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거지가 어떤 은행 앞을 얼쩡거리다가 마침 밖으로 나오는 은행장을 발견하고는 쪼르르 달려가 구걸했다.
"선생님,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도록 적선 좀 해주십시오."
그 거지는 몹시 추례하고 지져분해 보였다.
은행장이 그런 그를 가련히 여겨 지폐 한 장을 쥐어 주면서 말했다.
"자, 1달러요. 이거면 커피 열 잔은 마시고도 남을 거요."
돈을 받아 든 거지는 연신 허리를 구부리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런데 이튿날 그 거지는 다시 그 은행 앞을 얼쩡거리며 그 은행장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마침내 은행장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 거지는 한달음에 달려가 그 은행장의 뺨을 후려쳤다.
은행장이 황당한 표정으로 뺨을 어루만지며 소리쳤다.
"당신 지금 무슨 짓이오?"
그러자 그 거지는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이 준 그 열 잔의 커피 때문이지. 덕분에 난 간밤에 한숨도 자지 못했단 말야!"
♥ ♥ ♥ ♥ ♥ ♥
인간은 어리석게도 자기를 억압하고 강제하려 드는 자에게는 한없이 비굴하고 굴종하면서도 자기를 돕고 존중해 주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무자비한 강자로 군림하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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