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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견 작가의 동시 50편을 읽고/ 이시환
2018년 06월 07일 13시 13분  조회:1997  추천:0  작성자: 견이
  나는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연길에서 활동하는 김견(金堅 : 1971 ~ )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가 시(詩)와 동시(童詩)를 습작하고 소설(小說)을 습작하면서 문학작품도 틈틈이 번역(飜譯)해왔다는, 그래서 소수민족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다. 다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그의 동시 50편을 내 손에 쥐고 있다는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의 동시들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많은 생각을 했다.‘동시는 무엇이며,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며칠 고민한 나의 결론인 즉 이러하다. 곧, 동시를 누가 쓰든지 간에 그것은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상과 세계를 시(詩)로써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시란 단순 사실 기술이 아닌 개인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언어이어야 하고, 함축적인 비유어이어야 하며, 동시에 리듬을 타는 음악적인 언어이어야 한다는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간단히 말해, 시는 시로되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상을 노래하고,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계를 탐색하는 함축적 비유적 음악적인 언어이자 그릇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여기서 세상(世上)이란 외피(外皮)로서 잘 보이는 겉모습이라 한다면, 세계(世界)는 속모습으로서 겉모습을 존재하게 하는, 잘 보이지 않는 대상들 간의 관계(關係)・질서(秩序)・인과(因果) 등이 된다. 물론, 겉과 속 모습을 인지(認知)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주체나,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래서 관찰해 온, 동시의 주 독자가 되는 아이들의 관심・기호・욕구・행동양식・심리적 경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직간접으로 반영되게 마련이다.

  나는 동시에 대한 이런 주관적인 편견(?)을 갖고서 그의 동시를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그 결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체감했다. 그것은 그에게 예상 밖의 남성적인 호기(浩氣)가 있다는 점이다. 작품 「백두냉면」「봄 그림」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는데, 그의 호기는 세상을 넓게 보고, 대상들의 관계를 시원스럽고도 빠르게 통찰하며, 자신의 반응과 마음을 애써 숨기거나 속이려들지 않는다는 특징을 띈다. 바로 이것이 그에게 있음으로 해서, 그는 당면한 현실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直視)하며, 그 결과를 거침없이 표현하되 문학적 수사(修辭)를 활용하여 재미와 익살과 기지 등을 발휘한다. 바로 이 부분이 그가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창작 에너지원이 될 줄로 믿는다.

엄마, 우리 엄마
곤히 낮잠 드신 모습

근데 엄마,
우리 엄마…

엄마는 왜
잠잘 때도 허리띠
동여매야 해?

-작품 「고국지도」전문
  위 작품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 놓인 한반도 지도상의 모양새를 ‘자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어머니’로 빗대어 놓았다. 그러니까, 한반도 지도를 혹은 한반도 지형을 어머니로 의인화시켜 부르면서 ‘왜, 자면서도 허리띠를 동여매야 하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가는 한반도 사람들에게 새삼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저 구름들도 아마
이산가족인가 봐요.

만나기만 하면
얼싸안고 눈물 줄줄…

때로는 하늘이 떠나갈 듯
대성통곡, 몸부림쳐요.

-작품 「비구름」전문

 위 작품은 구름과 구름이 합쳐지면서 천둥 번개 치는 자연현상을 통해서 이산가족 상봉 시에나 보게 되는, 눈물바다 되고 울음바다가 되는 그 역사적인 현장으로 빗대어 놓았을 뿐 가타부타 시시비비를 가리지는 않았다. 현실적 상황을 환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간밤에 우르릉
천둥비행기
하늘을 메우더니

낙하산 부대
투하했나?

솔밭에, 버들방천에,
계곡마다에
철모 쓴 장병들
쫘악 깔렸네.

-작품 「버섯」전문

  위 작품은 천둥번개 치며 비가 많이 내린 뒤에 심심산천 이곳저곳에서 버섯이 자라나는 자연현상을 목격하고서, 천둥 번개 치는 하늘의 구름을 굉음 내는 전투기로, 구름과 비를 낙하산부대로, 버섯을 철모 쓴 장병으로 각각 연계시켜 사유한, 다시 말해, 원관념을 유사성이 있는 보조관념들로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기지(機智)가 엿보인다.
 
  이처럼 그의 동시는 비겁하게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자신만이 투사(鬪士)인 양 주의・주장을 원색적으로 늘어놓지도 않는다. 감정은 통제되고 있고, 나의 아픔보다는 우리의 아픔을 먼저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이 다 그의 겉보기와 다른 호기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판단한다.

기럭기럭 저 기러기
왜 그렇게 슬피 우니?

기약 없는 기다림에
목만 점점 길어졌네.

외기러기 아빠 엄마
우린 언제 같이 사니?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러기잠 들고 마네.

-작품「기러기 가족」전문

  위 작품은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중국 내 조선족사회의 가정마다 당면한 슬픈 사연을, 아니, 새로운 형태의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과의 교류로 시작된 물신주의가 집집마다 사람마다 팽배해지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멀리 대도시로, 혹은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가정 구성원 간의 헤어짐이 장기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파탄을 초래하는 비극적인 이산의 아픔을 너무나 조용하게 노래하고 있다. 소리 없이 우는 이에게 감춰진 눈물 속에 내장된 폭풍을 끝내 덮어둘 것인가. 비록,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부부를 두고 ‘기러기부부’라는 생소한 말로 부른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현실이 당연시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김견 작가의 동시 50편 속에 들어있는 이 4편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 말고도 더 있지만 일상이 전개되는 현실이 자극이 되어 일렁이는 시인의 정서적 반응이 객관화되어 이 정도로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의 문학적 역량을 높이 사고 싶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기 바라며, 지금 당장은 누군가에 의해서 묶여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칠색 나비 떼가 되어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오를 것이다(작품 「코스모스・2」), 시인의 꿈처럼. - 2017.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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