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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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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믿음
2012년 12월 27일 09시 41분  조회:1225  추천:2  작성자: 맹영수

배려와 믿음

맹영수


얼마전 친척 누님과 함께 화룡으로 갔다오던중 길에서 다이야가 터져 애간장을 태우다가 한 운전수로부터 무상 지원을 받아 위기를 넘기고 그렇게 훈훈한 인간정을 안고 재차 귀로에 올랐던 우리는 길에서 어린애손목을 잡은 녀인을 만났다. 좋은 마음에서 무작정 자가용을 세웠었다. 그런데 생각밖에도 어둑어둑 땅거미가 기여들건만 녀인은 머리를 살래살래 젓기만 했다. 녀인은 아마도 우리를 기름값이라도 뽑으려는 그런 소인쯤으로 알고있는것 같았다. 녀인을 떠나 한 백메터쯤 가니 한 로인이 손을 흔들기에 차를 세웠더니 로인의 단마디 역시 차비가 얼마인가였다. 그냥 타시라고 해서야 로인은 반신반의 하면서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로인의 요구대로 룡문교부근에서 차를 세웠다. 로인의 고마운 시선속에는 여전히 약간의 의혹이 가셔지지 않고있었다.

때론 좋은 일도 눈치보기를 해야 한다더니 바로 이런 경우를 놓고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숨막히게 갑옷을 꽁꽁 껴입고 각박하게 살고있다.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더우기는 도움은 더 주려하지 않고 저만의 공간에서만 살아가고있다. 류행어처럼 돈앞에서는 군자가 없다고 모든걸 돈으로만 계산하면서 의심스런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있다.

하지만 분명 말하고 싶은것은 한때 우리들에겐 정으로 살아가던 그런 세월도 있었다는것이다. 비록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날마다 전전근근하면서 살았어도 당시 사람들은 서로 술잔을 돌리고 명태국이나 김치마저도 돌리면서 달빛아래 오손도손 모여앉아 스토리를 풀면서 화목하게 살아가던 때가 있었다는 그것이다. 뉘집에 밥공기가 몇개고 지어는 뉘집 각시의 해산할 날자마저 손금보듯 했다면 지금 세대들은 한낱 유치하다고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때는 자르르 정이 흐르고 사랑이 넘쳐 가난했지만 그만큼 또한 행복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제 조금 잘 산다고 개구리 올챙이시절 잊듯 시뚝해 하면서 육친을 모르고 배려를 모르고 믿음과 성의를 모른다면 사는 멋이 무엇에 있으랴?

간디는 세계가 공인하는 인도의 정신 수령이다. 청년시절 간디는 어느 한번 기차를 급하게 타다보니 신 한짝을 창밖에 떨어뜨렸었다. 당시 가난한 인도에서는 신발이 거의 사치품이나 다름없었다. 하건만 간디는 서슴없이 나머지 신발마저 창밖으로 던져버렸다. 사람들이 알수 없는 표정으로 그 연유를 물으니 간디는 “어떤 가난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진 신발 한짝을 주었다고 상상해 보십시요. 그에게는 그것이 아무 쓸모가 없을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머지 한짝마저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라는 대답을 주어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고 한다. 그야말로 간디만의 신사적인 도량이고 배려였다. 아마 간디의 그런 언행에서 계시를 받았는지 언제부터인가 인도의 거지들도 내놓고 당당하게도 곧잘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고 한다.

“저한테 좀 베푸세요. 진정 당신이 없으면 주고 싶어도 줄수가 없으니 그때면 누구도 당신께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그냥 조금은 렴치가 없고 황당한 말이여서 어쩌면 무시하기도 싶지만 그렇다고 좀만 다시 생각을 돌리면 물먹듯 그냥 슴슴히 지나칠 말이 아닌듯 싶기도 하다. 말속에 말이 있듯 그냥 거지철학이라고 보기엔 어딘가 변명만 구차해 진다.

둥근 세상이다. 원숭이도 너무 모가 난 나무에서는 오래 배기지 못한다고 했다. 인간은 절대 절벽강산에서 오래 살수가 없다. 술 한잔을 들어도 누군가와 건배해야 그 맛도 좋고 산책해도 누군가와 손잡고 걸으면 가슴에 물보라가 더 곱게 일고 잠을 자도 누군가가 옆에 있으면 안전감이 더 드는 법이다. 그만큼 우리 사는 세상은 만나고 스치고 부딪치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다.

거지가 없으면 신사가 없고 학생이 없으면 선생님도 없다고 했다. 사랑과 정이란 받기보단 주는데서 더 생기는 법이다. 그렇다고 당신이 꼭 신장이나 각막을 기증해서 누군가를 구하란 말은 아니다. 정이란 꼭 뉘앙스가 느껴지는 말이나 세레나데가 느껴지는 소야곡속에만 흐르는것이 아니라 밥 한공기와 그 눈표정에서도 흐른다고 했다.

아무튼 천사란 별게 아니다. 누군가가 힘들어하고 아파할때 손을 꼬옥 잡아주고 안아주는 그런 사람이 천사인가 아닐가 싶다. 조각달보다는 둥근 달이 더 보기 좋다고 했다. 있을때 잘해란 노래가 있듯이 조금이라도 있을때 서로 베풀고 다독여가면서 둥글게 살아간다면 아무리 험한 세상이라도 사람사는 냄새로 하여 그로서의 사는 멋 또한 따로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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