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첫 인상과는 달리 알고 보면 털털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이 구홍 (66세)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기자의 취재를 접수하면서도 "정해진 시간은 딱 20분이라고 한다." 더 이상 말할 게 없단다.
이구홍 이사장은 늘 입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범을 잡으려면 범의 굴에 들어가라고." 하기에 그는 소탈한 성격과 같이 때론 중국동포타운으로 불리는 서울 대림동에 가서 골목길의 중국식식당에 들어가 조선족 노동자들과 함께 막걸리를 떡 안주로 마시며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면서 현실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포들의 마음을 읽는다고 조선족동포들은 말하기도 한다.
“재외동포 재단이라면 동포에게 다가가는 재단, 찾아가는 재단이 되어야 한다. 무엇을 요구하는가는 찾아가서 들어보고 해결하는 재단이 되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2006년 11월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에 취임된 이 구홍 씨는 43년간 꼬박 해외동포연구소를 운영해온 전문가답게 “해외 동포의 속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다.
그는 “현재 재외동포는 무려 180개 국가에 700여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헤아린다...재외동포 700여만 명은 규모나 분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커다란 민족자산이다.”고 하면서 “미국 내 유대인과, 거대한 화교 자금을 바탕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중국과 전 세계 화교를 봤을 때 재외동포의 중요성을 더욱 확신했다”고 말한다.
“오늘날 글로벌시대에 재외동포는 국가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유대인이나 화교처럼 고국발전에 유용한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재외동포사업을 고집스레 추진해왔다.
따라서 “사업은 예산으로 말한다.”며 원유 33명 직원 320억 예산을 직원 50명에 390억원으로 늘리고 한상대회 등 재외동포 행사에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는 대통령의 관례를 깨고 대통령을 직접 초대해 참가시킴으로써 한상대회의 위상을 한결 높이기도 하는 추진력을 보여주었다.
“재외동포의 세계적인 탄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작업은 지금부터 한 차원 높게 문화적으로 전개돼야 한다.”는 이 구홍 이사장은 “언어 등 문화교육이 첫째가는 관건이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특히 중국 조선족이 자기의 언어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점에 감탄을 한다. 조선족과 거의 비슷한 이주경력이 있는 러시아 고려인은 “피부는 황색이지만 언어는 백인이 된 그야말로 바나나 인생”이 되어 있고 또 "조선족은 일본의 동포들보다 이주경력이 더 길고 경제형편도 어렵지만 우리말 우리글을 잘 간직하고 발전시키는 모습은 항일독립운동 기지의 정신이 살아있는 곳으로 참 고마운 마음이다"고 말한다. 따라서 재단의 지원사업도 “연변대학의 일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조선족 중소학교 지원 등 학교들에 대한 지원을 우선의 우선에 놓고 늘려왔다.”고 말한다.
현재 친척방문 방문취업제 등으로 조선족 인력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한국 내 밥그릇 빼앗는다.”는 비난, 또 한국인과 재한 조선족들간의 마찰음 등에 대한 물음에 이 구홍 이사장은 “다 서로가 이해력 부족에서 생긴 일이 아니겠느냐”며 "미국의 동포들은 달러로 모국에 기여한다면 조선족 동포들은 많은 땀으로 기여한다는 방법의 차이일 뿐이며 또 한국 내 기업들이 인건비 절약차원이나 내국인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조선족 인력을 쓰는 것이지 억지로 쓰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해외동포가 모국 발전에 엄청나게 기여해왔지만 좀 밥 먹을 만하니 해외동포를 멸시하고 비난하는 꼴불견도 있다.”고 일부 인들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끝으로 그는 동포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는 기자의 요구에 “해외동포들은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한국이 아직 그렇게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시고 어느 나라나 따뜻한 사람, 좋고 나쁜 사람 다 있는 만큼 이제 우리가 서로 자유왕래를 이루면 불법체류자도 없어지고 화합과 공존을 이루어 대통합의 길을 열어가지 않겠냐?”고 웃으면서 말했다.
끝으로 이번 취재를 마치면서 현재 이 구홍 이사장이 임기를 거의 절반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에 접하여 못내 아쉽기도 했다.
/ 전 길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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