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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예고한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 친필원고 '편복'.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으로 당시에는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다.
2018.2.27
편복/이육사
광명(光明)을 배반(背反)한 아득한 동굴(洞窟)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城砦)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에 왕자(王者)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고(庫)간으로 도망했고 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世))에 상장(喪裝)이 갈갈이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고독(孤獨)한 유령(幽靈)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짜구리처럼 고목(古木)을 쪼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遺傳)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교(呪交)일사 못 외일 고민(苦悶)의 이빨을 갈며 종족(種族)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영원(永遠)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情熱)에 못 이겨 타서 죽는 불사조(不死鳥)는 아닐망정 공산(空山)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杜鵑)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心琴)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肝)을 노려도봤을 너의 머―ㄴ 조선(祖先)의 영화(榮華)롭던 한시절 역사(歷史)도 이제는「아이누」의 가계(家系)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멸망(滅亡)하는 겨레여!
운명(運命)의 제단(祭壇)에 가늘게 타는 향(香)불마자 꺼젓거든 그많은 새즘승에 빌붓칠 애교(愛嬌)라도 가젓단말가? 상금조(相琴鳥)처럼 고흔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토막 꿈조차 못꾸고 다시 동굴(洞窟)로 도라가거니 가엽슨 빡쥐여! 검은 화석(化石)의 요정(妖精)이여!
<편복> 역시 반어적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대조를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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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복(蝙蝠)
蝙蝠은 박쥐를 말한다. 박쥐는 동굴의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 이육사의 이 <편복>의
시는 1930년대 말에 쓴 것으로 사료되지만 당시에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이다. 당시에
이 작품이 발표되었다면 이육사는 아마 일제에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을 것이다.
이 시는 1956년에 낸 <육사시집>에 발표한 작품인데, 올해 3,1절을 맞아서 문화재로
지정하게 되었다. <편복>의 육필 원고는 유족들이 보관해 오다가 <이육사 문학관>에
기증했다.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은 일제 시대의 암흑 속에서 갈았던 한국인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햇빛이 눈부신 세계를 두고 억압받고 살았던 민족을 박
쥐로 보았던 것이리라. 동굴 외에는 살 곳이 없는 가엾은 박쥐. 영원한 보헤미안.
두견새처럼 空山에서 울어보지도 못하는 것이 박쥐다. 옛날 영화롭던 시절. 그런 역
사의 과거를 지녔던 선조의 영화를 꿈꾸고 있을 뿐. 가엾은 박쥐는 멸망하는 겨레
라고 했다. 모든 새들이 자유의 세계에서 노래하고 푸른 하늘을 날건만 어두운 동굴
로 돌아가야 하는 검은 화석의 요정. 그게 박쥐의 삶이며 운명이다. 이육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저항시를 3,1절에 읽게 되었다. 나라가 없는 민족의 울분의 시를 우리에
게 선물한 이 시를 간직해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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