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4월 2025 >>
  12345
6789101112
13141516171819
20212223242526
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世界 색점선

三色 /// 영화 < 시 詩 >
2015년 11월 27일 21시 39분  조회:2515  추천:0  작성자: 죽림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조회:2143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 2015년 11월 16일 07시 33분 ]

 

 

 

영화 <<시 詩>>
 

 -시poem가 죽어가기에 

   시poetry가 필요한 것이다...

 

이창동의 5번째 영화
   제목 <<시詩>>
라는 것을 알았을 때

참으로 많은  의문이 들었죠.

이 영상 시대에 낡아빠진 저 문학 제목으로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지?

이창동의 <시>는 도도하게 흐르는 남한강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빠른 흐름 위로 떠내려오는 시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시가 죽어가는 시대에, 시를 이야기하겠다면서, 

오프닝 장면으로 교복 입은 여중생 시신이 떠내려오는 것을 선택한다는 것은

이 영화가 시에 대해 만만치 않은 시비를 걸 것임을 예고합니다.

 

  

1. 미자가 시 쓰고 싶은 생각이 난 것은

 

이 영화에서 미자(윤정희)는 시를 상징합니다.  

아름답지만 추문이 되어버린 시 말입니다.

시와 시인의 말에 호감도 갖고 경청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지만

이내 본색을 드러내어 시와 시인을 비웃고 업신여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는 살아야 합니다. 

아니, 시인은 살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미자의 삶은 시이고

미자는 시인입니다.

미자의 복장은 형편에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복장만 고려한다면, 그녀는 넉넉한 할머니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반신불수 노인 환자(김희라) 간병인입니다. 

꽃을 좋아하는 그녀는, 방금 전 본 꽃의 향기가 눈에서 사라지기도 전에

중풍 환자를 목욕시켜야 합니다.

중풍 환자는 66세인 그녀를 여전히 성적인 눈으로 바라봅니다.

자신의 성기를 그녀가 눈여겨 보아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녀의 손가락이

좀더 자극적으로 쾌감 전달에 동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달하느라

안간힘 쓴 시선으로 그녀를 응원합니다.     

그녀는, 물론, 그 시선을 외면합니다.

외면하지만

애써준 대가로 그녀는 중풍 환자로부터 팁 만 원을 받기도 합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보조금도 받는다는 미자란

시 써서는 도저히 생활 불가능한 시인의 현실에 대한 환유입니다.  

실어증으로 시작하는 오프닝도 환유입니다.

실어증에 걸려버린 미자란

실어증에 걸려버린 시를 말하는 것일 테니까요.

치유 불가능하리만치 속물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시는 더이상 할 말을 잃었다고나 뜻일까요?

언어가 생명인 시가 언어를 잃었으니, 시는 끝장난 것이라 해야 하나요?

그녀는 혼자 삽니다.

남편에게서 낳은 것인지, 미혼모로 낳은 것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부산에 사는 딸이 하나 있습니다.

미자는, 그 딸이 낳은 중학교 3학년인, 외손자와 삽니다.

미자의 손자 또한 남편에게서 낳은 것인지,

미혼모로 낳은 것인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아무리 잘 보살펴 주어도 늘 욕구불만일 뿐이며

짜증만 부리려 드는 손자와 함께 삽니다.

누추한 것은 그녀가 사는 집만이 아닙니다.

도시를 닮아갈 뿐 여전히 시골일 뿐인 미자가 사는 마을이란

남자 중학생 6명이 6개월에 걸쳐 여자

중학생 한 명을 집요하게 성폭행한 곳입니다.

미자가 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시간이 바로 이때입니다.  

마침내 성폭행당한 여자 중학생이 자살을 선택한 시간입니다.

미자의 병이 알츠하이머 병이라는 진단 결과가 난 시간입니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에서 줄리엣 비노쉬는

자기 시력이 상실되고 있음을 인지해버리는 시간에

르부르박물관에 걸린 렘브란트의 그림을 보고 싶다는 소망을 갖습니다. 

아주 안 보이기 전에 말이죠.

똑같은 것은 아닐지라도,

미자의 소망 또한 거기서 멀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명사를 잃어버리기 시작한 그 시간에 

아직 동사를 잃어버리기 전인 시간에 

미자는 시를 쓰고 싶어합니다. 

이미 잃어버리기 시작한 명사와

아직 잃어버리지 않은 동사의 상태에 미자는 있습니다. 

이 난폭한 시대에, 

시는 왜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못하는가를 미자의 병은 알려줍니다.

이 난폭한 시대에, 시는 왜 아름다움을 상실했는가를

미자의 병은 알려줍니다.

이창동이 자신의 다섯번째 영화에다 제목을 주면서 시라고 할 때

그것은 왜 시 poem가 아닌 시 poetry로 기입되고 있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2. 미자가 시강연 현장에서 알게 된 것은 

 

미자가 듣고 싶어하는 시강좌는 이미 마감 상태였습니다.

시인의 첫 시강연도 이미 시작된 그 시간에 갑자기 그 강연이 듣고 싶어

그녀는 문화강좌 실무자에게 사정사정하여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가 교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을 때 칠판에는

강연자인 김용탁(김용택 시인)이 써놓은 것으로 보이는

라는 한자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poem에 대한 설명은 못 들은 셈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시 poetry에 대한 설명은 듣게 됩니다. 

'보다'에 대해 듣게 된 것이죠.

그것은, 시를 쓰기 위한 첫과정과도 같은 '보다'에 대한 설명이었죠.

그것은, 그녀의 66세까지를 가리켜 

아직 한 번도 진정한 '보다'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보다'에 대한 설명이었죠.

"사과라는 것을 정말 알고 싶어서,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서,

대화하고 싶어서 보는 것이 진짜로 보는 거예요."

그 대단한 보다를 그녀는 실천하고 싶어 합니다. 

시강의를 듣기 전까지는, 그녀는, 시란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강의를 듣고서야, 그녀는, 싱크대 설거지통도 주의 깊게 바라봅니다.

시상을 얻기 위해서요.

소문처럼, 시가 오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요.

가르침처럼, 시를 찾아가기 위해서요.

그러나 시 찾아나서기의 결과는 참담합니다.

진짜 보기를 실천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호기심을 갖게 되지만

그 호기심은 이내 비웃음과 업신여김으로 돌아옵니다. 

동네 할머니는 그녀의 '진짜 보기'를 실성으로 여깁니다.

진찰실에 있는 동백꽃을 보며 그 붉은 빛의 꽃말을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담당 의사는, 시인이냐고 묻습니다.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의사는 그 꽃이 조화임을 잔인하게 가르쳐 줍니다.

어휘를 잃어버리고 있는 주제에 무슨 시쓰기냐는 조롱일까요?

시쓰기에나 골몰하고 있기 때문에 어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풍자일까요?

시를 쓰고 싶게 된 미자와 치매가 시작된 미자는

전혀 별개의 인물로 보이지만

오늘날 시가 놓인 현실을 돌아볼 때

잘 어울리는 한 쌍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3. 미자가 시낭송 현장에서 알게 된 것은

 

시쓰기에 대한 미자의 목마름은

우연히 알게 된 시낭송 정기 발표 동호인 모임 현장까지 찾아가게 합니다.

그녀가 거기서 듣게 되는 유명시인의 시는 두 종류였습니다.

하나는 너무 어려워 알 수 없는 시죠.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 죽어버려라" - 그리운 부석사, 정호승

 

다른 하나는 너무 쉽지만 도무지 시같지 않아 여전히 어렵게 느껴지는 시죠.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단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어려운 시든 쉬운 시든

시는 거기 시낭송회 현장에서 추문이 되어버립니다. 

무언가 있어 보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시보다 

발표자가 시낭송을 막 끝낸 다음 시작하는 음담패설에

시낭송 동호인들이 더 솔깃함을 느끼는 순간

시는 거기서 사망을 선고 받게 됩니다.

미자가 참석한 시낭송 현장에서는 아마추어가 쓴 시도 낭송됩니다.

예쁘기만한, 현실과 유리된 말장난 같은 시들 말입니다.

그리하여 미자는 시낭송회 회원에게 말합니다.

시사랑 현장이 마치 시가 모욕당하는 자리 같다고요.

미자가 시낭송회 현장에서 알게 된 것은 

시가,

시답지 않은 사람들에게,

시답지 않게

말초적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

바로 그것입니다.

처음 가 본 시낭송회 동호인 뒤풀이 현장에서 잠깐 빠져나와

어두운 구석에서 미자가 청승맞게 울고 있는 까닭은

시의 장례식장에 가서야 비로소 시의 부고를 들었기 때문일까요?

그렇다면 음담패설하던 남자의 말이 맞네요.

울고 있는 미자에게 남자는 말했었죠.

"왜 울어요? 시 때문에 울어요?"

 

4. 미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미자가 듣는 시강연 내용 중에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수강생이 이야기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그 시간을 통해 관객이 보게 되는 것은

시를 찾아 모인 사람들이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꼽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행복한 시간이 아니라 슬픈 시간이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것은 기쁨보다 슬픔 쪽에 더 가까이 있는 눈물입니다.

미자 또한 마찬가집니다.

그녀는, 어처구니 없게도, 3살 때의 추억을 이야기합니다.

자기에게 옷을 입혀주고는 

"미자, 예쁘구나!"라고 칭찬해 주고는

"미자야, 이리 와!"라고 박수 치며 부르던

언니와의 추억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꼽습니다.

그리고는 눈물을 글썽입니다.

철없는 할머니처럼 보이는 미자의 66년이 어떤 시간으로 쌓인 것인지를

단숨에 요약해버리는 장면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거기 시강연 현장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애써 말하는 이 장면은,  

아름다운 순간이 꼭 있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그 긴 시간 동안 아름다움이라고는

전혀 혹은 거의 없는 삶을 살았기에 오히려

아름다운 순간을 애써 찾아내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아니, 그 아프고도 슬픈 사연을 아름답게 길어올리는 그 순간이야말로

시가 찾아온 시간임을 알게 합니다.

시란, 현실과 삶으로부터 빠져나온 아름다움 달랑인 것이 아니라

아픔과 슬픔의 시간을 아름다움으로 감싸는 마음의 힘임을 알게 합니다.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는 현장에 정작 빠져 있는 것은

바로 이 아픔과 슬픔의 시간인 것입니다.

시가 간신히 껴안은 아픔과 슬픔을 헤아리려는 공감 없이

포즈만의 아름다움만을 달랑 소비하려 할 때

시는 왜 음담패설과 만나 자진해서 확인 사살당하기를 선택하고 있는가를

이 영화 <시>는 보여줍니다. 

시사랑의 진정한 자리가 왜

시낭송 뒤의 음담패설이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고백하는 자리 뒤이어야 하는지를

이 영화 <시>는 보여줍니다.

시에서 아름다움만을 소비하려 할 때 시를 쓰지 못하던 미자 66세가

사랑 받지 못하고 살아왔다고 생각하는 63년을 아프게 더듬은 뒤에야

비로소 시를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시가 죽어가는 난폭한 시대에 시는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잘 보여줍니다.  

 

5. 미자에게, 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순간은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을 애써 찾던 미자는

아프고도 슬픈 자리를 찾아갑니다.

자살한 여중생이 머물렀었던 곳으로 알려진 자리를 하나하나 찾아갑니다.

학교 외진 곳에 있다는 과학준비실에 애써 찾아가 

성폭행이 있었던 자리가 어디쯤인지 그 현장을 창문으로 들여다봅니다.

중학교 3학년밖에 안 되는 자기 손자가

5명의 아이들과 함께,

바지를 내리고,

키득키득거리며,

어쩌면 비명 소리 내려는 여중생의 입을 위협적으로 막아 쥐고는

단지 넣고 빼는 것일 뿐이었을 건조한 반복 행위를 

대체 어떻게 할 수 있었는지를 찾으려 합니다. 

무엇에 홀려 그토록 끔찍한 동작을 하게 된 것인지를, 거기서,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거기는, 황량합니다.

먼지 묻은 채 굳은 얼굴일 뿐인,

이젠 더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은 과학 실습 도구함이 

미자의 시선을 안타깝게 감당하고 있을 뿐입니다. 

거기는, 중학생밖에 안 되는 여자 아이의 치마가

절대로 벗겨져서는 안 되는 자리입니다.

아니, 벗겨질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되지 않는 낯 뜨거운 자리에

미자는 와 있습니다.

5명 남자 중학생 아버지들이,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

피해자 엄마에게 얼마만큼의 위자료를 건네면 입막음할 수 있을까를

합동으로 고민하는 시간에

미자는, 자살한 여중생이 다녔다는 성당에 갑니다.

거기서, 미자는, 자살한 여중생 박희진을 위한 기도의 자리에

멀리서나마 함께 합니다.

거기서, 미자는,

자기 손자가 성폭행한 박희진의 얼굴과 사진으로나마 만납니다. 

그 아프고도 슬픈 얼굴과 처음으로 만나

그 아프고도 슬픈 얼굴을 훔쳐 옵니다.

아마도 66년의 시간 동안 처음 있었을 '훔치다'였을 것입니다.  

미자는, 교복 입은 박희진의 사진을 식탁에 놓아둡니다.

손자가 도저히 못 볼 수 없는 곳에 놓아둡니다.

그러나 손자는 잠깐, 찔끔, 했을 뿐입니다. 

자기가 성폭행 한 여자의 얼굴이

한 번이 아니라 6개월에 걸쳐 자기가 성폭행 한 여자의 얼굴이

성폭행당하고도 가해자인 자기를 처벌해 주기 원하는 투서나 유서따위 없이 

자살을 택한 여자의 얼굴이

바로 눈앞에서 두 눈 뜨고 쳐다보고 있어도

손자는, 재수 없다는 표정일 뿐입니다.

밥맛 달아났다는 표정일 뿐입니다. 

무심하게, 리모콘 잡고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텔레비전을 켤 뿐입니다. 

아프고도 슬픈 얼굴로 남아야 할 피해자에 대한

애도는커녕 자책도 없습니다. 

예전이라면 미자는 이 추문이 된 현실로부터 빨리 시선을 옮겨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미자는 손자로부터 시선을 옮기지 않습니다. 

한때 "네 입에 밥이 들어가는 것을 보는 게 할머니의 가장 큰 행복이야."라고 말해 주었던

그 손자가, 어떻게 저 손자이어야 하는 것인지를 의아하게 바라봅니다.

미자가 처음으로 쓴 시는, 아마도,

그 아프고도 슬픈 얼굴인 박희진의 집을 찾아간 다음일 것입니다.

그 아프고도 슬픈 얼굴로 남은 박희진이 뛰어내린

남한강 다리 중간쯤을 둘러본 다음일 것입니다.

아니, 반신불수 노인이 간절하게 요청했지만

거절했던 '남자 구실'이라는 것을 들어준 다음이었을까요?

영화는, 미자의 시가 그 무엇의 다음에 이루어진 것인지를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아프고도 슬픈 얼굴로 남은 여자 아이의 자살에 대해 쓰고 있는 그녀의 시는

아프고도 슬픈 애도를 늦게나마 주고 싶어 하는 미자의 몸던짐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것입니다.

미자가 처음으로 쓴 시는,

그녀가 66세 되도록 알고 있었던 시형태인 아름다운 포즈가 아니라

그녀가 66세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게 된 또다른 시형태인

아픔과 슬픔의 직시를 통해 작성된 것입니다.

미자의 시는, 5명의 아버지들과 미자가 분담하여 마련한 3000만원이

동석해 있는 피해자 어머니에게 전해지는 그 아프고도 슬픈 시간 직후에 작성됩니다.

미자의 시는, 피해자 어머니와 5명의 아버지와 학교 관계자와 경찰 관계자와 지역신문 기자가

5명 남자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거국적인 침묵을 약속하는

아프고도 슬픈 시간 직후에 작성됩니다.

그러므로 미자의 현실과 미자의 시는 모순입니다.

미자의 현실은, 

입막음하기 위해 건네진 3000만 원의 육분의 일만큼으로 존재합니다.

그러나, 미자의 시는, 그 입막음에 해당하는 범죄 사건을 발설해버립니다.

치매 걸려버린 정신 나간 할머니처럼 말입니다.

미자의 시는, 미자가 사라지고 없는 자리에 비로소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실어증 걸려버린 미자의 시가 무슨 의미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쓰기 직전의 미자를 기억해야 합니다.   

미자는 여중생 성폭력 은폐 현장 마지막인 자리에서

울고 싶은 얼굴로 빠져나오기 직전에

거기 모인 모든 사람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러면, 이걸로 다 된 것인가요? 완전히 끝난 것인가요?"라고요.

아무도 못 알아 들었지만,

이 물음이 지적하고 있는 것은

정작 죽은 여자 아이를 위한 애도는 어디 있느냐는 것입니다. 

가해자인 남자 아이들의 폭력은,

아직 어린 철 없는 것들이 저지른 폭력이므로,

그래도 그것들의 장래를 위해 아버지들이 대동단결 합의하여

없었던 일로 한다 해도,

죽은 여자 아이의 애통한 자살은 누가 위로해 주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어머니마저도,

죽은 여자 아이의 자살을 단지 3000만 원 수령만으로 맞바꿔버린다면

아무도 모르는 죽은 여자 아이의 자살은

어떻게 위로 받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미자의 시는,

자살한 여자 아이의 죽기 전과 죽은 후의

아프고도 슬픈 현장에 대한 애도입니다.

아버지 없이 자란 여자 아이의 상처뿐인 자살을

아버지 없이 딸을 키워냈으나 또다시 아버지 없는 손자를 보게 된

미자 자신의 상처로 껴안아

죽기 직전에 마주했을, 죽은 여자 아이의 두려움을 늦게나마 다독거려주는 

아프고도 슬픈 현장에 대한 애도입니다.   

여중생이 피 흘린 자리에, 미자 자신의 피 흘리고,

자기 손자의 피 흘리게 해

아무도 자기 피 흘리지 않고 남의 피 흘리게 하는 아

프고도 슬픈 현장에 대한 애도입니다.

미자의 66년 인생에서 아마도 가장 뜨거웠을 시간에 대한 기록,

그것이 바로 미자의

입니다.

 

 

-글, 태양을 쏘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53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73 땡! 땡!... << 橋? >> 2016-01-19 0 2297
172 땡!... 8888 2016-01-19 0 2521
171 사진은 미화되지 않는 기록 2016-01-15 0 3254
170 그림으로 보는 **主義 2016-01-05 0 2642
169 땡! 땡! ㅡ 또 미술시간?... 2016-01-02 0 2605
168 땡! ㅡ 야,- 재밋있는 미술시간이다... 2016-01-02 0 2503
167 "중국 솔제니친" - 시인 北島 // 벼락 10만개... 2015-12-02 0 2563
166 그림속의 실제사람?!... 2015-12-02 0 2191
165 할매들 뒤늦게 한글 배우고 詩쓰고 ㅡ "詩가 뭐고?!" - 詩를 배우는데는 그 누구도 늦지 않다... 2015-12-02 0 2911
164 빼돌구두 신고 외줄타기 / 180메터 고공 유리현수교 요가쇼 2015-11-27 0 2667
163 쉬여가는 페이지 - 3D그림 2015-11-27 0 2476
162 三色 /// 영화 < 시 詩 > 2015-11-27 0 2515
161 外訊이 꼽는 중국 최고의 아름다운 경치 2015-11-27 0 2473
160 음악에서 령감을 얻은 그림들 2015-11-27 0 2314
159 紀念堂 뒷얘기... 2015-11-27 0 2592
158 에크뭐니야~ 내 돈?! 2015-11-27 0 2523
157 재밋는 사진 몇컵 2015-11-22 0 2909
156 세계편견(偏見)지도 2015-11-06 0 3045
155 순간포착... 2015-10-18 0 3599
154 아이폰으로 찍다... 2015-10-16 0 3204
153 시와 서예작품 2015-10-13 0 4283
152 이육사문학제에 다녀오다 2015-09-23 0 2551
151 은둔속에서 핀 예술의 魂 ㅡ 에밀리 디킨슨 - 1775편 詩 2015-09-17 0 2943
150 턱수염 예술가 2015-09-07 0 2298
149 력사... 추억... 70... 2015-08-31 0 2450
148 중국 아방가르드 당대미술가 - 종표 작품들 2015-08-26 0 2403
147 다빈치 = 모나리자 = 아름다운 왕녀 = 신비한 미소 = 붙잡을수 없는 미소... 2015-08-20 0 2709
146 력사를 잊지말기... 2015-08-15 0 2634
145 전쟁은 가라... 그리고, 평화는 오라... 2015-08-15 0 3104
144 잠시 쉬여가기... 2015-08-12 0 2832
143 앗, 징글스워라... 꿈에 보일래... 2015-07-17 0 2361
142 시를 쓰려면 미술공부도 해야... 미술필독서 100 2015-07-06 0 2803
141 현대사진 = 포스트모더니즘 시대 2015-06-28 0 2965
140 논밭 그림 그리기 2015-06-27 0 5945
139 머리를 쉬우고 눈을 즐겁게 하기 2015-06-19 0 2770
138 자연으로 돌아가기 2015-06-10 0 2869
137 2.1m = 102kg 2015-06-07 0 2258
136 4톤 동전 = 66만원 2015-06-07 0 2371
135 5메터와 16명 2015-06-07 0 2766
134 광고의 효과... 2015-05-31 0 2374
‹처음  이전 5 6 7 8 9 10 11 12 13 1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