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중국 지린(吉林)성의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또 그 안에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200여만 명의 조선족(朝鮮族)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옌볜은 선조들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질곡의 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삶의 무대였고, 조선족은 그 속에서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를 끌어안고 살아온 슬픈 사람으로도 인식됐다.
지금까지 우리의 머리 속에는 그런 생각이 남아있지만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옌볜과 조선족은 버릴 수도 취할 수도 없는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과장은 아니다.
연합뉴스 외국어뉴스국의 곽승지 영문북한팀장은 최근 출간한 '동북아시아 시대의 연변과 조선족'에서 "옌볜과 조선족은 21세기의 새로운 역사적 방향인 동북아시아의 공동체 형성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가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나아가 "동북아시아의 중심인 옌볜 지역에 조선족이 살고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는 하나의 축복"이라고까지 강조한다.
그는 "한국과 조선족 사회의 새로운 관계 맺기가 원만하지 않지만 새로운 관계 맺기는 상대적 강자인 한국이 조선족을 포용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 한국이 옌볜과 조선족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옌볜을 하나의 독립되고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조선족이 살아가고 있는 주변 지역을 연결하는 소통의 축으로, 또는 동북아시아의 공동체가 건설될 때 한반도와 중국은 물론 주변을 잇는 소통의 공간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이 안에 살고 있는 조선족을 하나의 공동운명체로 받아들인다.
저자는 옌볜과 조선족 사회의 냉철한 현실진단을 통해 한국 사회와 조선족 사회의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 한국 사회가 조선족에 대해 가지고 있는 편견과 부정적 인식이 관계 맺기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판단과 함께 조선족 사회는 물론 중국과의 관계에도 세심한 관심을 쏟는 등 전략적 사고와 치밀한 접근이 장애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지적한다.
모두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북한전문가인 저자가 2004년 한국기자협회의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연변과학기술대학에서 1년간 체류하면서 옌볜과 조선족 사회를 경험한 다음에 나온 산물이란 점에서 일반인의 공감을 쉽게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필드. 27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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