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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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가 많으면 축재도 잘 된다
2014년 06월 23일 14시 35분  조회:8908  추천:1  작성자: 정인갑
인구가 많으면 축재도 잘 된다

정인갑



  중국고서 <사기(史記)>에 이런 말이 있다: “長袖善舞, 多金善賈(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추고 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한다).” 지당한 말이며 최근 필자는 여기에 한 마다 더 보태고 싶은 생각이 든다: “多人善財(인구가 많으면 축재도 잘 된다).”

  필자가 근무하던 중화서국에서 2005년경에 우단于丹이 지은 <논어심득論語心得>이란 책을 출간하였었다. 근 1천만 책이 팔렸다. 책 당 수입이 중화서국은 10웬, 우단의 인세는 8웬이니 중화서국이 1억 웬(한화 180억 원), 우단이 8천 웬(144억 원)을 버는 셈이다. 중국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웬만한 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숫자이다.

  재작년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G2의 일원으로 되었다. 2013년 미국의 GDP는 16.7조 달러, 중국은 8.9조 달러이고 일본은 5.0조 달러이다. 어떤 서방 금융전문가는 중국인민폐 3.0웬을 1달러로 하여야 합리하다며 중국을 환률 조작국이라 공격한다. 만약 중·미 환률을 정말 3.0으로 하여야 맞는다면 중국의 GDP는 벌써 미국을 초과하였을 뿐만 아니라 몇 년 안에 미국과 일본을 합한 수치에 달하게 된다. 역시 중국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중국의 GDP가 아무리 높다고 한들 1인당 GDP가 낮은데 무슨 의미가 있나’ 라며 필자의 문장에 반론을 제기하는 자가 있을 것이다. 딱 그렇지도 않다.

  최근 해외 물품을 들여오는 중국의 포털 사이트―중국 인터넷상거래 주식업체(국영이 아닌) 알리바바(阿里巴巴)가 뉴욕증시에 상장신청을 하였다. 상장이 되면 주식총액이 1,680억 달러일 전망이며 그의 상거래 규모는 미국의 대표적 인터넷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이베이를 합친 것보다 많으므로 미국인을 경악케 하였다. 알리바바는 또한 한국 대표적 기업인 삼성전자의 주식총액(1,950억달러)에 접근한다. 알리바바는 1999년에 창립한 회사이고 사장 마운(馬雲)은 영어교사, 관광가이드 출신이며 162센티미터의 키에 인물도 볼 멋없다.

  그런 그의 회사가 짧은 14년에 반세기를 넘나들며 3세대인의 노력을 경주한 삼성전자를 따라잡을 수 있는 원인 역시 중국인구가 많기 때문이리라. 지금 중국에 재정규모나 수입이 세계 랭킹 1위인 기업이 많으며 알리바바처럼 짧은 기간 내에 부를 창출한 기업이 수없이 많다.

  제국주의 열강이 중국을 침략하던 100여 년 전 중국은 동아병부東亞病夫로 세계에 이름났다. 심지어 감기가 유행해도 중국에서 건너온 병이라고 몰아붙였을 정도이다. 20여 년 전 서방국가가 ‘중국인은 출국의 자유도 없다’며 중국의 인권을 폄하할 때 한 중국지도자가 ‘약 1억쯤 미국에 보낼 터이니 받아주겠느냐’고 말해 미국인이 질겁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원래 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것뿐이었다. 필자가 1987년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인들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들었다: “모택동과 중공 그만하면 대단하지, 10여 억 인구를 먹여 살렸으니.”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인의 눈에 10억 중국인은 10억 거지와 다름이 없게 비쳤을 것이다.

  고작해야 염가인력이 많다는 것뿐이었으리라. 한중수교 직전에 많은 해외거주 한국인기업이, 한중수교 직후에 많은 한국 내의 기업이 투자하러 중국에 진출하였다. 그때 필자는 그들의 통역을 많이 맡았으므로 그 사연을 잘 알았는바 누구나 중국에서 가공하여 한국으로 반입하거나 선진국에 팔아먹을 생각만 하였지 제품을 중국에 팔 궁리를 한 자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다. 중국은 어느새 ‘다인선재’의 ‘신인구론’으로 변했다. 중국인이 물품 소비자로부터 상품 구매자로 변하여 부담거리가 돈더미로 변했다. 중국인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시장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지금 세계 각 선진국들은 중국을 견주며 중국시장에 뛰어들려고 온갖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일본 한국인 거부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관광 때 만난 야후 창업자 제리 양(역시 알리바바의 투자자)의 소개로 관광가이드 마운을 알게 되었다. 바로 알리바바가 창립된 이듬해의 일이다. 손회장은 무명에 경험이 없는 마운을 만난 지 6분 만에 선뜻 2천만 달러를 알리바바에 투자하였다. 34.4%의 지분을 가진 그는 이번 상장이 성공할 경우 14년 만에 2천만 달러가 580억 달러로 되어 2,890배로 불어나는 셈이다. 마운을 보는 혜안이 있었겠지만 13억인구, 다인선재의 식견이 더 큰 작용을 하였으리라.

  한국경제발전의 장애는 자원이 결핍한 것도 있겠지만 더 큰 원인은 내수시장의 인구가 5천만밖에 안 되는 것이다. 만약 통일을 이룩하면 재외동포까지 합쳐 8천만을 훌쩍 초과하게 된다. 8천만의 내수시장이면 다인선재의 입내라도 낼만 하다. 게다가 해외시장을 잘 개척하면 더 유망할 것이다. 통일무용론을 주장하거나 FTA체결 때마다 제동을 거는 한국 정치인과 국민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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