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아직까지 개발이 안된 곳들이 허다하게 널려있다. 하지만 순수하다, 자연이다, 어쩌면 거친 것이 고풍 스럽게 까지도 느껴진다. 소수 서민들의 삶을 들여...
  • 2016-02-20
  • 작자소개: 함명철(61, 조선족), 중국 하얼빈 태생, 1980년대 베이징영화학원 간부반을 졸업했다. 중국 다큐멘터리 독립 프로듀스, 중국 황허촬영가협회 부주석이며 현재 중국 CCTV.com 한국어방송 다큐멘터리 석좌 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아시아, 유럽 등 곳곳을 여행하며 수많은 훌륭한 사진작품과 다큐작품들을 제작했다...
  • 2016-02-20
  • 그믐날 오후면 엄마가 사준 새 옷으로 갈아입고 할아버지 댁으로 설 쇠러 가던 때가 있었다. 멀리서 빨갛게 타오르는 동그란 초롱이 보이면 어린 마음에 그것이 얼마나 반가웠던지. 80후의 인상속 설날은 대개가 비슷한 이미지다. 대문가에 높이 걸린 빨간 초롱과 한밤의 찬공기를 가르며 요란하게 터지는 폭죽소리, 가마에...
  • 2016-02-05
  • 김문학교수 복단대 갈검웅(葛剑雄)교수와 문화대담 2015년 12월 27일 재일조선족비교문화학자,문명비평가  김문학(54)교수는 복단대학 유명인문학자 갈검웅( 葛剑雄. 70) 교수와 상해에서  문화대담을 했다. 이번 대담은 "김문학과 동아시아 저명지성인과의 대담"의 일환으로 ,중일한국제문화연구원 학술프로그램...
  • 2016-02-01
  • 1월 22일 오전, “가수 리정숙 예술인생 추모좌담회”가 연변가무단의 주최로 연변가무단 극장에서 개최되였다. 연변주문련, 연변가무단, 연변음악가협회 등 단위와 단체의 전문가들과 예술인 그리고 생전의 친구와 유족들이 모임에 참가하여 고인을 추모하고 고인의 예술인생을 돌아보았다. 연변가무단 박춘선부...
  • 2016-01-23
  •   인민넷 조문판: 1월 11일, 기자가 왕청현문명판공실로부터 료해한데 의하면 사회구역 자원봉사 전국련락총부, 중국사회구역넷, 중국사회구역자원봉사넷에서 주최한 2016년 제5기 전국사회구역 인터넷춘절만회가 이미 입선 프로그램 현장록화 단계에 들어섰다. 왕청현 대천사회구역에서 출품한 춤 "풍년악(丰收乐)"(...
  • 2016-01-19
  • 인터넷, TV, 핸드폰 통해 방송 18일, 왕청현당위 정신문명판공실에서 료해한데 따르면 우리 주 왕청현 대천사회구역의 상모춤 “풍년수확의 즐거움”이 사회구역자원봉사전국련락본소, 중국사회구역망, 중국사회구역지원봉사망에서 주최한 2016년 제5회 전국사회구역인터넷음력설야회에서 방송되게 된다. 야회의...
  • 2016-01-19
  • 연변인민출판사 종합문화잡지인 《문화시대》가 연변주체육국, 연변장백산축구구락부(연변부덕축구구락부), 연변조선족장백문화추진회와 손잡고 연변축구 60년의 자욱자욱과 2015시즌 순간순간들을 대집성한 연변축구특집을 야심차게 준비한 연변축구특집이 독자들과 대면하였다. 《문화시대》 김영건주필은 연변에서 축구...
  • 2016-01-14
  • 도문시 월청진 백룡촌은 경관이 수려하고 민풍이 순박하기로 유명하다. 촌민들은 주로 조선족으로 구성되였으며 마을에는 조선족특색이 짙은 전통가옥들이 복원되여있다. 백룡촌에는 풍격이 각이하고 용도가 특별한 13채의 조선족전통가옥이 있는데 “백년부락 조선족민속촌”으로 불리운다. 특히 “백년부...
  • 2016-01-07
  • (흑룡강신문=하얼빈) 허국화 오명자 기자 = 중앙민족가무단의 초청으로 연변가무단의 창극 '심청전'이 이달 중순 북경에서 특별공연을 펼친다. 2일 연변가무단 김명화부단장과 주요창작일군가운데의 한 사람인 가수 최려령씨를 만났다. 모든 배우들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있다고 전했다...
  • 2015-12-16
‹처음  이전 5 6 7 8 9 10 11 12 13 14 1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