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80세에 첫 詩集...
2017년 03월 20일 18시 48분  조회:3696  추천:0  작성자: 죽림

'나의 바다' 펴낸 김옥례 할머니
바다가 공책, 손가락이 연필… 2014년 본격적으로 습작
 

열두 살 소녀는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이름 석 자 썼다. 김옥례. 밀물 몰고 온 모래들이 다 덮어 버렸다. 이번에는 개펄에 들어갔다.

"밀물 썰물이 몇 번이나 들락날락 했건마는/ 이름 석 자 이름 석 자 지워지지 않고/ 쓴 그대로 살아 있네/ 나의 바다 나의 개펄/ 개펄 이고 지고 가고 싶네"(김옥례 시 '나의 바다' 중)
 
팔순 시인 김옥례씨가 월세방에서 이면지에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시 짓고 그림 그리는 곳이 꽃밭이요, 천국”이라고 했다.
팔순 시인 김옥례씨가 월세방에서 이면지에 시를 쓰고 있다. 그는 “시 짓고 그림 그리는 곳이 꽃밭이요, 천국”이라고 했다. /목포=김영근 기자
시인이 되고팠던 소녀는 60여 년 후 꿈을 이뤘다. 작년 12월 그의 시집 '나의 바다'가 출간됐다. 지난 6일 전남 목포 자택에서 만난 김옥례(80) 할머니는 13㎡(약 4평)짜리 월셋집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김씨는 "두 번째 시집에 넣고 싶다"고 했다.

김씨는 1937년 전남 무안군 운남면 동암리 원동마을에서 태어났다. 딸 넷 중 막내였다. 원래 머슴을 수 명 부릴 정도로 집이 부자였지만, 부친이 세상 떠나고 가세가 기울었다. "언니들 모두 시집가고 홀로 어머니 모시고 사느라"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그래도 12세 때 야학 다니면서 겨우 한글을 깨쳤다. "뻘 나가서 공부했어요. 바다가 공책이고, 평생 닳지 않는 내 손가락이 연필이었어요."

 
6·25 전쟁 통에 모친을 떠나보냈다. 모친 유언대로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학교 못 나와서 꿈을 이루지 못했다"고 했다. 목포 사는 언니 집에 와서 고무신 공장에 다녔다. 그러다 남편을 만났다. "죽도록 나를 따라다니더니 결혼하니까 죽도록 못살게 굴고 돈 한 푼 안 줬다"고 했다. 남편에게 사정해서 "(재봉)틀 하나만 가져다 달라"고 했다. "내 친구 재봉틀/ 낮에도 달달/ 밤에도 달달/ 쉴 새 없이 달달/ 너는 나의 친구/ 너는 나의 힘이었고/ 너는 나의 생명줄"(시 '재봉틀' 중)

재봉틀은 남편 대신 그의 "인생 동반자"가 됐다. "팬티, 파자마, 월남치마를 만들어 전국 돌아다니며 팔았고 그 덕에 아들딸 7남매를 먹이고 입혔다"고 했다. 그중 딸 둘을 먼저 저세상으로 보냈다. 김씨는 "그때, 쉰 살쯤부터 시를 썼다"고 했다. "장사하려고 열차 타고 창밖으로 자연을 보면 시가 써지는 거요. 손으로 쓰는 게 아니라 머리로 쓰는 거요. 종이도 없고, 연필도 없으니께."
 
김옥례씨가 이면지에 쓴 시들. 띄어쓰기 못 하는, 서툰 볼펜 글씨로 80년 인생을 써내렸다.
김옥례씨가 이면지에 쓴 시들. 띄어쓰기 못 하는, 서툰 볼펜 글씨로 80년 인생을 써내렸다.
남편은 김씨가 번 돈을 모두 탕진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남편이 너무 밉다"고 했다. 그래도 이런 시를 썼다. "당신 막차 나랑 꼭 합승하게요/ 함께 합승하면 차비 절약/ 우리 사랑하는 자식들/ 고생 모두 한 번에 끝낼 수 있어요/(…)/ 혹시라도 행여라도/ 당신 길 잘못 찾을까 봐 그래요/ 합승 승낙한 줄 믿고 그리 준비할게요"(시 '인생의 막차' 중)

그는 2014년부터 목포 공공도서관에서 본격적으로 시를 배웠다. 집에서 목포 공공도서관까지 4㎞ 거리를 걸어 다녔다. "2011년 교통사고 이후 차 타는 게 두려워서, 차비를 아끼려고" 느린 걸음으로 왕복 4시간이 걸리는데도 걸었다. 수업은 오후 2시부터 시작했는데, 1시간 일찍 도착했다고 한다. "30명이 수업 들었는데 모두 고졸 이상이고. 대학도 나왔더라고요. 또 애송이 방실방실 새댁들하고 무슨 대화를 허요. 저는 시 써와라 그러면 꼭 써 가고 그랬어요."

시 수업을 한 이대흠 시인이 김옥례씨를 눈여겨봤다. 그는 "주로 이면지에, 띄어쓰기도 못 하고 서툰 볼펜 글씨로 시를 써 왔는데, 인생의 진솔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 시인은 할머니 습작이 쌓이자 시집을 내기로 했다. 시인과 화가들이 돈을 모아서 '나의 바다'를 출간했다. 김옥례씨는 "공부 못 해 서럽던 한을 이제야 풀었다"고 했다. "발이 땅에 닿는지도 모르지. 날아다니는 것 같고."

그가 자신의 시 중 제일 좋아하는 시는 '짝사랑'이다. "모르리 모르리 그대 내 맘 모르리/ 양 떼 몰고 가다 말고 그대 얼굴 보고파 숲에 숨은 내 맘 모르리". 할머니는 "저 짝사랑한 분을 세어 보자면 열 손가락도 모자라지요" 하며 웃었다. 할머니에게 봄이 왔다.
ⓒ 조선일보/ 목포=전현석 기자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23 사르트르 2015-03-04 0 4634
122 도데와 <마지막 수업> 2015-03-04 0 5235
121 이율곡과 시 2015-03-04 0 4928
120 시인 - 조룡남 2015-03-04 0 7471
119 不狂不及 2015-03-04 0 4826
118 <<마지막 분대장>> - 김학철 2015-03-02 0 5099
117 남평 ㅡ 시인들을 낳은 땅 2015-03-02 0 4969
116 시인 - 고 리욱 2015-03-02 0 5603
115 룡정 ㅡ 우리 문학의 비옥한 풍토 2015-03-02 0 5772
114 소설가 - 고 김학철 2015-03-02 0 4964
113 시인 - 고 정몽호 2015-03-02 0 6132
112 강경애 - 두만강 례찬 2015-03-02 0 5579
111 동시인 - 고 김례삼 2015-03-02 0 5145
110 시인 - 고 김성휘 2015-03-02 0 5357
109 시인 - 리상각 2015-03-02 0 5149
108 시인 - 남영전 2015-03-02 0 4914
107 시인 - 김철 2015-03-02 0 5643
106 조기천과 <<백두산>> 2015-02-24 0 4853
105 하이퍼시 일가견 2015-02-24 0 4826
104 현대시 원리와 하이퍼시 2015-02-24 0 4811
103 hyper poetry 리해 2015-02-24 0 4596
102 하이퍼시와 비몽사몽 글쓰기 2015-02-24 0 4957
101 <산해경>은 난해시의 원조 2015-02-19 0 4980
100 시작 도우미 ㅅ 2015-02-19 0 5624
99 신경림 시평; 시 읽는 재미 2015-02-19 0 5102
98 시작 도우미 ㅂ 2015-02-19 0 4588
97 쉬운 시쓰기 어려움 2015-02-19 0 4525
96 시작 도우미 ㅁ 2015-02-19 0 4686
95 시작 도우미 ㄹ 2015-02-19 0 4419
94 시작 도우미 ㄷ 2015-02-19 0 4561
93 시쓰기 비법 2015-02-19 0 4769
92 시작 도우미 ㄴ 2015-02-19 1 5035
91 시작 도우미... 2015-02-19 0 4383
90 글에서의 기호학 2015-02-19 0 4500
89 글쓰기 0도 2015-02-19 0 4715
88 하이퍼시 도우미 4 2015-02-19 0 4714
87 심상운 시평 <우체부> 2015-02-19 0 4934
86 멍텅구리의 시학 2015-02-19 0 5124
85 현대시의 낯설게 하기 2015-02-19 1 5103
84 시와 생명 2015-02-19 0 4658
‹처음  이전 50 51 52 53 54 55 56 57 5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