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키 고향은 북극 아닌, 경상남도 마산!
24살 노인(?) 통키, 국내에 마지막 북극곰으로 남아..
한때 북극곰은 동물원 최고의 인기스타였다. 한겨울 매서운 추위 속에도 물속에서 텀벙거리던 모습과 여름 무더위 속에서 얼음덩어리를 가지고 놀던 흰곰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동물원 북극곰의 모습은 언론매체 속에 점차 사라져갔다. 물론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사는 북극곰이 동물원에서 살고 있는 모습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1980~90년대까지 우리나라 전국 동물원에 17마리 가량 살던 북극곰은 지금은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 한마리만 남아있다. 작년 대전 동물원에 있던 북극곰 ‘남극이’가 죽으면서 에버랜드 수컷 북극곰 ‘통키(Tongky)’만 남게 된 것이다. 통키는 1995년 11월 19일 경상남도 마산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7년부터 에버랜드에서 살고 있다. 통키의 올해 나이는 24살로 북극곰의 평균 수명이 25~30년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사람나이로 70세가 넘은 고령(?)이다. 통키 이름은 1990년대 유행하던 만화영화 ‘피구왕 통키’에서 따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말 다시 찾아간 에버랜드 북극곰 통키 사육장. 언덕 한편에 나무들 사이로 흰색 둥근 천막이 덩그러니 보인다. 언뜻 보면 동물원 리모델링 공사 현장처럼 보여 사람들이 무심히 지나친다. 가까이 가면 천막 인근에 자그마한 안내문이 보인다. ‘북극곰의 편안한 노후생활을 위해 조그만 창문으로 관람하세요’ 라는 간결한 문구다.
통키는 물속에서 수영을 하며 몸을 뒤집고 멋진 배영을 선보였고 관람객들은 구멍으로 통키를 지켜보며 즐거운 표정이다. 잠깐동안 통키를 구경한 관람객들에게는 통키가 물속에서 시원하게 자유영과 배영을 즐기는 모습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지나간 후 다시 본 통키의 행동은 뭔가 이상했다. 물 밖으로 머리를 내민 후 다시 맞은 편 벽으로 가서 수영하는 통키의 모습이 똑 같은 패턴으로 한 시간 이상 지속됐다. 이날 통키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자리를 떠날 때까지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같은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이런 행동은 동물원 등 폐쇄된 공간에서 사는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정형행동이다. 작년부터 통키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동물보호 단체 ‘케어(CARE)’의 박소연 대표는 “이미 통키는 오래전부터 비정상적인 정형행동을 계속하고 있다” 며 “ 에버랜드 측에서 통키 사육장에 각종 놀이물 등을 제공하는 등 행동부양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고령의 나이와 20년 넘게 같은 지하구조의 사육장에서 지내온 기간을 고려하면 많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통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통키한테 보다 나은 환경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젠 통키가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관리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지도 모른다. 동물원 측이 통키의 고령으로 관람객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면, 사육장 앞에 기념물이나 현재 통키의 건강상태, 전시현황 등을 설명하는 별도의 부스를 설치해 관람객들에게 충분한 이해를 구하는 방법도 마련할 수 있다. 지하 구조의 사육장 위에 대형 천막을 설치한 지금의 관람시설은 통키한테도 관람객에게도 모두 편치 않은 환경이다. 아이들과 함께 에버랜드 동물원을 찾은 한 엄마가 “이 근처 어딘가에 북극곰이 있었는데...” 라며 북극곰 통키 사육장을 인근에서 두리번거리던 모습이 문득 떠오른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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