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당속의 룡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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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곡자와 반경
2011년 08월 16일 08시 36분  조회:2687  추천:1  작성자: 강남행자
 鬼谷子
 
귀곡자(鬼谷子)는 왕후(王詡) 혹은 왕선(王禪)이라 불리는 전국시대의 사상가이다. 그는 당시 초나라 땅인 청계(淸溪)에 위치한 귀곡지방에 은거하여 스스로를 귀곡선생이라 하며 『귀곡자』란 저서를 썼다고 한다. 출생연도 등을 알 수는 없으나, 대략B.C 3세기 경의 인물이라고 추측된다.

그는 종횡가(縱橫家)의 비조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제자 중에 가장 걸출한 인물로는 전국시대에 진(秦)나라와 대항하는6국의 합종책(合從策)을 이루어 냈던 소진(蘇秦)과, 이와 반대로6국을 진나라와 결합시키는 연횡책(聯橫策)을 주도한 장의(張儀)를 들 수가 있다(戰國策 참조). 또한 『손자병법』을 쓴 군사전략가 손빈(孫臏)과 방연(龐涓)도 그의 제자였다는 설(孫龐演義 참조)이 있다.
이들은 모두 무형의 모략을 감추고 조용히(無爲) 있는 것 같으나, 항상 싸우지 않고 비용도 들지 않는 싸움(戰於不爭不費)을 강조한 사람들이며, 결과적으로 남들이 모르는 지혜를 가지고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였던 사람들인데. 『귀곡자』 속에 이미 이런 생각이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귀곡자』의 주요 내용은 주로 유세가(有說家)들이 많이 이용하였을 구체적인 대화의 기법이고, 이 유세를 궁극적으로 성공시키기 위하여 필요한 것들을 다각도로 다루고 있다.
즉 무엇보다도 천하의 대세를 보고 누가 유리한지를 먼저 판단하여 유세의 대상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1.패합)과, 상대방의 반응을 정확히 알아내는 방법(2.반응), 유세를 해야 할 군주의 주위에 정이 통하는 사람을 미리 만들어 두어야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만약 일이 실패해도 목숨이 위태롭지 않다는 것(3.내건), 유세 중에 이견과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미리 알아 그 틈새를 미리 봉하는 방법(4.저희), 때로는 상대방의 비위를 맞추는 척 하면서 협박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5.비겸), 한번 거스른 것을 바꾸어 다시 천하의 대세에 추종하는 방법(6.오합), 천하의 정세와 제후들의 실제 정세를 알아내는 법(7.췌편, 8.모편), 유세 시에 사용해야 할 말의 구체적 종류와 그 특징(9.권편), 이 유세가 받아들여져 구체적으로 천하를 다스릴 모략의 종류와 그 성질(10.모편), 바야흐로 결단을 내려야 할 경우와 그 결단의 어려움(11.결편), 드디어 천하를 제패한 군주가 지녀야 할 덕목(12.부언)등을 다루고 있다.
이외에도13-전환(轉丸)과14-겁란(刦亂)이 있었다고 하나 유실되어 전하지 않는다고 한다.

귀곡자는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자를 성인(聖人)이라고 하면서, 그들의 행동을 음(陰)과 양(陽)으로 나누어 설명하였는데, 이 책의 뒤에 붙은 본경음부 일곱 편과(本經陰符七篇) , 중경(中經) 에는 이런 음양에 대한 것이 제법 이론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러나 귀곡자 본인에 대한 분명한 기록이 없는 관계로 이 책 모두가 후인의 위서라고 매도되기도 하나, 뒤의 글들이 『귀곡자』 본문과 어휘가 확연히 틀리는 바람에, 적어도 그 글들은 후세 도교 쪽의 저작이 아닌가 하는 것이 옮긴이의 추론이다.

기본적으로 『귀곡자』에 씌어진 것은 천하에 유세하여 천하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서, 세상사는 이런 무형(無形)의 방법(道)들을 미리 알아, 미리 판단하고, 미리 결단하는 성인만이 성공시킬 수 있으나, 남들은 그들이 성공한 이유를 모르므로 아무 일도 안하고(無爲) 성공하였다고 한다.
이런 도(道)와 무형(無形), 무위(無爲)라는 용어로 보아 귀곡자의 사상이 도교사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본문에서도 오직 인의예지(仁義禮智)만을 말하는 유가들을 비꼬면서, "다만 중정(中正)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귀곡자』의 이런 도가(道家)적 성격으로 인해 이 책은 후일 유학자들이 중심이 된 세계에서ࡐ잡가ࡑ로 분류되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나라 학계에도 그대로 이어져 아직까지 제대로 된 한글 번역본 한 권도 없는 지경이 된 것은 커다란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대학에서 동양사를 전공한 것을 제외하고는 체계적인 한문 교육을 받지 못한 옮긴이가 이 책의 번역에 착수하게 된 계기는 학민사 김학민 사장의 권유 때문이었다.
우연히 손에 넣게 된 중국어 간자체 번역서를 텍스트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책과 후일 다시 접하게 된 다른 중국 간자체 번역서들도 상당한 부분이 오역이거나 의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두 일일이 원문과 대조하면서 번역을 진행하게 되었고, 각 편의 짧은 해설도 옮긴이가 다시 쓸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처음에 참조하려고 했던 중국 간자체 번역서에도 오역이 너무 많았고, 또 한글 번역본도 전혀 없었으므로 이 책의 번역은 전적으로 옮긴이의 책임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밝힌다. 따라서 이 책에서 잘못된 부분은 완전히 옮긴이의 책임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의 귀곡자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2007년5월
박 용 훈

 
옮긴이 서문

제1편 귀곡자 鬼谷子
1. 패합
2. 반응
3. 내건
4. 저희
5. 비겸
6. 오합
7. 췌편
8. 모편
9. 권편
10. 모편
11. 결편
12. 부언

제2편 본경음부 本經陰符
1. 성신
2. 양지
3. 실의
4. 분위
5. 산세
6. 전원
7. 손태

제3편 지구 持樞
지구

제4편 중경 中經
중경
 
귀곡자》(鬼谷子)
 
설명1
 
귀곡자는 책 이름이기도 하면서 그 저자이기도 하다. 맹자(孟子)의 《맹자》, 장자(莊子)의 《장자》, 순자(荀子)의 《순자》와 같다. 귀곡자는 선진(先秦) 시대 사상가가 거개 그렇듯이 이렇다 할 만한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름이 아주 요상하며, 귀신 냄새 물씬 풍긴다. 귀곡(鬼谷)이란 글자 그대로는 귀신들이 사는 산의 계곡이란 뜻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영천(潁川)과 양성(陽城) 지방에 소재한 鬼谷이란 곳에 은둔했기에 귀곡자라 불렀다고 한다. 귀곡자가 본명이 아님은 명백하다. 그를 일컬어7국이 천하 패권을 겨루던 전국시대에 권모술수의 외교책을 우자(優者)의 도(道)라고 주장한 종횡가(縱橫家)로 꼽기도 한다. 전국시대 중기를 대표하는 유세가의 양대 산맥, 즉, 합종연횡책으로 유명한 소진(蘇秦)과 장의(張儀)가 그의 제자였다고 하니, 그의 사상적 경향 또한 어떠했을지 알고도 남음이 있다. 소진과 장의는 활동연대가 맹자-장자와 겹치는 까닭에 이런 전승을 염두에 둔다면 그의 출생 시기는 아마도 기원전400년을 넘어갈 것이다. 그의 귀곡자는 오랫동안 위서(僞書)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설명2
姓은 王이요 名은 詡라 하며 春秋시대 사람이다. 항상 雲夢山에 들어가 약초를 캐면서 修道했으며, 청계(淸溪)의 귀곡(鬼谷)이란 곳에 은거했다 해서 귀곡선생(鬼谷先生)이라 부른다.
 
종횡가(縱橫家)의 비조(鼻祖)로 통하며 蘇秦과 張儀는 그의 가장 걸출한 제자들이라는 기술이 《전국책(戰國策)》에 보인다. 그 외에도 병가의 대가인 손빈(孫臏)과 용연(龐涓) 또한 그의 제자였다는 주장이 《孫龐演義》에 보인다.
 
종횡가가 숭상하는 핵심이 권모책략(權謀策略)과 언담변론(言談辯論)의 기교인 바, 이것이 필연적으로 仁義道德을 숭상하는 유가 학파와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까닭에 유가가 지배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은 뒤에는 귀곡자를 존숭한 이는 무척이나 적은 반면에 그것을 비난한 자는 매우 많았다. 기실 외교전술의 得益 여부는 국가의 安危와 흥망성쇠를 좌우하기 마련. 나아가 외교담판과 경쟁 策略이 성공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경제의 성패와도 직결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사신으로 일하는 자는 항상 언담 기교를 익혀야 하며, 이것이 그 개인의 처세에도 밀접할 수밖에 없다. 蘇秦이 세촌짜리 혀로써 합종육국(合縱六國)하여 배육국(配六國)하기를 상인(相印)하듯이 함으로써 통령육국(統領六國)함으로써 공동으로 秦에 대응하고자 한 책략도 그 방편이었다. 그런 반면 張儀 또한 그의 謀略과 遊說 기교로써 장차 육국합종(六國合縱)을 토붕와해(土蹦瓦解)케 함으로써 秦國을 지킨 공로 또한 빛나는 책략이었다. 소위 “智用於衆人之所不能知, 而能用於衆人之所不能”이라는 말은 무형(無形)에서 남몰래 모략을 발휘함으로써 싸우지 않거나 큰 비용을 쓰지 않고도 이긴다는 것이 《귀곡자》의 정수라 할 것이다. 《孫子兵法》이 총체적 전략에 편중했다면 《귀곡자》는 구체적 기교에 주력함으로써 양자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 할 수 있다.
 
현전본 《귀곡자》는 도합 14篇이라 그 중 제13과14편은 이미 망실되었다. 《귀곡자》 판본으로는 매양 참조하는 게 도장본(道藏本)이며 그 외에 가경(嘉慶) 10년 강도진씨(江都秦氏) 刊本도 요긴하게 이용된다.
 
 
설명3
귀곡자는 고대중국 전국시대의 저명한 인물로“諸子百家” 중 한 명이다. 縱橫家의 비조로 통하며 교육가로서도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原名은 王詡이며 鬼谷이라 自號했다. 민간에서는 그를 왕선노조(王善老祖)라고 추숭한다. 귀곡이라는 이름은 그의 출생지, 혹은 은거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鬼’라는 말은 ‘歸’와 통하고 그런 까닭에 ‘歸谷’이라 부르기도 한다.
 
귀곡자가 종횡가 비조에 비유되는 까닭은 그의 수하에 蘇秦과 張儀가 있었기 때문인데 이는 《戰國策》에 보인다. 孫臏과 龐涓도 그의 제자였다는 설은 《孫龐演義》에 있다.
 
귀곡자에게는 정치가의 육도삼략(六韜三略)이 있고, 또 외교가적인 縱橫之術에 능했으며 아울러 陰陽家의 풍모도 많으며 예언가의 기질도 농후하게 발견되니, 세간에서 칭하기를 기재(奇才), 혹은 전재(全才)라고 한다. 그의 저서 《鬼谷子》는 《捭闔策》이라고도 부른다.
 
 
중국에서‘자치통감’이 통치자나 관료들의 공식 교과서였다면‘반경(反經)’은 비밀리에 곁에 두고 이용하는 일종의 비공식 참고서였다. ‘반경’을 쓴 당나라 사람 조유에 대해 중국 역사는“병법에 박학하고 경세에 능했으며 은근히 지조가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저술은“장점과 단점을 요령 있게 서술했으며 실제적인 쓰임새를 아주 중시했다”고 호평을 받았다.

조유의‘반경’을 완역한 장순용씨는“책략을 날줄로 삼고, 역사를 씨줄로 삼아 종횡무진으로 엮었다”고 말한다. 즉 요순시대로부터 당나라 역사까지 폭넓게 조감하며 권모술수가 얽히는 정치의 변화를 읽고, 인재를 식별해 적재적소에 등용하는 두 가지 측면에 역점을 두고 쓴 책이다. 이 점에서 위나라 사람 유소가 쓴‘인물지’와 유사하나, 특정인에 대한 품평에 그치지 않고 인재 식별과 활용의 진수를 뽑아 정리했다는 점에서‘반경’이 한 수 위다.

그렇다면 왜 ‘반경’인가. 중국 역사를 정면에서 다룬‘자치통감’과 달리‘반경’은 중국의 정치·외교·군사 등의 책략을 반면(反麵)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반면의 교훈’은 이 책13장‘반경’ 편에 잘 나타나 있다.

조유는 역대 중국 황제들이 나라를 다스려온 기본개념인 인(仁), 의(義), 예(禮), 악(樂), 명(名), 법(法), 형(刑), 상(賞) 등8가지를 뒤집는다. 예를 들어 법령이 많고 명확할수록 범법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법. 가의라는 사람은“법령이 출범하기만 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쁜 일을 하기 전에 먼저 법률의 허점을 연구한다”며“도가1척(尺)이 높으면 마(魔)는1장(丈)이 높다”고 했다.

상도 남발하면 역효과가 난다. 강태공은“공로가 있을 때 상을 내려야지, 툭하면 상을 주는 것은 불평불만을 유발한다. 그 결과 만족하지 않으면 원한이 자라나게 되고 이것이 오래가면 도리어 원수가 된다”고 경고했다. ‘반면의 교훈’이란 이처럼 예상치 못한 역작용까지도 헤아리는 눈을 가르친다.

조유는‘반면의 교훈’을 정리하면서“어떤 법률이나 사상, 체제, 주의, 법규든 그 자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사람에 의해 운용되는데, 잘 운용되면 존재하고 잘 운용되지 못하면 없어진다”고 했다. 즉 같은 권모술수라도 군자가 정의로운 일에 쓰는 것과 소인이 나쁜 일에 쓰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사람을 아는 것이 왕의 길이고, 일을 아는 것이 신하의 길이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반경’은 통치자가 어떻게 인재를 발탁하고 활용할 것인지를 강조한 책이다. 순자는“남을 다스리는 자는 사람들의 재능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삼으며, 보통사람들은 자기의 재능만으로 능력을 삼는다”고 했다. 즉 세상을 다스릴 지도자란“자기가 갖추지 못한 것을 마치 갖춘 것인 양 사용하는 자”여야 한다.

‘반경’이 실제적인 쓰임새가 많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도덕적 원칙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옥으로 만든 배와 노는 강을 건너는 기능이 없는 것이요, 금과 옥으로 만든 활과 활줄은 화살을 쏠 기능이 없다”는 옛말을 예로 들며 고고하지만 일을 하지 않는 사람, 온건하고 고아하지만 다스리는 재능이 없는 사람은 인재가 아니라고 말한다. 위무지가 한나라 왕에게 진평을 추천하자 주위에서“그는 형수와 사통한 데다 뇌물을 받은 적이 있다”며 반대했다. 이를 들은 왕이 위무지를 책망하자 위무지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재능이고 폐하가 들으신 것은 품행입니다.”

‘반경’은 나아가 재능에 근거해 그가 감당할 수 있는 직권을 수여하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원칙임을 강조했다. 즉 사람을 쓸 때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감출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순자는“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면 나라의 보배, 말할 줄은 모르나 일할 줄 알면 국가의 인재, 말할 줄은 알지만 일할 줄 모르면 나라의 도구, 듣기 좋게 말하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조악하다면 반역”이라고 했다. 각자 그릇의 크기를 헤아려 쓸모있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지도자의 역할이다.

800쪽이 넘는 방대한 책을 한꺼번에 읽으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반경’은 베갯머리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읽는 책이다. 당장 한 조직을 이끌게 된 사람이라면5장‘지인(知人·사람을 아는 법)’을 펼쳐라. 사람을 파악하는 데 꼭 필요한 기법들이 정리돼 있다. 나아가 최고의 자리를 꿈꾸는 야심가라면17장‘패도(覇圖)’를 놓칠 수 없다. 자기와 뜻을 같이하는 무리들을 일으켜 천하를 얻는 지혜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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