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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 안에 가두지 않은 사르트르
2016년 10월 19일 19시 06분  조회:6071  추천:0  작성자: 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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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와 작품 < 닥터 지바고 >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역사상 노벨문학상 수상을 거부한 작가는 3명이 있다. 첫 번째로는 <닥터 지바고>의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그의 경우는 타의에 의해 수상을 거부해야 했던 사례다. 당시 작품이 혁명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소련 정부는 작가에게 여러 제약과 구속을 가했는데, <닥터 지바고>가 해외로 밀반출되어 끝내 출간이 되자 급기야 보리스 파스테르나크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일이 발생한다. 당연히 작가는 그 영광을 제대로 누릴 새도 없었다. 이 사태에 분노한 소련작가동맹에서 기어이 그의 이름을 제명하기에 이르고 정부에서도 그를 추방하겠다고 전한 것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조국에서 살기를 원했던 작가는 그런 맥락에서 수상을 거부하게 된다.
 
  다음으로는 스웨덴의 에리크 악셀 카를펜트가 있다. 생소한 이름일 수 있겠으나 사실 이 인물은 수상자가 없었던 1918년, 그 해에 상을 받기로 내정된 작가였다. 그런데 어떻게 그 이름이 발표가 되기도 전에 상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에리크 악셀 카를펜트는 1931년에 사망하고 그해 11월에 기어코 수상자로 추서 받을 정도로 저명하고 뛰어난 작가였다. 그러나 그는 1912년도부터 죽기 전까지 노벨상을 주관하는 노벨 아카데미의 상임 서기로 활동하고 있던 터라 그 상을 받기에는 상황적 조건이 영 찜찜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화는 노벨문학상 역사에 있어서 생존 작가가 아닌 자에게 상을 수여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건으로 기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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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번째 인물은 우리에게 이미 너무나도 친숙한 이름인 ‘장 폴 사르트르’다. 이번 글에서 주요하게 다루긴 하겠지만 실제로 그의 수상 거부 사례는 ‘스캔들’이라고 명명될 정도로 큰 화제였다. 노벨문학상을 소개한 칼럼 본편에도 설명한 바 있듯이, 상을 거부한 것은 스스로 ‘제도화되기를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그 발언은 지금 곱씹어도 봐도 대단히 파격적이고 신선하게 다가온다.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로 작가로서의 행보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것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됨으로써 짊어질 노벨 아카데미와의 이해관계를 거절한다는 것이고 그 정도의 완고한 태도는 제도에 얽히는 것을 거의 체제에 ‘복속(服屬)되는 것’으로 해석을 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대 철학이 그 행로를 개척하는 데 있어 중대한 기여를 했던 철학자의 쿨한 대답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처음 이 에피소드를 접했을 때는 ‘멋있긴 한데 굳이 그렇게까지? 노벨문학상이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상이긴 하지만 개인에게 그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상인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 같다.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싶었다. 당시 인터뷰 자료를 찾아봤지만 그는 단지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할 뿐, 그러한 결정이 하나의 스캔들로 비춰지는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할 뿐이었다. 잠시, 그의 라이벌이었던 카뮈가 노벨문학상을 먼저 수상한 것이 자존심이 상해 그렇다는 떠도는 소문이 일정 정도는 사실일까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이번 기회에 그가 살았던 인생을 다시 찬찬히 되짚어 보면서 굳이 그의 발언에 대해 일말의 의심을 할 것도, 더 큰 의미를 부여할 것도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모든 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가 ‘실존주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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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주의. 한 줄로 설명하자면 인간의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가장 기본적인 생각을 기틀로 세워진 사상이다. 정해진 본질이 없이 우선적으로 실존하기에 인간은 삶을 그때그때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채워나간다. 때문에 그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 그는 권력이든 종교든 문화든 간에 모든 종류의 권위를 부정하고자 했다. (노벨상의 권위마저도 그에겐 그런 의미였다고 본다.) 인간은 의식과 행동에 있어 참된 자유를 갖췄을 때에 그 선택에 대해 주체적 책임을 질 수 있고, 그것이야 말로 세계에 대한 진정한 참여라고 그는 생각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신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타이틀 안에 가두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외부의 가치판단에 의해 만들어진 ‘나’가 아닌 진정한 사르트르, 자기 자신으로서 자신만의 주체성과 창조성을 고민하는 작가로 끝까지 남는 쪽을 택했다.
 
 
  오늘날, 문학을 포함한 여러 예술 장르 그리고 여타 다른 다양한 학계 내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을 주창하며 해체주의에 탐닉하고 있다. 유기적인 질서와 의미가 붕괴된 ‘현대’라는 시대적 특성상, 파편화된 주체와 기호들을 마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그러는 와중에도 한편으로는 ‘나’라는 존재로 회귀하는 실존주의의 ‘실체 있는 목소리’가 그립기도 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사르트르가 추구하고 끝까지 고집했던 인간 존재에 대한 신념은 결국 나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세계와 생에 속해 있는 자라면 절대로 놓을 수 없는 종교와도 같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것이 본래 허무와 무의미 속에서도 끊임없이 자신만의 어떤 믿음과 가치를 발견하려하고 생산해 내고자하는 동물이지 않은가. 
 
 
  사르트르의 수상 거부가 하나의 ‘스캔들’로 비춰진 것을 다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그의 말대로 스캔들이랄 것도 없다. 그의 말은 정말 한 인간의 발화일 뿐이다. 문학가이고 철학가이고 사상가라는 지식인이기 이전에 자유로운 선택과 상상력을 지닐 권리가 있는 자의 소신이다. 그럼에도 어쨌든 그의 에피소드가 노벨 문학상을 거절한 작가들의 이야기 가운데서도 유독 유명해진 것은, 아마도 짧은 인터뷰에서 남긴 단발적인 말 한 마디의 의미가 사람들로 하여 각자의 ‘실존적 행방’을 되돌아보도록 의식의 수면에 돌을 던진 것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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