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2월 2025 >>
      1
2345678
9101112131415
16171819202122
232425262728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할아버지> 시모음
2018년 01월 27일 19시 16분  조회:2522  추천:0  작성자: 죽림

<할아버지에 관한 시 모음> 


+ 할아버지 연장통 

창고를 청소하다 
눈에 익은 연장통을 보았다. 
어릴 때 타던 세발자전거와 나란히 놓인 
할아버지 손때 묻은 연장통. 
- 세상에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란다. 
할아버지께선 늘 말씀하셨지. 
연필깎이로 깎이지 않는 몽당연필도 
밑창이 떨어진 낡은 내 운동화도 
할아버지 손길만 거치면 
뭐든 제 몫을 해내었지. 
그래, 세상엔 
쓸모 없는 물건이란 없는 거야. 
환한 얼굴로 기뻐할 사촌동생을 떠올리며 
할아버지 연장으로 
세발자전거를 조이고 닦는다. 
창고 속 먼지 쌓인 할아버지 연장통이 
새삼 더 크게 보인다.  
(강지인·아동문학가) 


+ 할아버지와 시골집 

겨울 방학 때 시골 할아버지 집에 갔지요 
시골집도 할아버지를 닮아 나를 반겼어요 

흰 눈 덮인 지붕은 할아버지 머리 같았고요 
틈이 난 싸리문은 할아버지 이 같았지요 
금이 간 흙벽은 주름진 할아버지 얼굴 같았고요 
처마 끝의 고드름은 할아버지 수염 같았어요 

아침에 일어나자 
할아버지는 면도기로 수염을 쓱쓱 깎았고요 
시골집은 햇살로 고드름을 살살 깎았지요 
(김용삼·아동문학가) 


+ 우리 할아버지 시간 

약수터 갈 시간이 
노인정 갈 시간이 
진지 드실 시간이 
9시 뉴스 나올 시간이 

기다리시는 우리 할아버지에겐 
한 발 한 발 느리게 다가온다. 

뭐든지 미리 준비하시는 할아버지 
시간을 미리 끌어다 쌓아두셔서 
꺼내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다. 

오늘은 내가 
할아버지랑 장기도 두고 
모시고 나들이도 해야겠다 
시간을 먼저 써버려야 
쌓아두시지 못할 테니까. 
(배정순·아동문학가) 


+ 돋보기 

신문 속의 글자들 
할아버지 눈앞에서 장난친다. 

가물가물 
작아지고 흐려지고 

할아버지는 
가늘게, 크게 눈 뜨며 
겁주지만 
글자들은 무서워하지 않는다. 

- 영호야, 돋보기 좀 가져오렴. 

그제야 
꼼짝 못하고 
착해진 글자들. 
(정은미·아동문학가) 


+ 보청기 

할아버지 
큰 귓속에 
작은 귀 하나 

닫힌 문을 
삐그덕 열어 줄 
마음이 넓은 귀 

새들 노래, 바람 노래 
다 옮겨 놓는 
마음이 넉넉한 귀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우리들 사랑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또박또박 전해 주는 
마음이 착한 귀. 
(한상순·아동문학가) 


+ 발씻기 숙제 

가을걷이 끝난 뒤 
허리병이 도져 
병원에 입원한 
외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발을 
엄마가 닦아 드립니다 

콩 한 가마니 불끈 들어올릴 때 
단단한 버팀목이었을 장딴지가 
마른 삭정이 같습니다 
바람 불면 
쇄쇄 소리가 날 것 같은 

마른 삭정이에서 
뻗어 내린 잔가지 같은 
외할아버지의 발 

엄마는 조심조심 
외할아버지의 발을 닦습니다 

가끔 학교에서 내주는 
부모님 발 씻겨 드리기 숙제, 
엄마는 어렸을 때 미뤄 둔 그 숙제를 
이제 하나 봅니다              
(한상순·아동문학가) 


+ 할아버지 자전거 

뒤꼍에서 
녹슬고 있는 
할아버지 자전거 

가만히 바큇살 돌려봅니다 
그르르 그르르...... 
가래 끓는 소리가 납니다 

할아버지 몸을 닦아주시는 
엄마처럼 
자전거를 닦아 봅니다 
손잡이 발판 의자...... 
할아버지 손때가 꼬질꼬질 
남아있습니다 

자전거를 
할아버지 방문 앞에 올려놓습니다 
오늘은 할아버지가 
일어나실 것만 같습니다 
(김애란·아동문학가) 


+ 그늘 

감나무 그늘에 
멍석을 깔고 
할머니들 
재미난 이야기꽃 피우고. 

감나무 그늘에 
자리를 깔고 
할아버지들 
하루 종일 
장이야 멍이야. 
(최동안·강원도 강릉시 옥천 초등학교, 1970년 작품) 


+ 조문(弔文) 

뒷집 조성오 할아버지가 겨울에 돌아가셨다. 
감나무 두 그루 딸린 빈집만 남겨두고 돌아가셨다 

살아서 눈 어두운 동네 노인들 편지 읽어주고 
먼저 떠난 이들 묏자리도 더러 봐주고 
추석 가까워지면 동네 초입의 풀 환하게 베고 
물꼬싸움 나면 양쪽 불러다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심판 봐주던 

이 동네 길이었다, 할아버지는 
슬프도록 야문 길이었다 

돌아가셨을 때 문상도 못한 나는 마루 끝에 앉아, 
할아버지네 고추밭으로 올라가는 비탈, 
오래 보고 있다. 지게 지고 하루에도 
몇 번씩 할아버지가 오르내릴  때 풀들은 
옆으로 슬쩍 비켜 앉아 지그재그로 길을 터주곤 했다 
비탈에 납작하게 달라붙어 있던 그 길은 
여름 내내 바지 걷어붙인 할아버지 정강이에 
볼록하게 돋던 핏줄같이 파르스름했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비탈길을 힘겹게 밟고 올라가던 
느린 발소리와 끙, 하던 안간힘까지 돌아가시고 나자 그만 

길도 돌아가시고 말았다 

풀들이 우북하게 수의를 해 입힌 길, 
지금은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 위로 
조의를 표하듯 산그늘이 엎드려 절하는 저녁이다. 
(안도현·시인)  

 


==========================(자료)...


 
▲ 중국 연변 왕청현에 있었던 독립군 사관 양성학교인 라자구 무관학교 인근 산 중턱 동굴 입구 바위에 그려진 태극기(40×30cm).
독립군의 피신처로 알려진 동굴 입구에는 대한독립군 4명의 이름도 쓰여 있다.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제공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930 남미주 아르헨티나 시인 - 보르헤스 2018-01-10 0 4615
929 하이퍼시의 뿌리는 중국시전통에 있으며 대간을 이루고있다... 2018-01-10 0 3297
928 {쟁명} - 하이퍼시는 은유와 환유의 잔치, 설명과 해석은 금물. 2018-01-10 0 2462
927 <서시> 시모음 2018-01-10 0 2582
926 [시단소사전] - "글쓰기 충전구멍가게"... 2018-01-10 0 3066
925 "모든 죽어가는것" 中 하나가 "조선어"였던것 같다... 2018-01-09 0 2405
924 <해빛> 시모음 2018-01-09 0 2434
923 <별> 시모음 2018-01-09 0 2138
922 <콩나물> 시모음 2018-01-09 0 2244
921 보이지 않는것들을 볼수있는 4차원적 발견의 눈을 길러라... 2018-01-07 0 2242
920 항상 수첩을 가지고 다니며 늘 기록하라... 2018-01-07 0 2123
919 [작문써클선생님께] - 동시를 어떻게 쓸가ㅠ... 2018-01-07 0 2281
918 "과연 당신만의 '십자가'를 짊어질수 있는 용기가 있는기여?"... 2018-01-07 0 2354
917 {쟁명} - 하이퍼시는 단일체가 아니라 다양체와의 춤사위이다 2018-01-05 0 2596
916 {쟁명} - 하이퍼시는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노는것이다... 2018-01-05 0 2417
915 詩人 김파님께서는 갔으나 詩伯 김파님께서는 가지 않았다... 2018-01-05 0 2655
914 이상(李箱)의 시는 이상(李箱) 이상(以上)이었다... 2018-01-04 0 2508
913 "솔숲은 늘 푸른데, 숲에 난 발자국은 모두 다르더라"... 2017-12-28 0 3363
912 교육선구자 김약연과 명동학교를 아십니까?!... 2017-12-28 0 2936
911 <시간> 시모음 2017-12-28 0 2968
910 해골의 노래에 맞춰 무도회는 잘도 돌아간다... 2017-12-27 0 3295
909 "네 젊음을 가지고 뭘 했니?"... 2017-12-26 0 3129
908 <말(言)> 시모음 2017-12-24 0 2370
907 시와 시작론 2017-12-22 0 1974
906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7 2017-12-22 0 2234
905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6 2017-12-22 0 2134
904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5 2017-12-22 0 2414
903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4 2017-12-21 0 2508
902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3 2017-12-21 0 2428
9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시조, 동시, 시 차이점?... 2017-12-21 0 3542
900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2 2017-12-21 0 2523
899 친구들아, 어서 빨리 "동시조"랑 같이 놀아보쟈... 2017-12-21 0 2233
898 세상에서 제일 보배로운 동요동시를 내 눈언저리에 붙혀주렴... 2017-12-21 0 2386
897 웃음은 모든 인간들의 모든 독을 제거하는 해독제이다... 2017-12-20 0 2365
896 <돌> 시모음 2017-12-19 0 2542
895 산골물 / 윤동주 2017-12-17 0 2923
894 애독자 비행기 조종사가 유명한 작가 비행기 조종사를 죽이다... 2017-12-17 0 3768
893 윤동주, 백석, 릴케 - "삼종(三鐘)의 종소리 웁니다"... 2017-12-16 0 4031
892 "암울한 시대에 시를 써보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어리석었다!"... 2017-12-16 0 3498
891 치욕의 력사에서 참회의 역사로 바꾸어 놓은 시인 - 윤동주 2017-12-16 0 3651
‹처음  이전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