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한밤중 詩 한쪼박 드리매]- 보리가 팰 때쯤
2016년 04월 05일 22시 57분  조회:4606  추천:0  작성자: 죽림


보리가 팰 때쯤

                               변희수

내가 태어난 날을 물어보면

인디언족처럼 엄마는 보리가 팰 때쯤이라고 한다

보리가 팰 때쯤이란 말은 참 애매하다

보리의 배가 점점 불러올 때나

보리의 수염이 까끌하게 자랄 때로 들린다

그때 그 보리밭에서 …….

이런 우스운 생각을 하다보면

보리가 떨군 씨앗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철없이 들뜰까봐

언 땅에 떨어진 보리를

자근자근 밟아주던 소리

엄동에 어린뿌리 자장자장 재우던 소리

내 유년에 푸른 젖을 물리던

먼먼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

젖니처럼 간질거리는 봄날

스르르 눈꺼풀이 풀린다

 

시인소개

 

 

변희수는 1963년 경남밀양에서 태어나 영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11년 시 ‘아주 흔한 꽃’으로 영남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다.

2016년 ‘의자가 있는 골목’으로 경향신문신춘문예에도 당선했다. 한국시인협회 정회원으로 대구에서 시작 활동 중이다.

///해설

제왕국 시인.

수십 년 전만 해도 시골은 저랬다. 저 전설 같은 춘궁의 족보를 기억의 허니문처럼 가지고 산다.

보리가 필동 말동 무렵, 달빛 보늬처럼 아슴푸레 떨어지는 늦은 밤에 푸르른 청춘들이 다녀갔다. 보리밭에 독 오른 푸른 청춘들이 다녀가면 거짓말처럼 보리침대 하나 생긴다. 보리밭 주인 싱긋 웃으며 눈감아 주던 그 봄날의 까시랭이 같았던 우리들의 이야기 한 소절로 가가대소했던 시골전경 눈에 밟힌다.

입안에서 까끌까끌 맴돌기만 했던 꽁보리밥, 입맛이 아니라 배고픔에 먹어야 했던 아찔한 춘궁의 봄.

하필 보리였을까? 달착지근한 나락 같은 것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 보리가 있었기에 우리의 봄은 아프지만은 않았다.

한데 지금은 그 보리가 시골에서 퇴출된 지 오래다. 호사가들에게 무척 귀여움 받는 귀하신 몸이다.
지독한 아이러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843 시는 알면 재미있고, 모르면 재미없고... 2016-01-05 0 4418
842 과소평가 된 시인과 과대평가 된 시인 2016-01-05 0 4835
841 시는 시인의 령혼 2016-01-05 0 4443
840 시읽는 방법 2016-01-05 0 4264
839 아버지는 영웅 /// 영웅을 낳는 어머니 2016-01-05 0 4592
838 시인 김억과 그리고 등 등... 2016-01-04 0 6731
837 현대시 100년, 시인 166명, 시 700편 - 기념시집 2016-01-03 0 5102
836 시에서 이미지만들기 2016-01-03 0 4528
835 난해시와 초현실주의의 교주 - 조향시인 2016-01-03 0 5862
834 충동적으로 쓰고마는 詩는 아마추어들이 하는 짓 2016-01-03 0 4824
833 시에서 아방가르드를 꿈꾸는 시인은 고독자 2016-01-03 0 4689
832 천재 시인 李箱과 조선족 소설가, 시인 金革 2016-01-02 0 5089
831 超現實主義 = 超自然主義 2016-01-02 0 4599
830 캐나다시인들은 시를 어떻게 쓸가... 2016-01-02 0 4709
829 모든 것 없는 것, 없는 것 모든 것... 2016-01-02 0 4430
828 미래파의 형성 2016-01-02 0 5416
827 어느 할아버지 시평 - 김춘수 "꽃", 존재론적에 머문 詩 2016-01-02 0 4815
826 해체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2016-01-02 0 6474
825 "거시기" 세글자면 모든 것 통하는 것... 2016-01-02 0 4717
824 난해시와 김지하 2016-01-02 0 4553
823 산문시(散文詩)와 그 례... 2016-01-02 0 4272
822 詩史에서의 미래파시인 2016-01-02 0 5487
821 해체시와 박남철, 황지우 /// 시적허용 2016-01-02 0 4851
820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공예디자인론 2016-01-02 0 4301
819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공통점과 차이점 2016-01-02 0 4953
818 포스트모더니즘과 니체 2016-01-02 0 4477
817 난해시와 보들레르 2016-01-02 0 4603
816 난해시를 읽는법 2016-01-01 0 7146
815 왕초보 시짓기에서의 비법 2016-01-01 0 5032
814 난해시의 원조 - 산해경 2016-01-01 0 4468
813 난해시와 목장의 목동 2016-01-01 0 4171
812 난해시와 오세영 2016-01-01 0 4358
811 난해시와 김수영 2016-01-01 1 4971
810 난해시와 김춘수 2016-01-01 0 4967
809 난해시와 조영남가수 2015-12-31 0 4456
808 난해성과 현대성 2015-12-31 0 4617
807 난해시와 어설픈 평론 / 나와 나도 난해시가 좋다... 2015-12-31 0 4560
806 난해시와 신경림 2015-12-31 0 4978
805 난해시와 李箱 2015-12-31 0 4937
804 詩의 넋두리 2015-12-31 1 4452
‹처음  이전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