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윤동주와 시집 제목
2018년 10월 10일 01시 27분  조회:3388  추천:0  작성자: 죽림

윤동주가 처음 준비한 시집의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아니라 ‘병원’이었다. 아픈 시대 상황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제목이었으나, 우여곡절 끝에 아홉 자의 긴 제목으로 바뀌게 됐다.

연희전문 4학년 때인 1941년, 윤동주는 19편을 묶은 시집을 내려고 했다. 먼저 필사본 3부를 만들어 한 부는 자기가 갖고, 나머지는 스승인 이양하 교수(영문학, 수필가)와 가장 가까운 후배 정병욱에게 줬다.

“동주는 자선 시집을 만들어 졸업 기념으로 출판을 계획했다. ‘서시’까지 붙여서 친필로 쓴 원고를 손수 제본을 한 다음 그 한 부를 내게다 주면서 시집의 제목이 길어진 이유를 ‘서시’를 보이면서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처음에는(‘서시’가 완성되기 전) 시집 이름을 ‘병원’으로 붙일까 했다면서 표지에 연필로 ‘병원’이라고 써넣어 주었다. 그 이유는 지금 세상은 온통 환자투성이기 때문이라 하였다. 그리고 병원이란 앓는 사람을 고치는 곳이기 때문에 혹시 앓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겠느냐고 겸손하게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정병욱,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

동주는 당시의 시대 상황을 병원으로 상징했다. 폐결핵 환자인 젊은 여자는 ‘찾아오는 이’ 하나 없는 외로운 존재다. 나도 ‘아픔을 오래 참다’ 이곳에 왔지만 ‘늙은 의사’는 병명을 모른다. 그는 시대적 고통을 알지 못한다. 나는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꽂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 여자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여자와 나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면서. 절망 속에서 희망을 꿈꾸는 동일시(同一視)의 메타포다.

어떤 이는 윤동주의 ‘병원’을 토머스 브라운과 보들레르, 체호프와 릴케에 연결시킨다. 이들은 ‘세계가 병원이며 우리는 이해받지 못하는 환자’라는 인식을 갖고 있었으니 그럴 만하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서도 근대도시는 병원인 것처럼 그려져 있다.그래도 동주의 병원은 건강하게 읽힌다. 환자가 젊은 여성인 데다 젊은 ‘나’ 역시 ‘우리’가 속히 회복되기를 기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시집은 출간되지 못했다. 이양하 교수가 출판을 보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십자가’ ‘슬픈 족속’ ‘또 다른 고향’ 같은 작품이 일제의 검열에 통과될 수 없을 뿐더러 동주의 신변에 위협이 따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라고 했다.

출판을 단념한 동주는 졸업 직후 용정으로 귀향해 시집을 내려 애썼지만 그곳에서도 사정은 여의치 않았다. 동생 윤혜원은 “오빠가 300원만 있으면 되는데…하며 안타까워했다”고 훗날 말했다. 10세 아래 동생 윤일주도 “아버지께서 출판해줄 의향이 있었으나 모든 여건이 허락되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사후 3년이 지나서야 유고시집이 나왔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650 시는 식물과 동물이 말을 걸어 올때 써라... 2017-08-18 0 2340
649 동시로 엮는 어린 시절 색깔들... 2017-08-18 0 2458
648 시는 바람을 그리는 작업이다... 2017-08-17 0 2344
647 쓰는 행위와 읽는 행위는 시간의 증언이며 자아의 확인이다... 2017-08-17 0 1965
646 "풍랑, 아무도 휘파람을 불지 않는다"... 2017-08-17 0 2192
645 나이테야, 나와 놀자... 2017-08-17 0 2050
644 좋은 시는 개성적인 비유와 상징성에서 환기된다... 2017-08-17 0 2191
643 제재를 잘 잡으면 좋은 시를 쓸수 있다... 2017-08-17 0 2001
642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기 위하여... 2017-08-17 0 2564
641 "한마디 시어때문에 몇달간 고민 고민해야"... 2017-08-17 0 2185
640 시인은 올바른 시어의 선택에 신경써야... 2017-08-17 0 1936
639 "아름다운 시를 두고 차마 죽을수도 없다"... 2017-08-17 0 2003
638 문학하는 일은 "헛것"에 대한 투자, 태양에 기대를 꽂는 일... 2017-08-17 0 2095
637 문학의 힘은 해답에 있지 않고 치렬한 질문에 있다... 2017-08-17 0 2114
636 남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시인은 참다운 시인이다... 2017-08-17 0 2305
635 좋은 음악은 시를 쓰는데 령혼의 교감적 밑바탕이 된다... 2017-08-17 0 1954
634 사람들 놀라게 시를 써라... 2017-08-17 0 2041
633 보여주는 시와 말하는 시... 2017-08-17 0 2084
632 소통 불능의 시는 난해한 시가 될수밖에... 2017-08-17 0 1922
631 산이 태양을 삼키다... 2017-08-17 0 2064
630 남자를 돌려주고... 녀자를 돌려다오... 2017-08-17 0 2107
629 문학은 자기 존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2017-08-17 0 2214
628 시와 산문은 다르다... 2017-08-17 0 2458
627 글쓰는 재주는 비정상과 불당연에서 나온다... 2017-08-17 0 2120
626 하이퍼시 창작론 / 최룡관 2017-08-17 0 2124
625 "죽은 개는 짖어댄다"/ 박문희 2017-08-17 0 1932
624 안개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307
623 시를 찾아가는 아홉갈래 길이 없다...? 있다...! 2017-07-27 0 2095
622 할미꽃아, 나와 놀쟈... 2017-07-27 0 2262
621 련금된 말과 상상과 이미지화된 말과 만나 만드는 시세계... 2017-07-27 0 2070
62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참새야, 나와 놀쟈... 2017-07-25 0 2329
619 5 + 7 + 5 = 17자 = 3행 2017-07-24 0 2339
618 나팔꽃아, 어서 빨리 띠띠따따 나팔 불며 나와 놀쟈... 2017-07-24 0 2276
617 "이 진흙별에서 별빛까지는 얼마만큼 멀까"... 2017-07-24 0 2213
616 "님은 갔지만은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2017-07-24 0 2615
615 시인은 자아를 속박하고 있는 억압을 끊임없이 해방시켜야... 2017-07-24 0 2164
614 나무야, 네 나이테 좀 알려주렴... 2017-07-24 0 2425
613 시는 쉽고 평이한 언어로 독자의 감흥을 불러 일으켜야... 2017-07-24 0 2307
612 여름아, 네가 아무리 더워봐라 내가 아이스크림 사 먹는가... 2017-07-24 0 2685
611 모든 비유는 다 시가 될수는 있다?... 없다!... 2017-07-24 0 2153
‹처음  이전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