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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아 하면, 엄마 얼굴엔 웃음꽃 피지요"...
2018년 03월 23일 23시 14분  조회:2494  추천:0  작성자: 죽림

<똥에 관한 시 모음> 


+ 똥 한 덩이를 위한 소묘 

아기가 변기에 앉아 있다. 
똑- 
똥 한 덩이 떨어지는 소리. 
아기 얼굴에 꽃이 핀다. 

엄마가 똥 냄새를 맡아본다. 
젖내가 난다. 
엄마 얼굴에 웃음이 핀다. 
(오순택·아동문학가, 1942-) 


+ 새 똥 몇 점 

바람이 분다, 마른 명아주들이 
일제히 흔들린다 
바람이 공중에 쓰는 
상형문자들이 옆으로 기운다 

김환기화백이 붓끝으로 점을 
쿡, 쿡 찍는다 

하늘엔 별 
땅엔 새똥 
(장석주·시인, 1954-) 


+ 어머나 

할머니 어렸을 땐 
똥이 곧 황금이었단다 

호박에 똥을 주고 
개도 똥을 먹었단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금 같은 똥 

어디에 쓸까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할머니가 
벽에 똥칠을 하고 있다 
(신천희·승려 시인) 


+ 강아지 똥 

강아지 사 온 날 
엄마와 약속했다, 
강아지 똥은 내가 치우기로. 

강아지 똥 치워 보니 알겠다, 
오줌똥 못 가리던 나를 
이만큼 키워 주신 엄마의 고마움을. 

꼬리를 흔들며 
나만 따라다닌다. 

강아지 키워 보니 알겠다, 
나를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할머니 마음까지도 
(정세기·아동문학가, 1961-2006) 


+ 염소 

염소똥은 콩 같지요. 
그래서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콩을 싸 오면 
염소똥이라고 하지요. 

나는 콩 싸 온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아이들이 염소똥이라고 
놀리니까요. 

그래도 콩을 누는 염소 
나도 그 염소를 가지고 싶어요. 
(경북 봉화 서벽 초등학교 3년 김창호, 1983.12) 


+ 엿 장수 똥구멍은 

엿 장수 똥구멍은 찐득찐득 
참기름 장수 똥구멍은 매끈매끈 
두부 장수 똥구멍은 뭉실뭉실 
소금 장수 똥구멍은 짭잘짭잘 
옹기 장수 똥구멍은 반질반질 
(전래동요) 

+ 똥 누고 가는 새 

물들어가는 앞산바라기 하며 
마루에 앉아 있노라니 
날아가던 새 한 마리 
마당에 똥을 싸며 지나갔다. 

무슨 그리 급한 일이 있나 
처음엔 웃고 말았는데 
허허 웃고만 말았는데. 

이리저리 구르는 돌들 주워 쌓아 
울타리 된 곳을 
이제껏 당신 마당이라 여겼건만 
오늘에야 다시 보니 
산언덕 한 모퉁이에 지나지 않았다. 

떠나는 곳 미처 물을 틈도 없이 
지나가는 자리마저 지워버리고 가버린 새 
금 그을 줄 모르고 사는 
그 새. 
(임길택·시인, 1952-1997) 


+ 문답법을 버리다 

산에 와서 문답법을 
버리다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는 것 
구름을 조용히 쳐다보는 것 

그렇게 길을 가는 것 

이제는 이것뿐 

여기 들면 
말은 똥이다 
(이성선·시인, 1941-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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