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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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방언
2020년 11월 18일 11시 17분  조회:1170  추천:0  작성자: 박문희

우주의 방언


상오 열한 시가 넘었는데도 기어이 활시위를 당기는 것은 피후(皮候)의 정곡(正鵠)을 향해 돌진하는 화살 자체가 공중 분해된 바람의 뿌리를 스치는 순간 어지럼증을 느낀 까닭이다. 화살과 시위는 헤어지기 위해 만나는 빛의 뒷문이요, 복제된 개기월식이다. 시위 떠난 화살이 되돌아올 수 없다고들 하지만 이미 길에 오른 화살에 대한 설득반송, 혹은 강제반송은 근자에 언론에도 꾸준히 회자되는 사건이다.
 
유령의 마구간에서 신기루와 혈투를 벌인 도리깨의 귀와 발과 어깻죽지는 호수 위에 둥둥 떠도는 달의 그림자, 아울러 달의 그림자가 낳은 부드러운 능선은 다정다감하면서도 능갈친 우주의 방언이다. 바람개비의 뒤통수를 쥐어 당기는 안장형의 긴 하품은 잔디밭에 피어난 평면형의 짧은 잠꼬대와 더불어 운명의 동일선상에서 안으로 혹은 밖으로 열심히 튀는 방언 속의 돌꽃이다.
 
염소를 몰고 블랙홀을 방문한 방울새의 발에는 장수(長壽)의 뼈와 살을 만드는 식수(食水)가 시계추로 매달렸다. 홀의 문턱과 한 정거장 거리에서 시동을 멈추고 배꼽에 눈이 달린 블랙홀 두령의 환영연에 초대된 방울새 일행의 귀환 보고서에 따르면 생명폭포의 질주 속도는 제백석이 낳은 만추의 낙엽과 궤를 같이 한다. 불타는 단풍은 귀뚜라미를 베개 삼아 영원히 투명한 허공에 평화롭게 누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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