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편복 / 리육사
2018년 02월 28일 01시 09분  조회:2754  추천:0  작성자: 죽림

(서울=연합뉴스)
문화재청이 문화재로 등록예고한 이육사(본명 이원록·1904∼1944) 친필원고 '편복'.
'편복'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족의 현실을 동굴에 매달려 살아가는
박쥐에 빗댄 작품으로 당시에는 사전 검열에 걸려 발표되지 못했다.
2018.2.27

 

 

편복/이육사

 

 

 

 

 

광명(光明)을 배반(背反)한 아득한 동굴(洞窟)에서

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城砦)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

가엾은 박쥐여! 어둠에 왕자(王者)여!

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고(庫)간으로 도망했고

대붕(大鵬)도 북해(北海)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

검은 세기(世))에 상장(喪裝)이 갈갈이 찢어질 긴 동안

비둘기같은 사랑을 한 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

가엾은 박쥐여! 고독(孤獨)한 유령(幽靈)이여!

 

앵무와 함께 종알대어 보지도 못하고

딱짜구리처럼 고목(古木)을 쪼아 울리도 못 하거니

만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遺傳)을 원망한들 무엇하랴

서러운 주교(呪交)일사 못 외일 고민(苦悶)의 이빨을 갈며

종족(種族)과 홰를 잃어도 갈 곳조차 없는

가엾은 박쥐여! 영원(永遠)한 「보헤미안」의 넋이여!

 

제 정열(情熱)에 못 이겨 타서 죽는 불사조(不死鳥)는 아닐망정

공산(空山)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杜鵑)새 흘리는 피는

그래도 사람의 심금(心琴)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

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연한 간(肝)을 노려도봤을

너의 머―ㄴ 조선(祖先)의 영화(榮華)롭던 한시절 역사(歷史)도

이제는「아이누」의 가계(家系)와도 같이 서러워라!

가엾은 박쥐여! 멸망(滅亡)하는 겨레여!

 

운명(運命)의 제단(祭壇)에 가늘게 타는 향(香)불마자 꺼젓거든

그많은 새즘승에 빌붓칠 애교(愛嬌)라도 가젓단말가?

상금조(相琴鳥)처럼 고흔 뺨을 채롱에 팔지도 못하는 너는

한토막 꿈조차 못꾸고 다시 동굴(洞窟)로 도라가거니

가엽슨 빡쥐여! 검은 화석(化石)의 요정(妖精)이여!

 

 

 

 

<편복> 역시 반어적 현실과 당위적 가치 사이의 대조를 통해
식민지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영탄조로 노래하고 있다.
어두운 동굴, 썩은 들보, 무너진 성채 위를 홀로 돌아다니는
어둠의 왕자, 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악여 보지 못한
고독한 유령 박쥐는 일제 식민지 통치로 국권과 터전을 상실하고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 민족을 의미한다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첫연에서 시인은 썩은 들보, 무너진 성채 위를 홀로 돌아다니며 광명을 배반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에 대한 무한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썩은 들보, 무너진 성채는 광명을 상실하기 전에
박쥐가 가지고 있던 화려한 터전을 의미한다. 현재 이 터전은 검은 세기의 어둠에 의해 완전히 파괴되고
박쥐는 광명과 모든 권력을 상실한 채 고독한 유령처럼 무너진 옛 터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배회하고 있다.


두번째 연에서는 종족과 홰를 잃고 갈 곳조차 없는 박쥐의 모습을 통해
시인은 국권과 나라를 상실하고 갈 곳조차 없는 무력한 우리 민족의 모습을 제시하고

3연에서는 불사조, 두견새와 박쥐를 비교하여 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지도 못하고
두견새처럼 심금을 흔들어 사람의 눈물을 짜내게 하지도 못하는 박쥐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민족의 무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불사조처럼 제 목숨을 던져 버리지도 못하고 두견새처럼 피울음 울어
남의 동정심을 유발하지도 못하는 박쥐는 당시 우리 민족의 굴욕적이고
처참한 모습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4연에서는 과거의 영화롭던 시절과 현재를 대조시켜
아이누 족속처럼 멸망해가는 우리 겨레에 대한 연민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의 영화롭던 시절 박쥐는 이 땅의 왕자로서 날카로운 발톱으로 암사슴의 간을 노려도 봤음직하다.
그러나 이 검은 세기에 종족과 터전을 박탈 당하고 무너진 성채 위를 배회하는
박쥐는 광명의 세계로부터 쫓겨난 어둠의 왕자에 불과할 뿐이다.
멸망해가는 아이누 족처럼 언제 흔적 없이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이 우리 민족의 운명이며
그것은 바로 퇴화한 박쥐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다.


마지막 연에서 박쥐의 비극성은 극에 달한다.
이미 운명의 제단의 향불마저 다해 버린 시간에 박쥐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꿈도 꾸지 못하고
어둠의 동굴 속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정도로 무력하다.


광명을 상실하고 어둠 속에서 무력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우리 겨레를 어둠의 왕자인 박쥐에 비유하여 표현한 시이다.
운명이 다한 박쥐는 과거의 화석일 뿐이다.
나라를 빼앗기고 어둠 속에서 사는 우리 민족 역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유물이며 검은 화석의 요정일 뿐이다.
박쥐 역시 퇴화하기 전에는 왕자다운 모습을 지녔을 것이고 영화롭던 시절 또한 있었을 것이다.
우리 민족 역시 그처럼 영광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모든 것을 빼앗긴 지금 박쥐의 신세나 다름없는 것이다

 
 

 

편복(蝙蝠

 

蝙蝠은 박쥐를 말한다박쥐는 동굴의 어둠 속에서 살아간다이육사의 이 <편복>

시는 1930년대 말에 쓴 것으로 사료되지만 당시에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이다당시에

이 작품이 발표되었다면 이육사는 아마 일제에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을 것이다.

이 시는 1956년에 낸 <육사시집>에 발표한 작품인데올해 3,1절을 맞아서 문화재로

지정하게 되었다. <편복>의 육필 원고는 유족들이 보관해 오다가 <이육사 문학관>

기증했다.

 

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은 일제 시대의 암흑 속에서 갈았던 한국인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햇빛이 눈부신 세계를 두고 억압받고 살았던 민족을 박

쥐로 보았던 것이리라동굴 외에는 살 곳이 없는 가엾은 박쥐영원한 보헤미안.

두견새처럼 空山에서 울어보지도 못하는 것이 박쥐다옛날 영화롭던 시절그런 역

사의 과거를 지녔던 선조의 영화를 꿈꾸고 있을 뿐가엾은 박쥐는 멸망하는 겨레

라고 했다모든 새들이 자유의 세계에서 노래하고 푸른 하늘을 날건만 어두운 동굴

로 돌아가야 하는 검은 화석의 요정그게 박쥐의 삶이며 운명이다이육사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저항시를 3,1절에 읽게 되었다나라가 없는 민족의 울분의 시를 우리에

게 선물한 이 시를 간직해야 하리라.

 

 

 

 

 
 
  이육사 선생의 시 중 가장 중량감 있는 작품으로 손꼽히는 '편복'(蝙蝠). 문화재청 제공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0 [시문학소사전] - "블랙리스트"이란?... 2017-01-01 0 4145
89 시인은 모든 리익과 다툼에서 손해보는 사람이다... 2016-12-31 0 3524
88 문학과 비평은 쌍두마차... 2016-12-31 0 2609
87 여보게 친구,분위기가 얼쑤인데 한잔 안할수가 없잖은가... 2016-12-31 0 3282
86 술과 시와 삶은 잘 삭혀야 제맛!~~~ 2016-12-31 0 2506
85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학생들께 론문쓰는법 가르치자 2016-12-31 0 2799
84 "전설의 편집자", 53, 그리고 외길 인생 2016-12-31 0 3107
83 안중근 유묵 106년만에 해빛 보다... 2016-12-30 0 3266
82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ㅡ"뜻뜨미지근", "뜨뜻미지근" 2016-12-30 0 2837
81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ㅡ"임대"냐? "임차"냐?... 2016-12-30 0 2725
80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ㅡ우리말 애정 표현은?... 2016-12-30 0 2779
79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 "달이다", "다리다","졸이다", "조리다" 2016-12-30 0 3078
78 작문선생님들께 보내는 편지;"치어"를 쓸때, "치여"를 쓸때... 2016-12-30 0 2822
77 소리로 날려 보내던 생각을 그 소리를 붙잡아 시로 남기기... 2016-12-29 0 2417
76 세기의 혁신가 10인 2016-12-29 0 2956
75 [시문학소사전] - 추상표현주의란?... 2016-12-29 0 2900
74 [쉼터] - 작문써클선생님들께; 작문평정과 평어쓰기 2016-12-28 0 2666
73 시는 추상적관능과 비평정신을 고도의 음악성과 결부해야... 2016-12-28 0 2764
72 말안장에서 용사를 가려내고 달빛아래에서 미인을 보다... 2016-12-28 0 2729
71 시를 쓴다는것은 인생의 마지막역을 잘 인테리한다는것... 2016-12-27 0 2908
70 진리를 멀리서 구하지 말고 자기 자신속에서 구하라... 2016-12-27 0 2791
6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소나무와 첫락엽 2016-12-27 0 2301
68 [시문학소사전] - "퓨전"이란?... 2016-12-27 0 2864
67 시의 건초더미에서 겨우겨우 찾을수 있을가말가 하는 시를 쓰라... 2016-12-26 0 2659
66 시인이 시 한수를 빵으로 바꿀수 있을까?... 2016-12-26 0 2643
65 술,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시, 머리에서 짜여져 나오는 시... 2016-12-26 0 2728
64 대만 현대시의 흐름을 알아보다... 2016-12-26 0 2962
63 대만 녀성시인 - 수샤오리엔 2016-12-26 0 2656
62 리백 음주시 관련하여 2016-12-25 0 2637
61 로신과 겨레의 문인들 2016-12-25 0 2775
60 李陸史는 魯迅을 만나 보았을까? 2016-12-25 0 2803
59 력사, 문학, 그리고 미래... 2016-12-25 0 2850
58 영웅이 없는 시대에 그저 하나의 사람이 되고싶을 뿐... 2016-12-25 0 3188
57 몽롱시와 그 "찬란한 빛" 2016-12-25 0 2519
56 시는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세계를 담아야... 2016-12-25 0 2690
55 진정으로 뛰여난 담시(譚詩) 한수라도 보고지고... 2016-12-23 0 2647
54 시인은 정화가 된 "저체온의 성스러운 언어"로 시를 써야... 2016-12-22 0 2832
53 시인, 석류, 그리고 파렬, 분출, 문여는 소리... 2016-12-22 0 2810
52 [쉼터] - 작문써클선생님들께; 마구잡이로 쓰는 "~의 대하여" 2016-12-22 0 2580
51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2016-12-22 0 2533
‹처음  이전 33 34 35 36 37 38 39 4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