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월 2025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숟가락> 시모음
2018년 02월 11일 01시 32분  조회:2294  추천:0  작성자: 죽림
다가오는 설명절, 중국 산시에 찾아온 명절 분위기!


<숟가락에 관한 시 모음>  

+ 외할머니의 숟가락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조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손택수·시인, 1970-) 


+ 숟가락 

숟가락을 드는데 
어제는 
누가 사용했을까? 
누구의 입에 들어갔던 것일까? 
사용한 자국도 없이 
잘 씻기고 
반짝반짝 닦여서 
얇은 종이에 싸여 있지만, 
입과 입을 연결시키며 
우리들 모두 
한솥밥 나눠 먹는 
형제들로 만들고 싶어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아닌가. 

오늘따라 
밥을 뜨는 내 숟가락에는 
훈훈한 사랑이 구수하게 솟아나며 
내 입맛을 돋우는 것이었다. 
(박일·시인, 1969-) 


+ 목이 부러진 숟가락 

어머니는 목이 부러진 
내 알루미늄 숟가락을 버리지 않으셨다 
부뚜막 작은 간장종지 아래에다 놔두셨는데 
따뜻해서 갖고 놀기도 좋았다 눈두덩이에도 대보고 
배꼽 뚜껑을 만들기도 했다 
둥근 조각칼처럼 생겼던 손잡이는 
아끼기까지 하셨다 고구마나 감자를 삶을 때 
외길로 뚫고 간 벌레의 길을 파내시는 데 
제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를 찾아뵐 때마다, 내 몸은 
탄저병에 걸린 사과나 굼벵이 먹은 감자가 되어 
한 켜 껍질이 벗겨지는 것 같다 
숫제, 내가 한 마리 벌레여서 
밤고구마나 당근의 단단한 속살을 파먹고 있고 
내 숟가락은 아직 생기지도 않았고 
어머니는 외할머니 댁 추녀 밑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는, 
그런 벌레 알 같은 생각을 꼼지락거리기도 한다 
숟가락 손잡이로 둥글고 깊게 
나를 파고 나를 떼내다가 
지금은 없는 간장종지 아래에 
지금은 없는 내 목 부러진 숟가락을 
모셔두고 온다 
(이정록·시인, 1964-) 


+ 딱 한 가지 

숟가락 하는 일은 
딱 한 가지 

하루 종일 
놀다가 
아침 저녁 잠깐씩 
밥과 국을 떠 
입에 넣는 일밖에 없다. 

그런데 
그 일 한 가지가 
사람을 살리네 
목숨을 살리네 

고마운 숟가락 
밥숟가락! 
(엄기원·아동문학가, 1937-) 


+ 숟가락 

너는 참 좋은 일만 한다 
내 몸에 좋은 것을 넣어 주려고 
매일 매일 내 입 가까이 
와서는 한 발 들여놓았다가 
다시 나가지 

아예 쑥 들어왔다가 
놀다 가는 것도 아니고 
먹을 것만 쏘옥 넣어 주고 
슬쩍 사라졌다가는 
다시 와서 한 입 주고 가지  

입맛 없을 때는 먹기 싫은데  
꼭 한 입 넣어 주고야 마는 너는 
참 대단한 녀석이야 
식사가 끝나면 시치미 뚝 떼고 
네 자리에 
얌전하게 들어가  
다음을 기다릴 줄도 아는 넌 
역시 멋진 녀석이야 
(한선자·아동문학가) 


+ 떡잎  

씨앗의 숟가락이다 

뜨겁지 않니? 
햇살 한 숟갈 

차갑지 않니? 
봄비 한 숟갈 

씨앗의 첫 숟가락이다 

봄이 아끼는 
연둣빛 숟가락 
(조영수·아동문학가) 


+ 수저  

아이가 두 시간째 주방에서 달그락거리고 있다 
몸져누워 먼 세상일인 듯 듣는 아득히 낯선 소리 
서툴게 부딪는 숟가락 소리, 
살아있다는 건 누워서 듣는 
달그락거리는 수저소리쯤 될까 
죽은 후에도 저 하나쯤 가져가고 싶은 소리 

숨이 끊어진 뒤에 마지막까지 남는 건 청각이라는데 
문득, 아버진 무슨 소릴 가져갔을까 궁금하다 

호흡기 떼기도 전에, 
글쎄, 시트 밑에서 통장이 여섯 개나 나왔는데 
우리도 모르는 통장이, 
관리는 누가 하냐 첫째는 멀리 있어 안 되고 
둘째는 좀 불안하고, 너는 생전에 아버지 애 먹여서 안 되고, 
아버지의 일생을 가볍게 들었다 놨다, 

마지막까지 통장통장 하던 소리, 육남매 덜걱대는 소리, 
태어나서 시작되고 
죽을 때 거두어가는 게 수저소리일 텐데 
그 소리 대신, 
결국 아버지는 자신의 통장을 다 가져가신 셈이다 
(이규리·시인, 1955-)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30 토템시/ 사슴= 남영전, 해설= 현춘산(7) 2020-10-10 0 2509
1529 토템시/ 물= 남영전, 해설= 현춘산(6) 2020-10-10 0 2355
1528 토템시/ 흙= 남영전, 해설= 현춘산(5) 2020-10-10 0 2441
1527 시=흥취 2020-10-09 0 2300
1526 조선족문단 우화시 개척자 - 허두남 2020-09-08 0 2535
1525 토템시/ 백학= 남영전, 해설= 현춘산(4) 2020-09-08 0 2406
1524 토템시/ 신단수= 남영전, 해설= 현춘산(3) 2020-09-08 0 2339
1523 토템시/ 곰= 남영전, 해설= 현춘산(2) 2020-09-08 0 2264
1522 토템시/ 달= 남영전, 해설= 현춘산(1) 2020-09-08 0 2353
1521 토템과 남영전시인 11 2020-09-03 0 2796
1520 [그것이 알고싶다] - "조선어학회" 2020-09-03 0 3766
1519 우아하게 삽시다 / 우상렬 2020-08-24 0 3052
1518 토템과 남영전 시인 10 2020-07-18 0 2867
1517 토템과 남영전 시인 9 2020-07-18 0 3082
1516 토템과 남영전 시인 8 2020-07-18 0 2880
1515 토템과 남영전 시인 7 2020-07-18 0 3430
1514 토템과 남영전 시인 6 2020-07-18 0 3274
1513 토템과 남영전 시인 5 2020-07-18 0 3191
1512 두만강은 알리라... 2020-07-17 0 2959
1511 작가들의 큰 박수를 받은 민족개념/ "길림신문"/ 김승종 2020-07-02 0 3253
1510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7 0 3510
1509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7 0 3164
1508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7 0 3462
1507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7 0 3243
1506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7 0 3277
1505 토템과 남영전 시인 4 2020-06-27 0 2913
1504 토템과 남영전 시인 3 2020-06-27 0 3280
1503 토템과 남영전 시인 2 2020-06-27 0 3151
1502 토템과 남영전 시인 1 2020-06-27 0 3092
1501 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06-20 0 3328
1500 친족, 친척 = 토템 2020-06-20 0 2945
1499 [시공부 101] - 38... 2020-05-13 0 2998
1498 [시공부 101] - 37... 2020-05-13 0 3271
1497 [시공부 101] - 36... 2020-05-13 0 4538
1496 [잊혀진 민속] - 다듬이 2020-05-08 0 4782
1495 [그것이 알고싶다] - "토템"연구와 남영전 시인 2020-05-02 0 3374
1494 [그것이 알고싶다] - "단군신화" 2020-04-30 0 3160
1493 [시문학소사전] - 토테미즘 2020-04-30 0 3908
1492 [시공부 101] - 35... 2020-04-04 0 3004
1491 [시공부 101] - 33... 2020-04-04 0 3604
‹처음  이전 1 2 3 4 5 6 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