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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 시모음
2016년 04월 07일 08시 17분  조회:4936  추천:0  작성자: 죽림


[자료사진]-

룡정 비암산에 위치한 강경애 문학비.
=================================




<악기 시 모음>

+ 악기

연못에 돌을 하나 던진다
무심결에 말을 걸듯 해 본 장난이다

물면은 여러 개의 동심원이 그려진다
달무리처럼 굴렁쇠처럼

물의 파장이 내 마음에도 동심원을 그린다
동심원이 음악이란 것을 나는 몰랐다

볼 수는 있으나 들을 수 없는 음악
동심원끼리만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연못이 악기란 것을 나는 몰랐다
지금 간신히 알게 된다
(정일남·시인, 강원도 삼척 출생)


+ 내 뼈 속에는 악기가

내 손끝 하나 닿지 않아도
울리는 소리
은은한 떨림으로 음계를 누른다
뼈마디 마디마다
비바람 궂은 날을

마른 잎 삭풍을 울리는
계절이 오면
겨울 생소나무 가지 눈덩이 매달 듯
무겁고 무겁게
뼈 속 깊이 저려오는
음울한 안단테 칸타빌레

내 뼈 속에는 악기가 있어
아픔과 슬픔을 조율하는
(조옥동·시인, 충남 부여 출생)


+ 몸관악기

"당신, 창의력이 너무 늙었어!"
사장의 반말을 뒤로하고
뒷굽이 닳은 구두가 퇴근한다

낡은 우산에서 쏟아지는 빗물이
슬픔의 나이를 참으라고 참아야 한다고
처진 어깨를 적시며 다독거린다

낡은 넥타이를 움켜쥔 비바람이
술집에서 술집으로 굴욕을 끌고 다니는
빗물이 들이치는 포장마차 안

술에 젖은 몸이
악보도 연주자도 없이 흐느낀다.
(공광규·시인, 1960-)


+ 피아노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는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신선한 물고기가
튀는 빛의 꼬리를 물고
쏟아진다.

나는 바다로 가서
가장 신나게 시퍼런
파도의 칼날 하나를
집어들었다.
(전봉건·시인, 1928-1988)


+ 피아노

6월 어느 날
소나기 지난 숲길
풀잎에 매달린 싱그런
이슬이 구르는 소리
구름조차 꼬리 감춘 하늘에
허술한 바람이
이마를 지나는 소리
풋풋한 미소를 흘리며
돌아서는 열아홉 順이
하이얀 교복 스치는 소리
짧은 여름밤
라일락 香氣
담밖에 부서지는 소리
(이길원·시인, 1945-)


+ 피아노의 말

베토벤이 왔다가고
쇼팽이 왔다가고
숱한 세월이 왔다가도
당신의 손길만은 돌아올 줄 몰라

마음의 문을 열고
아무리 기다려도
당신 아니 오면
난 한낱 무거운 관(棺)

사랑은 비바체
그리움은 되돌이표
내 마음의 박물관엔
거미가 악보를 만듭니다

언젠가 당신 오는 날엔
난 새 노랠 하고
파도처럼 부서지고
드높은 하늘도 맘껏 날 것입니다
(정문규·시인, 전남 화순 출생)


+ 바이올린 켜는 여자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고 싶다

자꾸만 거창해지는 쪽으로
끌려가는 생을 때려 엎어
한 손에 들 수 있는 작고 단출한 짐 꾸려
그 여자 얇은 아래턱과 어깨 사이에
쏙 들어가는 악기가 되고 싶다

왼팔로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워진
내 몸의 현들을 그녀가 천천히 긋고 가
노래 한 곡 될 수 있다면
내 나머지 생은 여기서 접고 싶다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연애하고 싶다

그녀의 활에 내 갈비뼈를 맡기고 싶다
내 나머지 생이
가슴 저미는 노래 한 곡으로 남을 수 있다면
내 생이 여기서 거덜나도 좋겠다

바이올린 소리의 발 밑에
동전바구니로 있어도 좋겠다

거기 던져 주고 간 몇 잎의 지폐를 들고
뜨끈한 국물이 안경알을 뿌옇게 가리는
포장마차에 들러 후후 불어
밤의 온기를 나누어 마신 뒤
팔짱을 끼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싶다

바이올린 켜는 여자와 살 수 있다면
(도종환·시인, 1954-)


+ 바하의 첼로 협주곡을 들으며

바하의 첼로 협주곡을 듣고 있으면
비발디의 목메인 기침 소리가
간간이 들려온다.
몇 세기의 시공을 지나 들려오는
비발디의 목소리는
바하와 함께 빛나는 대위법을 만들어낸다.
영원이 시간을 통하여 빛나오듯
죽음이 삶을 통하여 빛나오듯
(고창수·시인, 1934-)


+ 내 마음의 첼로

텅 빈 것만이 아름답게 울린다
내 마음은 첼로
다 비워져
소슬한 바람에도 운다
누군가
아름다운 노래라고도 하겠지만
첼로는 흐느낀다
막막한 허공에 걸린 몇 줄기
별빛같이
못 잊을 기억 몇 개
가는 현이 되어
텅 빈 것을 오래도록 흔들며 운다
다 비워져
내 마음은 첼로
소슬한 바람에도
온몸을 흔들어 운다
(나해철·시인, 1956-)


+ 어떤 첼리스트의 노동

연주자는 꽃잎을 불러모으거나
깃털을 불러모으는 마술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므로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란
깃털로 만든 이불을 덮고 누워
꽃잎에서 추출한 향기를 맡는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일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러다가 방금 전에서야 연주자들 역시
노동자라는 사실을 어이없이 깨달은 것이에요
탄맥(炭脈)을 찾아 끝도 없이 내려가는
광부(鑛夫)라는 거, 삽 한 자루가
전 재산인 저 첼리스트를 보란 말이지요
땀 뚝뚝 흘려대며 필사적으로 놀려대는
저 삽질
어지간해서는 가슴 더워지지 않는
뭇 영혼에게 땔감 대주는 일이란 얼마나
고단하고 숨막히는 작업인가요
진작 땔감 떨어진 무쇠난로처럼
싸늘하게 식어 말없이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 가슴에 석탄 한 삽을 막 집어넣고 돌아서는
첼리스트의 등허리가 그사이 부쩍 휘었군요
(한혜영·시인, 1954-)


+ 북소리

목덜미 수줍게


바람을 불어
귓불마저 빨개지면

가슴 한마당


진군進軍의
북소리가 울린다
(공석진·시인)


+ 은자의 북

나의 詩는 북, 은자의 북이다
삶의 빛과 향으로 엮는
생명의 속삭임과
격랑으로 우는,

북한산 물소리에 눈을 씻고
새소리로 귀를 채워
바람소리, 흙냄새로 마음 울리는
나의 시는 북이다, 隱者의 북.
(홍해리·시인, 1942-)


+ 피리

너는 거기서 새어 나와
살 속의 바다를 길어 올린다.

원래 빈 목숨
네 향기로
내 가슴은 옷을 입고
넉넉한 눈물의 뜨락을 알았으며
소리나는 귀도 얻었다.

아, 너 하나 가지면
삼라만상 손등에 앉아
몸 굴려 날아오르고
나는 바람이 되어 먼 들길을 간다.
(변희자·시인, 1959-)


+ 딱따구리에게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숲을 걷다가 영롱한 음향에 귀가 선다
지상에서 가장 명징한 가락을 뽑아내는
타악기의 연주자는 딱따구리다
그의 단단한 부리가
마른 나무를 두드리는 저 소리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집을 짓는 것도
먹이를 찾는 것도
그들에겐 다 즐거운 음악이다
굳은 부리로 1초에 15번을 두드린다는
저 신묘한 새의 신기(神技)도 신기지만,
한갓 마른 나무의 몸통이 그처럼 맑은
소리를 품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숲 사이로 쏟아져 내리는 햇살이 눈부시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딱따구리여,
날카로운 네 부리로 이 머리통을 때려다오.
부질없는 망상의 이 골통을 찍어다오.
한 가닥 맑은 소리를 뽑아내 다오.
텅 빈 영혼의 악기를 만들어 다오.

똑또르르르륵…… 똑또르르르륵……
(임보·시인,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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