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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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아프게 들려오는 하모니카소리
2011년 10월 18일 10시 52분  조회:6476  추천:1  작성자: 박정일

룡정 조선족신수리부 박룡원씨의 인생스토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이 없이 그는 그곳에 있다. 그곳에서 그는 딸의 공부를 위해 년로한 어머니의 약비를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있다.

  룡정시수도공사앞에서 조선족신수리라고 쓴 간판을 내걸고 신수리를 하는 박룡원씨는 1963년생으로 올해 49살이다. 룡정시 팔도향 서산촌 태생인 그는 16살부터 농사를 지으면서 자기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동네사람들의 찬사를 많이 받았다. 리발재간도 있고 조각솜씨도 있고 해서 마을의 재간둥이로 불리던 그는 여느 총각들과 마찬가지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귀여운 딸까지 낳아 웃음으로 가득한 행복한 살림을 꾸려갔다.

  하지만 박룡원씨의 가정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다. 2000년의 어느날 도시에 가서 새해 비료값이라도 벌어오겠다며 집을 나선 안해가 3개월만에 불시에 나타나 리혼을 제기했던것이다. 10년째 누워있는 아버지와 장기환자인 어머니를 모시고 이제 겨우 소학교 2학년에 다니는 딸애를 돌보며 열심히 살아오던 박룡원씨의 가슴은 실망과 울분으로 북받치며 새까맣게 타들어갔다. 아버지의 어두운 눈빛과 어머니의 탄식소리 그리고 밤마다 이불속에서 흐느끼는 딸애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한동안 억이 막혀 어찌할바를 모르던 박룡원씨는 마침내 비운의 삶과 사투를 벌리려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내 인생을 버려서라도 딸애를 꼭 훌륭하게 키울것이다. 이대로 아이까지 망치게 할수는 없다"고 생각한 그는 앞으로 딸애와 부모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건 할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

  당시 딸 은주는 소학교 2학년이였는데 성적은 전 반의 28명 학생중 20등이였다. 딸 하나만은 자신의 손으로 잘 키워보겠다고 생각한 박룡원씨는 딸의 일기장을 매일 몰래 뒤져보면서 아이의 심리를 읽었고 시내에 갈 때마다 서점에 들려 책을 사다주었으며 경상적으로 담임교원을 찾아 아이의 성적을 일일이 체크하였다. 담임교원인 강해연씨도 은주아버지의 노력에 감동돼 자기 집에 있는 책을 가져다주는 등 독서를 즐기는 은주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박룡원씨는 독서에 빠져들고 매일 일기를 쓰는 아이에게 더욱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 은주가 쓴 22권의 일기책을 들고 은주와 함께 중국조선족소년보사를 찾아갔다. 당시 소년보사 편집사무실 주임으로 있던 림금산선생은 박룡원씨의 열정에 감화돼 은주의 일기를 하나하나 수정해주었으며 그들 부녀가 소년보사를 찾을 때마다 자기의 돈을 내서 식사를 대접하면서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하여 은주는 소년보사에서 주최한 "사랑의 일기" 콩클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였으며 3학년 때에는 소년보사의 추천으로 한국견학도 다녀오게 되였다. 이외도 은주는 "소년아동백일장" 에서 은상을 획득하는 등 각종 콩클에서 맹활약하며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그가 쓴 글은 《소년아동》,《별나라》,《중국조선족소년보》 등 잡지와 신문에 련이어 실렸다.

  박룡원씨의 노력으로 은주는 우수한 성적으로 중학교를 마치고 룡정고중에 추천생으로 입학하였다. 당시 은주의 성적은 학년 3등이였다. 룡정고중에 입학한 은주를 위해 박룡원씨는 농사일을 그만두고 룡정시내로 이사왔다. 막상 올라와보니 일자리가 문제였다. 아이는 공부를 잘해 싹수가 보이는데 무엇으로 어떻게 벌어 먹이고 공부시켜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앞길이 막막했다. 그는 우선 한 목욕탕에 들어가 일하면서 무엇을 하면 돈을 벌수 있겠는가를 고민했다. 목욕탕에서 번 돈으로 리발관을 꾸리자니 판부족이였다. 하여 그는 결국 적은 돈으로도 시작할수 있는 신수리를 택했다. 이는 당시 그의 능력으로 할수 있는 유일한 투자였고 은주를 공부시킬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였다.

  신수리를 시작한 첫날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해서 번 돈이 1원이였다. 조선족신수리라는 간판을 내걸고 손님을 끌어보려 했지만 주변에 신수리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수입이 너무나도 적었다. 그러다보니 쌀을 사도 근당 0.30원 내지 0.40원씩 하는 제일 눅은 쌀을 사먹어야 했다. 손님을 끌기 위해 그는 일감이 없을 때면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하였다. 그는 내몽골가수가 부른 "천당"이란 가요를 가장 즐겨 불었는데 때론 손님의 요구에 의해 원하는 노래를 연주하기도 했다.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울려퍼지는 하모니카소리에 길가던 손님들도 발길을 멈추고 신을 수리하고 가방을 수리하기도 했으며 어떤 손님들은 반주에 맞춰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박룡원씨는 하모니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 있는 더없는 "친구"라고 말하고있다. 그는 또 그 와중에도 짬짬이 시간을 타 수십편의 아동시와 소설을 창작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박룡원씨는 어떻게 해서라도 은주를 공부시켜 대학에까지 보내려고 갖은 애를 다 쓰고있지만 지난해 은주는 영양부족으로 대학시험을 포기하고 1년간 휴학하게 되였다. 은주를 공부시키면서 몇년째 추석과 같은 명절에 소고기 한근 사먹어본적이 없다고 말하는 박룡원씨는 "애가 이렇게 되것은 죄다 나 때문이다"고 하며 자책했다. 애가 한창 자랄 나이에 제대로 먹이지 못해 영양부족이 오며 이름 모를 병에 걸렸다는것이다.지금도 박룡원씨가 입고다니는 옷은 모두 이웃들에게서 얻어입은것이다. 남처럼 외국에 가면 이런 고생은 안할수도 있지만 은주를 위해서 그리고 년로하신 어머니를 위해서는 외국행을 할수 없다고 한다. 아들이 은주를 위해 애타게 버는것을 보며 측은한 생각이 든 로모도 언젠가 "내가 중병에 걸리면 그대로 놔두어라.병치료로 아이의 공부를 포기할수는 없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박룡원씨는 은주를 위해 신수리일을 하고있다. 아동작가의 꿈을 키워가면서 신수리를 해 버는 30원 내지 40원의 수입으로 장기환자로 있는 어머니와 딸 은주를 돌보고있다. 지난 8월에 은주가 다시 룡정고중에 복귀하여 재학하고 있으나 박룡원씨는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고 항상 딸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한창 멋을 부릴 나이인 딸에게 매주 10원의 용돈을 겨우 쥐여주는 자신이 너무나도 못났다고 말하는 그는 아무리 힘들어도 은주만은 꼭 대학에 보내겠다고 말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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