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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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앞날을 함께 만들자
2007년 06월 09일 23시 14분  조회:3721  추천:96  작성자: 박문희

                                 --중한수교 5주년에

 

1992 8 24, 중국조선족들에게는 88올림픽도 큰 명절이었지만 그 날이 더 큰 명절이였다. 수만 이산가족은 물론 중국의 200만 조선민족 전체가 전쟁과 국계, 제도와 이념 차이로 장장 50여 년을 바다건너 벽 쌓고 지낸 과거를 씻고 동족간의 상봉이 가능해졌다는데서 가슴이 뭉클해 했고 격동의 눈물까지 흘렸었다. 그것은 쓰라렸던 과거를 뒤로 밀어버리고 양국간, 양국 국민간, 양국의 동족간 관계의 새장을 여는, 그리고 아시아의 궐기에 활력을 주입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날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만 5년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중한수교 후의 5년은 중국 조선족들이 긍지와 자랑을 느낄만큼 양국관계가 밝게 발전해온 5년이었다. 이 기간 양국은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관계 정상화의 단계를 넘어 교류, 협력의 실질적 제휴단계로 달려왔는데 양국간 선린우호협력관계의 심화확대 추세하에 경제협력은 단순한 양적확대를 초월, 질적으로 차원높은 제휴의 기틀을 다져왔고 특히 중한 7개 로선 정기항공로와 중국 8대 항구한국 4개 항구간의 정기해상로 개설로 인적교류와 물적교류가 급신장을 보였다. 조선족이 집중된 길림성의 경우를 보아도 근년들어 해마다 조선족 4~5만명이 한국을 방문, 한국인의 길림성 방문은 20만을 육박하는 실정이다. 인적교류와 동반, 경제협력교류도 상당히 활발하다. 6월 말 현재로 대길림성 한국투자기업은 873개 소로 외상투자기업의 제 1위를 기록했고 계약투자액은 4 4675만 불, 미국 버금으로 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조선족들은 한국의 3D 업종에서 값싼 인건비로 한국건설을 도와주고 있다.

 

중한 동족간 관계가 전체적으로 밝게 발전해온 것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불협화음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불협화음이  없을리 만무하다. 제도와 이념의 차이로 우리의 노세대들은 한때 극통의 경난을 치렀었고 그 상처는 오랜 시일 아물지 않고 여러 세대를 괴롭혔었다. 그 상처는 세월의 흐름에 거의 씻기고 치유됐다고 확신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동반하여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문제점도 정시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담을 쌓고 수십년 제나름대로 뛰는 마당에 양국은 엄청난 문화차이를 빚어냈으며 그 차이는 담을 터쳤다 해서 하루 아침에 해소될순 없는 일이다. 그만큼 서로 간에 대방을 너무도 모르고 있었으며 문을 열고 접촉하면서부터 그것은 우리 앞에 만질듯이 다가왔다. 한쪽은 온 세상이 변해 있는데 넌 엽때 무얼하고 있었느냐? 대방의식의 진부함을 실감하고 놀라는 한편 만만한 놈들 갖고 놀자범죄의식 비슷한 것이 싹터나기 시작, 가난한 동족을 사기치는 일까지 서슴치 않고 하였고 한쪽은 대방의 경제문화의 발전에 놀라고 부러워하는 한편 일부 사람들의 못된 소행(졸부근성의 산물)에 반발, 너 좀 잘 산다고 뻐기고 으시대냐? 너 못살 때 외국놈들한테 당하던 일을 까맣게 잊고 잘 산다는 주제에 못 사는 이국 동족을 사기쳐 혹사시키고 있지? 하고 개별적 사람들을 미워하던 데로부터 위험하게도 나라와 국민 전체를 미워하는 데까지 감정이 비뚤어진다. 못 살면 동족간에도 얻어맞아 터지고 당하기 십상인가? 중국의 일부 조선족 농민들은 이런 심리까지 갖고 있다. 이와 같은 감정 대립이 물론 보편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 영향은 심각하리만큼 큰 것이다. 양국간 문화 차이로 생긴 이러한 문제들은 양국, 한국과 중국 조선족 지성인들이 공동히 노력해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그렇다 해서 중국 조선족 지성인들은 한국의 개별적 사람들의 소행을 한국이나 한국 국민 전체에 들씌우지는 않는다. 실상 중국 조선족 일반은 한국 국민들에 의해 창조된 한국의 엄청난 현대문명에 긍지와 자랑을 느끼고있다. 그리고 중국의 조선족을 진심으로 돕고 있는 한국 정부와 민간 단체, 민간인들에게 진정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지금 한국의 많은 민간 단체들이 중국 조선족의 경제 부흥을 위해 조선족과 한국업체간에 가교역할을 하고 있으며 조선족 교육문화부흥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많은 찬조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감사한 일이 아닐수 없다.

 

중국 조선족들도 자아반성을 할 때가 됐다. 조선족들 중의 개별적 사람들은 문화소질의 결여로 눈앞의 이익챙기기에만 급급하고 중국에 와 사업을 벌리려 하는 한국의 기업인들을 돕는다는 미명하에 돈주머니만 탐내면서 그들에게 불이익을 조성하는 현상이 드러나고 있으며 외국에 가 뼈빠지게 일해 번 돈도 어떻게 유용하게 쓸지를 몰라 흥청망청 먹고노는데 쏟아붓는 현상이 비일비재이며 불법체류현상은 한국에 사회문제까지 조성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족의 자아반성문제는 이미 조선족사회유지인사들과 언론계의 여론으로 떠올랐으며 자아반성을 통한 조선족사회의 의식성 제고 문제가 급선무로 대두했다. 물론 전반 조선족의 자질제고는 교육과 문화의 진일보의 보급, 제고를 통해 비로소 가능한만큼 경제발전을 그 토대로 해야 하는 마당에 그것의 성취가 상당 시일 걸릴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만간 실현될것이라는데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사실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주지하건대 중국의 조선족들은 바깥과 막혔던 세월에도, 그 어려운 환경과 여건속에서도 종래로 자기고유의 교육문화를 포기한적이 없었다. 특수한 지리환경에서 자기의 문화를 지켜내고 또한 자기의 삶을 억척스레 개척하면서 자기만의 특유의 문화를 창출하였다. 그것은 역시 찬란한 우리 문화의 한부분으로 민족문화사에 한자리 떳떳이 차지할 것이다. 오늘 세상은 이미 열려 있거나 한창 열리고 있는 세상이다. 부동한 지역의 우리 조선민족문화가 합류되어 불신의 장벽을 허물고 불협화음을 해소하고 거대한 협화음을 동창하게 될날이 이제 멀지 않아 올것임은 틀림없다.

 

5천년 중한 관계사에서 5년이란 실상 극히 짧은 일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이 짧은 5년에 중한 양국은 상호이해, 협력과 발전의 탄탄대로를 걸어왔으며 민간관계도 그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 연계와 접촉을 통해 서로간 모르던 데로부터 점차 알게 됐고 서로 관심을 기울이게 됐으며 동시에 서로간의 차이도 보아내게 됐다. 이는 큰 진보로서 서로간의 관계가 간단없이 깊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한 관계를 보다 성숙시키는 촉진파가 되어야 할것이다.

 
                                                   1997. 7. 14.
중국 장춘에서

한국 <열린교육신문> 창간호(1997,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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