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이사> 시모음
2018년 02월 03일 22시 23분  조회:3815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사에 관한 시 모음>  


+ 저 물결 하나 

한강 철교를 건너는 동안 
잔물결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얼마 안 되는 보증금을 빼서 서울을 떠난 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한강. 
어제의 내가 그 강물에 뒤척이고 있었다 
한 뼘쯤 솟았다 내려앉는 물결들. 
서울에 사는 동안 내게 지분이 있었다면 
저 물결 한쪽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결 하나 일으켜 
열 번이 넘게 이삿짐을 쌌고 
물결 하나 일으켜 
물새 같은 아이 둘을 업어 길렀다 
사랑도 물결 하나처럼  
사소하게 일었다 스러지곤 했다 
더는 걸을 수 없는 무릎을 일으켜 세운 것도 
저 낮은 물결 위에서였다 
숱한 목숨들이 일렁이며 흘러가는 이 도시에서 
뒤척이며, 뒤척이며, 그러나 
한 번도 같은 자리로 내려앉지 않는 
물결 위에 쌓았다 허문 날들이 있었다 
거대한 점묘화 같은 서울. 
물결 하나가 반짝이며 내게 말을 건넸다 
저 물결을 일으켜 또 어디로 갈 것인가 
(나희덕·시인, 1966-) 

+ 햇볕에 드러나면 슬픈 것들 

햇볕에 드러나면 짜안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에 햇살이 닿으면 왠지 슬퍼진다 
실내에 있어야 할 것들이 나와서 그렇다 
트럭 실려 가는 이삿짐을 보면 그 가족사가 다 보여 민망하다 
그 이삿짐에 경대라고 실려 있고, 거기에 맑은 하늘이라도 비칠라치면 
세상이 죄다 언짢아 뵌다 다 상스러워 보인다 

20대 초반 어느 해 2월의 일기를 햇빛 속에서 읽어보라 
나는 누구에게 속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진다 
나는 평생을 2월 아니면 11월에만 살았던 것 같아지는 것이 
(이문재·시인, 1959-) 

+ 벽지를 바르며 

일요일 아침 
우리 가족 벽지를 바른다. 
돌돌 감긴 벽지를 펼치니 
화들짝 피어나는 꽃무늬 

새해에는 넓은 집으로 
이사할 거라던 어머니 
이사 대신 
누렇게 바래 버린 벽지 위에 
새하얀 꽃무늬 벽지를 바른다. 
우리 가족 서투른 도배는 
꽃무늬가 자꾸 어긋나고 
쭈글쭈글 오그라들어도 신이 났다. 

한나절 도배를 하고 돌아보니 
벽마다 활짝 핀 꽃송이 
우리 가족 웃음 송이 
하늘도 새로 도배를 했는지 
구름무늬 푸른 벽지를 두르고 
창문 가득히 푸르게 비쳐 온다. 
(고광근·아동문학가, 1963-) 

+ 이사 

개미들이 줄지어 이사를 간다 
저마다 뽀얀 알 하나씩 입에 물고 
뽈뽈뽈뽈 새집으로 이사를 간다 
한참이나 지켜봐도 이삿짐은 그뿐 
냉장고, 세탁기, 텔레비전, 컴퓨터, 장롱…… 같은 건  
하나도 없다 
(권오삼·아동문학가, 1943-) 

+ 이사 간 자리 

옥상의 
동그라미 

화분들이 살다가 
이사 간 자리 

큰 화분은 큰 동그라미 
작은 화분은 작은 동그라미 

몸에 꼭 맞게 
집 지어 살다 
이사 간 자리 

새 집에서도 
꼭 맞게 
집 짓고 
꽃 피우며 살겠지. 
(안영선·아동문학가) 

+ 집게 

소라 껍질이 
나에게는 훌륭한 
집이지요. 

이사를 할 때 
나는 집을 
등에 지고 가지요. 

이층에 함께 사는 
말미잘도 
그냥 옮겨줘요. 
(김진광·아동문학가) 

+ 처음처럼 

이사를 가려고 아버지가 
벽에 걸린 액자를 떼어냈다 
바로 그 자리에 
빛이 바래지 않은 벽지가 
새것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집에 이사 와서 
벽지를 처음 바를 때 
그 마음 
그 첫 마음, 
떠나더라도 잊지 말라고 
액자 크기만큼 하얗게 
남아 있다 
(안도현·시인, 1961-) 

+ 이사 가는 날 

이사 가는 날 
헤진 동화책과 
낡은 장난감이 
서로 눈치를 본다. 

'나는 데려갈 거야' 

헌 책상과 의자도 
마음이 초조하다. 

'나는 영이와 함께 
공부했으니까 
데리고 갈 거야' 

이사 가는 날 
모두 모두 
눈치를 보며 
차에 타기를 기다린다. 
(하청호·아동문학가) 

+ 봉숭아 이사 

우리 이사는 
맑은 날 하고 
봉숭아 이사는 
비 오는 날 한다. 

우리 이사는 
이삿짐 차로 
봉숭아 이사는 
삽으로 한다. 

봉숭아 이사 쉽지? 
아냐, 뿌리내린 땅과 
숨쉬던 하늘까지도 
퍼 와야 하거든. 

어렵겠다고? 
아냐, 둥글고 넓고 깊게 파 
한 삽 푸-욱 떠오면 
하늘과 땅도 딸려 오거든. 
(박방희·아동문학가, 1946-) 

+ 이삿짐 차 

이 골짜기 
여문 열매들 
톡톡 

산새들이 먹고, 

저 골짜기로 
훨훨 날아가 
씨를 끙- 

응가를 흙이 껴안아 주고, 

이 골짜기의 나무 
저 골짜기에서 싹 틔우고 
저 골짜기의 풀 
이 골짜기에서 꽃 피우고 

산새들은 이삿짐 차다 
(조영수·아동문학가) 

+ 꽃의 재발견 

새봄, 누군가 또 이사를 간다 
재개발지구 다닥다닥 붙은 집들이야 코딱지 후비며 고층아파트로 우뚝 서겠지만 
개발될 수 없는 가난을 짊어진 양지전파상 金만복 씨도 떠나고 

흠흠 낡은 가죽소파 하나 버려져 있다 
좀 더 평수 넓은 집을 궁리하던 궁둥이들이 깨진 화분처럼 올려져 있다 
자본주의 경제의 작은 밑거름도 될 수 없는 똥 덩어리들 

꽃을 먹여 살리는 건 밥이 아니라 똥이어서 
공중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로 머리띠 동여매고 뭉개진 발자국들이 
궁둥이 두들겨 꽃을 뱉어낸 거지 

언제부터일까 버리는 것보다 버림받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 
푹신푹신했던 소파가죽 찢어발기고 
툭, 튀어나온 스프링 

누군가 버림받은 곳에서만 
꽃은 핀다 
(김륭·시인, 1961-) 

 

 

 


 
prev
중국 시안 ‘설날 대이동’ 준비 끝! 기차 타고 고향 가는 길
산시(陜西, 섬서) 시안(西安, 서안) 시안 D급 고속열차 차량기지에서ㅡ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70 시인은 작품속에 삶의 몸부림과 고통을 버무려야 한다... 2017-04-03 0 2751
369 당신은 왜 시인의 험난한 길을 걸어가려 하십니까?... 2017-04-03 0 2399
368 시는 누구나 쓸수 있으나 아무나 시인이 되는것은 아니다... 2017-04-03 0 2568
367 시인은 시상(詩想), 시정(詩情), 시흥(詩興)을 깨울줄 알아야... 2017-04-02 0 2461
366 시인은 시상이라는 "낚시 찌"에 전신전령을 기울려야... 2017-04-02 0 2891
365 시인은 詩나무그루터에 오줌을 싸고 있었다... 2017-04-02 0 2501
364 형이상시에서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폭력조합시켜라... 2017-03-29 0 3006
363 형이상시는 불협화음속에서 기상천외의 조화로운 분위기를... 2017-03-29 0 2795
362 시인은 언어를 잘 다룰줄 아는 고급동물이다... 2017-03-29 0 2597
361 형이상시는 즉물시와 사물시를 포괄한 제3류형의 시이다???... 2017-03-29 0 2904
360 형이상시에서 객관적 상관물의 발견으로 통합된 감수성을... 2017-03-29 0 2440
359 형이상詩는 21세기의 시운동의 모델이라고???... 2017-03-29 0 2630
358 시인은 자연과 타인의 생을 기웃거리는 촉매자이다... 2017-03-29 0 2737
357 시에서 아방가르드 정신을 꿈꾸는 자는 늘 고독하다... 2017-03-29 0 2625
356 [시문학소사전] - 시쓰기에서 알아야 할 용어들 2017-03-29 0 3135
355 현대시는 탈관념의 꿈꾸기이며 언어적 해체인것이다... 2017-03-29 0 2686
354 후기산업혁명사회의 현대인들의 병을 시로 치료하라... 2017-03-29 0 2554
353 시란 희노애락을 부르짖는 소리이다... 2017-03-29 0 2951
352 "전통시인"이나 "실험시인"이나 독자를 외면하면 안된다... 2017-03-29 0 2468
351 현대시쓰기 전 련상단어 100개 쓰기부터 하라... 2017-03-29 0 3197
350 현대시의 실험적 정신은 계속 진행형이다... 2017-03-29 0 2472
349 현대시의 흐름을 알고 시작(詩作)을 시작(始作)하자... 2017-03-29 0 2401
348 현대시는 "단절의 시대"에 직면하고 있다... 2017-03-29 0 2619
347 시는 추상적인 표현과 원쑤지간이다... 2017-03-29 0 2928
346 시심의 모든 밑바탕은 지, 정, 의를 근본으로 한다... 2017-03-29 0 2334
345 시가 "디지털혁명시대"와 맞다들다... 2017-03-27 0 2586
344 프랑스 시인 - 폴 엘뤼다르 2017-03-27 0 3498
343 시어는 삶과 한 덩어리가 된, 육화적인 언어로 련금술해야... 2017-03-27 0 2501
342 시는 한점의 그늘 없이 화창해야 한다... 2017-03-27 0 2639
341 시인아, 어쨌든 있을 때 잘해야지...그리고...상투는 없다... 2017-03-24 0 2207
340 시인의 "적막한 키스"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것인가... 2017-03-23 0 2537
339 시와 련관성이 없는 "무의미시"의 낱말로 제목화할수도 있어... 2017-03-22 0 2602
338 이순신 장군 시 모음 2017-03-21 0 3216
337 저 밑에는 날개도 없는것들이 많단다... 2017-03-21 0 2698
336 류시화 시 모음 2017-03-21 0 6219
335 새가 나무가지를 못떠남은?!ㅡ 2017-03-21 0 2710
334 <새(鳥)> 시 모음 2017-03-21 0 2898
333 시제는 그 시의 얼굴로서 그작품의 질과 수준을 예감할수도... 2017-03-21 0 2981
332 시의 제목을 첫행이나 끝행으로 할수도 있다... 2017-03-20 0 2653
331 시의 제목에 의하여 시의 탄력이 생긴다... 2017-03-18 0 2737
‹처음  이전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