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우리는 '바다'에 관한 시를 쓸줄 모르외다"...
2018년 06월 11일 21시 29분  조회:2520  추천:0  작성자: 죽림

<바다에 관한 시 모음> 

+ 한 송이 바다 

한 송이 바다 
바다 한 송이를 
애기동백들은 
감당하지 못한다. 
붉고 붉고 
수없이 붉어도 
이상하리만큼 무력하다 
한 송이 바다 앞에서는. 
(정현종·시인, 1939-) 


+ 바다에 오는 이유 

누군가를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모두 버리러 왔다 

몇 점의 가구와 
한쪽으로 기울어진 인장과 
내 나이와 이름을 버리고 

나도 
물처럼 
떠 있고 싶어서 왔다 
  
바다는 부자 
하늘도 가지고 
배도 가지고 
갈매기도 가지고 

그래도 무엇이 부족한지 
날마다 칭얼거리니 
(이생진·시인, 1929-) 


+ 멸치가 먼저다 

삶은 멸치 말리는데 
빗방울이 후드득. 

마루에서 젖 먹이던 엄마 
아기 떼어 내려놓고 

허리 아파 보건소 가던 할머니 
되돌아 줄달음치고 

멸치 다 걷고 나서야 
엄마는 젖 다시 물리고 
할머니는 보건소 길 다시 간다. 

바닷가에서는 
사람보다 
멸치가 먼저다. 
(최종득·시인, 1973-) 


+ 동해바다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신경림·시인, 1936-) 


+ 바닷가에 대하여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의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 게 좋다  
(정호승·시인, 1950-) 


+ 언덕 위의 집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문을 낮게 낸 것일까 
무심코 열고 들어서다 
이마받이하고 눈물이 핑 돌다 
낮게 더 낮게 
키를 낮춰 변기에 앉으니 
수평선이 눈썹에 와 걸린다 
한때 김명수 시인이 내려와 산 적이 있다는 
포항 바닷가 해돋이 마을 
물이 들면 언제고 떠나갈 
한 척의 배 같은 
하얀 집 
내가 처음 이 바다 앞에 섰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다만 눈썹에 걸린 수평선이 
출렁거릴 따름이었다 
이 집 주인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다 창을 낸 것일까 
머물다 기약 없이 가야 할 자들이 
엉덩이 까고 몸 낮춰 앉아 
진득이 세상을 내다보게 함일까 
(정희성·시인, 1945-) 


+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나무를 보면 나무를 닮고 
모두 자신이 바라보는 걸 닮아간다 

멀어져서 아득하고 아름다운 너는 
흰 셔츠처럼 펄럭이지 
바람에 펄럭이는 것들을 보면 
가슴이 아파서 
내 눈 속의 새들이 아우성친다 

너도 나를 그리워할까 
분홍빛 부드러운 네 손이 다가와 
돌려가는 추억의 영사기 
이토록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구나 
사라진 시간 사라진 사람 

바다를 보면 바다를 닮고 
해를 보면 해를 닮고 
너를 보면 쓸쓸한 바다를 닮는다 
(신현림·시인, 1961-)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30 남미주 아르헨티나 시인 - 보르헤스 2018-01-10 0 4615
929 하이퍼시의 뿌리는 중국시전통에 있으며 대간을 이루고있다... 2018-01-10 0 3297
928 {쟁명} - 하이퍼시는 은유와 환유의 잔치, 설명과 해석은 금물. 2018-01-10 0 2461
927 <서시> 시모음 2018-01-10 0 2582
926 [시단소사전] - "글쓰기 충전구멍가게"... 2018-01-10 0 3065
925 "모든 죽어가는것" 中 하나가 "조선어"였던것 같다... 2018-01-09 0 2405
924 <해빛> 시모음 2018-01-09 0 2433
923 <별> 시모음 2018-01-09 0 2137
922 <콩나물> 시모음 2018-01-09 0 2244
921 보이지 않는것들을 볼수있는 4차원적 발견의 눈을 길러라... 2018-01-07 0 2241
920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늘 기록하라... 2018-01-07 0 2123
919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1-07 0 2280
918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수 있는 용기가 있는기여?"... 2018-01-07 0 2354
917 {쟁명} - 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와의 춤사위이다 2018-01-05 0 2595
916 {쟁명} - 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노는것이다... 2018-01-05 0 2416
915 詩人 김파님께서는 갔으나 詩伯 김파님께서는 가지 않았다... 2018-01-05 0 2654
914 이상(李箱)의 시는 이상(李箱) 이상(以上)이었다... 2018-01-04 0 2508
913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2017-12-28 0 3361
912 교육선구자 김약연과 명동학교를 아십니까?!... 2017-12-28 0 2935
911 <시간> 시모음 2017-12-28 0 2968
910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는 잘도 돌아간다... 2017-12-27 0 3294
909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2017-12-26 0 3128
908 <말(言)> 시모음 2017-12-24 0 2370
907 시와 시작론 2017-12-22 0 1973
906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7 2017-12-22 0 2233
905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6 2017-12-22 0 2133
904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2017-12-22 0 2414
903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4 2017-12-21 0 2507
902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3 2017-12-21 0 2428
9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 동시, 시 차이점?... 2017-12-21 0 3542
900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2 2017-12-21 0 2523
899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 2017-12-21 0 2233
898 세상에서 제일 보배로운 동요동시를 내 눈언저리에 붙혀주렴... 2017-12-21 0 2385
897 웃음은 모든 인간들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2017-12-20 0 2365
896 <돌> 시모음 2017-12-19 0 2542
895 산골물 / 윤동주 2017-12-17 0 2922
894 애독자 비행기 조종사가 유명한 작가 비행기 조종사를 죽이다... 2017-12-17 0 3767
893 윤동주, 백석, 릴케 - "삼종(三鐘)의 종소리 웁니다"... 2017-12-16 0 4031
892 "암울한 시대에 시를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2017-12-16 0 3497
891 치욕의 력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 - 윤동주 2017-12-16 0 3651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