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그렇게 강산이 바뀌는 세월을 길에서 보내고있는 사람, 때론 지치고 고달프고 지겹고 외롭긴 했어도 희망이라는 목적지가 있었기에 마음만은 즐거운 삶을 살아가고있는 사나이가 있다.
“‘배운것이 도둑질’이라는 우스개처럼 다른데 가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것 아닙니까. 힘들고 어렵지만 이 바닥에서 끝을 볼겁니다. 좀 더 열심히 해서 제 아이가 보다 나은 환경에서 자랄수 있도록 하는것이 제 소망이고 희망입니다.”고 말하는 연길시우체국 물류회사에서 근무하는 택배아저씨 리학문(40살)씨이다.
세대주,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의 행복을 위해 10여년 동안 화물차를 끌고 골목 곳곳을 누비며 다닌 그다. 나름 업계에서도 베테랑으로 통한다.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했더니 이런 날도 오네요. 우리 같은 사람들 사는 이야기 들어보겠다니 기분이 좋네요.”
사람좋은 웃음을 지으며 그가 건네는 말이다.
매일 아침 7시부터 “삶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배송현장에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물류쎈터에서 택배분류를 마치고 하루동안 배송해야 할 지역과 물량을 할당받는다. 이렇게 이날 하루 의욕에 가득 찬 리학문씨의 배송작업이 시작된다.
밀린 택배를 제때에 배송하기 위해 리학문씨는 점심 한때도 편하게 먹을 사이 없어 차안에서 대충 때운다. 그렇게 아침 일찍 출근해 하루종일 화물차를 운전하며 골목골목을 누비고나면 어깨가 천근만근이고 다리가 휘청거린다고 한다. 한겨울에도 반나절만 돌아다니면 땀에 흠뻑 젖는다.
배송차에 에어컨이 설치되여있지 않다보니 삼복철이면 더구나 말할나위가 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바뀌였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조금이라도 늦게 배송하면 고객들로부터 “왜 이렇게 늦게 배달되느냐”고 핀잔을 듣는 일이 다반사라고 한다.
그때마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하고 수없이 자신한테 반문했다. 그때마다 힘이 되여준게 안해이다. 결혼기념일 한번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지만 늘 한결같이 믿어주던 안해였다고 한다.
출근한지 16시간만에 하루 작업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면 자신을 믿어주는 안해와 일찍 잠든 아들녀석의 뒤모습에 또다시 힘이 솟구친다는 리학문씨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번도 제대로 아들녀석과 신나게 놀아주지 못했다.
한창 아버지사랑이 그리운 11살 어린 아들녀석은 주말이나 명절날이면 더욱 같이 놀아달라 떼질쓴다. 눈물범벅인 녀석을 억지로 떼여놓고 집문을 나서면서 미안함에 눈물을 훔친적도 한두번이 아니란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화물차를 끌고 동네번지수를 찾아헤매는 고달픈 작업, 정해진 퇴근시간도, 편히 쉴수 있는 주말휴가도 없는 일이지만 그는 “아무리 힘든 일이라고들 하지만 내가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라고 말한다. 10여년 동안의 노하우덕분일가. 여유있고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저는 택배를 희망과 기적을 전한다고 믿고있습니다. 소포 하나하나에 저저마다의 이야기가 깃들어있기도 하고…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 제가 전해주는 소포로 그래도 잠시나마 위안이 되고 행복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자신이 하고있는 일에 이렇듯 자부심을 부여하며 환하게 웃어보인다. 고되고 힘든 일이라 남들은 피하는 직업이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희망을 좇아가는 그였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희망이 가까와올겁니다."
꾀 부릴줄 모르고 살아온 그가 지난 삶에서 익힌 진솔한 말이다.
고된 일상이 되풀이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노력을 경주하는 삶, 비록 화려한 삶은 아니지만 항상 희망을 가슴에 안고 지금 이 시각에도 리학문씨는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새로운 희망과 기적을 전달해주고있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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