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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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동생 콤플렉스 (우상렬81)
2007년 04월 26일 08시 56분  조회:4198  추천:73  작성자: 우상렬

누이동생 콤플렉스

우상렬


생사로(生死路)는
여기 있으매 두렵고
나는 간다 말도 못다 이르고 갔느냐
어는 가을 이른 바람에
여기저기 떨어지는 잎처럼
한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구나
아으 미타찰에서 만나볼 나
도(道) 닦아 기다리겠노라."

신라의 명승 월명사가 부른「제망매가」다. 속세의 인연을 끊은 중이건만 누이동생의 뜻하지 않은 죽음에 애틋함을 금하지 못해 부른 노래다. 나는 대학교 때 이 노래를 접할 때 누이동생에 대한 오빠의 절절한 정에 그만 눈시울이 뜨거워나고 말았다.

나는 지금까지도 우리 엄마, 아버지에게 그 무슨 한스러움이 있다면 나에게 누이동생 하나 낳아주지 못한 것으로 치겠다. 우리 집에는 줄줄이 육형제뿐이었으니깐.

내가 누이동생을 가지고 싶었던 것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때 나하고 제일 딱친구인 옆집의 창수 여동생을 보면서부터였다. 창수네 집은 아이라고야 달랑 창수와  여동생 옥경이뿐이라 어른들이 들에 일하러 나가고 나면 옥경이 보는 몫은 고스란히 창수에게 돌아갔다. 창수는 우리 또래들이 노는 데까지 옥경이를 데리고 다녔다. 그러나 그는 분명 좋아서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었다. 마지못해, 때로는 역정을 부리면서 데리고 왔다. 친구들도 자꾸 옥경이를 데리고 온다고 아니꼬운 핀잔이다. 그런데 나만은 나도 모르게 옥경이가 좋았다. 나는 창수가 부러웠다. 나에게도 저런 여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그래서 옥경이가 어려 업어줘야 할 때는 내가 창수 대신 업어주고 옥경이가 아장아장 걸음마를 탈 때는 내가 걷기며 놀았다. 이 통에 창수놈은 좋아라고 딱지치기며 다마까기 같은 놀음에 빠지고 만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은 나를 바보 같은 놈이라고 놀려댔다. 그러면 나는 히죽 웃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노릇이니 막무가내라 식으로. 내가 여동생을 봐준 덕분인지 나와 창수는 유별난 친구가 되었다. 참, 그때는 모든 것이 좋았다. 매부 좋고 누이 좋고...

그런데 好景不長이라 우리 집과 창수네 집은 갈라지게 되었다. 창수네 집이 이사를 갔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의 여동생와도 갈라지게 되었다. 허전했다. 죽을 기분이었다. 그래서 엄마에게 공책이며 지우개며를 산다고 거짓말을 해서는 계집아이 꼬마인형을 하나 샀다. 그리고는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잤다. 엄마와 아버지는 이 자식 정신 나갔다고 야단이다. 은근히 아마 이 자식 올되 사춘기쯤 왔는 줄로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나는 올되지도 못하고, 사춘기도 무엇인지 모르고 지났다. 한번은 몽정을 하고는 죽을 병에 걸리지 않았는가고 얼마나 두려움에 떨었는지 몰랐다. 나는 대학교에 가서야 사춘긴지 무언지 좀 알았다. 그래서 한번은 열람실에서 은근히 짝사랑하는 처녀동지가 우연히 옆에 와 앉게 되어 얼마나 가슴이 떨렸는지 모른다. 그날 밤은 온통 뜬 눈으로 보내고 말았다. 나는 바로 대학교 때 이 사춘병에 걸려 흘레 못한 개처럼 처녀동지들 뒤꽁무니를 많이 따라 다녔다. 그러던 어느 방학간 내가 집에 갔을 때다. 짜개바지 친구 창수가 찾아왔다. 반가웠다. 놈은 술을 마시잔다. 긴히 할 말이 있단다. 여하튼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술이 한 두 순배 돈 다음 그 자식 하는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자기 여동생 옥경이를 책임지란다. 옥경이가 지금 나를 짝사랑하여 상사병에 걸렸단다. 어, 나는 놀라면서도 한편 진정을 찾았다. 고 머루알 같은 눈에 까만 눈썹에 단발머리 계집애... 언제가 방학간에 집에 와 시내를 거닐다가 이제는 제법 처녀티가 나는 숙성한 옥경이를 만났었다. 그녀는 몹시 부끄러워하는 눈치다. 얼굴은 확연히 달아오르며 두 손은 옷깃만 매만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태연했다. 그녀 앞에 그렇게 태연할 수 있는 것이 이상했다. 나는 어렸을 때 업어주고 손잡고 다니던 그때가 생각키웠다. 나는 그녀가 귀여운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쓱 쓰다듬어주고 말았다. 그녀는 여전히 나의 깜찍한 여동생이었다... 그런데 나보고 무슨 책임을 지라니, 아니, 사랑을 하라니 나는 정말 어안이 벙벙해났다. 나는 옥경이를 사랑할 수 없었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나를 짝사랑한 여인이건만. 그래서 결국 창수에게도 상처를 남기고. 창수는 네놈이 대학에 가더니 출세했다고 농촌여자가 싫다 이거지 하며 두 눈을 부라리며 나의 멱살을 잡았다. 나는 창수가 잡아 흔드는 대로 몸을 내맡기고 말았다.

내가 연구생 공부를 할 때다. 한번은 술이 얼근하게 되었다. 늙은 노총각의 욕정이 타올랐다. 다짜고짜로 그녀를 찾아갔다. 그리고는 어두컴컴한 곳으로 끌고 갔다. 그녀는 기급을 하며 낯이 새파래졌다. 그녀는 나의 키스폭포와 가득 찬 물총이 겁이 났던 것이다. 오빠, 이러면 안 되, 우리는 영원한 오빠와 누이동생이잖아, 나를 누이동생으로 남게 해줘. 아, 누이동생이란 말에 나의 키스폭포와 물총은 그만 모두 빗나가고 말았다. 나는 그녀를 조용히 끌어않았다. 나의 영원한 누이동생으로!

누이동생, 나에게는 일종 징그스적인 콤플렉스로 남아 있다. 오빠, 사랑해!하면 나는 그만 신경이 곤두서며 기겁을 하고 만다. 아이참, 누이동생을 어떻게 사랑하지? 안될 소리! 그래서 나는 결국 누이 같은 여자를 사랑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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